[스케일업] 에이치디에너지 (4) 상생 에너지 플랫폼, 꿈을 현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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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차주경 기자] 이창준 에이치디에너지 대표는 ‘에너지 플랫폼’을 꿈꾼다. LPG 소비자, 공급자를 포함한 이해 관계자를 모아 이익을 만들고 나누는 상생 산업 생태계다. 조금의 이익이라도 더 가져가려 기업간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산업계에서 상생 생태계를 만들겠다니, 허황된 이야기로 들린다.
하지만, 이창준 대표는 에이치디에너지 창업 후 꾸준히 에너지 플랫폼의 기반을 닦았다. 그의 생각에 동의하는 파트너들이 조금씩 늘었고, 더 많은 파트너 기업을 모을 기술과 성과도 거뒀다.
그러던 에이치디에너지는 스케일업 프로그램을 만나, 지금까지 이룬 성과를 점검하고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가늠했다. 이창준 대표의 소감이다.
이창준 대표 : “스케일업 덕분에 많은 것을 얻었어요. 에너지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이루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것은 무엇이고 이것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지금까지 잘 해왔는지를 돌아보는 계기가 됐습니다.”
경기 일산 에이치디에너지 사무실에서 이창준 대표를 다시 만났다. 그의 표정은 한결 밝았다. 이창준 대표는 스케일업 프로그램과 앞으로 참가할 스타트업에게 조언을 건네는 한편, 그가 만들 에너지 플랫폼의 장래 파트너에게 구애의 메시지를 보냈다.
스케일업을 실적 객관화와 중간 점검, 홍보 계기로
이창준 대표가 생각하는 스케일업의 가장 큰 성과는 ‘객관화’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오프라인 에너지 시장에서 두드러진 모습을 보였다. LPG를 공동구매, 가격을 낮춰 파트너 기업에게 공급하며 끈끈한 관계를 만들었다. 기업의 에너지 소비량을 줄이는 설비 개량 기술도 개발했다. 우리나라를 다섯 개 권역으로 나눠 대형 에너지 보관소를 설치, 운영 효율을 높일 계획을 세웠고 이 가운데 권역 두 곳을 확보했다.
하지만, 이들 성과를 점검할 기준이 없었다. 스케일업은 에너지 플랫폼이라는 목표를 향해 에이치디에너지가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과정은 올바른지, 무엇이 모자르고 또 필요한지 객관적으로 돌이켜보는 계기와 기준을 만들어 줬다는 설명이다.
이창준 대표 : “에이치디에너지가 과연 제대로 나아가고 있는지 궁금했습니다. 스케일업 팀의 조언과 전문가 제언을 토대로 지금까지의 과정과 성과를 객관화했고, 이를 반영해 목표를 점검하고 수정할 수 있었어요.”
그는 이상수 스마트마인드 대표와의 대담에서 ‘디지털화와 디지털 전환의 차이’를 배운 점도 큰 성과로 들었다. 이창준 대표 자신부터가 ‘에이치디에너지가 만든 플랫폼 안에서 정보를 주고 받는 것’을 디지털 전환이라 생각했다고 한다. 그는 이상수 대표의 설명을 듣고 비로소 디지털 전환, 오프라인에서 거둔 성과를 자연스레 온라인으로 이끄는 방법과 그 목적을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이창준 대표 : “에이치디에너지는 에너지 설비 튜닝, 관제와 운송, 데이터 등 오프라인 시설에서 많은 성과를 냈습니다. 이 성과를 온라인으로 자연스럽게 옮기는 방법을 배운 것, 나아가 이를 통해 상승 효과를 내는 방법을 배운 것도 큰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참, 스케일업 기사 자체의 홍보 효과도 대단했어요.”
스타트업의 생명수와 같은 투자금 유치도 두 건 확정했다. 에이치디에너지는 지금까지 투자를 받은 적이 없으며, 이미 많은 매출도 올리고 있다. 따라서 이창준 대표는 투자를 위한 투자가 아닌 도약을 위한 투자를 받으려 한다. 비즈니스모델 정리와 인력 전환 등 체질 개선에 필요한 비용을 꼼꼼하게 살피고, 가장 큰 성과를 거둘 시점과 투자 금액을 조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케일업에 세분화된 기업 상담, 다양한 전문가들의 조언 포함됐으면
이창준 대표는 스케일업이 큰 도움이 됐다면서, 다른 스타트업도 스케일업에 참여해 레벨을 올리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스케일업이 스타트업을 더 많이 도울 수 있도록 기업 맞춤형 상담, 여러 부문의 전문가 조언을 주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대표 :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스케일업이 스타트업의 흠보다는 상처를 보고, 이를 어루만지는 프로그램이 됐으면 합니다. 창업할 때 지원을 잘 받지 못한 스타트업은 성장 과정에서 치열하게 경쟁하느라 흙투성이, 상처투성이가 되는 경우가 많아요. 이것은 흠이 아니에요.
예를 들어볼게요. 어떤 스타트업은 유망한 분야에서 투자를 많이 받고 차근차근 성장합니다. 자동차를 타고 편하게 스케일업 현장에 오는 경우지요. 어떤 스타트업은 경쟁이 심한 분야나 투자 불모지에서 어렵게 사업을 벌입니다. 두 발로 뛰어오느라 온 몸에 흙이 묻은 채로 스케일업 현장에 옵니다. 겉모습만 보는 것이 아니라 두 스타트업의 차이, 성장 과정을 자세히 소개하고 이들의 상처를 보듬어주는 프로그램이 된다면 좋을 듯합니다.”
그는 스타트업이 한 단계 높은 곳으로 도약하는 것을 돕도록, 기업의 성장 단계별로 세분화된 상담 프로그램이 있으면 좋겠다고도 밝혔다. 비즈니스모델이나 자산의 구조조정, 투자와 대출 회계 전략 등 스타트업이 성장하면서 마주치는 실무 고민을 풀어주기를 바랐다. 그러면 스케일업이 한결 촘촘하고 튼튼한, 스타트업이 언제든 믿고 밟을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준 대표 : “스케일업 프로그램의 전문가 조언이 정말 좋았습니다. 길은 가 본 사람이 가장 잘 아는 법이니, 한 방면의 선구자이자 그 길을 오래 걸은 전문가가 건네는 조언은 큰 도움이 됩니다. 여기에 현장 실무에 능통한, 혹은 시장을 크게 보고 넓은 전략을 세우는, 스타트업이나 산업계의 상황을 정확히 꿰뚫어보는 다양한 전문가에게 조언을 받는 프로그램이 더해지면 좋을 것입니다.”
스케일업 발판으로 디지털 전환, 친환경·ESG 에너지 기업으로
에이치디에너지는 스케일업을 발판으로 디지털 전환을 가속한다. 온오프라인을 유기적으로 연결해 상승 효과를 누리기 위해서다. 파트너 기업이 원하는 정보는 온라인으로, 이 정보를 활용한 서비스는 오프라인으로 각각 제공하는 구조를 만든다.
예를 들어, 에이치디에너지의 기술로 기업의 연간 에너지 사용량을 정밀하게 측정하는 방법, CO2를 줄이는 방법 등 정보를 블록체인으로 전달한다. 파트너 기업이 정보를 보고 의뢰하면 오프라인 설비를 구축해 유의미한 효과를 낸다.
리사이클링(재활용) 기술을 갖춰 환경 기업으로의 변신도 꿈꾼다. 그냥 버리던 음식물 쓰레기, 축사의 폐기물 등을 에너지로 만드는 기술을 연구 개발한다.
이창준 대표 : “제 눈에는 모든 것이 에너지로 보입니다. 심지어 지금까지는 그냥 버리던 것도 재활용하면 훌륭한 에너지가 됩니다. 음식물 쓰레기나 축사 폐기물을 잘 가공하면 고열량의 연료가 됩니다. 이 연료는 CO2 발생량도 적어요. 버리던 것을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고 기존의 문제까지 해결하는 셈입니다.
에이치디에너지가 재활용 사업을 한다고 하면 다들 믿지 않거나, 전혀 다른 사업에 자원들을 쓴다고 염려합니다. 하지만, 에너지 플랫폼이라는 큰 그림 안에서는 에너지든 재활용이든 하나의 사업이 됩니다. 디지털 전환이 이를 가능하도록 이끌 것입니다.”
에이치디에너지는 기업 경영의 화두 ‘ESG’도 주목한다. ESG가 중요하다고 외치는 목소리는 이곳저곳에서 크게 들리지만, 정작 이를 어떤 기준으로 어떻게 이뤄야 할 지 답을 제시하는 목소리는 없다. 이창준 대표는 데이터와 디지털 전환으로 성과를 정량화하면, 에너지 부문에서는 비교적 명확한 ESG 기준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이창준 대표 : “에이치디에너지 에너지 플랫폼은 에너지 운용 효율을 높입니다. 이전보다 적은 에너지만 써도 되니까 그 만큼 환경을 파괴할 일이 줄어듭니다. 에너지 설비 개량, 재활용 사업과 에너지화 역시 환경 파괴를 줄입니다. 따라서 ESG의 E(Environment, 환경)를 우선 만족합니다.
S(Social, 사회적 가치)도 만듭니다. 에너지 플랫폼에는 에너지 저장과 운송, 금융과 컨설팅 등 다양한 파트너 기업이 들어옵니다. 이들이 만들 지속 가능한 일자리와 다양한 부가가치들을 생각해 보세요.
에너지 플랫폼은 G(Governance, 지배구조)도 만족합니다. 모든 구성원들에게 동등한 자격과 수익을 주려고 만들었으니까요. 지금까지 에너지 시장은 소수 기업이 독점 형태로 운영했습니다. 에너지가 이동하는 단계마다 비용이 붙어, 최종 소비자에게는 비싼 가격에 전달됐어요. 수익도 소수 기업으로만 흘러갔습니다.
에너지 플랫폼의 구성원은 모두가 주주이자 대표입니다. 그래서 에너지를 이동할 때 비용을 붙일 필요가 없습니다. 플랫폼 안의 모든 이들이 힘을 합쳐 비용을 아끼고 이익을 내면, 이를 공평하게 가져가는 에너지 시장을 2022년 만들어 보여드리겠습니다.”
에너지 플랫폼, 상생하는 산업계 만들겠다
이창준 대표는 에너지 플랫폼 구성원, 장래 파트너에게 함께 상생 구조를 만들자고 권유한다. 모두를 합한 것보다 나은 것, 현명한 것은 없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산업계 내에서 다투고 경쟁하지 말고, 숨겨진 시장을 발견하고 함께 일궈 시장과 기업의 성장 모두 이루자는 주장도 함께다.
이창준 대표 : “사업가가 회사를 세우는 것은 둥지를 만드는 것과 같습니다. 그런데, 많은 사업가들이 둥지를 만들자마자, 둥지를 키울 나뭇가지를 스스로 잘라내 버립니다. 회사를 세우는 순간 다른 기업을 파트너가 아니라 경쟁자로 보는 것이지요. 나뭇가지를 잘라내는 것이 아니라 함께 길러야 합니다.
사업을 올바르게 하고 있다면, 나뭇가지는 자연스럽게 만들어집니다. 시장을 올바로 만들면 좋은 기업은 자동으로 나오게 돼 있어요. 둥지와 나뭇가지, 시장과 기업을 함께 기르고 만들어야 모두가 안전한, 상생하는 산업계가 됩니다.”
이창준 대표는 상생하는 산업계, 모두 공정한 환경 하에서 함께 잘 사는 사회를 바란다. 다른 산업 부문은 몰라도, 에너지 산업계에서는 이런 선순환 구조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고도 주장한다. 함께 에너지 플랫폼의 주축이 될 파트너 기업을 원한다고도 말한다.
이창준 대표 : “스케일업 첫 기사에서도 다뤘듯 ‘환경을 생각하는 에너지 기업’을 모순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많습니다. 에이치디에너지는 LPG 부문에서 이 모순을 현실로 만들었습니다. 그 범위를 더욱 넓힐 것입니다. 지금까지 펼친 오프라인 기반 다각화 사업 전략에 디지털 전환을 더해, 상생하는 에너지 플랫폼과 산업계를 만들 에이치디에너지의 모습을 기대해주세요.”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