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대 창업지원단 채진석 단장 "값진 창업의 경험, 누구나 할 수 있어야 합니다"
[IT동아 정연호 기자] 열정과 아이디어를 충분히 갖춘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자금이나 인력, 경험의 부족으로 뜻을 펴지 못한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손실이다. 그래서 최근 여러 지방자치단체나 대학, 지원 기관 등이 이러한 예비 창업자들을 돕기 위한 다양한 지원 프로그램 및 행사를 마련하고 있다.
오는 11월 25일에 열리는 인천 지역 최대 창업 페스티벌인 ‘I-STARTUP 2021(아이스타트업, 인천창업벤처한마당)’도 그 중의 하나다. 인천지방중소벤처기업청과 인천광역시가 주최하는 이번 행사엔 다양한 우수 창업 기업과 창업 지원 기관이 참여한다.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은 I-STARTUP 2021의 창업 지원 기관 중 하나다.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장을 맡은 채진석 교수와의 인터뷰를 통해 창업 생태계와 창업가 정신을 들어봤다.
인천대학교의 컴퓨터공학부 채진석 교수는 지난 6월부터 인천대 창업지원단의 단장직을 맡게 됐다. 창업지원단은 총장 직속 기관으로 총 24명의 직원과 운영지원팀, 기업지원팀, 사업화지원팀, 창업전략팀 등 4개의 팀으로 구성돼 있다. 이에 인천대학교의 창업지원단을 만나 ‘창업 생태계’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인터뷰는 채진석 단장을 중심으로 진행됐지만, 양성구 부단장과 창업 사업화 팀의 임송희 실장이 관련된 설명을 덧붙여 주기도 했다.
ㅡ창업지원단의 단장이면서, 컴퓨터공학부 교수이기도 하다. 원래 창업에 관심이 많았나?
“단장직을 맡기 전에, 온라인 쇼핑몰을 만들던 학생을 돕기 위해서 창업지원단하고 같이 일을 몇 번 했다.”
ㅡ창업의 현장에서 느낀 게 많았을 거 같다.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창업을 권장하는 이유는, 창업을 통해 학교생활로는 얻지 못하는 값진 경험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사업체를 어떤 방식으로 운영하는지를 배운 경험은 나중에 창업하든 취업하든 학생에겐 중요한 자산이 된다. 따라서 창업의 저변을 넓혀 많은 학생들이 창업에 나설 수 있게끔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ㅡ‘창업이 학생들에게 좋은 자산이 된다’, 조금 막연하게 느껴진다. 구체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수업만 열심히 들어서 성적이 좋은 ‘학생 A’와 성적은 조금 떨어져도 창업 경험이 있는 ‘학생 B’가 있다고 하자. 면접관은 누굴 뽑을까? 내가 면접관이라면 학생 B를 뽑을 거 같다. 물론 회사마다 선호하는 경향이 다를 순 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보면, 결과를 바로 만들진 못해도 ‘경험과 실패’로 배우는 게 수업 내용만 배우는 것보다 더 큰 효과를 낼 수 있다는 것, 그게 우리의 생각이다. 이제 100세 시대라는데, 취업했더라도 기업에서 2~30년만 일한 뒤 퇴직을 하는 일이 많지 않나. 결국 ‘창업 경험이 있냐, 없냐’는 창업을 대하는 태도에 큰 차이를 만들 것이다”
ㅡ새로운 접근법이다. 보통은 큰 기업을 만들어서 이들이 지역 경제 더 나아가 국가 경제에 기여하도록 한다는 의미에서 창업 지원을 하니까. 다들 유니콘 기업을 원하지 않나.
“그런 접근도 필요하다. 사업을 크게 성장시키는 사람도 분명히 있다. 다만, 우리는 ‘모든 학생이 그렇게 될 순 없다’는 현실을 인정했다. ‘예비창업패키지’, ‘초기창업패키지’ 등의 창업 프로그램은 ‘학교 내 학생들’에서 ‘인천 지역의 사람들’로 경쟁자 풀이 넓어진다. 그곳에서 살아남는 기업은 소수다. 선정이 되면 잘 성장하도록 지원하고, 그렇지 않은 창업가도 체계적인 지원을 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과거 대학이 ‘연구’ 중심이었다면, 인천대학교의 중심축은 ‘창업’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이를 위해선, 캠퍼스 내에 ‘창업가 정신’이 잘 자라나도록 씨앗을 고루 뿌리는 게 중요하다. 그래서, 인천대학교는 창업 동아리 활동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대체 학점 인정제’, 창업을 사유로 휴학을 허락하는 ‘창업휴학제’, ‘창업교육’, ‘창업장학금’ 등의 제도를 마련했다.
임송희 실장은 “창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자금’이다. 기술 창업은 시장에 나가기 전까지 기술 개발, 시제품 개발 등 돈이 많이 들어간다. 자영업자와 달리 매출이 바로 발생하지도 않는다. 정부에서 정책 자금을 계속 받는 게 힘들 경우도 있다. 창업지원단은 성장 단계의 스타트업이 투자를 유치하도록 돕고, 전문가와 연계하는 연결자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ㅡ창업지원단의 가장 큰 역할은 뭐라고 생각하나?
“초기 창업자들과 자리를 잡은 기업가를 연결하는 네트워크를 만드는 거다. 창업에 도전하는 사람이 필요한 지점을 말하면, 바로 네트워크 안에서 연결을 해주는 거다. 기본적으로 사업은 혼자서, 혹은 몇 명이 완벽하게 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다. 기업을 운영하면 재무·마케팅·기술 역량 부족으로 외부의 지원을 받아야 하는 상황이 온다”
ㅡ대학마다 창업 지원 기관이 존재한다. 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인천대학교의 초기창업패키지 사업은 경쟁률이 10대 1 정도로 인기가 많다. 인천대학교가 창업 지원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게 2011년도인데, 그 이후로 쌓인 노하우가 인기의 이유인 거 같다. 우리 창업 지원팀의 인력은 근무 연수가 평균 3년 이상으로 타 기관 대비 높다. 다들 필요한 업무 역량을 갖추고 있으니, 창업 지원을 위한 행정 업무를 잘 처리한다. 이건 큰 강점이다. 창업 지원의 행정 처리는 상당히 복잡한데, 이를 원활하게 하지 못해 창업가가 사업비를 사용하는 데 차질이 생기면 시제품을 만드는 것도 어려워진다.
또, 우리가 수주한 사업비만 90억 가까이 되는데, 이 정도면 3년 이하의 초기 창업자한테 줄 수 있는 사업비를 많이 확보한 거다. 창업자도 ‘인천대에 들어가면 사다리가 적절하게 준비돼 있어서, 지원 프로그램이 끝나고 다음 단계에서도 지원을 받을 확률이 높겠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ㅡ학생들에게 ‘창업’은 매우 어려운 단어 같다. 한국에서 ‘창업가 정신’은 특히나 낯선 개념 같은데, 이를 함양하기 위한 프로그램이 따로 있을까?
“학생들과 면담을 해 보면 다들 비슷하다. 남학생은 1학년 마치고 군대 가고, 그 뒤에 2~3학년 학점 관리 잘해서 대기업에 가고 싶어 한다. 그게 나쁜 건 아니다. 그렇지만, 현실적인 관점에서 취업자 수는 제한돼 있고, 특히 대기업은 그 파이가 적다. 최근 교육부나 중소벤처기업부(이하 중기부)의 입장은 ‘언제까지 이 작은 파이로만 경쟁할 순 없다’이다. 파이의 크기를 키우려면 창업이 활성화돼야 한다.
그래서, 이번에 학교에선 ‘집중창업프로그램’을 시행한다. 한 학기 동안 학생들이 교수와 함께 기업이 현장에서 맞닥뜨린 문제를 해결한다. 최종적인 목표는 집중창업프로그램에 참여하는 동안은 수업을 듣는 대신에 지금까지 배운 내용을 응용해 기업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건 인천대가 대학으로선 처음 시도하는 방식이다. 학생과 교수 모집 완료돼 다음 학기에 시범 운영될 예정이다”
ㅡ앞으로 창업지원단의 역할은 어떻게 바뀔까?
“내가 단장으로 온 이후로 학교와 창업지원단 간의 소통이 원활해졌고, 이에 따라 다양한 사업들이 추진력을 얻고 있다. 학교와 더 많은 소통을 하면서 창업지원단의 정체성을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로 변화시킬 것이다”
액셀러레이터는 자동차의 가속 페달을 뜻한다. 가속 페달을 밟으면 차의 속도가 빨라지듯, 스타트업의 성장을 가속화 하도록 돕는 기업, 기관을 가리킨다. 초기 스타트업이 서비스와 제품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판로 개척을 위한 네트워크 구축과 회사 운영에 필요한 컨설팅 제공 등을 지원한다. 지금까지 창업 보육 센터가 스타트업이 스스로 사업을 할 수 있을 때까지 사무 공간과 멘토링을 지원하는 ‘인큐베이터(Incubator)’였다면, 인천대학교는 성장을 집중적으로 돕는 역할을 맡겠다는 것이다.
ㅡ액셀러레이터로 방향을 바꾼 이유가 있나?
“회사가 창업을 하고 성장하기 위해서 필요한 건 자금이다. 물론 인천대학교도 창업 펀드를 조성했지만, 규모는 여전히 작다. 액셀러레이터로서 투자한다면 우리 대학에서 성공하는 기업도 늘어날 것이다”
액셀러레이터 역할의 필요성을 느낀 건 양성구 부단장의 사례를 통해서다. 인천대학교 생명공학부 부교수로 일하고 있는 양성구 부단장은 2019년에 ‘지브레인’을 창업했는데, 당시 인천대학교엔 액셀러레이터 기능이 없었다. 지브레인이 다른 곳에서 5억을 투자받고 지금은 기업 가치가 200억 원이 됐는데, 학교로선 큰 투자 기회를 잃은 것이다.
양성구 부단장은 “많은 일자리가 학생의 창업으로 만들어진다. 지금까지 대학의 역할이 학생을 교육해 취업을 돕는 거였다면, 이제 초기 규모의 스타트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가 돼야 한다. 이후로는 큰 규모의 투자를 지원하는 벤처 캐피털(VC)이 되고, IPO 상장까지 돕는 모델을 생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ㅡ좋은 목표다. 그렇다면, 대학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대학의 수입 구조를 다변화시켜야 한다. 대학이 지역 내에서 우수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까지 해야 한다. 지금은 정부지원이 없으면 창업지원단 직원들의 인건비조차 주기 어려울 정도로 자생력이 없다. 단, 수익을 우선시하는 민간과의 차이점은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물이 무서운 아이에게 필요한 건 물이 무섭지 않다는 걸 차근차근 배울 수 있는 경험이다. 창업도 마찬가지다. 창업이 생각만큼 어렵지 않다는 걸 직접 배워야 한다. 임송희 실장은 “인천대학교의 ‘미추홀 송상’ 프로그램을 통해서 학생들은 쇼핑몰을 창업하고, 유통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 사업자 등록증도 내보고, 매출도 만들고 2박 3일간 밤을 새우면서 밀도 있는 경험을 쌓는다. 이때, 아이템 선정, 세계 트렌드 분석, 마케팅 방식, 상품의 디자인 등을 치열하게 고민해야 한다. 우수한 성적을 낸 학생이 실제 창업에도 관심이 있다면 멘토링을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ㅡ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의 지원으로 성장할 수 있던 기업을 소개해주길 바란다.
“학생 창업가 중엔 ‘큐링이노스’의 권예찬 대표가 있다. 맞춤형 테니스 훈련 시스템을 개발했는데, 공만 배급하던 기존 기계와 달리 큐링이노스 제품은 스마트폰으로 방향, 단계 등을 리모컨 컨트롤 할 수 있다.
권예찬 대표는 학교에서 창업 강의를 듣고, 창업 동아리를 하면서 아이디어를 구체화했다. 창업 지원을 받으면서 사업을 시작했고, 이젠 투자도 받고 외부 사업화 지원금도 받게 됐다. 창업에 뜻이 없던 학생이 한 기업의 대표가 됐다는 게 뜻깊다. 다른 학생들에게도 좋은 롤 모델이 됐다”
다른 기업의 사례도 설명해주길 부탁하자 채진석 단장은 “지브레인 양성구 대표가 옆에 앉아 있다”며 웃었다. 지브레인은 뇌에 전자칩을 심어 간질, 뇌졸중, 파킨슨병 등의 뇌 질환을 진단하고, 이를 전기 자극으로 치료하는 기술을 개발한다. 약을 먹는 기존 시스템은 큰 효과를 내지 못하면서도 부작용이 종종 나타나고, 큰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이 문제였다. 지브레인의 기술은 스마트폰으로 뇌파를 모니터링하고, 증상이 있으면 자동으로 자극이 들어가 간단하고 효율적인 치료가 가능하다.
양성구 대표는 “인천대에서 초기창업패키지로 1억 원의 지원을 받은 게 큰 도움이 됐다. 인천대 창업지원단에서 지원을 받았을 땐, ‘계속 회계 강의 들어라, 사업에 지원해라’는 연락을 많이 받았다. 자꾸 그러니까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을 굳게 먹게 됐다(웃음). 창업지원단 덕분에 기술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ㅡ인천대학교 창업지원단이 ‘I-STARTUP’에서 맡은 역할이 무엇인가?
“‘I-STARTUP 2021’ 행사는 인천 지역의 창업·벤처 지원 기관과 우수창업기업, 시민들이 모여 그간 이뤄낸 성과를 홍보하고 격려하는 자리를 위해서 마련됐다. 인천대 창업지원단은 우수 기업을 선발하고 제품을 전시하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기업과 제품이 외부에 노출되도록 홍보도 담당하고 있다. 2017년부터 진행됐는데, 지난해부턴 코로나19로 온라인으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ㅡ참여하는 기업들에게 행사가 도움이 되는 편인가?
“우선 기업을 홍보할 수 있다는 점이 크다. 또한, 그 안에서 다양한 네트워킹 기회를 얻는다는 점도 중요하다. 그렇게 협업 기회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ㅡ마지막으로, 산업계와 학계의 협력이 왜 중요한지 의견을 듣고 싶다.
“나는 여러 기업을 방문하면서 업무에 필요한 지원을 하고 있다.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마케팅, 재무, 기술 개발 등 내부의 일을 전부 알아서 해결하기가 힘들다. 외부에서 부족한 걸 채워줘야 한다. 대학은 그런 컨설팅을 해줄 수 있는 전문가가 모인 곳이다. 이를 잘 활용하지 못하는 기업도 많지만, 대학에는 기업이 질적으로 성장하도록 도움을 줄 수 있는 풍부한 자원이 있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