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중장년기술창업센터 "중장년의 경험,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습니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열정과 아이디어를 충분히 갖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금이나 인력, 경험의 부족으로 뜻을 펴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래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지원 기관 등이 이러한 예비 창업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및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오는 11월 25일에 열리는 인천 지역 최대 창업 페스티벌인 ‘I-STARTUP 2021(아이스타트업, 인천창업벤처한마당)’도 그 중의 하나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인천광역시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엔 다양한 우수 창업 기업과 창업 지원 기관이 참여한다. 아이스타트업 참여 기관 중 하나인 인천중장년기술창업센터를 방문해 중장년 창업 지원의 필요성과 중요성에 대한 얘기를 들어봤다.
“성공률 높지만 지원에선 배제되는 중장년의 창업을 돕습니다”
스타트업하면 사람들은 흔히 캐주얼한 옷 차림의 젊은 2030 대표가 있는 기업을 떠올린다. 실제로 현재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한 곳 중 젊은 창업가의 손에 탄생한 곳이 적지 않다. 마크 저커버그는 불과 19살에 페이스북을 만들었다. 스티브 잡스는 21살에 애플을, 빌 게이츠는 19살에 마이크로소프트를 창업했다.
이러한 실리콘밸리의 젊은 창업가 신화 때문에 창업이 마치 청년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기도 한다. 그러나 신화는 신화일 뿐이다. 일부 화려한 성공 사례를 걷어내고 보면, 청년 창업이 성공하는 사례는 드물다. 지난 2015년 중소기업청(현 중소기업벤처부) 자료에 따르면 창업 기업들의 3년 후 생존율을 따져봤을 때 30대 미만이 창업한 기업이 19.5%로 생존율이 가장 낮았다. 반면 40대 이상이 57.9%로 가장 높았고, 50대 이상이 55.1%로 그 뒤를 이었다.
해외 사례도 다르지 않다. MIT 슬론 경영대학원 피에르 아주레이 교수 연구팀이 미국 통계청 자료를 이용해 지난 2007년부터 2014년까지 미국 창업가 270만 명 사례를 분석한 결과 가장 성공률이 높은 창업자 연령대는 44~46세였다. 상위 1%에 속하는 기업의 창업 당시 창업가 평균 나이는 45세였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창업 지원 사업은 대부분 2030 청년에게 집중됐었다. 지난 2017년까지만 해도 만 40세 이상 중장년층 전용 창업 지원 예산(약 49억 원)은 청년 전용 창업 지원 사업 예산(약 492억 원)의 10분의 1에 불과했다. 예비창업자에게 자금과 교육 등 지원을 제공하는 ‘예비창업패키지’도 지난해 이전까지는 만 39세 이하만 지원 대상이었다. 점차 중장년 창업 지원을 늘리고 있다곤 하나 여전히 창업 지원 정책들이 청년 창업에 무게중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 자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인천벤처기업협회에서 운영하는 인천중장년기술창업센터는 이처럼 창업 성공 가능성은 높지만 각종 창업 지원 사업에서는 흔히 배제되곤 하는 중장년들의 기술창업을 돕기 위한 목적으로 지난 2015년 설립됐다. 지원 대상은 40세 이상 예비창업자 혹은 창업 3년 이내 기업. 7년 차를 맞은 올해까지 100여 개 기업이 센터를 거쳐 갔고 올해에는 20개 기업이 입주해있다. 인천 내 창업지원 기관 중 중장년만을 대상으로 하는 곳은 이곳이 유일하다.
박철우 인천중장년기술창업센터 사무국장은 “청년 창업은 성공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물론 성공하면 아주 크게 성공하기도 하죠. 하지만 도태되는 기업도 많습니다. 반면 중장년은 이미 축적된 기술, 경험, 노하우가 있습니다. 성공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곳에 입주한 기업 중 20개 기업 중 13곳은 이미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지난해 기준 13곳을 모두 합쳐서 약 60억 원 수준이다. 대부분 1인 기업이었거나 예비 창업 단계였다는 걸 고려하면 높은 수치다.
기본적으로 센터에 입주한 기업은 모두 외부 전문가들이 사업 혁신성, 독창성, 기술력을 평가해 선정한 유망 기업들이다. 하지만 그중에서 특히 괄목할만한 성장을 하며 두드러지는 기업도 있다. ‘티이’는 지난 2020년 설립된 업체지만 이미 지난해 10억 원대 매출을 올렸다. 고속도강(HSS) 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에서 광석 및 금속 성분을 채취해 고속도강 모합금(Master Alloy)를 제조한다. 헐값에 팔리거나 매립되는 폐기물에서 귀중한 자원을 회수해 새로운 상품으로 만드는 셈이다. 탄소중립이란 시대적 과제에 꼭 필요한 자원순환 분야 기업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매년 수시로 모집하는 입주 기업에 선정되면 최장 2년간 전문가와의 매칭을 통해 비즈니스 모델 구체화부터 실제 제품화까지 사업 단계별 지원을 받는다. 이외에도 정부 지원사업 정보 제공이나 입주 공간 무료 임대와 각종 행정 업무 지원 등으로 도움을 주고 있다. 사업화 자금이나 특허 등록 비용 등을 일부 지원하는 등 금전적 지원도 협회 자체 예산을 들여 제공한다. 특히 올해부터는 센터 차원에서 투자 유치 설명회를 진행해 입주 기업들에게 투자 유치 기회를 제공하기로 했다.
인천중장년기술창업센터의 여러 지원 프로그램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멘토링이다. 인천벤처기업협회가 운영하는 곳이니만큼 1000여 개에 달하는 협회 회원사가 후배 기업들을 위한 강력한 네트워크가 된다. ‘선배 멘토 프로그램’으로 동일 분야에서 성공한 선배 기업과 후배 기업 혹은 예비 창업자를 매칭함으로써 성공한 선배의 발자취를 그대로 따라갈 수 있게끔 돕는다. 기회가 된다면 서로 협업을 통해 시너지를 얻기도 한다. 박 사무국장은 멘토 역할을 하는 기업들도 만족도가 매우 높다고 설명했다. 입주 기업과 졸업 기업 간의 교류회도 정기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30개 기업 정도가 참여해 서로 사업 성과나 정보를 공유하면서 교류를 이어가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다른 창업 지원 기관들과 성과 공유를 해보면 저희 입주 기업들 성과가 결코 뒤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앞섭니다. 이곳에서 일하면서 역시 중장년의 경험에서 나오는 노하우는 무시할 수 없다는 걸 새삼 느꼈습니다. 저희가 중장년 특화 창업지원 기관이라는 것에 자부심이 있습니다”라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