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IT 인사이트 저널] 'K-대체육', 20억 할랄 인구를 잡아라
[IT동아]
[편집자주] 본 연재는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BIT, Business Innovation Track)'에서 활동하는 재학생들이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 가능성'을 주제로 각자 면밀히 조사, 취재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근미래를 이끌 대학생의 시선으로 예상, 분석한 기업/산업 트렌드와 성장 전략 등을 제시합니다. 본문의 흐름과 내용은 IT동아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고기 없는 제육볶음', '우유 없는 치즈', '당분 없는 설탕'...
이게 무슨 모순일까 싶지만, 현재 다수의 푸드테크 기업은 이러한 대체식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대체육(고기)에 대한 관심은 전 세계에서 남다르다. 빌 게이츠부터 손정의, 제프 베조스, 최태원 회장 등 투자계의 큰 손들이 주목하고 있는 산업이기도 하다.
최근 대체육이 급성장한 원인으로 '비욘드 미트'나 '임파서블 푸드'와 같은 거대 푸드테크 스타트업의 역할이 크지만, 역사를 돌아보면 한국이 대체육에 대한 이해도가 낮지 않음을 알 수 있다. 1960년 후반부터 '콩고기'나 '밀고기'라는 이름으로 식량 부족 및 자원 낭비 문제를 해결하곤 했다. 다만 그 당시에는 콩고기가 단순히 '대체품'의 색이 강했다면, 지금의 식물성 고기는 '푸드테크'의 핵심으로 '진짜 고기'의 맛을 내기 위해 국내외 대기업들이 거대 자본을 투입하며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작물, 농업 및 토지 이용에 대한 VC의 투자금액과 건수를 살펴보면, 50% 이상으로 '대안 식품 온실가스 저감 단백질' 산업으로 자본이 모이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비욘드 미트와 임파서블 푸드의 성공경험으로 인해 더 많은 투자자들이 대체육에 투자를 확대하기 시작했다. 이 트렌드가 지속된다면 향후 대체육 시장에도 점점 많은 투자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자본 흐름을 통해 시장 전망을 예상한다면, 대체육은 높은 성장 가능성을 가진 산업이라고 감히 예측할 수 있다.
국내 대표 대체육 기업 - 바이오믹스테크 (viomix tech)
필자는 현재 유의미한 매출을 기록하는 국내 대표 대체육 기업 두 곳을 선정했다. '언리미트'라는 곡물 기반 대체육 브랜드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지구인 컴퍼니'와, '고기대신' 시리즈 상품을 연구/개발, 판매하는 푸드테크 기업 '바이오믹스테크'다. 지구인 컴퍼니는 현재 이미 홍콩, 유럽 등으로 수출하고 있고, 바이오믹스는 국내 시장에만 집중하고 있다.
바이오믹스테크는 식물성 대체육 제품을 생산하는 푸드테크 기업이다. 대두, 완두, 밀 등 식물성 단백질 원료를 활용해 실제 고기의 맛과 식감, 향을 가장 가깝게 구현하면서, 실제 고기와 비교해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맛과 향, 식감 등이 모두 뛰어나다는 평을 얻고 있다.
지금까지 출시된 '고기대신' 제품은, 비건 양념갈비살, 비건 궁중떡볶이, 비건 제육볶음, 베지 치킨너겟, 비건 돈까스, 비건 떡갈비, 그리고 베지 오징어링 등이다. 식물성으로 구현한 대체육 제품이라 믿기 힘든 라인업이다. 또한 이들 제품과 같은 식물성 대체육의 주원료인 분리대두단백 조직을 '직접 생산할 수 있는 기술과 생산시설을 보유한 국내 유일한 업체'로서, 앞으로 더욱 커질 대체육 시장에서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으리라 예상한다.
이처럼 우수한 기술력으로 국내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아직 수출 경험이 없는 바이오믹스테크가 해외에서도 가능성이 있을지, 성공적인 진출을 위해서는 어떤 방법으로 접근을 해야 할지, 필자의 성장 전략을 제안하려 한다.
이쯤 되면 생길 수 있는 궁금증 하나. 진짜 고기는 두고 '가짜 고기'에 이렇게 투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수요 측면에서 크게 2가지로, 1) 가치에 의한 소비, 2) 신념에 의한 소비로 예측했다.
우선 '가치에 의한 소비'는 환경, 동물 복지, 건강 등이 있을 수 있다. 이를 테면, 비욘드미트의 패티와 일반 소고기 패티를 비교했을 때, 비욘드미트 제품의 수자원 사용량은 무려 99%, 토지 사용량은 93%, 온실가스 배출량은 90%가량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출처: University of Michigan, CSS). 따라서 친환경 소비를 지향하는 소비자들에게 대체육은 매력적인 옵션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공장식 축산의 비윤리적 측면이 조명되며 채식주의자들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자층이 이에 반응했다. 건강 측면에서는 성장호르몬, 포화 지방 등의 염려로 육류 섭취를 줄이거나, 간헐적으로 채식으로 지향하는 플렉시테리안( flexitarian) 또한 늘고 있다.
두 번째로, '신념에 의한 소비'다. 신념의 가장 대표적인 예로 종교를 꼽는다. 이슬람교만큼 먹는 것에 대한 자세한 가이드라인이 존재하는 종교도 많지 않다. 뿐만 아니라 무슬림은 무려 인구의 1/4을 차지하고 있으며, 이들에게 종교는 생활의 일부가 아닌 생활 그 자체로 코란(이슬람 성서)을 일상의 계율로 삼으며 살아간다.
대표적으로, 이슬람 사회에는 율법에 따라 '할랄' 음식과 '하람' 음식으로 나누어 허용, 금지되는 음식을 엄격하게 구분한다. 아랍어로 '할랄 (halal)'은 '허용할 수 있는'이라는 뜻이며, 무슬림이 먹고 쓸 수 있는 제품 전체를 가리키는 단어다. 반면, '하람 (haram)'은 이와 반대로 허용되지 않은 음식으로, 넓게는 율법상 금기시되는 모든 것을 뜻한다.
육류의 경우 돼지고기는 엄격히 금지되며, 가축(야생동물 제외)은 이슬람식 도축 방법인 다비하(Dhabuhah)에 따라 도축한 육류만 섭취할 수 있다. 이렇게 육류에 대한 기준이 타 식품 군에 비해 까다로운 만큼, 비건(적극적 채식주의) 식품에 대한 할랄 인증 수요가 늘어나게 됐다. 특히 무슬림이 먹지 못하는 돼지고기를 대체하는 제품을 수출하면 현지에서 많은 수요가 있으리라 예측한다.
대체육 시장의 새로운 접근법
이미 많은 대체육 기업들이 목표로 하는 가치소비 시장이 아닌, 신념소비 시장의 무슬림 소비자를 겨냥해 할랄 시장에 진출한다면? 할랄 인증 기준에 부합하려면, 여러 단계의 인증 절차와 까다로운 원료 검사를 거쳐야 한다. 동물성 원료가 함유된 식품을 제조할 경우 앞서 언급한 대로, 돼지나 돼지로부터 파생된 것, 피나 부유물 또한 사용 금지 대상이다. 이처럼 동물성 제품에 대한 제약이 많은 만큼, 식물성 제품으로 인증을 받는 것이 수출에 더 유리하다. 이후 성공 사례로 다시 언급할 수출용 '불닭볶음면' 또한 동물성 원료를 배제한 비건 제품으로 할랄 인증을 받아 이들 국가에서 성공을 거둔 경험이 있다.
그렇다면, 이렇게 까다로운 인증 절차를 거치면서 할랄 시장에 진입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1) 세계 할랄 시장 규모 할랄 시장은 전 세계 인구의 25%를 차지하는 무슬림 소비자가 있는 유망한 시장으로, 이들이 먹고 바르고 쓰는 할랄 시장 규모는 곧 3조 달러 를 돌파할 예측되고 있다(출처: foodtoday). 또한, 해당 산업에서 두 번째로 큰 파이를 차지하고 있는 사업이 바로 식품이다. 심지어 할랄 제품은 전반적으로 안전하다는 인식이 있어, 비무슬림 소비자들의 수요가 또한 늘어나는 추세다. 무려 1조 7000억 달러 규모를 자랑하는 할랄푸드 시장은 국내 식품 기업에게는 그야말로 긁지 않은 복권이 아닐 수 없다.
2) 말레이시아 할랄 시장 현황 특히 세계 할랄 시장의 허브인 말레이시아는 8년 연속 이슬람 경제를 이끌 정도로 경쟁력 있는 시장이다. 나아가, 말레이시아는 이슬람 협력기구인 OIC(Organisation of Islamic Cooperation)의 회원국과도 무역 관계가 탄탄하며, 최고의 사업/투자 환경을 보유한 국가로 선정된 전적이 있다(출처: 2019 CEO World Maganize).
전 세계에서 인정받는 할랄 인증인 'JAKIM' 또한 말레이시아에서 운영되며, 할랄 무역의 주요 촉매제 역할을 하는 'MIHAS'를 개최하는 등 말레이시아는 글로벌 할랄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말레이시아 인구의 60% 이상이 무슬림인 만큼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에 대한 수요는 꾸준할 것이다. 미국 내 최대 정육 기업인 '타이슨'이 런칭한 대체육 제품의 첫번째 아시아수출국으로 말레이시아를 선정할 정도로 대체육 수요 또한 충분히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 말레이시아의 대체육 카테고리의 매출이 매년 5.3%씩 성장하며, 팬데믹으로 인하여 더욱 성장하고 있다고 알려졌다(출처: malaymail). 다만 타이슨의 대체육 제품들은 모두 할랄 인증을 받았지만, 대체적으로 버거 패티, 소세지, 치킨 너겟 등으로 구성돼어 미국인들의 식습관에 맞춰진 반면, 말레이시아인의 식습관은 한국과 비교적 유사해 밥과 함께 먹을 수 있는 제품의 수요가 한층 더 높을 것으로 예상한다.
종합하면, 말레이시아의 탄탄한 무역 관계 및 투자 환경, 높은 할랄 인구 비율, 그리고 대체육 산업의 성장과 더불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는 현 시점이 시장 진출에 적합하다고 판단한다.
할랄 시장 진입 성공사례
앞서 간단히 언급한 수출용 불닭볶음면(삼양식품)의 경우, 국내 최초로 할랄 인증을 받은 제품으로 동남아에서 대박을 터뜨렸다. 2020년 기준 동남아에만 1,000억 원 규모의 불닭볶음면을 수출했으며,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의 물량만 해도 400억 원어치를 넘어섰다(출처: KITA). 국내의 한 떡볶이 업체는 수출용 '컵볶이'를 할랄 인증을 받았다.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해부터 중동 및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에서 떡볶이 열풍이 일고 있는데, 떡을 상온 보관하려면 보통 주정 처리를 하는데 할랄 인증을 받기 위해 이 과정을 생략하고 자체 기술로 상온 저장이 가능하게 했다. 이 업체는 자사 떡볶이 해외 수출 물량의 35%가 할랄 떡볶이라고 밝혔다(출처: 경향비즈). 이들 사례가 시사하는 바는 명확하다. 아직은 생소할 수 있는 할랄 시장을 이해하고 공략하여 얻을 수 있는 경제적 이익은 상상보다 훨씬 크다는 것.
그럼, 바이오믹스테크는 어떻게 할랄 시장 진출에 성공할 수 있을까? 우선 진출 및 성장 전략을 크게 세 가지 단계로 구분해, 1) 할랄 시장 초기 진입 방법과 2) 말레이시아의 할랄 시장 공략법,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대입하여 3) 바이오믹스테크만의 전략을 제시한다.
1) 할랄 시장 초기 진입 방법 가장 먼저, 할랄 시장이 국내에는 아직 생소한 만큼 안전하게 수출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간략히 짚는다. 뻔하게 들리겠지만, 새로운 문화권에 진출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많은 리서치와 이해를 토대로 진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사업 실패는 물론 문화적 갈등으로도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할랄 시장 진입을 계획하는 단계에서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이슬람 윤리관에 대한 이해와 무슬림의 신뢰 구축, 그리고 할랄 인증 관련한 인식의 전환이다.
2) 말레이시아의 할랄 시장 공략법 이에 말레이시아 시장 성공 진출을 위해서 국내 수출 여건 및 현지 시장 여건을 분석한 바는,
국내 수출 여건
강점: 한류 문화 확산으로 한국 식문화에 대한 관심 증가. 말레이시아의 대표 할랄 인증 JAKIM의 동등성 인정 획득(2013년)
약점: 높은 생산 원가로 현지 제품에 비해 가격경쟁력 열세
현지 시장 여건
강점: 한국 문화 및 상품, 음식에 대한 관심 증가. 건강식으로 인식되는 한국 식품의 인기 상승
약점: 가격에 민감한 소비패턴/저가격 제품 선호. 할랄 시장 내 다국적 식품 기업들 간의 경쟁 심화
위 요소들을 고려하여 말레이시아 수출 전략을, 1. 할랄 인증 2. 말레이시아 식문화에 최적화한 제품 개발/현지화 3. 시장 세분화의 3단계를 예상할 수 있다.
할랄 인증: 바이오믹스테크의 '고기대신' 제품은 대두단백이 주원료라, 하람(금지) 식품에 해당되는 GMO 콩을 사용하는 건 아닌지 정확한 확인이 필요하다. Non-GMO 콩을 사용한다면 해당 인증서를 제출해야 한다. 제조 과정에서도 알코올이 사용되지 않는 지도 꼼꼼히 확인해 할랄 인증 획득에 차질 없도록 준비해야 한다.
말레이시아 식문화에 최적화한 제품 개발/현지화: 현지 소비자들의 요구사항을 충족시키기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자주 소비하는 육류 종류는 무엇인지, 주로 어떤 형태나 맛으로 조리하는지 현지 조사를 진행해야 한다. 또한 어떤 제품을 수출할지, 어떻게 변형할 지도 고려해야 한다. 삼양의 불닭볶음면 사례처럼, 연구개발을 통해 메가브랜드를 형성하고 현지 소비자를 대상으로 다양한 제품군을 확대함으로서 폭넓은 소비자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시장 세분화: 지역별 소비 수준 및 유통 채널 분석 후 선택적으로 공략해야 한다. 한국 식품 특성상 현지 제품보다 가격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인구가 밀집되고 현대적 유통매장이 집중된 도시 위주로 판매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말레이시아 시장이라면 쿠알라룸푸르, 수방 자야, 다만사라, 방사르, 페낭 및 조호바루, 쿠칭과 같은 대도시가 유망해 보인다. 특히 '고기대신'의 대체육 제품은 건조 콩고기와는 다르게, 냉동으로 유통, 판매돼야 하기에 최신식 유통 환경도 반드시 필요하다.
마무리하며...
바이오믹스테크가 실제로 동남아 시장에 진출할 계획이 있는지 알 순 없지만, 회사 내부에서도 어느 정도 고려하고 있으리라 조심스레 예상한다. 가치 소비의 트렌드를 이끄는 미국이나 유럽 등의 흔한 선택지가 아닌, 해마다 소비 수준이 높아지고 있으며, 할랄 식품의 소비량이 가장 많은 말레이시아 시장을 우선 공략하는 게 적합할 것이라 생각한다. 이 경험이 향후 바이오믹스테크가 20억 인구의 할랄 식품 시장을 점유하는 대체육 기업으로 확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리라 기대한다.
글 / 연세대학교 경영혁신학회 29기 김희지 (heeji2411@yonsei.ac.kr)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