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말기 자급제 적극 활성화되어야"
지난 2012년 5월,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가 '단말기 자급제'의 공식시행을 발표한 이후 적지 않은 논란이 일고 있다. 단말기 자급제란, 이동통신사(이하 이통사)를 통해야만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던 기존의 제도와 달리 유통사나 제조사를 통해서도 단말기를 구매할 수 있는 제도다. 즉, 통신사 대리점 외에 집 근처 대형마트나 제조사 대리점에서도 '갤럭시S'나 '아이폰'을 구매할 수 있고 4G LTE를 지원하는 단말기도 구매할 수 있는 것이다. 5월 1일부터 시행되기로 했지만 실제 자급 유통망의 변화는 예상보다 점진적으로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이에 따라 단말기 자급제의 효과에 대한 의문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한다.
일부에서 자급단말의 시장성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며 자급단말제도의 수정 혹은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자급단말의 시장성 여부는 거시적 차원의 경제적 분석보다 소비자의 선택권 존중이라는 권익향상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 어느 나라든지 소득계층이 분화되어 있고, 그에 따라 중저가 자급 단말기 시장은 안정되게 존재하고 있다. 우리보다 먼저 자급제를 시행 중인 해외 국가를 살펴보면, 이통사가 유통하는 프리미엄 휴대폰 시장과 중저가 단말기 위주의 자급 시장은 명확하게 구분되어 있고 서로 다른 시장 세그먼트(segment)로 자리 잡고 있다. 즉, 본질적으로 비용에 민감한 소비자들은 다양한 단말과 요금제를 구가하게 되어 있고, 합리적인 소비를 하려는 소비자의 의지와 선택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미국이나 유럽의 경우 자연스럽게 중저가 자급단말기 시장이 형성되어 있다. 반면, 나중에 자급제를 도입한 일본의 경우 자급단말 시장형성을 위해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걸린 것을 볼 수 있다. 통신환경이 우리와 비슷한 일본의 경우를 반추해 보면, 우리의 자급단말기 시장형성이 빠르게, 그리고 쉽게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 따라서 단기적 시각을 지양하고, 장기적 관점에서 자급단말 시장을 만들어 가려는 경제주체들의 노력이 중요하다.
현재의 국내 이동전화 시장은 고가 단말기 위주로 마케팅이 과열되고 있는 비정상적인 구조다. 자동차 시장을 예를 들면, 대형/중대형/중형/소형까지 다양한 등급의 차가 소비되고 있다. 반면, 휴대폰의 경우 고급 단말기 위주로 편중되어 있어 정상적인 상황이 아님을 쉽게 알 수 있다. 이런 편향된 시장 구조에서 이용자는 이용자대로 많은 단말기 할부 원금과 고가 요금제 가입으로 인한 고비용을 지출하게 되고, 사업자는 과다한 보조금으로 재정 건전성이 악화되고 있는 것이다. 때문에 자급폰 활용이 늘어날수록 이용자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으며, 사업자의 지나친 마케팅 과열 현상을 억제할 수 있다. 또한, 사업자간 순수 서비스 경쟁으로 나아가게 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할 수 있다.
단말기 자급제는 단순히 제도 또는 시스템의 변화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다이내믹한 통신 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통해 새로운 유통 패러다임 구조가 형성되고 결국 건전한 ICT 생태계가 이루어지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이러한 장고의 변화 과정을 단기간에 그 효과를 측정하거나 일정 성과를 달성할 수는 없다. 국내 이통사들은 근 20년 동안 정부로부터 보호된 과점 울타리 안에서 유통구조를 거의 독점적으로 구축해왔다. 이런 폐쇄적인 유통구조를 개방적 경쟁적 유통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촉매제가 바로 자급유통망이다.
최근 국내 중소규모의 제조자도 중저가 단말기를 활발히 준비 중이고, 해외의 많은 업체들도 국내 중저가 단말기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바로 국내 단말기 시장이 아직 덜 개발되었다는 반증이다. 우여곡절 끝에 시행된 자급제를 통해 이제 기본적인 플랫폼은 마련이 되었다. 유통이라는 것은 비즈니스이고, 이용자를 포함한 경제주체들간의 상호작용을 통해 유통망 변화가 다이내믹하게 진행돼야 할 것이다. 첫걸음도 떼지 않은 시장에 대한 성급한 판단들이 시장의 기대 형성을 왜곡시키는 우를 경계해야 하겠다.
글 / 성균관대학교 신동희 교수(dshin@skku.ed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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