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 좀 짱인듯’, LG전자 옵티머스 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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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리뷰어들은 두 가지 부류의 제품을 만난다. 차별화되는 뚜렷한 특징이 없다는 이유로 관심 받지 못하고 사무실 구석 자리를 차지하다가 마감 직전에야 책임감 있는(?) 누군가에게 선택 받는 제품, 배송 받은 순간부터 서로 써보겠다는 리뷰어들의 암투가 벌어지고 그 사이에서 행복한 비명을 지르는 제품. LG전자의 세계 최초 듀얼코어 스마트폰 ‘옵티머스 2X’는 당연히 후자다.

옵티머스 2X가 도착하던 날, IT동아 편집부에는 묘한 분위기가 흘렀다. 박스가 열리고 ‘옵티머스 2X느님’을 영접하는 순간, 말수 적기로 유명한 A기자의 입에서는 쉴새 없이 방언이 흘러나왔고, 빡빡한 스케줄에 힘들어하던 B기자에게는 리뷰 하나쯤 더 쓸 수 있는 시간이 갑자기 생기는 기적이 일어났다. 옵티머스 2X를 차지하기 위한 본격적인 쟁탈전이 일어난 것이다. 오직 본 리뷰어만이 평정심을 유지한 채 한 발짝 물러나 전쟁을 관전했는데, 그 때는 몰랐다. 대기자들 때문에 3주간 옵티머스 2X를 만져보지도 못하게 될 줄은.

비단 리뷰어들에게만 인기가 높은 것이 아니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옵티머스 2X는 출시 40여일 만에 총판매량 20만 대를 훌쩍 넘었다. 이는 LG전자가 단일 이동통신사로 출시한 스마트폰 중 최고의 기록이다(옵티머스 원의 판매량이 더 높긴 하지만, 옵티머스 원은 국내 이동통신 3사를 통해 모두 출시됐으니 제외한다). 세계 최초로 듀얼코어 프로세서를 탑재, 현존 최고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이니 그럴 만도 하다. 과연 옵티머스 2X는 기대치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제품일까?

무겁고 투박하다, 디자인은 기대 말아야

옵티머스 2X의 디자인은 지극히 평범한 편이다. 눈에 띄는 색상도 아니고 독특한 외형도 아니다. 고성능 스마트폰답게 무게도 제법 묵직하다. 한마디로 디자인으로 승부 볼 만한 제품은 아니다. 물론 공부도 잘하고 잘생긴 ‘엄친아’라면 더할 나위 없겠지만, 일반적으로 머리만 똑똑해도 감사한 일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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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크기는 4.0인치(해상도 800 x 480)로, 크지도 작지도 않은 수준이다. 최근 출시되는 스마트폰 중에는 4인치 이상의 넓은 화면을 자랑하는 제품이 많은데, 옵티머스 2X는 기존에 나온 대다수의 스마트폰처럼 4인치 화면을 고수했다. 개인적으로 조금 아쉬운 부분이다. 크기는 123.8 x 63.2 x 10.9mm로, 일반적인 스마트폰보다 세로가 조금 길고 조금 두껍다. 무게는 139g으로 아이폰4보다 1g 더 무겁다. 여성보다는 남성에 더 어울리는 크기와 무게가 아닐까 싶다.

전면부 상단에는 화상전화용 카메라가 달려 있고, 하단에는 길쭉한 사각형 모양의 홈 버튼이 위치해 있다. 오른쪽 상단의 DMB 안테나는 곡선 형태의 베젤과 제법 혼연일체를 이루고 있어 처음 접한 사람들은 찾기 힘들지도 모르겠다. 다른 스마트폰 중 일부는 DMB 안테나 꼭대기가 지나치게 눈에 띄어 거슬리는 경우가 있었는데, 옵티머스 2X의 DMB 안테나 꼭대기는 주변 베젤과 아귀도 꼭 맞고 전체 디자인을 해치지도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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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정 화면은 흠집에 강한 ‘고릴라 글래스(IT강의실 참고)’로 만들어졌으며, 양쪽 가장자리는 곡선으로 처리해 화면이 베젤보다 미세하게 돌출되어 있다. 언뜻 보면 평평해 보이지만 만져 보면 화면이 살짝 튀어나와 있는데, 사다리꼴 모양이라고 생각하면 이해하기 쉬울 것 같다. 이런 디자인이 시야각 확보와 그립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지는 확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보호 필름을 붙일 때 가장자리를 꼼꼼히 붙여야 나중에 들뜨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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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그로시 재질로 처리된 후면부에는 유독 지문이 많이 묻는 느낌이다. 또 기름기 때문에 미끌 거려 그립감은 썩 좋지 않았다. 더구나 후면 상단에 배치된 카메라는 불쑥 돌출되어 매우 신경 쓰였다. 이는 옵티머스 2X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아쉬워하는 부분 중 하나다. 수치상으로 보면 옵티머스 2X의 두께가 그렇게 두껍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체감상 두껍게 느껴지는 이유가 이 돌출 카메라 때문이다. 책상 위에 놓을 때마다 카메라 부분만 집중적으로 닿아 생채기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도 된다. 깨끗하게 오래 사용하고 싶다면 별도의 스마트폰 케이스를 구매해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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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단부에는 3.5mm 이어폰 단자, HDMI단자, 전원 버튼이 있으며, 하단부에는 충전용 USB단자와 7.1채널 스테레오 스피커가 있다.

다르긴 다르네, 압도적인 성능

사실 옵티머스 2X가 빛을 발하는 것은 디자인보다는 성능이다. 엔비디아 테그라2 1GHz 듀얼코어 프로세서, 512MB 메모리(외장 메모리는 32GB까지 확장 가능), 전면 카메라 130만 화소, 후면 카메라 800만 화소, 1080p 고해상도 동영상 녹화 및 재생 가능, HDMI 출력 지원 등 기존 스마트폰보다 압도적인 성능을 보여주는 부분이 많다. 운영체제는 안드로이드 2.2버전(프로요)을 탑재했으며, 조만간 2.3버전(진저브레드)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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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듀얼코어의 성능을 테스트하기 위해 기본 중의 기본, 인터넷 속도부터 점검했다. ‘네이버’ PC버전의 경우 풀 브라우징이 되는 데 불과 2~3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존 스마트폰보다 ‘정말’ 2배 가량 빠른 속도였다. 물론 PC보다는 조금 느리긴 하지만, 이 정도면 인터넷이 느려서 속이 터질 일은 더 이상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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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체감하기에 가장 좋은 것은 게임이다. 하지만 현재 유통되는 스마트폰 게임 중 듀얼코어를 지원하는 게임은 매우 드물다. 듀얼코어급 고사양 게임을 즐기고 싶다면 테그라2 프로세서 최적화 게임을 모아놓은 ‘엔비디아 테그라 존’ 어플리케이션을 이용하면 된다. 물론 아직까지 게임의 가짓수가 많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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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쿼드런트 스탠다드’로 벤치마크 테스트를 해 본 결과 옵티머스 2X의 점수는 2,420~2,678점이었다. 이는 기존 싱글코어 스마트폰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사실 싱글코어 스마트폰과 듀얼코어 스마트폰의 성능을 비교한다는 것 자체가 큰 의미가 없긴 하다. 현재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스마트폰 중 옵티머스 2X가 가장 뛰어난 성능을 보이고 있다는 정도로만 이해하면 되겠다.

다음은 카메라 성능이다. 옵티머스 2X의 전면 카메라는 놀랍게도 130만 화소나 된다. 기존 스마트폰 전면카메라들이 30만 화소 정도인 것을 생각하면 꽤 높은 수치다. 화상전화를 쓰는데 130만 화소까지 필요할까 싶지만, 어쨌든 낮은 화소보다는 높은 화소가 더 좋은 것은 분명하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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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면 카메라는 800만 화소며, 오토 포커스와 제논 플래시를 지원한다. 사진을 찍어봤더니 생각보다 꽤 화질이 좋다. 이정도 성능이면 일상적인 용도에서 디지털카메라를 대체하기에 무리가 없다. 물론 해상도, 화이트밸런스, ISO감도, 촬영모드 등의 변경도 가능하다. 또한 풀HD급 동영상(1080p)도 촬영이 가능하니 여러 모로 쓸모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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옵티머스 2X의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바로 HDMI 미러링 기능이다. 이는 옵티머스 2X 상단부의 HDMI 단자를 통해 TV와 연결하면 스마트폰 화면을 TV에서 그대로 볼 수 있는 기능이다. 웹 서핑, 게임, 풀HD 동영상 재생 등 옵티머스 2X를 통해 할 수 있는 모든 기능을 모두 TV화면에서 그대로 볼 수 있다는 것. 이는 기존 스마트폰들이 지원하던 HDMI 기능에 비해 눈에 띄게 향상된 부분이다.

예를 들면 아이폰4도 HDMI를 지원하지만, 그 용도는 매우 제한적이다. 사진을 이용한 슬라이드쇼나 동영상을 TV화면에 뿌려주는 정도다. 아이폰4에서 사진을 확대한다고 해도 TV화면에 비치는 사진이 확대되지는 않는다. HDMI로 연결해도 게임 화면이 TV에 나오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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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옵티머스 2X의 HDMI 미러링 기능은 말 그대로 거울에 비치는 것처럼 모든 것을 TV로 보여 준다. 옵티머스 2X에서 사진을 확대하면 TV화면 사진도 똑같이 확대가 되는 것이다. 또한 게임 구동 화면도 TV에 똑같이 출력된다. 4인치 액정화면이 답답하게 느껴지거나 다른 사람들과 함께 스마트폰을 사용하고 싶을 때 매우 유용할 것으로 생각된다.

일부 동영상 재생 안돼

옵티머스 2X는 최초의 듀얼코어 스마트폰답게 상당한 수준의 성능을 보여 준다. 하지만 몇 가지 문제점도 눈에 띈다. 대표적으로 동영상 재생 기능에 있어서 mkv 동영상 파일을 지원하지 못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또 일부 avi 파일도 코덱 문제로 재생되지 않는다. 따라서 mkv 파일을 옵티머스 2X로 감상하고 싶다면 별도의 변환 프로그램을 거쳐 인코딩해야 한다. 사실 이는 다른 많은 스마트폰들도 겪고 있는 문제지만, 옵티머스 2X가 최고의 성능을 보여줄 것이라고 기대한 사용자 입장에서는 다소 실망할 수 있는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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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옵티머스 2X 사용자들 사이에서는 이 동영상 재생문제로 인해 원성이 높다. 다행히 LG전자도 이 문제를 충분히 인식하고 “향후 다양한 코덱을 지원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겠다”고 밝혔으니 조만간 이 문제는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또 하나의 이슈는 배터리 문제다. LG전자는 듀얼코어라고 해서 배터리를 2배 빨리 소모하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지만, 실제 배터리가 소모되는 체감 속도는 일반 싱글코어 스마트폰보다 빠르다. 사실 배터리 소모 속도는 어떤 용도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크게 달라지는데, 웹 서핑, 동영상 재생, 통화와 같은 일상적인 용도만으로도 배터리가 빠르게 소모된다면 사용자 입장에서는 심각하게 고민해볼 요소가 된다. 참고로 옵티머스 2X의 배터리는 1,500mAh로, 삼성 갤럭시S와 같다.

누구나 전성기는 있다

결론을 내리자면, 옵티머스 2X는 현존 최고의 성능을 자랑하는 스마트폰이다. 일부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으로 듀얼코어 스마트폰이 왜 차세대 스마트폰으로 불리는지를 몸소 증명하고 있다. 듀얼코어 스마트폰의 포문을 열었다는 점에서 LG전자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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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옵티머스 2X가 왕좌에 앉아 있는 시간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다.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도 조만간 듀얼코어 스마트폰을 내놓을 것이기 때문이다. 더 얇고, 더 가볍고, 더 빠른 스마트폰은 계속해서 나온다. 옵티머스 2X가 동급 스마트폰과 맞붙어야 할 때가 머지 않았다. 과연 옵티머스 2X의 전성기는 지금일까, 아니면 그때일까.

글 / IT동아 서동민(cromdandy@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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