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비즈니스에서 잡화상은 통하지 않는다 - 스마트인사이드 AI (2)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 스마트인사이드 AI (2)
IoT와 AI라는 사업영역
오늘 소개할 회사는 이름이 어렵다. ‘스마트인사이드 AI’란다. 이 어려운 이름의 회사가 다루는 기술은 건설 안전 분야의 IoT(사물인터넷)와 AI(인공지능)라는 난해한 영역이다. 이 어려운 영역의 기술, 그것도 두 가지나 할 수 있는 건 누구일까 봤더니, 현직 성균관대 건설환경공학부 교수인 박승희 대표와 AI 스타트업 대표였던 신주호 부대표,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출신의 김태헌 연구소장 등이 회사를 이끌고 있었다. 이런 고급 인력들이 꾸려가는 스타트업은 어떤 모습이고, 무엇이 다른지 궁금하다면 본 편을 주의 깊게 읽어 주시길 바란다.
앞서 말한 바와 같이 이들의 사업영역은 IoT 센서와 영상 AI이다. 누구든 IoT와 AI라는 두 단어를 들으면 의례히 IoT를 통해 축적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AI 서비스로 이어질 것이라 예상할테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이 두 영역 간 서비스 연관성은 거의 없다. 공통점이라면 목표 고객군이 건설 현장 안전 관리에 신경 쓰는 건설회사라는 점이다. 한 지붕 두 개의 비즈니스 모델이 존재하는 스마트인사이드 AI의 사업은 과연 순탄하게 진행될지 하나씩 들여다보자.
센서를 이용한 건설 안전 IoT 솔루션
스마트인사이드 AI의 IoT 센서는 크게 3가지다. 첫째, 교량/사면 등 건축물 하중을 견디는 긴장재의 긴장력을 측정 및 모니터링하는 EM 센서. 둘째, 와이어 및 체인의 미세손상을 진단/모니터링하는 자기 카메라(MFL 센서). 셋째, 초음파를 활용해 콘크리트의 양생 강도와 온도를 측정/모니터링하는 콘크리트 센서다. 특히, EM 센서와 콘크리트 센서는 독일의 경쟁사 'Dywidag' 제품 대비 계측 정확도와 운용 측면에서 경쟁우위에 있다는 것이 회사측 설명이다.
기술적 자신감에 근거한 것인지, 스마트인사이드 AI는 이 세 가지 센서를 건설 회사에 납품해 올해 약 9억 원, 2022년 18억 원, 2023년 42억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이대로만 된다면 온라인 플랫폼 성장을 능가하는 역대급 하드웨어 스타트업을 만나는 셈이다.
건설 특화 영상 AI 솔루션
이들의 영상 AI 솔루션은 ‘건설 현장 안전 관리’와 ‘콘크리트 영상 균열 진단’, 2가지다. 먼저, 건설 현장 안전 관리 AI 솔루션은 건설 현장의 CCTV 및 카메라 영상을 분석해 '작업자가 헬멧을 쓰고 있는지', '안전수칙을 지키고 있는지' 등 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위험을 분석해,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기능을 제공한다.
여기서 기술적 어려움은 각 작업장마다 조도와 날씨, 해상도 등이 모두 다르다는 데 있다. 일반적인 객체인식 알고리즘을 활용한 AI CCTV는 건설현장의 인식도가 낮은데 비해, 스마트인사이드 AI의 영상 AI는 건설현장에 특화해 저조도 환경을 포함한 다양한 상황에서 객체 인식을 더 명확히 할 수 있다는 것을 기술 강점으로 꼽았다.
이들이 제공하는 또 하나의 영상 AI 솔루션은 ‘콘크리트 영상 균열 진단’이다. 콘크리트 구조물의 균열을 촬영하기 위해 드론을 이용하며, 고해상도 균열 측정 정밀도(1mm)를 통해 아주 정밀한 균열과 손상을 진단할 수 있다고 한다.
스마트인사이드 AI는 2025년까지 건설현장 영상 AI 영역에서 140억 원의 매출을, 콘크리트 영상균열진단에서 120억 원의 매출을 기대 중이다.
과연 성장은 가능할 것인가?
필자가 글 앞머리에 스마트인사이드 AI와 같이 고급인력이 이끄는 스타트업은 일반적 스타트업과 무엇이 다른지 따져보자고 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차이는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다.
보통 기술 스타트업은 하나의 원천기술에서 파생된 몇 개의 적용군으로 분화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들은 IoT 제품군과 영상 AI 솔루션이라는 완전히 다른 두 개의 기술 분야에서 각각 제품을 공급한다. 게다가 건설 IoT 센서 제품군에 속하는 EM 센서, 콘크리트 센서, 자기카메라는 원천기술의 성격도 다르다.
앞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 회사는 건설 안전 IoT 솔루션 분야에서 2025년까지 140억 원의 매출을, 영상 AI 솔루션 영역에서 260억 원(균열진단 120억 원, 건설 현장 안전 관리 140억 원)의 매출을 예상한다. 두 개의 사업영역, 5개의 주요 제품이 모두 잘 팔리고 순조롭게 성장한다면 뭐가 걱정이겠냐만 문제는 늘 발생하기 마련이다. 그 문제의 중심에는 스타트업이 가진 자원의 한계성으로부터 초래된다.
결론적으로, 한계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자원을 어디에 집중할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 사업영역에서도 그리고 스마트인사이드 AI의 역할에 대해서도.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가?
여러 사업 분야 중 집중해야 할 사업 영역을 정할 때, 가장 중요하게 따져야 하는 것은 시장의 성장성이다. 그리고 자사가 가진 차별성을 기반으로 확보할 수 있는 시장 점유율을 살펴야 한다. 필자가 여기서 각 분야별 성장성을 논하거나, 경쟁사 대비 차별성을 정확히 분석해 제시하는 것은 어렵지만, 제한적이나마 의견을 제시해 보겠다.
건설안전 IOT 솔루션 – 제품개발 완료, 영업이 중요
스마트인사이드 AI는 IoT 센서 제품을 이미 개발했고, 외국산 대비 경제성과 운영 편의성 등에서 장점을 갖췄다고 설명한다. 이 주장대로라면, 이제 중요한 것은 건설 업계를 대상으로 영업하는 것이다. 각 센서 제품은 건축 전에 채택되고 가설되어야 하기에 교량, 건물, 아파트 등 대형 공공 사업체 대상의 영업이 비즈니스 성패를 좌우한다. 하지만, 스마트인사이드 AI가 가진 핵심역량은 R&D다. 영업이 아니다. 그 다양한 토목과 건축 업체를 대상으로 어떻게 스마트인사이드 AI가 영업할 것인가?
현재 스마트인사이드 AI는 제품 연구개발 완료 후 제품 생산(외주생산)과 영업, 유통을 모두 책임지고 있다. 이를 센서 전문 생산업체, 건설 관리 업체 등과 협력해 비즈니스모델을 R&D와 기술 지원에 집중하는 형태로 변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0.1%의 차이가 영상 AI 비즈니스의 사활을 결정한다
영상 AI 분석 영역에서 두각을 나타낸 스타트업은 의외로 많다. 가장 유명한 사례는 무려 2,300억 원에 미국 나스닥 상장사 코그넥스로 매각된 수아랩이다. 코스닥 상장사인 라온피플 또한 머신미전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영상 AI 분석, 특히 머신비전을 활용해 디스플레이, PCB, 반도체 등의 검사 자동화 솔루션을 선보였던 이들의 사업에서 단 0.1%의 검사 정확도 차이가 고객에게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에 따라 성장성의 확연한 차이를 만들어 낸다. 결국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 0.1%의 차이로 인해 승자가 갈리는 시장이다.
스마트인사이드 AI가 도전하는 영상 AI 솔루션은 건설 안전 관리와 콘크리트 균열 진단이다. 이중 어떤 것을 선택해 집중해야 하는가? 건설 안전 관리의 경우 다양한 공사 환경이 있는 만큼 날씨, CCTV 등 기기의 노이즈, 주변 환경 등을 모두 고려해 작업자에 대한 판독률을 높여야 한다. 외부환경에 대한 영상판독이기 때문에 난이도는 있겠지만, 판독률만 일정 수준이상이라면 고객들이 충분히 만족할 수 있는 시장이다. 즉, 더 높은 판독률을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려는 시장이라고 보기 어렵다. 때문에 기술력이 우수한 기업보다 영업력이 우수한 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게 된다.
콘크리트 균열 진단은 어떨까? 콘크리트 균열 진단을 위해서는 구조물의 근접 촬영을 위해 드론을 활용하고, 드론이 촬영한 고해상도 이미지를 정밀 분석해 1mm 수준의 균열, 손상을 찾아낼 수 있어야 한다. 검사 대상인 노후 구조물은 지속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고, 균열이라는 것은 정기적으로 진단해야 한다. 즉, 시장은 충분해 보인다.
그리고 외부환경에 노출되어 있는 구조물을 촬영하기 때문에 날씨, 조도 등 다양한 환경변수를 감안한 촬영 이미지를 분석해야 한다. 그만큼 높은 난이도다. 건물 균열이라는 사태에 대비해야 하므로 고객 민감도 역시 매우 높다. 즉, 콘크리트 균열 진단은 0.1% 차이가 성장성의 차이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분야다.
균열진단 영상 AI,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영상 인식 AI 정확도를 올리기 위해선 누가 더 많은 데이터를 갖고 있느냐의 싸움이다. 구조물이라는 것은 매우 다양해 상업용 건물, 아파트, 댐, 산업용 설비 등 다양한 현장 이미지를 드론 촬영을 통해 확보해야 한다. 결국 드론 데이터를 확보해야 하는데, 이는 자금 문제로 이어진다. 자금 문제는 투자 유치로 해결해야 하겠지만, 투자를 받아도 무수한 영역의 구조물 이미지를 확보하고 분석하기는 어렵다. 지겹지만, 또 한 번의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마침 스마트인사이드 AI에 경사가 있었다. 창업진흥원이 주최한 인공지능 챔피온십에서 한국전력이 제시한 과제 ‘전력설비 점검 지능화 솔루션’ 부문에서 균열 진단 기술로 우승을 차지했다. 이들은 전력 설비 점검, 특히 송전 설비에 대해 드론을 통한 영상 AI 분석 기술을 적용한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이는 수상 그 자체보다도 스마트인사이드 AI에게 ‘전력설비’라는 균열과 손상에 아주 민감한 잠재적 거점 시장을 찾은 것에 의미를 둘 수 있다. 수상 이후 한국전력과의 협업 과제까지 진행된다면 훌륭한 ‘래퍼런스’가 될 것이다.
전력설비라는 거점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전력설비 시장은 절대로 작지 않다. 한국전력과 발전사, 반도체, 석유화학, 철강 등 대규모 전기설비를 갖추고 있는 제조 대기업들이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제조 대기업들에게 전력설비는 생명줄과도 같다. 그만큼 중요하다.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점검과 관리에 막대한 자금을 쓴다.
이런 전력설비의 상시점검을 위해 일부 업체들은 IoT 기반 시스템을 활용한다. 그러나 적지 않은 기업이 인력에 의존하는 것이 현실이다. 변압기, 전선, 전신주의 균열 손상 또한 자동화되지 못한 부분이다. 전력설비의 상시 관리 시스템은 대기업 계열의 SI 사업자(삼성SDS, LG CNS, SK C&C 등)들이 구축과 관리를 담당한다. 이들에게 먼저 협력의 손길을 뻗어야 한다.
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가?
혹자는 '모두 다 열심히 하면 되지, 왜 선택이 필요한가?'라고 의아할 수도 있다. 그 이유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인공지능 비즈니스에서 잡화상은 통하지 않기 때문이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한 어떤 산업이건 간에 ‘종합’이라는 것이 경쟁력을 잃어가는 현상을 많이 볼 수 있다. 반도체 산업을 예를 들어보자. 메모리와 비메모리 업체가 나뉘고, 특히 비메모리는 그 특성에 따라 수없이 다양한 종류로 나뉜다. 게다가 기능적 차원에서 본다면 팹리스(Fabless)와 파운드리(Foundry)로 분류된다. 고도의 기술력이 필요할수록 각각의 전문성으로 포지션을 잡는 것이다.
현재 스마트인사이드 AI의 사업소개서를 보면, 건설 안전 관리 분야의 ‘종합상사’를 꿈꾸는 듯하다. 이제 그 우수한 인력과 기술을 바탕으로 종합상사가 아닌 기술적 해자를 가진 ‘Killer Application’을 제공하는 전문 기업으로 방향을 잡아야 할 시점이다. Killer Application을 제공함에 있어서도 개발부터 생산, 서비스 등을 모두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R&D에 집중하는, 반도체의 팹리스와 같은 비즈니스모델로 성장하기를 제언한다. 멀지 않은 미래에 우리나라 전력 설비 위에 드론이 날아다닌다면 그것이 ‘스마트인사이드 AI의 작품’이기를 기대해 본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전문 민슬지 작가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