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이 IT(잇)다] 황정흥 데이웰즈 “특화 밀키트, 건강 지키는 습관을 세계로”
[IT동아 차주경 기자] 경북 영천 아이시로에 최근 식품 공장이 한 곳 들어섰다. 표지에는 회사명 ‘데이웰즈’가 새겨졌다. 경북 특산물을 기술로 가공해 만든, 먹기 편하고 영양가 높은 건강 식품을 만드는 회사다. 데이웰즈를 이끄는 이는 청년 농촌 창업인 황정흥 대표다.
황정흥 대표는 공과 대학교를 졸업한 후 자동차 회사에 입사했다. 자동차 부품을 개발하다가 자동화 라인의 가능성을 엿본 그는, 이 기술을 식품 시장에 도입해 변화를 일으키기로 마음 먹었다. 황정흥 대표가 주목한 것은 식품 가운데에서도 건강 식품이었다. 평소에 건강한 음식을 잘 챙겨 드시던 부모님이 병마에 시달리는 모습을 본 것이 계기다.
“데이웰즈의 표어는 ‘건강을 지키는 습관’입니다. 사명도 ‘매일(Day), 건강히(Wellbeing)’라는 단어를 합쳐 만들었어요. 건강은 한 번 잃으면 되찾을 수 없어요. 우리 식품을 먹는 소비자 누구나 건강한 삶을 살도록, 건강을 지키는 습관을 기르도록 하고 싶었어요. 기술을 다루는 엔지니어로 일한 경력이 큰 도움이 됐지요. 기술이 있으면 많은 것을 할 수 있습니다.
식품 원물의 특성은 유지하고 장점은 부각하는 것도, 식품의 맛을 그대로 유지한 채 포장하고 배송하는 것도 기술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에요. 지금까지 식품 시장은 자본이 좌우했습니다. 건강 식품의 원물, 축수산물의 가격과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것이 바로 자본이에요. 기술은 자본과 비슷한 위력을 발휘합니다. 이제 기술은 자본과 함께 시장을 움직이는 하나의 기준, 축이 됐어요.
기술을 활용해 먹기 쉬운 건강 식품을 만드는 것이 데이웰즈의 목표이자 의무입니다.”
2017년 2월 문을 연 데이웰즈, 첫 상품은 경북 영천 특산물 ‘흑마늘’ 가공 식품이었다. 그런데,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리는 흑마늘의 향과 맛이 걸림돌이 됐다. 황정흥 대표는 흑마늘의 향과 맛을 억제하고 영양은 살리는 분말화 기술을 개발했다. 이를 계기로 건강 식품 전반으로 상품군을 늘렸다.
데이웰즈가 만드는 건강 식품은 단백질 음료와 착즙 주스, 건강 젤리 등이다. 착즙 주스의 재료로는 석류와 타트체리를, 건강 젤리의 재료로는 흑마늘과 양배추, 유자와 배도라지 등을 쓴다. 이들 건강 식품은 데이웰즈 고유의 비드 형성 기술로 만든다. 그는 제대로 된 건강 식품을 고르는 방법을 귀뜸했다.
“건강 식품은 우리 몸에 좋은 원료로 만듭니다. 그러니 원료들의 함량이 무엇보다 중요하지요. 먹기 편한지도 꼭 살펴보세요. 아무리 몸에 좋은 건강 식품이라 해도 먹기 불편하거나 맛이 없다면, 효과를 누리기 힘듭니다. 가격이 얼마인지도 중요합니다. 너무 비싸면 건강 식품을 사서 먹기 어렵지요.
이런 조건을 꼼꼼하게 따져 만든 것이 데이웰즈 젤리, 리즌입니다. 양배추나 흑마늘을 누가 젤리로 만들어 먹을 생각을 했겠어요? 젤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먹기 쉬운 식품입니다. 간혹 오해하는 소비자도 있어요. 젤리라면 원료보다 설탕이 훨씬 더 많이 들어있는 것 아니냐고요. 데이웰즈 리즌의 원료 함량을 보고 선택하세요. 설탕을 많이 넣지 않으면서 원료의 영양과 젤리의 맛, 식감을 살렸습니다.”
황정흥 대표는 식품 가공 기술을 더욱 갈고 닦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급속 냉동 ‘딥 프리저’ 기술이다. 보통 식품을 급속 냉동할 때 온도는 영하 35℃ 쯤이다. 데이웰즈의 딥 프리저 기술은 영하 70℃ 저온으로 순식간에 식품을 얼린다. 그러면 식품의 조직을 파괴하지 않고 맛과 향, 영양을 고스란히 유지한다. 과일의 갈변(시간이 지날 수록 과육이나 껍질의 색깔이 변하는 현상)도 막는다.
“한 번 냉동했다가 해동한 고기는 맛이 없죠? 해동할 때 조직이 파괴돼 육즙이 다 빠져나와서 그래요. 냉동을 어설프게 하면 안된다는 증거지요. 급속 냉동은 고기의 성질을 그대로 유지하는 가장 좋은 기술입니다.”
‘저온 숙성’ 기술도 돋보인다. 가장 알맞은 온도로 육류를 숙성, 맛과 향을 가장 좋게 다듬는다. 그는 이 기술로 고기를 다루면 맛과 향을, 생선을 다루면 식감과 맛을 더한다고 자부한다. 이 회사는 ‘발효 기술’도 갖췄다. 유용한 균을 만들어 건강 식품의 효능을 강화하는 이 기술은 고추장의 명소 전남 순창 등지에서 효과를 검증했다.
“외국인들은 물고기 회를 숙성해서 먹어요. 맛이 진해지고 식감이 부드러워지니까요. 드라이 에이징 고기도 비슷한 이치입니다. 고기 속 단백질의 효소를 이용해 맛과 식감을 가장 좋게 만드는 것이지요. 재료별로 숙성 온도나 시간을 다르게 해 최적화하는 기술도 개발했습니다. 숙성할 때 고기와 함께 버터, 마늘 등 향신료를 같이 넣는 기술도 있어요. 이러면 재료에 향이 더욱 깊게 배어듭니다.”
식품 가공 기술을 개발해 건강 식품을 만들다보니, 또 다른 사업이 눈에 들어왔다. 가정간편식 ‘밀키트’다. 밀키트는 식재료를 사고 손질하고 양념을 만들어 간을 조절하는, 요리 전반의 수고를 덜 수 있다.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화려한, 맛있는 요리를 하도록 돕는다.
소비자들이 밀키트를 눈여겨보자, 세계 유통 기업들도 밀키트 시장을 주목한다. 우리나라도 식품 기업뿐 아니라 마트와 백화점, 편의점 등 유통 기업들이 앞다퉈 밀키트 시장에 상품을 내놓는다.
“지금까지 데이웰즈는 우리 몸에 좋은 건강 식품을 전달했습니다. 나아가 건강 식단도 다룰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어요. 그냥 밀키트가 아니라, 건강한 습관을 가져다주는 프리미엄 건강 식단을 고스란히 옮긴 밀키트입니다. 일반 가정에서는 만들어 먹기 어려운 궁중 요리, 호텔 요리를 밀키트로 만들 예정입니다. 번거롭고 까다로운 전처리 작업은 식품 가공 기술을 갖춘 데이웰즈가 다 해드리겠습니다. 가정에서는 그저 저희 밀키트로 조리만 하면 되도록 말이지요.”
황정흥 대표는 나아가 밀키트를 일반 소비자뿐 아니라 식당에도 공급하는 아이디어를 냈다. 식당이 밀키트를 사용하면 재료를 준비하고 조리하는 수고를 던다. 그때그때 밀키트를 조리하면 되니, 재료를 오래 보관하는 것보다 위생 면에서도 좋다. 버리는 식재료가 없으니 운영 효율도 높인다. 물론, 그 밀키트는 맛과 영양 모두 우수한 것이어야 한다.
“데이웰즈가 밀키트를 만들어 공급하면, 식당 점주들의 수고를 덜고 위생을 챙길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맛과 영양도 챙겨야지요. 우선 마트와 협업해 캠핑이나 홈파티 밀키트를 만들어 반응을 보고, 식당 점주에게 납품을 시도했습니다.
밀키트는 식당의 운영 효율을 높입니다. 대개 식당 운영비 가운데 40%는 재료비, 20%는 인건비로 추산해요. 밀키트를 쓰면 이 비용을 상당 부분 줄입니다. 1인용이나 1.5인용 조리도 가능해요. 식당 점주가 밀키트를 쓰면, 비용과 수고는 줄이고 이를 소비자에게 환원할 수 있게 됩니다.”
그의 아이디어는 지역 상생과도 이어진다. 대구의 명물 요리, 맛집의 요리를 밀키트로 재현해 판매한다. 그러면 대구 식당 점주들의 수고를 줄이면서 동시에 대구 명물 요리를 다른 지역의 소비자에게 알릴 수 있다. 이미 뼈 없는 삼계탕, 수비드 찜닭 등 대구 맛집의 요리 일부를 밀키트로 만드는데 성공했다고 한다. 마늘 등 경북 특산물 상품화, 농산물 구매 계약에도 박차를 가한다.
“데이웰즈는 약 60억 원을 투자, 경북 영천 특산물 마늘을 상품화하는 업무 협약을 맺었어요. 영천 농가에서 재배하는 농산물을 수매해서 식품으로 가공하는 것도 저희의 역할입니다. 그 밖에도 영천 농가가 기르는 다양한 농산물을 상품화하려 노력할 것입니다.
리사이클링도 저희 관심사에요. 영천의 몇몇 특용 작물을 가공하고 버리던 부위에 항혈전 및 항당뇨 효과가 있다는 것을 최근 발견했어요. 이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겠습니다. 우리나라의 우수한 농산물에 우수한 기술을 더해 부가가치를 높일 거에요.”
경북 영천에 대형 공장을 설립한 데이웰즈는 생산 설비를 확충해 해외 시장을 공략한다. 주요 상품은 단연 밀키트다. 81명을 고용해 지역 상생과 일자리 창출, 해외 진출 준비를 함께 노린다.
“해외에서 한창 ‘K’ 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K 식품도 예외가 아니에요. 치킨이 해외에서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나요? 해외에서 식품 가게나 식당을 운영하는 점주에게 데이웰즈의 밀키트는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건강과 맛, 우리나라 재료와 비법으로 만든 K 밀키트를 공급하면 조리 시간은 줄이고 운영 효율은 높입니다.
데이웰즈는 미국과 싱가폴, 베트남과 중국, 일본은 물론 홍콩과 칠레 등지에 건강 식품을 수출 중입니다. 이를 발판 삼아 밀키트도 공급하려 노력하겠습니다. 지사 설립을 포함해 여러 가능성을 두고 심사숙고 중이에요.”
황정흥 대표는 데이웰즈를 종합 건강 식품 기업,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인에게 건강한 삶의 습관을 가져다주는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데이웰즈 브랜드를 널리 알려 누구나 아는 브랜드로 만들고 싶습니다. 건강 식품뿐만 아니라 밀키트까지 아우르는, 종합 건강 식품 기업으로 자리 잡겠습니다. 기술을 앞세워 소비자가 원하는 식품을 선보이겠습니다.”
글 / IT동아 차주경(racingcar@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