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 "기술력 집대성해, 지구의 디지털 쌍둥이 만들겠다"
[IT동아 권택경 기자] 엔비디아(NVIDIA)가 9일 젠슨 황 창업자 겸 CEO의 기조연설을 시작으로 GPU 테크놀로지 콘퍼런스(GTC)을 개최했다. 이날 기조연설에서 젠슨 황 대표는 새로운 AI 기술을 대거 공개하며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여러 산업 분야를 넘나드는 거대한 메타버스 플랫폼의 큰 그림을 제시했다.
먼저 새 AI 기술 중 하나로 소개된 건 모듈러스(Modulus)다. 모듈러스는 물리학 기계 학습을 위한 프레임워크다. 과학 분야에서 인공지능을 활용한 물리 시뮬레이션은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예컨대 인간 단백질의 3D 구조를 해석하거나, 이제까지 알려진 효과적인 화학 물질의 특성을 배우고, 기타 잠재적으로 효과적인 새로운 화학 물질을 생성하는 식으로 신약 개발에 활용할 수 있다.
또한 기후 변화 예측과 같은 분야에서도 물리 시뮬레이션을 활용할 수 있다. 단순한 기상 예측이 아닌 기후 변화 예측을 위한 시뮬레이션은 규모가 방대해 현존하는 대부분의 슈퍼컴퓨터로는 정확도가 떨어지고, 시간도 오래 걸린다. 그러나 젠슨 황 CEO는 모듈러스를 활용하면 1000배에서 10만 배 빠르게 결과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는 “모듈러스를 사용하면 과학자들은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그 어느 때보다 대형 시스템을 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토이-미(Toy-Me)’라는 대화형 아바타도 깜짝 공개됐다. 젠슨 황 대표를 닮은 캐릭터는 ‘기후 변화의 가장 큰 위협은 무엇인가?’, ‘천문학자들은 외계행성을 어떻게 찾나?’와 같은 다소 어려운 질문에도 막힘없이 자연스러운 제스처와 말투로 답변을 하는 모습을 보였다.
‘토이-미’를 가능케 한 건 맥신(Maxine)이라는 아바타 플랫폼 덕분이다. 젠슨 황 CEO는 이를 ‘가상 로봇 플랫폼’이라고 설명했다. 같은 기술이지만 실제 현실에 물리적 형태로 구현하면 로봇이 되고, 가상 세계에 적용하면 아바타가 된다. 이날 발표에선 말하는 키오스크인 토키오(Tokkio)나 화상 회의용 아바타에 사용하는 사례를 소개했다.
맥신을 위한 기반 기술 중 하나인 리바(Riva) 뉴럴 음성 AI도 소개됐다. 젠슨 황 CEO는 “리바는 자막을 달고, 번역하고, 요약하고, 질문에 답하고, 의도를 이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영어를 포함해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일본어, 중국어, 러시아어 등 7개 언어를 인식할 수 있다. 30분만 학습시켜도 특정 목소리를 만들어낼 수 있다.
이날 발표의 핵심 키워드 중 하나는 엔비디아의 메타버스 플랫폼 ‘옴니버스(Omniverse)’였다. 엔비디아는 ‘옴니버스’로 현실 혹은 가상 세계를 시뮬레이션해서 협업, AI 학습, 기후 변화 예측, 제조공정 개선 등 다양한 활동이 물리적 제약없이 이뤄질 수 있게 할 계획이다. 그동안 메타버스 플랫폼들이 ‘가상의 협업 공간’으로서의 가능성에 좀 더 초점이 맞춰졌다면, 이번 기조연설에서 옴니버스는 ‘디지털 트윈’으로서의 기능이 좀 더 강조된 모양새였다.
예컨대 옴니버스 속 현실 공장의 디지털 트윈을 만든 후, 생산 시나리오를 미리 시뮬레이션하면 자동화 효율을 높일 수 있다. 공장뿐만 아니라 도시 전체의 디지털 트윈을 만든 사례도 있다. 스웨덴 통신장비업체 에릭슨은 옴니버스로 도시의 디지털 트윈을 만들어 어떻게 통신장비를 배치하는 게 효율적인지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젠슨 황 CEO는 인터넷에서 메타버스, 즉 옴니버스로의 변화에 대해 “인터넷은 본질적으로 전 세계의 디지털 오버레이다. 이 오버레이는 주로 텍스트, 음성, 이미지, 영상 등 2D 정보다. 여기에 변화가 일어나려 한다. 이제 새로운 3D 세계를 만들거나 물리적 세계를 모델링할 수 있다. 이러한 가상 세계는 물리학 법칙을 준수할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이 세계에는 AI 또는 친구가 있을 수 있다. 우리는 하이퍼 텍스트와 웹에서처럼 다른 한 세계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할 것이다. 이 새로운 세계는 물리적 세계보다 훨씬 클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으로 젠슨 황 CEO는 기후 변화를 시뮬레이션하고 예측하기 위한 디지털 트윈을 구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를 위한 슈퍼컴퓨터에는 두 번째 지구(Earth Two, 어스 투)라는 의미에서 ‘E-2’라는 이름이 붙는다. 젠슨 황 대표는 “지금까지 저희가 발명한 모든 기술은 ‘어스 투’를 가능하게 하는 데 필요하다”면서 “보다 더 크고 중요한 용도는 상상할 수도 없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권택경 (tk@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