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지역·스타트업을 잇는 LAS 예술창업
[IT동아 차주경 기자] [스케일업 X 성균관대 캠퍼스타운] 성균관대학교는 서울특별시와 함께 창업 지원 프로그램 ‘캠퍼스타운’을 운영한다. 청년들이 창업할 기반을 만들고 대학교와 지역 사회의 상생을 시도하는 이 프로그램은 기술 매칭과 판로 확보, 전문가 컨설팅과 기반 시설 제공 등 다양한 지원 정책으로 다방면의 청년 창업을 이끌었다.
이 가운데 돋보이는 것이 서울 주얼리 지원센터와 함께 하는 기업 육성 프로그램 ‘히든 크랙’, 그리고 예술과 지역, 스타트업을 연결해 상승 효과를 내도록 돕는 ‘LAS 예술창업’이다. ‘예술로 창업하자(Let’s Art Startup)’의 약자로, 문화와 예술, 역사와 관광 부문에서 기술을 융합해 서울로 모이는 창업을 이끈다는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의 표어와 어울리는 사업이다.
LAS 예술창업에 참가한 스타트업은 사무실, 공연장 등 기반 시설과 경영 지원을 받는다. 예술 창업 지원금은 물론, 매달 열리는 네트워킹 행사 ‘LAS-Day’에서 전문가의 비즈니스모델 분석과 컨설팅도 받는다. 서울 종로를 비롯한 인근 지자체, 대학교 등 지역 클러스터와의 연계도 가능하다.
문화 예술 스타트업 창업을 꿈꾸거나 창업 후 3년 미만의 초기 창업 팀, 사업자 등록이 가능한 팀이라면 누구나 LAS 예술창업에 지원 가능하다. 모집 부문도 공연과 전시, 미술과 음악, 영상 등 무대 공간을 활용하는 예술 전반으로 넓다.
성균관대학교 캠퍼스 타운의 LAS 예술창업과 함께 하는 스타트업 세 곳을 소개한다.
사람들과 눈 맞추며 문화의 즐거움과 영향력 퍼뜨리는 - ‘그라운드플로어’
‘그라운드 플로어(Ground Floor)’는 ‘파트너와 눈높이를 맞추며 이야기를 나누는 사무실’이다. 정길우·심원보 공동 대표의 생각을 반영한 사명이다. 문화 리뷰 채널, 그라운드플로어는 주류에 다가가고 있는 ‘비주류 문화’를 영상, 다큐멘터리 등 콘텐츠로 만들어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일을 한다. 비주류 문화 마니아 사이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 플랫폼 ‘컴플렉스’처럼 독자에게는 즐거움을, 업계에는 영향력을 미치는 미디어가 되는 것이 이들의 꿈이다.
물론, 어려운 일이었다. 비주류 문화를 리뷰하는 채널이었기에 방문자가 적었고, 수익 구조가 불안정했다. 영상 콘텐츠를 노출하는 유튜브 채널도 좀처럼 성장하지 못했다. 이 때 손을 잡아준 곳이 성균관대학교 캠퍼스타운의 LAS 예술창업이었다고 한다. 성공과 수익만큼 실패의 소중한 경험과 도전 정신에 큰 가치를 주는, 늘 예술 부문의 사업을 응원하고 지속하도록 돕는 LAS 예술창업의 기조는 그라운드플로어에 큰 힘이 됐다고 한다.
성균관대학교 캠퍼스 타운은 성연 아트홀을 지원하고, 세무 교육과 비즈니스모델 구성 등 기업의 기본을 다지는데 필요한 실무 교육도 전수했다. 전문가의 컨설팅은 지금도 이어진다. 정길우·심원보 공동 대표는 이 덕분에 사업의 주제를 한결 명확하게 정했고, 다양한 시도 끝에 경험과 성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라운드플로어는 LAS 예술창업과 함께 종로 창신동의 생활 상권을 소개했다. 카드 뉴스를 비롯해 다양한 콘텐츠 마케팅 사업을 폈다. 지역에서 받은 도움을 자신들의 장점으로 해석해 홍보하는데 활용한 셈이다. 석관동 예술가들이 재능을 공유해 만든 행사 ‘석관예술마을만들기 프로젝트’, 서울문화재단이 지원한 연극 ‘자본2’의 홍보 활동, 성북구와 성북문화재단이 연 예술활동 거점지역 활성화 사업 ‘예술점빵’ 등 다양한 문화예술 활동에도 그라운드플로어의 땀방울이 스며들었다.
콘텐츠 사업은 주자가 많고 경쟁이 심한, 그래서 스타트업이 진출해 살아남기 힘든 부문으로 꼽힌다. 이미 수많은 콘텐츠 스타트업이 다양한 문화 예술 영역에서 세력을 만들었고 굳혔다. 문화 예술, 그 중에서도 주목 받기 어려운 비주류 부문에서 그라운드플로어는 어떤 성과를 어떻게 낼까.
그라운드플로어는 ‘기획력’으로 콘텐츠의 품질을 높이는 차별화 전략을 세웠다. 비주류 문화를 즐기며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드는 개인은 그 자체가 훌륭한 콘텐츠다. 이들의 이야기를 콘텐츠, 나아가 광고로 제작하고 공감을 이끌어내는 기획력이 그라운드플로어의 자산이자 무기다.
개인, 두드러지지 않는 이들의 이야기이기에 단시간에 화제가 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성장도 더딜 것이다. 하지만, 개인과 개인이 모인 ‘우리’의 이야기이기에 천천히, 우직하게 성장할 수 있을 것으로 그라운드플로어는 예측한다. 실패해도 좋다. 그 실패 역시 개인의, 우리의 경험으로 나누면서 영향력으로 만든다. ‘즐거움과 자극을 주는 기업, 이를 통해 개인과 업계에 영향력을 주는 기업’이 되겠다고 정길우·심원보 공동 대표는 밝혔다.
예술가와 중소·사회적 기업 연결해 지역 사회를 알리는 가교 - ‘88후드’
임정민 대표가 이끄는 스타트업 ‘88후드’는 예술가와 중소 혹은 사회적 기업을 연결해 협업을 돕는 기업이다. 사명 자체가 ‘연결(Link)’를 일컫는 ‘8’ 두 개 에 친구를 말하는 ‘후드(Hood)’를 더해 만든 단어다.
예술 작가는 기업이나 지자체와 협업하기 원하지만, 길을 찾기 어려워한다. 중소 혹은 사회적 기업도 예술 작가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지만, 계약과 지식재산권 등 까다로운 협의를 거쳐야 하니 쉽사리 다가가지 못한다. 이들을 중재해 결과물을 내도록 이끄는 것이 88후드의 역할이다.
88후드의 SNS를 엿보면, 지금까지 중소 혹은 사회적 기업과 예술가와 88후드가 함께 만든 다양한 작품을 엿볼 수 있다. 임정민 대표는 서울 종로에서 활동하는 예술가와 인근 대학교, 지역 상인들의 브랜드 작업을 하다가 LAS 예술창업과 만났다고 떠올린다. 덕분에 창신시장, 종로 상권활성화재단, 신용보증재단과 함께 종로 소상공인을 알리는 예술 협업(아트 콜라보)을 이뤘다.
앞서 88후드는 전국 각지에서 활약했다. 전남 여수 거문도, 강원 양양의 농가들과 진행한 예술 협업이 좋은 예다. 지역 농가는 양질의 상품을 만드는데 주력하고, 예술가들은 상품의 포장과 디자인을 예쁘게 다듬는다. 임정민 대표는 생산 공장을 찾고 농가와 예술가의 협업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뛴다.
전남 무안 낙지 어가와 전남 보성 농가 상품, 산업통상자원부 우수산업디자인 상품(GD)으로 선정된 포장용 아이스팩(상품화가 안되는 비품 농산품으로 채수를 만든 뒤 이를 아이스팩으로 가공)의 디자인도 88후드의 작품이다. 거문도 축제, 의정부 나눔장터 등도 88후드와 함께 이름을 알렸다.
그 공로로 88후드는 2020년도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진행한 문화예술경영주간 ‘문화예술 + 기업만남의 날’에서 대상을 받았다. 11월에는 고용노동부 사회적 기업으로도 선정했다.
88후드의 사업은 그리 특별해 보이지 않는다. 지역과 예술가의 연계, 상품화와 디자인 대행은 더 규모가 크고 자산이 많은, 여유가 있는 다른 기업들도 한다. 이들과의 경쟁을 88후드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을까. 임정민 대표는 ‘지속 가능성’이 차별화 요소라고 말한다.
예술 협업은 큰 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에, 다른 기업들은 대개 한두 번 진행하고 멈춘다. 반면, 88후드는 수익이 적어도 협업을 꾸준히 시도한다. 이를 위한 소량 생산 전용 공장까지 갖췄다. 그 결과 380여 명에 달하는 예술가를 품었고, 2018년 이후 매년 매출을 수백%씩 늘렸다.
창업 초기, 임정민 대표는 늘 배고픈 예술가와 영업 활동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과연 상생 비즈니스모델을 만들 수 있을까 우려했다고 한다. 그녀는 예술가가 제품과 브랜드를 만드는 ‘힘’이자 차별화를 이끄는 ‘멜로디’, 상생을 이루는 ‘마법’의 원동력이라는 의미로 ‘작가 이즈 파워/멜로디/매직’라는 표어를 만들었다. 이를 토대로 예술가에게는 정당한 대가를, 기업과 지역에는 가치를 전달해 상생 비즈니스모델을 꾸준히 만들겠다고 밝혔다.
모델이 예술가로 인정 받는, 올바른 교육 시장 꿈꾸는 - ‘이든피플’
백발이 성성한 시니어(중장년) 모델이 당당한 표정으로 패션쇼 무대를 누빈다. 그의 눈빛에는 중년의 관록과 청년의 패기가 담겼다. 꿈을 이룬 그의 표정은 누구보다도 환하다. 이 무대를 흐뭇한 표정으로 지켜보는 청년이 있다. 예비 모델들이 올바른 교육을 받고, 자신의 꿈을 온전히 펴도록 돕는 모델 교육 스타트업 ‘이든피플’의 홍한솔 대표다.
2021년 문을 연 이든피플은 패션 모델 교육, 패션쇼와 발표 행사 등 모델이 활동하는 이벤트 전반을 기획한다. 홍한솔 대표 스스로가 모델학과 대학원을 졸업한 프로 모델이다. 그는 교회, 장애인 시설 등지에서 봉사활동을 하다가 모델을 꿈꾸는 이들이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우리나라에는 제대로 된 모델 교육을 하는 곳이 거의 없다. 모델 학원은 대부분 교육 기관이 아니다. 교육비가 비싼데 비해 수업의 품질은 균일하지 않다. 패션쇼를 비롯한 모델 활동으로의 연계도 잘 이뤄지지 않는다.
홍한솔 대표는 자신이 학교에서 배운 것, 모델 경력을 살려 ‘누구나 제대로 된 모델 교육을 합리적인 가격에 받는 곳’ 이든피플을 세웠다. 모델 교육과 전문 모델 양성 과정 외에 자세, 걸음걸이 교정 교육도 한다. 포즈와 뮤지컬, 키즈 모델반 등 다양한 프로그램도 마련했다. 그와 뜻이 같은 모델학과 교육자들이 속속 합류한 덕분에 교육의 양과 질을 모두 늘릴 수 있었다.
그는 특히 중장년 모델을 주목한다. 모델을 꿈꾸던 이들이 교육을 받고 패션쇼에 서서 새로운 삶의 활력을 찾는 모습을 본 후, 더 많은 이에게 이 즐거움을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지나치게 비싼 교육비와 제대로 꾸려지지 않는 수업, 좀처럼 주어지지 않는 모델 활동 기회 등 왜곡된 모델 교육 시장을 바로잡는다는 목표도 가졌다. 모델이라는 직업이 사회에서 인정 받는 사회, 모델들이 정당한 대가를 받으면서 오래 일하는 사회가 홍한솔 대표의 꿈이다.
이든피플 역시 LAS 예술창업으로 많은 성과를 냈다. 2020년 성균관대학교와 함께 중장년 사진전을 열었다. 예술 분야 스타트업 지원 사업으로 패션쇼를 열었고, 이를 계기로 서울 종로와 서초 등 지자체와도 함께 일한다. 모델이 되려는 중장년층을 무료로 교육하고, 실제 패션 쇼에 설 기회를 주는 것.
수도권만이 아니다. 이든피플은 경북 의성을 비롯한 지방에서 예술을 전파하는 넥스트 로컬 사업을 펼친다. 지방에서는 예술 교육이 거의 이뤄지지 않는다. 이든피플은 이곳의 노인복지관과 소모임에 참가해 모델, 패션 등 예술을 알릴 예정이다.
하지만, 이든피플은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이다. 모델 교육 시장에는 이미 이름난, 수많은 학원 및 에이전시가 있다. 이든피플의 진심, 제대로 된 모델 교육과 시장 창출이라는 목표를 전달할 방법으로 홍한솔 대표는 ‘사회적 기업’을 선택했다. 그는 사회적 기업이 돼 정부 기관과 연계하면, 더 다양한 지역에 더 풍부하고 많은 예술 사업을 전파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든피플은 사회적 가치를 위한 활동, 지속 가능성을 인정 받아 2021년 문화체육관광형 예비사회적기업에 지정됐다. 덕분에 정부의 성장단계별 맞춤 지원과 판로개척 상담, 문화예술교육 프로그램 등 특화 지원 사업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홍한솔 대표는 "시니어 모델 쇼를 비롯한 다양한 문화 예술 서비스를 제공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모델은 엄연한 예술가다. 하지만, 사람들은 이를 좀처럼 인정하지 않고 사회나 기업의 지원도 이뤄지지 않는다. 홍한솔 대표의 또 하나의 목표는 이 인식을 바꾸는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는 열정을 바쳐 오래 일할 수 있는 직업으로, 중장년에게는 제 2의 삶과 활력을 주는 예술 활동으로 모델의 인식을 바꾸려 한다. 그는 나아가 장애인을 위한 예술 교육, 한복과 한글 등 우리나라 문화를 세계에 알리는데 도움이 될 K 패션 쇼를 펼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