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고객에게 묻고, 고객으로부터 이유를 찾아라 위미트 (2)
[스케일업 x 서울먹거리창업센터] 위미트 (2)
스타트업의 창업 과정을 잠시 살펴보죠. 먼저 아이디어가 필요합니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서비스나 제품일 겁니다. 다음으로 이를 구현하기 위해 필요한 인력, 자금 등을 구하죠. 그렇게 1년에서 2년 열심히 개발합니다. 자, 이제 완성했습니다. 만들고 나니, 기존에 없던 제품입니다. 사용자들이 낯설어 할 수밖에 없는, 설명이 필요한 제품이죠. 창업가는 고민에 빠집니다. 이걸 어떻게 설명하지? 아니, 고객이 좋아해 주기는 할까?
위미트 안현석 대표가 개발한 ‘위미트 프라이드’는 대체육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치킨입니다. 안 대표는 일반적인 식물성 대체육, 흔히 말하는 ‘콩 고기’의 흐물흐물한 식감을 개선해 ‘진짜 치킨 같은’ 식감을 구현했다고 말하죠. 그런데, 사람들은 모릅니다. 알 수가 없죠. 아직 접해보지 않은, 새로운 제품이니까요.
고민에 빠진 안 대표를 위해 웰피쉬 때 조언을 구했던 패스파인더넷 강재상 대표를 다시 한번 찾았습니다. 세상에 없던 제품, 스타트업은 어떻게 알려야 할까요?
왜 하필 대체육이었나요?
강 대표의 첫 질문은 짧았다. “왜 대체육을 만들었어요?” 짧았다. 짧았지만, 안 대표는 쉽게 답하지 못했다. 머뭇거리는 안 대표에게 강 대표가 다시 질문했다.
“새로운 제품을 선보인 스타트업이 왜 이런 제품을 만들었냐고 물어보는 이유는 중요합니다. 어떤 생각으로 만들었는지, 왜 만들었는지를 알아야 하거든요. 그래야 다른 고객에게도 설명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부터 시작해야 해요.”
안 대표가 답했다.
“지난 인터뷰 때 말하지 않았지만, 사실 채식을 하고 있습니다. 채식에도 여러 단계가 있는데, 하나하나 설명하기는 어렵고… 저는 물고기는 먹습니다. 아무튼, 채식을 하면서 음식을 먹으며 얻을 수 있는 경험이 한정적인 현실에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고기가 주는 문화와 경험을 전해주고 싶었어요.”
강 대표가 이어 질문했다.
“스타트업은 대표님들의 스킬과 경험에 따라 많이 달라집니다. 그래서 한번 물어봤어요. 안 대표님은 해외 경영컨설팅 업체에 재직하다가, 미국의 유명한 미술대학으로 유학까지 다녀왔습니다. 소위 말해 경력이 화려해요. 이런 사람이 갑자기 대체육을 개발했다? 대체육을 활용한 치킨을? 의아했어요. 그래서 물어봤습니다.”
“대표님이 누구인지, 제품은 무엇인지 먼저 파악해야 필요한 조언을 드릴 수 있습니다. 다른 질문을 드릴게요. 마케팅, 홍보에 대해서 물어보셨는데요. 정확히 무엇이 궁금한건가요?”
강 대표는 넌지시 확인하는 과정을 거친 셈이다. 애둘러 표현했지만, ‘해외 경영컨설팅 업체에 다녔고, 유명한 예술대학교에서 유학까지 다녀온 분이 뭘 물어보려고 하시는지에 대한’ 확인 절차였다.
안 대표는 “아…. 직접 물건을 팔아본 적이 없습니다. 다른 업체에게 컨설팅을 해준 적은 많지만, 제가 만든 제품을 직접 팔아본 적은 없어요. 프로모션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디에 집중해야 하는지… 확신이 없습니다. 그걸 알고 싶었어요”라고 답했다.
판매 채널 확대? 광고 증설?
안 대표는 진짜 치킨 같은 대체육을 개발했다. 기존 콩 고기의 단점을 찾아 극복했고, 공유주방을 전전하며 제품을 개발하다가, 이제 작은 공장도 마련했다. 온라인 쇼핑몰도 개설했다. 판매도 시작했지만, 생각보다 판매량은 많지 않다. 어떻게 해야 하지? 판매 채널을 확대해야 하나? 광고라도 시작해야 하나?
“판매 채널을 넓혀야 하나 고민했어요. 오픈마켓에 입점하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해 놓은 오픈마켓이 몇 군데 있기도 하고.”
강 대표가 답했다.
“판매 채널 확대는 마케팅, 홍보하고 말하셨지만, 사업 전략에 가까운 부분입니다. 그보다 위미트 프라이드라는 제품의 포지션을 어떻게 할지부터 정하셔야 해요. 우리의 경쟁상대는 일반치킨인지, 아니면 냉동치킨인지부터 정해야 합니다. 구매 타겟도 불확실해요. 채식주의자를 위한 치킨인지, 일반인도 즐길 수 있는 대체육 치킨인지, 명확하지 않습니다. 이것부터 찾아야죠.”
기자도 생각에 빠졌다. 위미트 프라이드는 누구에게 판매하려고 만든 제품일까. 대체육 치킨? 좋다. 공감은 간다. 하지만, 이미 치킨을 즐기는 사람이 굳이 대체육 치킨을 먹어야 하는 이유는 뭘까. 아! 혹시 치킨과 비교해 가격은 월등하게 쌀까? 안 대표가 답했다.
“위미트 프라이드 가격은 200g 기준으로 7.800원입니다. 일반 치킨과 비교하면 조금 더 비싸요. 물론, 주문량이 늘어나서 생산량이 많아지면 단가를 낮출 수는 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위미트 프라이드는 아직 일반 치킨보다 비싸다. 강 대표가 말했다.
“고객이 위미트 프라이드를 구매하기 위해 지갑을 열어야 하는 이유를 제시해야 합니다. 그걸 찾아야 해요. 지금 위미트에서 필요한 것은 홍보와 마케팅보다 제품의 필요성을 전달해야 합니다. 제품의 가치죠. 위미트가, 안 대표님이 만들고 싶은 제품을 고객에게 강요하는 방식은 안됩니다. 고객에게 필요한 제품을 만드신 거잖아요? 그 이유를 고객에게 알려야죠. 그걸 선행해야 합니다.”
맞다. 스타트업이 간혹 빠지는 오류다. 스타트업은 기술을 개발하는 연구소가 아니다. 어디까지나 고객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선보이고, 이를 바탕으로 사업하는 기업이다. 내가 만들고 싶은 제품이 아니라, 고객이 원하는 제품이어야 한다.
“판매 채널을 늘리는 것, 위미트에게 맞는 오픈마켓을 찾는 것, 제품을 광고하는 것… 모두 중요합니다. 오픈마켓 입점하면 무조건 잘 팔리나요? 아닙니다. 그 안에서 판매하는 것도 일이에요. 구매 타겟과 위미트 프라이드를 구매해야 하는 이유를 우선해야 합니다. 어떤 가치로 우리 제품을 전달할지 그걸 찾아야 해요.”
채식주의자를 위한 제품… 얼마나 성공했나요?
강 대표는 구매 타겟과 관련해 말을 이었다.
“요 근래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을 위한 제품 참 많이 나왔습니다. 하지만 되묻고 싶네요. 그 많은 제품 중 시장에 안착한 제품이나 성공한 제품은 얼마나 있었는지 말입니다. 비건을 위한 제품으로 나설 경우, 매니아 시장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비건 문화가 발달한 해외 업체와 경쟁해야 하죠. 쉽지 않은 시장입니다.”
“굳이 비건을 위한, 채식주의자‘만’을 위한 제품으로 강조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건강을 위한 치킨, 콜레스트롤 0g의 치킨, 풍부한 식이섬유를 함유한 치킨 등 건강식으로 소개할 수도 있어요. 건강한 치킨이라고 할 수 있죠. 이건 이미 데이터로도 확인할 수 있잖아요.”
맞다. 위미트 프라이드는 버섯을 주재료로 만든 닭고기 식감의 대체육을 튀겨낸 제품이다. 일일권장 식이섬유 섭취량의 50%를 함유하고 있으며, 닭가슴살 수준의 고단백이자(21g, 100g 기준), 콜레스트롤은 없다. 긍정적 데이터다.
“대체육은 어디까지나 대체육입니다. 기존 닭고기나 돼지고기, 소고기를 완벽하게 대처하는 제품은 없습니다. 똑 같은 맛을 구현한다고 하면 오히려 소비자들이 믿지 못하죠. 중간 단계의 그 무엇이지만, 그 무엇이 필요한 이유를 전달하길 권합니다.
“이유를 직접 찾을 필요는 없습니다. 찾기도 어려울뿐더러, 우리 팀원이나 주변 지인 등 주변 네트워크에서 이유를 찾으면 긍정적인 답변만 들려올 것이 뻔합니다. 제품을 전달해 솔직한 의견을 묻는 체험단을 운영해보세요. 성별, 연령별, 직업별 등으로 세분화해서 여러 의견부터 듣기를 권장합니다. 광고에 사용할 비용이 있다면, 그걸 제품 체험단으로 활용해 시장 조사부터 하셨으면 합니다. 고객이 접해보지 않은, 경험 없는 제품을 선보일 때 많이 활용하는 방법입니다.”
고객에게 이유를 묻고, 찾는다.
“요즘 고객들은 적극적입니다.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쓰임새를 찾아낼 수 있어요. 상상 밖의 사례가 등장할 수 있습니다. 첫 체험단에게 전달하는 질문은 선택형이 아닌 오픈형을 권장합니다. 답변률은 낮겠지만, 그 안의 반응을 찾아야 해요. 그렇게 하나씩 질문 리스트와 답변 리스트를 늘려가면서 ‘이유’를 찾아야 합니다.”
홍보를 위한 제품 체험단이 아니다. 제품의 유용성을 파악하기 위한 체험단이다. 이 제품을 경험해보고 구매하라는 의미가 아니다. 이 제품을 경험해보고 어떻게 하면 구매하실 건지 묻는, 역발상의 체험단이다.
“채식주의자로 체험단을 한정할 필요도 없습니다. 열어 놓고 물어봐야죠. 대체육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시는 분들, (어떤 이유에서든) 평소 고기를 안먹는데 먹어보길 원하는 분들 등 다양한 체험단을 운영하길 권합니다. 그리고 받은 고객 의견(데이터)를 그대로 받아들여야 합니다. 의미트가 원하는, 안 대표님이 원하는 의도대로 나오지 않더라도 말이죠.”
“대체육은 아직 고객에게 물어봐야 하는 영역입니다. 알게모르게 우리 생활에 대체육이 들어와 있고, 뉴스와 기사를 통해 언론에서 대체육을 많이 언급했지만, 실제 고객 입장에서는 아직 많이 낯선 제품이에요. 고객에게 묻는 방법도 여러 가지입니다. 전문 서베이 기관을 통해서 진행할 수도 있고, 자체적으로 운영할 수도 있어요. 온라인/오프라인 광고 1개월 진행 비용이면 충분히 원하는 데이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시장 반응, 시장성 테스트를 통해 위미트 프라이드의 필요 이유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