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숨겨진 고객군을 찾아내는 스마트한 방법 -인포플라(2)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 인포플라 (2)
IT는 현대인들의 모든 업무와 연관되어 있다. 개인도 스마트폰을 떠나서 업무를 논할 수 없고 기업의 비즈니스 활동에서 IT 시스템이 차지하는 비중은 더 말할 필요가 없다. 기업의 성과와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에 모든 기업은 IT 시스템의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고, 그에 투자하는 비용과 노력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오늘의 주인공, 인포플라는 이 IT시스템의 운영관리 업무를 자동화하는 솔루션을 제공하는 스타트업이다. IT장비 관리, 헬스관리, 백업관리 등은 물론이고 귀찮은 패스워드 관리까지 일괄적으로 할 수 있는 기능까지 제공한다. 아래 그림을 유심히 보면 알겠지만 네트워크부터 웹까지 모든 영역에서 매우 다양한 관리기능을 제공하는 팔방미인이다.
다양한 기능의 통합 제공은 진정한 차별성인가?
어떤 시장이든 고객이 반드시 필요로 하면서 성장하는 시장이라면 늘 수많은 경쟁자가 있게 마련이다. IT운영관리 시장은 글로벌 플레이어가 국내 시장까지 장악한 상태이고 특히 ‘서비스나우’라는 기업이 무려 67%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과연 이 시장에서 인포플라가 가진 차별성은 무엇일까?
인포플라 최인묵 대표는 인포플라의 차별성과 관련해, 헬스체크, 패스워드 관리 등 개별적으로 제공되던 단위 업무를 통합해 제공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통합 제공이라는 것이 진정한 차별성으로 부각되려면 단위 관리 업무의 통합이라는 것이 정말 어려운 일이어야 하는데 과연 그럴까?
시스템 통합이라는 작업을 거친다는 것 자체가 시간과 돈이 들고 번거로울 수는 있으나 남들은 못하는 ‘넘사벽’의 어려운 작업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하나의 솔루션이 다양한 관리 기능을 통합 제어할 때의 장점과 단점이 공존한다는 측면에선 통합 제공이라는 것이 반드시 유리하다고 말하기 어렵다. 더 특별한 차별성은 없느냐는 필자의 질문에 최 대표는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를 꼭 집어 얘기했다.
IT운영관리에 특화된 인공지능 RPA
인포플라는 IT운영관리에만 특화된 인공지능 RPA를 개발하고 있다고 한다. 인공지능 RPA가 무엇인지, 왜 좋은지 이해하려면 약간의 설명이 필요하다.
윈도우라는 기존 RPA의 한계
RPA(Robotic Process Automation)는 말 그대로 사람이 반복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업무를 로봇 소프트웨어로 자동화하는 기술이다. 단순 작업을 대신하기 때문에 업무의 효율성 증가, 시간 절약, 특히 ROI가 좋은 기술로 알려져 최근 여러 기업에 급속도로 확산된 기술이기도 하다. 은행권이나 공공기관, 대기업의 ERP, 자료 관리 등 다양한 분야에 포괄적으로 적용된다.
물론 기존 RPA도 IT운영관리 시스템에 적용할 수 있다. 하지만 한 가지 치명적인 단점이 존재한다. 운영관리 솔루션은 그 특성상 다양한 시스템에 원격 접속을 할 수밖에 없는데, 이 경우 일반적 RPA가 접근 가능한 운영체제(OS)는 윈도우뿐이다. 운영관리 솔루션이 접근해야 하는 다양한 시스템에는 리눅스나 맥 등 다양한 운영체제(OS) 일 수밖에 없고 이런 이유로 경쟁사의 RPA는 그 적용범위에서 한계를 갖고 있다는 것이다.
화면을 인식하는 유일한 RPA
인포플라는 다양한 운영체계(OS)에 대한 접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스템의 코드를 읽는 것이 아닌 화면의 UI를 인식하는 AI기술을 접목했다. 다양한 UI에 대한 화면인식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머신러닝이 접목된 것이다. 이런 인포플라의 지능화된 RPA를 알파카(RPACA)라고 부르는데, 이것은 윈도우, 리눅스, 맥과 같은 다양한 UI에 대한 인식은 물론이고 공항 출도착과 같은 단순정보 표시장치의 화면도 인식해 관리할 수 있다고 한다.
또 화면인식에서 한발 더 나아가 스스로 관리 대상 시스템의 장애를 학습해, 이에 대한 조치는 물론 장애를 미리 예측하기도 한다. 이들의 주장대로라면 시스템 관리 영역에서의 확실한 차별성을 갖춘 셈이다.
목표고객군의 적합성 VS 수용성
이렇게 차별화된 RPA를 가지고도 왜 최 대표는 성장을 고민하고 있을까? 인포플라는 자신들이 확보한 IT시스템 운영관리라는 기능은 엄격한 IT운영 규정과 지침을 가진 고객군에게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주목한 시장이 공공기관이었으며 그 규모에 따라 수백, 수 천대의 PC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인포플라가 창업한 2019년 이후 공공기관의 문을 두드렸고, 이들 중 몇몇 기관은 관심을 보여 PoC(Proof of Concept)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이라는 것이다. PoC에서 효율성을 인정받았건만 전사 적용을 위한 확장 프로젝트로는 이어지지 않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거점시장은 적합성보다 수용성
공공기관이 인포플라가 제공하는 고객가치에 가장 적합한 고객군이라 치자. 그렇다고 반드시 그들이 최우선 공략해야 할 고객은 아닐 수 있다. 스타트업은 초기에 제품을 내놓고 특정 고객군이 그 제품에 정말 니즈가 있고 수익이 창출될 수 있음을 증명해 내야 한다. 소위 PMF(Product Market Fit)라는 것이다.
시장 출시 초기에 PMF를 증명하기 위해 가장 먼저 공략하는 고객군, 즉 거점시장(Beachhead Market)은 적합성도 따져야 하겠지만 수용성이 더 중요하다. 고객규모는 크지만 검증되지 않는 제품을 받아들일 수 없는 보수성을 갖고 있다면 과감히 우회해야 한다. 특정 고객군을 꾸준히 접촉했지만 대답이 없다면 수용성이 높은 고객군으로 눈을 돌려 보는 것이다.
드롭박스가 고객을 찾은 방법
수용성 높은 고객을 찾아낸다는 것이 말이 쉽지, 어떻게 하란 말인가? 필자 같아도 짜증스러울 제언이지만 방법이 없는 건 아니다. 도대체 어떤 유형의 고객이 내 제품에 관심을 가질까를 알기 위해 시장에 제품을 던지고 고객의 반응을 알아낸 드롭박스(Dropbox)의 사례를 힌트로 삼아보자.
현재는 6억 명의 사용자를 확보한 드롭박스이지만, 그들 또한 처음부터 시장성을 확신했던 것은 아니었다. 서로 다른 디바이스(PC 또는 모바일)간 파일 공유를 위해서 공통의 폴더에 파일을 끌어다 놓으면(Drop) 되는 솔루션을 개발하고자 하는 그들의 아이디어를 누가 좋아할지, 과연 구매를 할지를 알아보기 위해 테스트를 시도했다.
이들의 파일공유 아이디어를 좋아할 고객군으로서는 컴퓨터 프로그래밍 작업을 하는 개발자를 설정했고, 그 개발자들이 많이 모여 있는 해커뉴스(Hacker News)라는 커뮤니티를 테스트 대상으로 삼았다. 테스트를 위해서 파일 싱크(File Sync)라는 제목으로 ‘두 대의 PC간 파일 공유하는 동영상’을 올린 후 이 프로그램을 쓰기 원하는 고객들은 리스트에 이메일을 남기도록 했다.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이 영상으로 하룻밤 사이 10만 명이 넘는 고객이 드롭박스를 사용하겠다고 신청을 했고 실제로 이중 70% 이상이 드롭박스에 가입했다. 결국 이들은 동영상 하나로 10만 명이 넘는 잠재 고객의 리스트를 얻게 된 것이다. 이 10만 명이 넘는 리스트를 활용하여 잠재 고객들은 과연 어떤 사람들인지, 왜 그 제품을 원하는지 분석하게 되면 집중해야 하는 고객군에 대해 훨씬 더 명확한 이미지를 얻게 되는 것이다.
수용성 높은 고객군을 찾기 위한 3단계
1단계: 잠재 고객의 분류와 정의
고객이 있는 시장을 일단 분류해 보자. 여기서 고객이란 일련의 시스템을 운영관리하고 있는 기업을 말하며 그 규모는 수만 대의 PC를 관리하는 곳에서부터 수십 대의 PC를 관리하는 소규모 스타트업까지 매우 다양할 것이다. 조직의 속성에 따라 공공과 민간으로 나뉠 수도 있다.
이 시장을 인포플라가 바라본 시각으로 표현하면 위와 같은데, IT시스템의 관리 엄격성이 높으며 관리 대상 시스템의 수량이 많을수록 인포플라의 제품이 절실히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문제는 저 1/4분 면에 있는 공공기관, 대기업이 새로운 제품 도입에 대한 보수성이 가장 크다는 점이다. 따라서 인포플라는 다시 한번 시장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
과연 인포플라의 운영관리솔루션은 관리 규정의 엄격성, 즉 그 엄격한 기준에 맞추기 위해 필요한 제품일까? 그보다 본질적으로 시스템의 안정적, 효율적 운영에 반드시 필요한 제품으로 승부한다면 어떤 그림이 될까?
IT시스템의 안정성과 효율성은 어떤 기업에게나 중요하지만 그중에서도 더욱 민감한 기업군이 있다. 그리고 그 안정성, 효율성을 위해 신규 솔루션의 도입에 항상 ‘촉’을 세우고 있는 기업군이 있다. 그 고객군이 누구인지 정의해야 한다. 위의 그림에서는 디자인, 시스템개발, 리서치 등 전문 에이전시와 IT스타트업을 예시했지만 이것은 잠재고객의 분류와 선정의 이해를 위한 가정일 뿐, 향후 검증되어야 하는 문제다.
2단계: 제품을 노출하고 고객정보 확보하기
인포플라의 ITOMS는 장비관리, 패스워드관리, 코드관리, 이력관리, 백업관리 등 다양한 기능을 제공한다. 기업이 작든 크든, IT효율성이 매우 중요한 업종이라면 반드시 신경 써야 하는 작업들이다. 그렇다면 위에서 잠재고객을 선정한 에이전시, IT스타트업의 시스템 관리자들은 어디에 모여 있을까? 다행히 우리나라와 같이 온라인 커뮤니티가 발달된 나라는 디자인, 건축, 광고, 리서치 등 다양한 에이전시 업종의 종사자들이 모여 있는 온라인 카페를 쉽게 찾을 수 있고 클리앙, 데브피아 등 개발자들의 커뮤니티 또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다.
이들 커뮤니티에 인포플라의 제품을 노출해야 하는데 이는 드롭박스와 같이 짧은 동영상 형태도 좋고 블로그와 같이 이미지와 텍스트로 설명해도 좋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가진 IT시스템관리의 고충(Pain Point)를 정확히 짚고 그에 대한 솔루션을 알아보기 쉽게 전달하는 것이다.
제품을 알리기 위한 동영상, 블로그를 통해 유입된 잠재 고객에게는 무료체험의 기회가 제공되어야 하며 무료체험을 위해서 그들은 기꺼이 자신이 일하는 업종과 직군 그리고 어떤 기능이 반드시 필요해서 이 무료체험판을 원하는지 정보를 줄 것이다.
고객을 유입시키는 이러한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인포플라는 잠재고객의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되며 그 정보를 바탕으로 정확히 어떤 업종이 우리의 거점시장이 되어 줄 것인가를 판단할 수 있게 된다.
3단계: 고객정보 분석하고 마케팅 집중하기
무료체험으로 유입된 고객의 정보를 분석해 가능성 있는 고객군(거점시장)을 파악했다면 그들에게 마케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블로그, 온라인 커뮤니티, 필요하다면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플랫폼을 통한 광고를 통해 적극적인 고객유입 활동도 고려해야 한다.
이런 마케팅을 통해 기업고객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밀려올 거라 착각하지 말자. 하지만 고객에게 제공하는 가치가 명확하다면 그 성과는 반드시 창출된다. 일례로 2019년 스케일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시선추적 AI전문회사 비주얼캠프는 지난해 5월 무료체험 SDK를 배포했고, 약 1년 5개월이 경과한 현재 8,000여 무료체험 사용자 확보와 10여 개의 상용사용자(정식 계약 및 매출발생)를 확보했다. 필자는 그때 온라인 교육업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거점시장이라고 판단했고 온라인 교육 관련 채널에 마케팅을 실행한 결과 다행히(?) 예측이 맞아 들어가 6개의 온라인 교육업체와 성공적인 계약을 체결했다.
투자자는 시장 데이터를 원한다
인포플라의 최우선 과제 중 하나가 투자유치라고 한다. 지금까지 외부의 투자유치는 없었고 일반적인 SW 개발 회사가 그렇듯 SI(시스템 통합) 프로젝트 용역을 통해 매출을 발생시키며 회사를 꾸려가고 있었던 것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을 위해서는 용역업에서 벗어나 솔루션 제공자로 비즈니스모델이 전환되어야 하며, 그 비즈니스모델이 시장에서 작동한다는 증거를 보여줘야만 투자 유치가 가능해진다.
지금까지 고군분투해서 만든 인공지능 RPA서비스가 유료서비스로서 당당히 매출을 발생시킨다는 데이터를 제시하려면 바로 지금부터 거점고객군을 찾고 그들의 유입부터 차근차근 만들어 가야 한다. 고객의 유입 – 유지 – 유료 전환이라는 솔루션 기업으로의 시장 데이터를 외면할 투자자는 없다.
시장 데이터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투자유치를 마치고 거점시장에서의 성공을 바탕으로 규모가 크지만 보수적인 대기업, 공공기관으로의 시장 확장을 중장기적 시각에서 추진한다면 최 대표가 꿈꾸는 미래는 반드시 올 것이라고 믿는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비즈니스 스토리텔링 전문 민슬지 작가
정리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