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예술품 조각 투자', 국내외 주목할 만한 사례는?
[IT동아 남시현 기자] 특정한 재화의 소유권을 분할해서 거래하는 지분 소유(fractional ownership) 방식은 전 세계 거래 시장의 뜨거운 감자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재화를 소유하는 것은 지분과 자본을 소유한 개인 혹은 기업의 전유물이었지만, 원장(元帳)을 분산해서 보유하는 블록체인 기술이 등장하면서부터 모든 것이 바뀌었다. 이제 사람들은 재화를 구매할 때 완납이나 분할 납부를 하는 거래 방식에 그치지 않고, 여러 명이 한 재화의 소유권을 분할해서 소유하는 방식으로 물건을 사들일 수 있다. 이 방식을 가장 잘 활용하고 있는 시장이 바로 예술품 거래 시장이다.
지금까지의 예술품 거래는 분명 특정한 계층만을 위한 시장이었다. 예술품은 세간의 주목도나 평가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상승하는 경향이 있어 훌륭한 재테크 수단으로 인정받고는 있으나, 의미 있는 수익률을 내기 위한 거래 단위가 수억에서 수백억을 호가하다 보니 개인이 접근하기 어려운 시장이었다. 하지만 특정 예술품의 가치를 분할해서 거래하는 방식이 등장하면서 누구나 거래 가능한 그림을 보유한 금액만큼 사들일 수 있는 시대가 됐다. 국내외의 지분 소유 거래 플랫폼으로는 어떤 것들이 있을지 간단히 짚어본다.
1세대 지분 소유를 이끈 기업들
지분 소유 개념이 주요한 거래 방식으로 떠오른 것은 2017년 전후다. 뉴욕과 런던, 혹은 이탈리아에 위치한 기업이나 자본가들은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예술품의 지분을 나눠서 거래하는 플랫폼을 개설했다. 이중 초창기에 시장에 뛰어든 기업은 페럴 홀시스(Feral Horses), 메세나스(Maecenas), 마스터웍스(Masterworks) 등이 있다. 이중 패럴 홀시스는 올해 6월 아트스퀘어(ARTSQUARE)가 인수했고, 메세나스와 마스터웍스는 성업중이다.
아트스퀘어는 기업 대 기업의 거래 수수료와 기업 대 개인 간의 거래를 혼합한 모델로, 예술 투자 업계의 로빈후드(Robinhood, 미국의 주식 거래 스타트업)의 포지션으로 나아가고 있다. 아트스퀘어는 토큰화된 예술품 거래를 통해 더 많은 유동성을 끌어들이고 있으며, 최소 1유로의 금액으로 누구나 미술품 거래를 시작할 수 있다. 거래 방법은 홈페이지에 로그인한 다음, 현재 판매되고 있는 제품의 지분을 구매하고, 이후 청산 시기에 맞춰 돌려받는 식이다. 거래는 지갑을 통해 유로나 가상화폐인 알고랜드(Algoland)로 거래할 수 있고, 거래된 지분을 사용자끼리 거래할 수도 있다.
초기 단계부터 지금까지 성공 가도를 걸어오고 있는 기업은 ‘메세나스(Maecenas)’다. 이들은 1천500만 달러 이상의 투자를 유치했으며, 2018년에 앤디 워홀의 ‘14개의 소형 전기 의자(1980)’의 31.5%를 170만 달러 상당의 토큰화된 작품으로 거래해 시작을 알린 바 있다.
메세나스는 로마의 유명한 예술 후원가 ‘가이우스 메세나스(Gaius Maecenas)’의 이름에서 따왔으며, 초부유층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이 미술을 볼 수 있도록 하는 걸 목표로 한다. 이들은 25%에 달하는 기존 경매장의 높은 판매 수수료를 우회하는 데 초점을 맞추며, 구매자는 1%, 판매자는 8%의 수수료를 부과한다. 또한 보관 수수료나 잠금 기한 없이 거래소에서 유동적으로 거래할 수 있다. 결제는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 같은 암호화폐는 물론 메세나스가 자체 발행한 암호 화폐로도 이뤄진다.
외국에서는 예술품 뿐만 아니라 거래 가능한 부동산, 벤처기업, 수집품, 암호화폐 등 모든 재화를 지분 소유 방식으로 거래하는 경향이 확산하고 있다. 투자 기회 전용 검색 엔진인 ‘빈센트(VINCENT)’를 들여다보면 그 추세를 알 수 있다. 빈센트는 3천여 곳의 거래소와 연계해 다양한 분산 투자 가능 상품을 추천하며, 직접 투자를 중개하지는 않는다. 거래는 빈센트를 통해 원하는 재화와 지불 가능한 금액을 입력하고, 검색된 상품을 찾는다. 빈센트에서는 최소 투자 금액과 전체 금액은 물론 잠재적인 수익률 등을 확인할 수 있으며, 참여자 수나 인기도 등을 확인하며 투자를 추진할 수 있다. 앞서 아트스퀘어나 메세나스가 예술품만을 위한 거래 창구라면, 빈센트는 전 세계의 모든 조각 투자 거래 현황을 한눈에 접할 수 있는 방법이라 볼 수 있다.
국내 시장의 예술품 지분 소유, 어떻게 되고 있나
국내 시장 역시 지분 소유 시장이 크게 주목받고 있다. 넘치는 유동성으로 인해 자본은 축적되고 있는 반면, 낮은 금리나 예측 불가능한 주식 시장 분위기로 인해 안전 자산을 선호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이라서다. 예로부터 예술품 지분 소유는 투자 금액의 손실 가능성이 적으면서도 이윤을 벌어들일 가능성은 큰 편인데, 이를 지분 소유로 손쉽게 진입할 수 있어서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현재 국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지분 소유 업체는 미술품 경매 기업 (주)서울옥션블루가 서비스하고 있는 소투(SOTWO)다. 소투는 작품을 분할한 다음 공동구매를 진행해 공동 구매에 참여한 만큼의 지분을 상품 소유로 증명하는 서비스다. 공동구매에 성공한 작품은 이후 수익률이 나는 시점에 재판매해 지분만큼 분배한다. 구매한 작품은 마켓을 통해 시장가에 판매하거나 사들일 수 있다. 다만 공동 구매인만큼 모집 기간 내 참여율이 100%에 도달하지 못할 경우 공동 구매에 실패해 투자한 금액을 환불받게 된다.
NFT를 활용해 디지털 작품 및 실물 작품을 거래하는 플랫폼, ‘닉플레이스(NIKPLACE)’도 주목할 만한 국내 기업이다. 닉플레이스는 대체 불가능 토큰을 통해 거래하며, 실물 작품을 기반으로 분할한 NFT를 거래하거나, 유일함을 증명할 수 있는 디지털 작품을 거래한다. 거래 방식은 ‘닉홀더(NIKHOLDER)’라고 불리는 전자 지갑에 닉플레이스 암호 화폐인 ‘닉(NIK)’을 충전해서 활용한다. 작품은 디지털 NFT, 실물 NFT와 경매를 통해 거래할 수 있고, 이후 직접 보유한 자산을 판매할 수 있다. 닉플레이스는 올해 9월 서비스를 시작해 거래할 수 있는 품목이 적다는 점이 한계다.
소투가 공동 구매, 닉플레이스가 NFT 거래소라고 본다면 ‘테사(TESA)’는 디지털 분할 소유권을 통해 예술품을 거래하는 예술품 거래 전문 플랫폼이다. 테사는 국내 최초 아트테크 갤러리를 표방하며, 앱을 통해 블루칩 미술품을 분할 거래하고 실물은 테사의 갤러리 ‘#UNTITLED’에서 직접 감상할 수 있다. 테사에서 취급하는 미술품은 테사가 직접 전문 감정단을 통해 위작 여부와 상태를 확인한 뒤 실물을 구입해 보관하거나, 소유 권리를 위탁 또는 위임받아 관리하므로 실체가 뚜렷하고 안전한 편이다.
작품은 특정 시점마다 판매를 시작하는 시점에 맞춰 구매하거나, 타인이 구매한 소유권을 마켓에서 구매할 수 있다. 이렇게 거래된 작품은 블록체인 분산 원장 특허 기술을 활용해 해킹 및 데이터 위변조가 불가능한 상태로 거래된다. 수익은 미술품 매각 시 보유한 분할 소유권에 따라 지급되지만, 미술품을 임대하거나 저작권을 운영하는 데서 발생하는 운영 수익이나 임대 수익도 발생할 수 있다.
지분 소유, 돌다리도 두들겨보고 건너자
아트테크 투자자들이 몰리면서 미술 시장이 큰 관심을 받고 있다. 일부 자산가들의 점유물이었던 예술품이 지분 소유를 통해 누구나 접근 가능한 시장이 되면서 개인은 물론 기업들조차 작품 확보나 거래를 위해 시장에 몰린다. 덕분에 국내 지분 소유 시장도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지분 소유 자체가 신생 시장인 만큼 구매자가 직접 기업의 투자 여부나 실물 확보 여부 등을 살펴봐야 문제를 피할 수 있다. 테사의 경우 분할 소유권으로 판매 중인 모든 미술품은 현대해상 보험 가입이 완료돼있는 데다가, 도난 혹은 소실, 위작으로 판명될 시 테사 공식 판매가의 110%로 보장하므로 비교적 믿을 수 있다. 지분 소유를 기반으로 투자에 나설 생각이라면, 한번쯤 지분 소유 기업도 두들겨보고 건너길 바란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