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모든 카트를 전동화하는 그날까지, 세이프웨이 (1)
[스케일업 X 대구대학교 창업도약패키지] 세이프웨이 (1)
올해 스케일업팀은 한국디자인진흥원, 서울먹거리창업센터, SBA 등과 함께 성장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기업들을 소개했습니다. 코멕스산업, 스트릭, 에코브, 탐와이퍼, 도시공유플랫폼, 테사, 라이프샐러드, 보라웨어, 웰피쉬, 위미트 등 다양한 영역에서 시장을 향해 도전하고 있는 기업을 소개하고, 그들의 현재 상황을 살피며 눈 앞에 닥친 문제 해결을 위해 머리를 맞대었죠.
그리고 최근 작년에 함께했던 대구대학교로부터 연락을 받았습니다. 현실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력하며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했지만, 여느 스타트업처럼 현실의 벽 앞에서 좌충우돌하는 스타트업들의 이야기를 전해들었죠. 얼마 남지 않은 2021년, 이제 2개월여밖에 남지 않았지만, 대구대학교와 함께 새로운 스타트업들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처음 소개해드릴 스타트업은 ‘세이프웨이’입니다. 지난 2017년 12월 설립한 세이프웨이는 그들이 보유하고 있는 전동 제어시스템 개발 기술(모터 드라이브 및 제어기)을 바탕으로, 회사명처럼 안전한 모빌리티 제품을 개발하고 있는데요. 지난 4년간 전동 카트, 전동 유모차 등을 개발했고, 곧 전동 유모차 제품을 시중에 선보일 예정입니다.
“힘들지 않는, 힘쓰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힘들지 않는, 힘쓰지 않는 세상을 만들겠습니다.’ 세이프웨이의 목표다. 무슨 뜻일까. 스케일업팀과 만난 김동호 대표가 설명을 시작했다.
“저는 과거 15년동안 대우조선해양에서 ‘로봇 및 자동화 장비 설계’, ‘로봇동작제어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개발했습니다. 대부분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을 개발했는데요. 로봇을 활용해 일상생활을 보다 편리하게 바꿔 볼 수는 없을까 생각했어요.”
로봇을 일상생활 속에서 사용한다? 너무 광범위하다. 일상생활이라는 범주는 너무 넓다. 아침에 일어나서 저녁에 잠들 때까지, 사람들의 일상은 제각각이다. 학생과 직장인, 아이와 노인, 여성과 남성 등 각각 처한 상황에 따라 하루의 시작과 끝이 다르다. 세이프웨이가 말하는 로봇은, 일상생활 속에서 무엇을 돕는다는 것일까.
“근력 보조 로봇입니다. 영화 ‘아이언맨’을 생각해보세요. 아이언맨은 로봇을 사람이 입는 형태입니다. 그리고 평소 발휘할 수 없는 힘을 얻죠. 무거운 것을 쉽게 들고, 하늘을 날기도 합니다. 물론, 아이언맨 같은 대단한 물건을 만들겠다는 것은 아니에요. 이렇게 생각했죠. 평소 사람들은 어떤 것을 힘들어할까? 무서운 짐이라도 쉽게 옮길 수는 없을까? 로봇을, 모터를 이용해서 사람의 힘을 보조할 수는 없을까? 거기에서 시작했습니다.”
김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그제야 세이프웨이의 목표가 눈에 들어왔다. 힘들지 않는, 힘쓰지 않는 세상. 사람이 힘을 써야 할 때, 로봇의 힘을 빌리겠다는 뜻이리라. 실제로 근력을 보조하는 웨어러블(입는) 로봇은 여러 연구기관, 기업 등이 개발하고 있다. 다만, 아직 상용화한 제품은 없다. 사람의 움직임과 로봇의 각 구동 시스템을 일치시키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로봇과 함께한 15년이라는 경험
궁금했다. 어떻게 로봇을 개발하겠다는 생각을 행동으로 옮길 수 있었을까. 이건 생각만으로 움직일 수 있는 일이 아니다.
“2003년, 29살의 나이에 처음 입사한 회사가 대우조선해양이었습니다. 거제도 현장에서 일했어요. 야드(조선소를 뜻한다)에서는 생산 기술, 무인선, 공장 자동화에 필요한 로봇 등을 개발합니다. 저는 산업 현장에서 필요로 하는 로봇(기계)과 여기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개발했죠.”
“처음에는 공장 자동화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야드 천장에는 철판을 용접하는 기계 여러 대가 매달려 있습니다. 이걸 서로 겹치지 않도록 움직이는 시스템을 개발했어요. 어떻게 동작하고, 경로는 어떻게 설정할지 등 생각할 것이 많죠. 산업 로봇, 공장 자동화 로봇이란 이런 겁니다. 로봇을 활용해 노동자들이 보다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돕는 거죠.”
“그렇게 15년 동안 거제도 현장 연구소와 서울 연구소에서 기술을 개발했습니다. 2015년에는 '공압식 반자동 전선포설장치'를 개발해 장영실상도 받았어요. 해양플랜트의 장비 간 전선을 연결하는 것을 포설 작업이라고 하는데, 조선업에서 대표적인 3D 직종으로 불릴만큼 힘듭니다. 협소하고 밀폐된 곳에서 전선을 통과시켜야 할 때가 많아 불편한 자세로 무거운 전선을 옮겨야 하죠. 피로 누적 등으로 근골격계질환을 호소하는 작업자도 많습니다.”
“포설 작업은 여러 작업자가 두껍고 무거운 케이블을 동시에 잡아 당기며 설치해야 합니다. 보통 20명이 한 개 조로 일하는데 1명만 빠져도 제대로 작업을 못합니다, 여유 인력까지 30명으로 구성해 교대로 작업하는 이유인데요. 이에 사람을 대체할 수 있는 로봇을 개발했습니다. 2년 6개월 정도 걸렸어요. 20명이 작업해야 하는 일을 8명이서 할 수 있도록 완성했죠. 연간 300억 원의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김 대표는 그렇게 대우조선해양에서 15년을 일했다. 그동안 결혼을 하고, 아이를 키우면서 많이 지쳤다고. 그리고 욕심이 생겼다. 현장에서 개발했던 로봇 개발 경험을 일상에서 활용할 수 있다면,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을 줄 수 있다고 말이다.
“2016년 퇴사하고, 1년 동안 창업을 준비했습니다. 방향은 잡았죠.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 있는 로봇’. 제 경험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여기에 집중했습니다. 그렇게 생각한 것이 ‘모빌리티’였습니다. 로봇은 전동 제어, 모터를 다루는 일이기도 합니다. 사람들이 밀고 당기는, 카트에 모터를 달아서 적은 힘으로 무거운 짐을 옮길 수 있다면? 활용할 수 있는 곳이 많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세이프웨이를 설립했습니다.”
“쉬울 줄 알았습니다. 자신도 있었어요.”
김 대표는 고민했다. 무엇이 좋을까. 그렇게 개발을 시작한 것이 전동 유모차였다.
“아이를 둘 키우고 있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유모차를 많이 사용했죠. 아마 육아하시는 부모라면 모두 아실 겁니다. 유모차를 밀고 끄는 일,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것을요. 서울대공원, 어린이대공원에 나가서 2~3시간만 유모차를 끌고 다니면 팔이 저립니다. 여기에 모터를 붙여서 밀거나 끌 때 힘을 보조해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김 대표의 얼굴에 잠시 씁쓸한 미소가 지나쳤다.
“그게 4년 전입니다. 처음에는 제품을 만드는게 쉬울 줄 알았습니다. 자신도 있었어요. 산업 현장에서 로봇을 개발한 경험도 있었고, ‘별 것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했어요. 막상 창업하고 난 뒤에 정말 신경써야 할 것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무엇 하나 쉽지 않더군요. 새로운 제품, 더구나 모터라는 꽤 큰 비용을 들어야 하는 제품인지라 비용도 무시할 수 없었구요.”
“근력 보조 유모차라는 목표를 정한 뒤부터 1년에 한번씩 제품을 업그레이드했습니다. 유모차는 무엇보다 안전이 중요하잖아요. 아이를 보호하기 위한 내구성부터, 좌우 회전하는 조향과 앞뒤로 움직이는 속도를 계속 연구했습니다. 모터로 보조한다는 것은 운전자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힘이 작용한다는 뜻이죠. 이를 운전자가 어색하지 않게 마음대로 제어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게 기준이었죠.”
맞다. 아이를 태운 유모차를 엄마가 밀었다고 생각하자. 엄마가 밀었을 때의 힘과 모터가 작동하는 순간 얻는 추가 동력 사이에 간극을 줄여야 한다. 밀었을 때 ‘턱’하니 걸리는 느낌이 난다면, 그건 그것대로 문제다. 왼쪽, 오른쪽 방향 전환도 문제다. 너무 확 돌아가서도 안되고, 천천히 돌아서도 안된다. 갑자기 차가 왼쪽에서 유모차를 향해 다가오는데 세월아 네월아 돌릴 수는 없는 노릇 아닌가.
즉, 밀거나 끄는 힘에 따라 얼마나 가속하고 얼마나 감속할지, 좌우 회전 반경과 회전 속도를 어떻게 제어할 수 있는지 파악해야 한다. 세이프웨이는 그 개발을 4년간 지속했다.
“사실 기술은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모터를 사용하고, 이걸 어떻게 제어하느냐, 제어 시스템을 개발하는데 오래 걸렸어요. ‘사람이 원하는대로 움직이게 한다’는 것의 기준을 잡는게 쉽지 않았습니다. 결과적으로 저희 전동 유모차를 사용하면, 10시간 밀었을 때 일반 유모차 1시간 밀고 다닌 것처럼 힘을 덜 들일 수 있습니다.”
영화 ‘아이언맨2’에는 주인공 토니 스타크의 경쟁자 저스틴 해머가 등장한다. 그리고 저스틴 해머는 매번 아이언맨 개발에 실패한다. 로봇이 제대로 동작하지 못해 오히려 사람에게 피해를 줬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여기에 집중했다.
“제어 시스템, 그러니까 모터 동작과 조향 시스템에 많이 집중했습니다. 유모차를 미는 힘을 어떻게 감지할지, 모터에 신호를 어떻게 전달할지, 필요한 동력은 얼마인지, 어떤 모터를 사용할지, 무게는 어떻게 줄여야 할지, 유모차에 전동을 달아 사용하는 것이 제도적으로 괜찮은 것인지, 실제 적용했을 때 디자인은 어떻게 완성할지… 많이 고민했어요.”
개발 기간 4년, 이제 첫걸음을 떼려 합니다.
문득 궁금했다. 개발에만 4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동안 세이프웨이는 어떻게 버티고 있던 것일까.
“전동 유모차를 개발하면서, 유모차라는 제품과 시장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직접 SUV 웨건형 유모차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습니다. ‘레스떼(Restte)’ 브랜드의 유모차인데요. 다행스럽게도 튼튼함과 안전함으로 입소문을 타면서 특히, 아버님들이 많이 찾습니다. 또한 저희를 알아봐 주시는 분들께 투자도 받고, 신용보증기금에서 NEST기업으로 선정되어 15억 원의 자금 지원도 받았습니다. 기술 개발 과제도 수행하고 있어요.”
“많이 고민했습니다. 아이의 안전을 우선해 개발했어요. 그것 하나를 지키는데도 해결할 문제가 상당했습니다. 사실 전동 유모차를 얼마 전, 첫 선을 보이긴 했어요. 지난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대구에서 열린 ‘대구 국제 미래자동차엑스포 2021’ 박람회에서 제품을 공개했습니다. 이제 시작이라고 생각해요.”
세이프웨이 김 대표는 시종일관 안전과 제어 시스템을 강조했다. 그냥 아무 모터 가져와서 유모차 뒤에 달아 놓고, 버튼 누르면 전진 또는 후진하는 제품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세이프웨이는 모터를 동작시키는 모터 드라이버를 직접 만든다. 제어 시스템, 제어기도 직접 만든다. 기존에 판매했던 레스떼 유모차에 설치할 수 있는 ‘전동 키트’도 준비했다. 일반 유모차를 전동 유모차로 바꿀 수 있는 업그레이드 키트인 셈이다.
“전동 모터를 포함한 구동축도 탈착할 수 있도록 설계했습니다. 유모차 뒷바퀴를 바꾸는 형태죠. 경우에 따라서 전동화 플랫폼으로도 활용할 수 있습니다. 작년에는 스마트 공항카트도 개발했어요. 복잡한 공항 안에서 무거운 짐을 보다 쉽게 밀고 끌 수 있는 전동 카트입니다. 코로나19가 종료되고, 빨리 공항에서 시험할 수 있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어요. 모든 카트를 전동화할 수 있는, 저희 기술을 활용할 수 있는 영역은 매우 넓다고 생각해요. 그 시작이 전동 유모차입니다.”
세이프웨이는 전동 유모차를 곧 선보일 예정이다. 빠르면 ‘올해말 제품을 런칭’할 예정이라고. 인터뷰를 마치며 기자는 제품을 개발하고 출시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제조 스타트업에 안타까움을 느꼈다.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 스타트업이 4년 동안 개발에 몰두했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대단하다. 인터뷰 도중 보았던 김 대표의 씁쓸한 미소를, 그리고 그가 겪었던 그 어려움을 이해한다. 그의 미소가 보다 환하게 번질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