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년대 디자인과 21세기 기술의 결합, 후지필름 파인픽스 X100 출시

김영우 pengo@itdonga.com

일반적인 기준으로 디지털카메라를 두 가지로 나눈다면, 성능은 좋지만 너무 크고 무거운 DSLR과 휴대성이 우수하지만 성능에 한계가 있는 컴팩트카메라로 구분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에는 양쪽의 특성을 모두 취합한 ‘미러리스 카메라(일명 하이브리드 카메라)’가 등장해 소비자들의 주목을 받고 있다. 올림푸스의 ‘팬’ 시리즈나 소니의 ‘넥스’시리즈, 그리고 삼성전자의 ‘NX’ 시리즈 등이 대표적인 미러리스 카메라인데, 이들은 크기가 컴팩트카메라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화질은 우수하며 마치 DSLR 카메라처럼 렌즈를 교환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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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흐름에 맞춰 대표적인 카메라 제조사 중 한 곳인 후지필름이 당당히 출사표를 던졌다. 2월 23일, 한국 후지필름은 신제품 발표회를 열고 자사의 새로운 미러리스 카메라인 ‘파인픽스 X100’을 소개했다. 렌즈 교환기능을 기본으로 탑재한 타사의 미러리스 카메라와 달리, 파인픽스 X100은 23mm 렌즈를 고정으로 탑재했다. 그리고 하이브리드 뷰파인더, 고성능 CMOS 센서 및 프로세서 등을 탑재해 성능을 높이고 제품 디자인은 복고풍으로 꾸민 것이 눈에 띈다.

빛망울까지 잡아내는 고화질 렌즈와 CMOS 센서의 조합

파인픽스 X100의 렌즈는 교환할 수 없다. 하지만 고정적으로 탑재된 후지논 23mm 단초점 렌즈만으로도 만족스러운 사진을 찍을 수 있다고 이날 발표를 담당한 일본 후지 필름의 가와하라 히로시 과장이 강조했다. 이 렌즈의 최대 조리개 개방 수치는 F2로, 어두운 곳에서도 밝고 선명한 사진을 찍을 수 있으며 10cm의 단거리 접사 및 보케(빛망울)의 촬영도 가능하다. 더욱이 이 렌즈는 파인픽스 X100을 위해 특별히 개발된 것이기 때문에 시중에 출시된 어떠한 단렌즈보다도 우수한 화질을 기대해도 좋다는 점도 가와하라 과장이 강조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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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렌즈와 호흡을 맞추는 것이 바로 APS-C CMOS 센서다. 렌즈에서 받아들인 영상을 디지털화하는 역할을 수행하는 CMOS 센서는 디지털 카메라에서 렌즈만큼이나 중요한 부분이다. 파인픽스 X100에 탑재된 APS-C CMOS 센서는 위에서 설명한 후지논 23mm 렌즈의 특성에 맞게 최적화된 것으로, 1230만 화소의 대형 센서이면서도 화상의 주변부까지 밝기나 선명도가 변화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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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신 기술이 담긴 복고풍 바디

뷰파인더 또한 특이하다. 피사체를 직관적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화질의 저하 및 처리속도 저하에 의한 화면 끊김이 없는 광학식 뷰파인더, 그리고 어두운 곳에서도 밝은 화면을 볼 수 있는 전자식 뷰파인더를 동시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두 가지 뷰파인더는 카메라 전면의 전환 스위치를 눌러 언제든지 전환이 가능하다. 후지필름에서는 이를 하이브리드(혼합) 뷰파인더라고 명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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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외에 고감도에서도 노이즈가 적은 사진을 찍을 수 있는 ‘EXR’ 영상 처리 프로세서와 필름과 같은 느낌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필름 모드, 그리고 720p 해상도의 HD급 동영상을 촬영할 수 있는 기능도 갖췄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이렇게 최신 기술을 다수 갖추고 있음에도 제품의 디자인은 마치 70~80년대에 나온 복고풍 카메라와 같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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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디자인뿐 아니라 조작 체계도 옛날 카메라와 유사하다. 최근에 볼 수 있는 대부분의 디지털카메라에서 볼 수 있는 촬영 모드 전환 다이얼이 없으며 대신 셔터 속도와 조리개 값, 그리고 노출 수치를 직접 조종할 수 있는 별개의 다이얼을 각각 갖췄다. 카메라 상단의 셔터 다이얼을 A로 맞추면 조리개 우선 모드(A모드), 렌즈의 조리개 다이얼을 A로 맞추면 셔터 우선 자동 모드(S모드)가 되며 둘 다 A로 맞추면 완전 자동 프로그램 모드(P모드)가 된다. 초보자라면 약간 어색할 수 있겠지만 수동 카메라의 조작에 익숙한 숙련자라면 매우 직관적이고 빠르게 원하는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것이다.

기자의 눈으로 본 행사

파인픽스 X100는 오는 3월 7일부터 13일까지 예약 판매를 거쳐 16일부터 배송될 예정이라고 한다. 가격은 1,598,000원으로 싸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하지만 이 카메라의 전반적인 특성과 설계 컨셉을 살펴본다면 이해하지 못할 가격 설정은 아니다. 일반인을 위한 카메라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날 발표에서 한국 후지필름의 관계자들은 파인픽스 X100이 노리는 주요 타겟층이 사진 전문가 및 고화질을 추구하는 준 프로, 그리고 클래식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층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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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발표회장에서 파인픽스 X100을 잠시 체험해보니 후지필름의 설명이 더욱 이해가 되었다. 디자인이 매우 구식처럼 보이는데다가 줌 기능이 없는 고정 단렌즈를 갖추고 있어서 원거리 촬영이 불가능하다. 게다가 보급형 카메라에 필수적으로 들어가는 각종 자동 촬영 기능도 최대한 배제했다. 이래서야 일반 소비자들은 제대로 사용하기가 힘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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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마그네슘 바디와 금속 다이얼, 그리고 합성 피혁으로 감싼 본체의 질감은 생각 이상으로 높았으며, 각 버튼 및 다이얼의 조작감도 우수했다. 또한, 오토포커스를 잡아내는 속도도 상당히 빨랐으며 어두운 발표회장 내에서도 상당히 밝고 선명한 사진의 촬영이 가능했다. 특히 정물이나 인물을 촬영하려 한다면 매우 만족도가 높을 것 같다. 10명 중에 8명은 외면할지라도 나머지 2명은 열광할 듯한 카메라, 그것이 바로 후지필름 파인픽스 X100이 아닐까 싶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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