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 저널] '화해', 베트남 뷰티를 해석하다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깐깐한 뷰티 해석, K-뷰티를 선도하다
필자는 화장품을 살 때 꼭 거치는 절차가 있다. 바로 '화해'라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실행하는 것. 사려는 화장품의 유해성분과 순위를 이 앱으로 꼼꼼히 파악하고 나서야 카드를 꺼내 든다. 이는 비단 필자 혼자만의 것은 아닌 듯하다.
화해('화'장품을 '해'석하다)는 화장품 성분 분석과 피부 타입별 추천, 클린 리뷰와 쇼핑까지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뷰티 플랫폼이다. 올해 1000만 다운로드를 돌파하며, 명실상부 국내 1위 뷰티 앱에 등극했다. 이 배경에는 꼼꼼한 성분 분석과 믿을 수 있는 리뷰 커뮤니티가 있다.
필자의 어머니도 그랬지만, 이 앱이 없을 때는 화장품 성분을 공부해야 했고, 제품 뒷면의 빼곡한 정보를 하나하나 분석하고 구매해야 했다. 화해는 이 시간을 혁신적으로 단축했고, 한 눈에 알 수 있는 성분 정도를 제공한다. 덕분에 누구나 쉽고 빠르게 화장품을 분석할 수 있다. 소비자도 로드샵도 화해가 주도하는 '성분 인식' 트렌드에 동참했고, 이것이 K-뷰티의 강점이 됐다.
화해는 '시장의 정보 불균형을 해소하고, 소비자 중심의 뷰티 생태계를 만든다'는 목표를 이뤄내고 있다. 이제 해외 시장으로도 눈을 돌릴 수 있다. 매력적인 시장이 많기 때문이다. K-뷰티에 대한 전 세계의 뜨거운 관심은 화해에게 풍부한 자산이다. 피부 트러블 없는 화장품에 대한 욕구가 해외 진출 명분이다. 지금이 '타이밍'이다.
베트남 뷰티 시장의 매력 속으로
1. 인구통계학적 특성과 미용 시장 규모
'왜 베트남인가'에 답하기 위해, 먼저 인구통계를 살펴보자.
뷰티 산업의 대상 소비자(타깃)은 15~39세, 이른 바 MZ세대 여성이다. 베트남의 MZ세대는 빠른 경제성장에 힘입어 뷰티에 대한 높은 관심을 보인다. 화장품을 일상 소비재로 인식하면서, 소비 지출에도 긍정적인 인식을 보인다. 이 비율은 19.2%로 타 국가 대비 높다. 중위 연령도 약 32.5세로 낮아, 이러한 인구 구성이 2039년까지 지속될 전망이다. 향후 약 20년 간 풍족한 뷰티 수요가 발생하리라 예상된다.
더구나 베트남 소비자는 보편적으로 전자 상거래에 익숙하다. 베트남 뷰티 산업이 전자상거래를 중심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긍정적인 신호다. 코로나 이후 베트남 전자상거래 규모는 급속도로 성장했다. 구글의 분석에 따르면, 이 기간에만 약 46% 규모가 증가했다. 모바일 앱인 화해가 베트남 소비자에게 친숙하게 다가갈 수 있는 이유다. 제품 분석도 판매도 앱 하나면 가능하기 때문이다.
베트남 미용시장 규모와 성장률을 보면, 코로나 직후 시장 성장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올해를 기점으로 다시 급등하며 약 10.7%의 성장률을 보였다. 향후 5년 간 10% 안팎의 높은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이 같은 경제성장에 힘입어 미용에 대한 욕구는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2. K-뷰티에 대한 뜨거운 관심
베트남은 한국 기업에게는 기회의 땅이다. 한국 문화와 제품에 대한 관심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특히 K-팝 산업이 진출하면서, 한국 연예인들이 사용하는 제품에 큰 관심을 갖고 있다. 베트남 화장품 내수시장의 90%가 수입제품임을 고려한다면, 한국산 화장품의 활발한 수출을 기대할 수 있다.
아래 그래프를 보면, 베트남 화장품 수입시장의 절반 정도인 48.1%를 한국이 선점하고 있다. 2위의 일본의 3배에 가까운 점유율이다.
한국산 화장품은 베트남에서 비교적 고가 제품에 속한다. 한국에서는 저가 브랜드로 인식되는 '미샤', '이니스프리', '토니모리' 등 로드샵이 베트남에서는 고급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고가 제품임에도 시장을 선점했다는 건 K-뷰티의 큰 강점이다.
자, 그럼 이런 베트남 화장품 시장에 어떻게 진출해야 할까? 필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하나다. 현지 화장품 시장에 '신뢰'를 불어 넣는 것.
1. 베트남의 짝퉁 화장품, 신뢰를 더하다
베트남에 유통되는 화장품 중 무려 70%가 위조 및 밀수품이다. 피부에 직접 바르고 닿는 제품인 만큼, 피부 건강에 대한 불안과 위협이 존재한다. 이렇다 보니 베트남 소비자들은 그 무엇보다 '신뢰'를 원한다. 믿고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정보에 대한 갈망. 베트남 시장 진출의 기본 조건이다. 한국, 일본, 백화점 브랜드 등 시판 중인 제품의 방대한 데이터를 이해하기 쉽게 제공한다면, 성분에 대한 그들의 불안과 욕구를 해소할 수 있다. 여기에는 두 가지 현지화 전략을 고려할 수 있다.
한국 화장품 짝퉁 감별사: K-뷰티 화장품은 베트남에서 고품질 제품으로 자리잡았다. 그 이면에는 비싸다는 인식이 있다. 때문에 관세를 피하려 중국 보따리 상인인 '따이공'를 통해 화장품을 구매하기도 한다. 문제는 이 화장품의 품질이다. 제품 관리가 제대로 안되거나 '짝퉁' 화장품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설화수'를 '설안수'로, '네이쳐리퍼블릭'을 '네이쳐리턴'으로 판매된다.
위 사진으로 보듯, 왼쪽 제품은 미샤의 퍼펙트 비비크림의 가품이다. 오른쪽이 정품이다. 한국어를 모르는 베트남 소비자라면 얼마든지 착각할 수 있다. 진품, 가품를 구분하려 한국어를 배울 수도 없는 노릇. 가품인 줄 모른채 이를 사용하고 실망하거나 피부 트러블이 발생하면, 한국산 화장품을 다시 구매하지 않을 것이다. 이는 K-뷰티 이미지이에 상당한 리스크다.
이를 화해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이미 충분히 누적된 한국산 화장품 정보와 소비자 커뮤니티는 진품/가품을 구별할 수 있는 핵심 자산이다. 화해 내 제품 정보란에 수시로 업데이트되는 제품 패키지와 뒷면 사진을 반영하면, 가품 여부를 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있다.
여기에 정품 QR코드/바코드를 인식하는 기능이 추가된다면, 더 쉽고 정확하게 정품인지 판단할 수 있다. 상당수의 가품 화장품은 QR코드나 바코드를 인식하면 엉뚱한 홈페이지가 열린다. 해킹이 우려될 정도로 조잡한 홈페이지다. 정품이라면 당연히 공식 홈페이지로 연결된다.
또한, '제보합니다'와 같은 커뮤니티를 새로 운영한다면, 어디에서 어떻게 구매한 화장품이 가품인지 소비자들끼리 그 정보를 공유할 수 있다. 베트남은 SNS를 통한 후기와 구매에 익숙하다. 커뮤니티 기능은 한국산 화장품에 관심있는 베트남 소비자에게 익숙한 소통창구가 된다.
2. '베트남에 왔으면 베트남 법대로!', SNS 적극 활용 대부분의 베트남 소비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해 화장품을 구매한다. 이는 주로 인플루언서의 라이브 혹은 게시글을 통한 구매대행으로 이뤄진다. 물론 구매대행 수수료가 붙는다. 이후 배송이 완료되면 현장에서 결제하는 방식으로 처리된다.
SNS 구매의 본질은 신뢰다. 아무래도 자국 화장품 시장보다는 인플루언서를 더 신뢰한다. 인플루언서의 정보 역시 광고성이 짙지만, 가품이 판치는 시장보다는 그들 이름값을 믿는 게 그나마 나은 대안이다. 따라서 화해가 베트남 소비자에게 신뢰와 믿음을 심어줄 수 있다면, SNS 구매보다 나은 대안이 될 수 있다. 소비자가 직접 상품 정보를 객관적으로 확인하고 판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진입 초기에는 현지 소비자의 익숙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게 좋을 듯하다.
한편, 인플루언서와 제휴해 '화해가 엄선한 화장품'을 판매하는 전략을 세울 수도 있다. 화해는 매년 상반기, 하반기 두 번 '화해 어워드'를 실시해 각 카테고리별 1위 제품을 선정한다. 인플루언서의 라이브 스트리밍에서 이 제품과 협업한다면 긍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선, 마케팅으로 점철된 시장에서 믿을 만한 화장품을 공급할 수 있으며, 그를 통해 화해 브랜드를 널리 알릴 수 있다.
누군가는, 바이러스 시대로 인해 화장품 시대는 가고 '마스크 시대'가 왔다고 말한다. 곱게 화장해도 마스크에 가려지고, 장시간 착용으로 인해 피부 트러블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이에 트러블 없는, 트러블을 진정시키는 화장품 판매는 늘어나고 있고, 소비자는 그 성분에 주목한다. 광고/홍보/마케팅으로 점철된 시장에서 화장품의 본질을 찾는 것, 이것이 화해의 존재 이유다. '기본'은 어디에서도 통한다. 베트남이라면 더욱 그렇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박소민 (jasomine@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