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정한 ‘팀킬’은 바로 이런 것, 니콘 D7000

김영우 pengo@itdonga.com

디지털카메라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것이 2000년 즈음부터이니 벌써 10년이 넘었다. 그 결과, 요즘은 필름카메라는 거의 모습을 감춘 반면, 디지털카메라는 거의 모든 가정에 1대 정도는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확실히 대중화되었다. 다만, 이렇다 보니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어 예전처럼 신제품이 많이 팔리지는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거의 모든 휴대폰에 카메라 기능이 기본으로 탑재되다 보니 간단한 스냅사진만 찍을 때는 굳이 디지털카메라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에서 2005년을 즈음하여 카메라 제조사들이 마련한 돌파구는 다름아닌 DSLR(Digital Single-Lens Reflex) 카메라의 마케팅을 강화하는 것이었다. 때마침 사람들 사이에서 사진을 단지 ‘찍는’ 것에서 벗어나 ‘제대로’ 찍고자 하는 욕구가 일어나려던 참이었다. 이런 이유로 최근에는 진입 장벽(가격, 무게, 사용 편의성 등)을 크게 낮춘 보급형 DSLR 카메라가 다수 나오고 있다. 한때 사진 전문가들의 전유물이라고 여겨졌던 DSLR카메라가 일반인들의 세계로 범위를 넓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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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이런 보급형 DSLR 중에는 상위급 제품에 비해 여러 가지 기능의 제약이 있어 종국에는 보급형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특이하게도 니콘(Nikon)사의 DSLR 제품 중에는 보급형이면서도 상위 제품 못지 않은 기능을 갖춘 제품이 나오기도 하는데, 이 때문에 “니콘은 자사의 제품끼리 팀킬(Team kill)을 한다”는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한다. 이번에 소개할 니콘 D7000도 이러한 대표적인 ‘팀킬’ 제품일 것이다.

2개의 조작 다이얼로 수동 기능을 빠르게 설정

니콘의 DSLR은 제품 모델 이름만 봐도 해당 제품의 등급이 어느 정도인지 짐작이 가능하다. 우선 최상급 제품의 경우, ‘D2’, ‘D3’와 같은 한 자리수의 모델 이름이 붙는다. 그리고 중급형 제품의 경우 ‘D300’, ‘D700’과 같이 세 자리 수를 가지고 있으며, 보급형 제품은 ‘D80’, D90’과 같이 두 자리수의 모델 이름이 붙는다. 다만, 최근 나오는 보급형 제품의 경우 D90 이후부터는 붙일만한 숫자가 마땅치 않아서인지 ‘D3000’, ‘D5000’과 같이 네 자리 수를 쓰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따라서 D7000은 분명히 보급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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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D7000은 단순히 보급형이라고 하기엔 과분한 성능 및 기능을 갖췄다. 일단은 외형부터 남다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오른손으로 조작하는 조작 다이얼이 2개(전면, 후면)나 있다는 점이다. 조작 다이얼은 수동 모드 촬영 시, 조리개(전면 다이얼)와 셔터 속도(후면 다이얼)를 신속하게 조정하고자 할 때 주로 사용하는데, 보급형 제품은 1개만 갖춘 경우가 대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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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 다이얼이 1개밖에 없으면 수동 촬영 중에 수시로 조작 모드를 바꿔 다이얼의 기능을 전환해가며 조리개와 셔터 속도를 변경해야 하므로 번거로울 수밖에 없다. 자동 모드만 쓰는 초보자라면 상관 없겠지만, 어느 정도 ‘내공’이 쌓인 사용자라면 자동모드로 만족할 리가 없다. 때문에 이런 사용자들은 할 수 없이 2개의 다이얼이 달린 중급형 이상의 제품을 구매하고 있지만, D7000처럼 보급형이면서 2개의 조작 다이얼을 갖춘 제품이라면 보다 폭넓은 사용자들을 포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보급형에서 보기 드문 고급스러운 재질

실제로 만져보면 더욱 보급형 답지 않은 느낌이다. 일단은 촉감부터 다르다. 일반적인 보급형 DSLR은 단가를 낮추기 위해 플라스틱 재질의 바디를 채용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D7000은 견고하면서 무게는 가벼운 마그네슘 합금 재질의 바디다. 그리고 손이 닫는 부분 곳곳에 고무 실링 처리를 해서 그림감도 나름대로 우수하다. 여기에 먼지와 수분의 침투를 막는 방진/방적 처리까지 더해졌다니, 보급형 DSLR로써는 더 이상 바랄 게 없을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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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터 내장의 유무 없이 렌즈 선택이 가능

렌즈와 바디(본체)를 결합하는 마운트(Mount)의 형식 역시 눈에 띈다. 니콘의 DSLR은 전통적으로 예전의 필름 SLR 시절부터 사용하던 ‘F 마운트’ 규격을 사용했는데, 이는 D7000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같은 F 마운트 규격의 니콘 DSLR 이라도 AF(자동 초점 검출)용 모터가 내장된 바디가 있고 그렇지 않은 바디도 있다. 그리고 모터가 내장되지 않은 바디는 대부분 가격이 싼 보급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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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모터가 없는 바디는 반드시 모터가 내장된 렌즈를 사용해야 한다. 모터가 없는 렌즈의 경우, 장착 자체는 가능하지만 AF 기능이 작동하지 않아서 사실상 사진 촬영이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F 마운트 규격 렌즈 중에 모터가 없는 모델이 상당수라는 것. 특히, 최근 출시되는 렌즈 중에는 모터 내장 렌즈의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지만, 니콘은 워낙 오랫동안 카메라 사업을 해왔기에 필름 SLR 시절부터 사용하던(모터가 없는) 렌즈도 시중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때문에 모터가 없는 DSLR 바디는 렌즈 선택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하지만 D7000은 보급형에 속하면서도 모터를 내장하고 있어 F 마운트 렌즈라면 거의 제한 없이 사용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용량 메모리도 거침없는 2개의 SDXC 카드 슬롯

촬영한 영상을 담는 메모리카드 슬롯의 구성도 특색 있다. 최근 나오는 디지털카메라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메모리카드는 SDHC 규격인데, 이는 최대 32GB 용량까지 나와있다. 그런데 D7000은 SDHC의 발전형인 ‘SDXC’ 규격을 지원한다(SD, SDHC도 호환 가능), SDXC는 32GB를 넘어 64GB 이상의 제품도 나와있으며, 이론적으로는 최대 2TB 용량 제품까지 개발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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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메모리카드의 슬롯이 2개라는 점도 주목할만하다. 1장의 메모리카드만으로는 용량이 부족하다고 생각하면 기존의 메모리카드를 뺄 필요 없이 또 다른 메모리카드를 추가하면 된다. 그리고 이를 응용, 한 번의 촬영으로 2장의 영상을 양쪽 카드에 동시에 각각 기록할 수도 있으며, 한 쪽에는 JPEG 형식, 또 한 쪽에는 RAW 형식의 영상을 기록할 수도 있어 활용도가 높다.

초당 6연사, 39개 초점 영역의 ‘위엄’

D7000은 위와 같이 외부적인 구성 면에서 여타의 보급형 DSLR을 압도하고 있는데 내부적인 성능 역시 이에 뒤지지 않는다. 일단 1,620만 화소의 CMOS 센서와 새로운 화상 처리 엔진인 ‘Expeed 2’를 결합하여 초당 6장의 고속 연사 촬영이 가능하며, 어지간한 중급형 카메라를 능가하는 39개의 초점 영역을 갖췄다.

진정한 ‘팀킬’은 바로 이런 것, 니콘 D7000 (10)
진정한 ‘팀킬’은 바로 이런 것, 니콘 D7000 (10)

빠른 연사 속도를 이용해 스포츠 경기나 분수, 폭포와 같이 화면 움직임이 빠른 장면도 놓치지 않고 찍을 수 있으며, 초점 영역이 많다 보니 촬영 시 표시되는 대부분의 사물에 정확히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이는 고수뿐 아니라 자동 모드를 애용하는 초보자들에게도 고마운 기능이다.

라이브 뷰 기능은 어디까지나 ‘덤’

라이브 뷰(Live View)는 촬영할 영상을 LCD에 직접 보면서 찍는 기능을 의미한다. 컴팩트 디지털 카메라에서는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DSLR은 렌즈와 뷰파인더 사이에 거울이 위치하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라이브 뷰 기능이 그다지 쓰이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나오는 DSLR은 대부분 라이브 뷰 기능을 탑재하고 있으며, D7000도 역시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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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DSLR 최대의 장점 중 하나가 렌즈에 들어오는 영상과 뷰파인더의 영상이 정확히 일치한다는 점인데, 라이브 뷰 기능을 사용하면 이 장점을 살리지는 못한다. 그리고 뷰파인더로 촬영할 때에 비해 초점을 잡는 속도가 다소 느린 편이라, 동영상을 찍을 때 외에는 뷰파인더를 보면서 촬영하는 것이 더 나을 듯하다.

캠코더 못지 않은 풀 HD급 동영상 촬영기능

요즘 나오는 DSLR의 최대 관심사 중 하나인 동영상 촬영 기능도 물론 탑재했다. D7000은 1,280 x 720의 HD급 동영상은 물론, 1,920 x 1,080의 풀 HD급 동영상(초당 24프레임)의 촬영도 가능하다. 동영상 한 편당 찍을 수 있는 최대 길이가 20분이라는 것이 약간 아쉽지만, 화질만 따지면 여느 캠코더 못지 않아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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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D7000은 풀HD 출력이 가능한 HDMI 포트를 갖추고 있어서 촬영한 정지영상이나 동영상을 HD TV로 감상하고자 할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HDMI는 영상뿐 아니라 음성까지 함께 전달하므로 편의성도 높다.

지금 ‘당장’ DSLR을 사야 한다면 ‘주목’

현재, 니콘 D7000(바디, 렌즈 미포함)의 인터넷 최저가는 120만 원 근처다. 여느 보급형에 비하면 다소 비싸고 중급형 제품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준이다. 하지만 성능 및 기능만 따진다면 다른 모든 보급형 제품을 압도할 만하며, 어지간한 중급형도 뺨칠 정도다. 이는 단순히 니콘의 경쟁사인 캐논, 소니, 올림푸스 등의 제품뿐만 아니라 같은 니콘의 보급형/중급형 제품들에 비해서도 그러하다. 말 그대로 ‘팀킬’을 할만한 제품이라는 의미다.

실제로 니콘의 중급형 제품인 D300s(현재도 판매 중이다)를 보유하고 있던 소비자들은 D7000의 출시로 인해, 더 비싼 돈을 주고 중급형 DSLR을 구매한 보람이 없어졌다며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실제로 D7000은 일부 기능(화소, 동영상 해상도, 최대 ISO 등)에서 D300s를 오히려 앞서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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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언제나 그러하듯, 디지털 기기 중에서 ‘과거의 명품’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비싸게 주고 산 몇 년 전의 최고급형 PC나 TV가 현재 나오는 저가형 제품보다 오히려 성능이 떨어지는 경우를 많이 보는데, DSLR 카메라 역시 예외가 될 수 없다. 이를 다시 생각해 본다면 D7000 역시 언젠가는 이보다 저렴하면서 우수한 성능의(그러면서 가격은 저렴한) 후속 모델에 의해 ‘퇴출’되는 상황이 올 것이다.

다만, 세상에서 제일 좋은 디지털 기기를 사려면 ‘세상을 떠나기 1초 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이야기도 있다. 따라서 2011년 5월 현재, 시장에 나와있는 수많은 보급형 DSLR 중에서 한 가지를 골라야 한다면 니콘 D7000에 주목해 보도록 하자. 이 제품은 지금 이 시점에서 가장 구매가치가 높은 DSLR 중 하나임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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