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 과연?

2011년 9월 9일, 시장조사기관 가트너는 2011년 전세계 PC 출하량이 3억 6,400만 대로 지난해보다 3.8% 증가하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10.9% 상승한 4억 40만 대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올해 초 예상치보다는 다소 낮아진 결과다(가트너는 올해 초 전세계 PC 성장률을 2011년 9.3%, 2012년 12.8%로 예상한 바 있다). 특히, 가트너는 올 하반기 서유럽과 미국 시장에 대해서 5.5% 정도 더 낮게 예측했다.

이처럼 전세계 PC 판매 예상치가 낮아진 데는 다양한 이유가 제기된다. 이 중 앞서 언급한 서유럽 및 미국의 비관적인 경제 전망으로 인한 소비심리 악화와 PC 대체용 모바일 기기(스마트폰, 태블릿 PC 등)의 PC 시장 잠식 등이 주된 이유로 인식되고 있다. 새 PC를 구매하기 보다 부분적인 업그레이드를 선택하거나, 아예 PC 대체용 모바일 기기로 전환하려는 사용자가 점차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1)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1)

하지만 가트너는 모바일 기기로 인한 PC 시장의 축소 현상이 그리 오래 지속되지는 않을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내년에 선보일 인텔 및 AMD의 새로운 노트북/넷북용 플랫폼이 PC 시장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 넣을 것이라 기대하기 때문이다.

PC 업계, 위기인가 기회인가

지난 8월 18일, 전세계 PC 점유율 1위인 HP(휴렛팩커드)가 자사의 PC 사업 부문인 퍼스널시스템즈그룹(이하 PSG)을 분사하겠다고 발표하여 PC 업계에 충격을 줬다. 발표 직후 업계는 HP가 PSG 부문을 어딘가에 매각하기 위한 조치가 아닌가 의심하며, 매각 대상 기업으로 2007년 굴지의 PC 제조사인 게이트웨이(Gateway)를 인수한 대만의 에이서(Acer)와 2004년 IBM의 PC 사업을 인수한 중국의 레노버(Lenovo) 등의 PC 제조사를 언급하기도 했다.

이에 HP에서 PC 사업을 이끌고 있는 PSG 부문 토드 브래들리 총괄 수석 부사장은, “PSG 부문을 다른 회사에 매각하는 것은 바람직한 대안이 아니다. 대만의 에이서나 중국의 레노버와 같은 경쟁 업체에 넘기기 보다는 차라리 분사하는 것이 우리에게 유리한 대안”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 HP는 PSG 부문에 대한 최종 결정을 오는 12월 이사회에서 확정할 것이라 밝힌 상태다.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2)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2)

HP에서 PSG 부문은 이미지프린팅그룹(IPG) 부문, 엔터프라이즈서비스(ES) 부문과 함께 주요 3개 사업부 중 하나로, HP 전체 매출에서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 PC 시장에서 수년간 1위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PSG 부문의 분사 또는 매각 결정은 전세계 PC 시장을 술렁이게 할 만큼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물론 내부적으로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표면적으로는 스마트폰과 태블릿 PC의 확산으로 인한 PC 시장의 침체 때문으로 보인다. 전세계 PC 1위 업체인 HP마저도 백기를 든 상태이니 이러한 흐름이 PC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스마트폰, 태블릿 PC에 대한 PC 업계의 발 빠른 대처가 절실한 시점이다.

HP도 이번 결정 이전에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경쟁력 강화를 내세우기도 했다. 모바일 운영체계와 관련 소프트웨어의 경쟁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약 12억 달러에 팜(Palm)을 인수해 ‘웹OS’라는 모바일 운영체계를 선보이고, 이를 탑재한 태블릿 PC인 ‘터치패드’ 및 HP 팜 프리 스마트폰 등을 출시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터치패드는 지난 7월 1일 출시된 뒤, 단 6주 만에 단종되는 비운을 겪었다(최근 HP는 터치 패드 재생산 계획을 발표하고, 웹OS 탑재가 아닌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탑재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3)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3)

물론 HP의 이와 같은 행보가 모든 PC 업계의 미래라고는 볼 수는 없다. HP도 아직은 결정을 잠시 뒤로 미룬 상태이기도 하다. 결과가 어떻든 스마트폰, 태블릿 PC의 시장 잠식에 대비해 PC 업계가 대응책을 마련할 시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음을 부인할 순 없다.

스마트 시대, ‘플랫폼’ 구축이 해답

가트너의 조지 쉬플러(George Shiffler) 연구 부장은 “태블릿 PC가 PC 시장의 판도를 완전히 바꿨다. 그로 인해 HP가 PC 관련 전략을 재검토하겠다는 결정은 그 자체만으로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는 향후 PC 제조사들이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하거나, 그렇지 못하면 시장을 포기해야 한다는 압박이라 할 수 있다”라며, “PC에서 할 수 있던 작업을 이제는 다양한 대체 기기에서도 할 수 있을 뿐더러, 기존 PC는 업그레이드 수준에 그칠 것이기에 PC 출하량 감소에 따라 실제 시장 판매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라고 말했다.

현재 PC 업계를 포함한 IT 산업 전반은 ‘스마트 혁명’으로 변화의 중심에 빠져 있다. 더 이상 소프트웨어 개발 업체, 하드웨어 제조 업체로 나뉘어 각자의 자리에서 독자 생존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아이폰, 아이패드와 iOS, 앱스토어 등으로 하나의 산업 생태계를 구축한 애플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4)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4)

PSG 부문을 분사하는 HP 역시 플랫폼 강화 전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PSG 부문 분사를 처음 발표하는 자리에서 모바일 운영체계인 웹OS도 함께 포기한다고 했지만, 최근에는 웹OS를 일단 HP 사내에 존속시키겠다는 방침을 보이고 있는 것. 이는 곧 스마트폰, 태블릿 PC 제조 사업도 (현재보다 규모는 축소되겠지만) 지속할 것임을 의미한다. 결국 PC 부문은 분사하지만 모바일 플랫폼 사업은 유지한다는 뜻으로 이해할 수 있다.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5)
스마트 혁명에 위축되는 PC 시장은 과연? (5)

국내 스마트폰, 태블릿 PC 제조사인 삼성전자의 경우도 이와 다르지 않다. 구글의 모토로라 인수 이후 안드로이드 일변도의 시장 구도에서 자체 플랫폼인 ‘바다’를 강화해 자생력을 키우겠다는 전략이다. 그 외의 다른 스마트폰, 태블릿 PC, PC 제조 업체도 안드로이드 운영체계를 비롯해 블랙베리(RIM), 윈도폰7(MS) 등 다양한 모바일 플랫폼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물론 스마트폰, 태블릿 PC가 PC 시장을 완전히 장악하지는 못할 것이라 생각한다. 두 제품군은 활용성, 생산성 면에서 극명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IT 산업 상황에서 막연하게 ‘괜찮을 거야’라고 현실 안주하고 있다간 소리소문 없이 사장될 수밖에 없다. 이미 시작된 스마트 시대, PC 시장에도 경쟁력 있는 플랫폼이 필요한 결정적인 이유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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