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드 안 되는 내 PC, 뭐가 문제?

김영우 pengo@itdonga.com

“PC는 언제 사면 좋을까요? 내년이면 신형이 나온다는데 그때 사는 게 좋을까요?”

PC 구매를 생각하고 있는 소비자들 중 이런 질문을 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위 질문은 핵심을 벗어나고 있다. 워낙 빠르게 돌아가는 IT시장의 속성상, 언제 PC를 사던, 몇 달 안에 구형이 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하기 때문이다. ‘죽기 직전에 사는 PC가 제일 좋은 PC’라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을 정도다.

그래서 상당수의 알뜰파 소비자들은 좀 더 높은 성능이 필요해지면 큰 돈을 들여 새 PC를 사기보단 기존 PC의 일부 부품을 교체해 성능을 개선하는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곤 한다. 업그레이드 시에 주로 교체가 고려되는 부품은 CPU(중앙처리장치)와 램(주기억장치), 그리고 하드디스크(보조기억장치) 및 그래픽카드(모니터로 화면을 출력하는 장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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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를 교체하면 PC의 전반적인 성능이 향상되며, 램 용량을 늘리면 덩치가 큰 프로그램을 실행하거나 동시에 여러 개의 작업을 할 때 좀 더 유리해진다. 그리고 하드디스크 용량을 늘리면 더 많은 콘텐츠를 저장할 수 있게 되며 그래픽카드를 업그레이드 하면 게임 구동 능력이 집중적으로 향상된다. 이론상, 위의 4가지 부품을 전부 교체한다면 거의 새 PC를 사는 것과 다름 없는 성능 향상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당연히 새 PC를 사는 것에 비하면 비용이 적게 든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구형 PC에 신형 부품을 꽂을 수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바로 호환성 때문이다. 백열전구 소켓에 형광등을 꽂을 수 없는 것처럼, 쓰임새가 같은 부품이라 해도 경우에 따라서는 장착이 불가능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부품 별로 자세히 살펴보기로 하자.

CPU - ‘소켓’ 규격과 메인보드 제조사의 ‘바이오스’ 지원 여부가 관건

CPU와 메인보드(PC의 주기판)의 호환 여부를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가 바로 ‘소켓’의 규격이다. 예를 들어 같은 ‘코어 i5’ CPU라 하더라도 1세대 제품은 LGA1156 규격, 2세대, 3세대 제품은 LGA1155 규격의 소켓을 사용한다. 따라서 2009년에 출시된 1세대 코어 i5 기반 PC를 가진 사용자라면 2012년 현재 팔리고 있는 3세대 코어 i5로 CPU만 업그레이드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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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그레이드 안 되는 내 PC, 뭐가 문제? (2)

그리고 소켓 규격이 맞더라도 신형 CPU로 업그레이드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탑재된 바이오스(메인보드의 기본 기능을 제어하는 프로그램) 문제다. 바이오스에는 각 CPU의 구동 방식을 인식하는 마이크로코드가 입력되어있는데, 구형 메인보드에는 신형 CPU에 대한 마이크로코드가 없다. 이렇게 된다면 소켓 규격이 일치하는 신형 CPU를 꽂더라도 작동을 하지 않을 수 있다.

그래서 메인보드 제조사에서는 새로운 CPU가 나올 때마다 내용이 업데이트된 바이오스를 제공하곤 한다. 사용자는 인터넷을 통해 이를 내려 받아 업데이트가 가능하다. 다만, 메인보드 제조사에 따라서는 바이오스 업데이트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도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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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에이수스(ASUS, 일명 아수스)의 M3A78-T와 젯웨이(Jetway)의 PA78GT3-DG는 비슷한 시기(2008년)에 출시된 AM2+ 소켓 규격의 메인보드라는 점은 같지만, CPU 지원 범위는 다르다. 에이수스 제품은 2011년에 출시된 페넘II 960T CPU를 지원하는 바이오스 업데이트를 제공하지만, 젯웨이 제품은 이를 제공하지 않아 해당 CPU로 업그레이드를 할 수 없다. 위와 같이 젯웨이 같은 보급형 브랜드보다는 에이수스와 같은 고급형 브랜드의 제품이 바이오스 업데이트도 충실하게 이루어지는 편이다.

램 - 램 슬롯의 규격, 최대 인식 가능 용량을 파악해야

램 용량을 업그레이드 하기 위해서는 우선 해당 메인보드가 가진 램 슬롯의 개수부터 파악해야 한다. 만약 총 2개의 램 슬롯을 가진 메인보드에 1GB의 램 2개가 꽂혀있다면 여기에 추가로 램을 꽂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기존의 램을 제거하고 더 큰 용량의 램을 꽂는 방법도 있지만 이렇게 하면 비용이 많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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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PC용 램은 DDR, DDR2, DDR3 등 다양한 규격이 있다. 2012년 현재 시장의 주류를 이루는 램은 DDR3 제품이다. 만약 현재 가진 PC의 메인보드가 DDR2용이라면 여기에 요즘 나오는 DDR3 램을 꽂을 수 없다.

그리고 램 규격이 일치하고 비어있는 램 슬롯이 있더라도 추가로 램을 꽂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이는 해당 메인보드에 탑재된 칩셋(메인보드의 핵심 칩)의 능력 차이 때문이다. 예를 들어 구형인 945GC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는 최대로 인식할 수 있는 램의 용량이 2GB지만, 최신 Z77 칩셋 기반의 메인보드는 최대 32GB까지 꽂을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점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멀쩡한 램을 사놓고도 무용지물이 될 수 있다.

하드디스크 - 2.2TB 이상의 고용량 제품은 인식 안 되는 경우도

하드디스크를 업그레이드 할 때 예전에는 메인보드와 인터페이스(연결 규격)에 가장 많이 신경이 쓰였다. 2000년대 초까지는 IDE(PATA) 인터페이스 규격의 하드디스크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고 있었지만 이후부터는 이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빨라진 SATA 규격의 하드디스크가 본격적으로 보급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때문에 만약 IDE 인터페이스만 갖춘 메인보드라면 SATA규격의 하드디스크를 꽂을 수 없다. 하지만 2005년을 즈음부터 나온 PC들은 거의 SATA 기반 메인보드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2012년이 된 지금도 하드디스크 선택에 그다지 제약이 없다. 물론, 예외가 있긴 하지만, 이제 와서 SATA도 지원되지 않는 PC를 업그레이드하려는 것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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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2010년은 즈음해 시장에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한 TB(테라바이크)급 고용량 하드디스크를 구매하려 한다면 조금 더 생각해 보자. 특히 2.2TB를 넘는 하드디스크는 상당수 구형 메인보드에서 전체용량이 인식되지 않아 제대로 사용할 수 없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이 때는 UEFI(통합 확장 펌웨어 인터페이스)라는 기능을 지원하는 신형 메인보드를 사용해야 한다. 만약 그럴만한 사정이 되지 않는다면 해당 하드디스크의 제조사에서 구형 메인보드에서도 2.2TB 이상의 하드디스크를 쓸 수 있게 해주는 전용 소프트웨어를 제공해 주는지는 면밀히 파악하자.

그래픽카드 - 케이스 크기, 파워서플라이 출력에 유의해야

게임을 많이 하는 PC 사용자들이 가장 관심을 가지는 업그레이드 항목이 바로 그래픽카드다. 고급형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PC일수록 우수한 게임 구동 능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다만, 그렇다 하여 무작정 비싼 그래픽카드를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큰맘 먹고 산 그래픽카드를 자신의 PC에서 제대로 활용할 수 없는 경우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픽카드의 업그레이드를 고려하고 있다면 예전에는 가장 먼저 살펴봐야 할 것이 현재 사용하는 메인보드가 갖추고 있는 확장 슬롯의 규격이었다. 2000년대 초 까지는 AGP 규격의 슬롯에 호환되는 그래픽카드가 시장의 주류를 이루었으나, 이후부터는 PCI익스프레스 16x 규격의 그래픽카드가 많이 쓰이기 시작했다. 2005년 이후에 출시된 PC라면 거의포트가 AGP 탑재된 경우가 매우 드물기 때문에 2012년 현재 시점에서 슬롯의 종류에 따른 그래픽카드의 호한 걱정을 할 일은 거의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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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보다도 중요한 것이 바로 PC 본체의 외형을 이루는 케이스의 크기다. 만약 본체 너비가 10cm 남짓인 슬림형 케이스 기반의 PC라면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가 아주 어렵다. 물론 이런 슬림형 PC를 위한 LP(LowProfile) 규격의 소형 그래픽카드도 있긴 하지만 종류가 매우 적은데다 성능도 신통치 않다. 본체의 너비가 20cm 정도 되는 PC여야 일단은 그래픽카드 업그레이드를 원활히 할 수 있는 기본 조건이 된다 할 수 있다.

그리고 물리적으로 최신 그래픽카드를 장착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해도, 이를 구동할 전력을 공급하는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의 출력이 일정 수준 이하라면 역시 문제가 된다. 이 경우엔 구동이 되더라도 종종 오작동을 하는 등 PC 전반의 안정성이 크게 저하될 수 있다. 대략 10만원대의 중급형 그래픽카드라면 400W 가량, 20만원대의 고급형 그래픽카드라면 500W 가량의 출력을 가진 파워서플라이가 PC에 탑재되어 있는지 확인해 보도록 하자.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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