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만의 ‘하이 파이브’ - TG삼보컴퓨터 우명구 이사

김영우 pengo@itdonga.com

사람 나이로 30세 정도면 정신과 육체의 성숙이 조화를 이루며 한창 인생의 전성기를 누릴 때다. 하지만 기업, 특히 시장경제의 태동이 늦은 편이었던 한국 사회에서 창업 30년을 넘은 기업이라면 해당 업계 흥망성쇠를 함께한 ‘고참’이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한국 PC업계의 대표적인 고참이라면 역시 TG삼보컴퓨터(이하 TG삼보)를 들 수 있다. 1980년에 회사가 처음 설립되었으니 올해로 벌써 31년째다. 한국의 PC 전문 기업으로서 이 정도의 역사를 가진 경우는 TG삼보가 유일할 것이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기록도 다양하다. 국내 최초의 PC 수출, 국내 최초의 컴퓨터 전문 연구소 설립, 국내 컴퓨터 업계 최초의 인터넷 쇼핑몰 설립 등 상당히 굵직한 기록들이다. 다만, 너무나 빠르고 의욕적으로 사업을 전개한 탓인지 부침도 적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지난 2005년, TG삼보는 자금난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하게 되었고 이로 인해 국내 사업을 축소하고 해외 법인을 정리하는 등의 아픔을 겪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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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신제품을 지속적으로 내놓고 사후서비스를 강화하는 등 그야말로 PC업계의 고참다운 행보를 이어가면서 3년 만에 법정관리를 졸업하고 정상궤도로 복귀할 수 있었다. 아무튼 업계의 노장이면서도 청년과 같은 새로운 정신으로 재무장한 특별한 기업 TG삼보, 그곳에서 20년간 브랜드 영업을 담당한 우명구 이사(46)를 IT동아가 만나봤다.

20년 이상 회사와 함께한 ‘삼보맨’ 우명구

“1991년에 TG삼보 (당시 삼보컴퓨터) 입사를 했고, 국내 영업을 11년, 그리고 마케팅을 8~9년 정도 했습니다. 저는 본래 인문 계열 전공자이기 때문에 20년 전만 해도 IT 업계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요. 하지만 당시 주변 동료들, 특히 현재 ‘비트컴퓨터’의 대표이사를 맡고 있는 조현정 회장이 삼보컴퓨터가 매우 유망한 기업이라며 적극 추천해서 입사를 결정하게 되었지요.”

IMF 구제금융, 벤처 거품의 몰락 등 다양한 외부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30년 넘게 PC 전문기업을 유지하는 것이 정말로 쉬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TG삼보가 이렇게 오랫동안 사업을 유지할 수 있었던 원동력에 대해 물어봤다.

“일단 그 세월 동안 꾸준히 TG삼보의 제품을 찾아주는 고객들이 많다는 것이 첫 번째 원동력이겠죠. 그리고 내부적으로 경륜 있는 직원들이 많다는 것이 두 번째입니다. 특히 TG삼보에는 IT업계로서는 드물게도 10년 이상 근무중인 직원들이 상당수입니다. 국내 최초의 PC 전문기업에서 일한다는 자부심도 강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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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은 TG삼보의 창업 30주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눈에 띄는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이러한 의견에 대해 우 이사는 비교적 솔직하게 답해주었다.

“작년 (2010년)은 그 동안의 고비들을 만회하기 위해 외부 마케팅 보다는 내부 체력을 다지는데 치중했던 한 해였습니다. 2011년에 출시할 제품들, 그리고 동시에 타사와 차별화된 마케팅 방안을 기획하는데 집중했죠. 특히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 ‘하이 파이브 케어(Hi Five care)’가 그 대표적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011년의 TG삼보는 ‘하이 파이브 케어’에 집중

하이 파이브 케어 서비스란 TG삼보가 2011년부터 선보이는 노트북 A/S 솔루션으로, 제품 구매 후 1년의 무상 A/S 기간을 제공하며, 이후에는 5대 핵심 부품(CPU, 메인보드, 메모리, 하드디스크, 광디스크 드라이브)의 무상 A/S 기간을 최고 3년간 보장하는 쿠폰북을 제공하는 내용이다. 우 이사는 이 서비스의 의의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다.

“소비자들의 지식 수준, 그리고 제품들의 성능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타사와 차별화를 하기가 매우 힘들어졌습니다. 특히 TG삼보는 삼성전자나 LG전자와 같은 대기업처럼 규모의 경제를 할 수도 없으며, 외국계 기업들처럼 글로벌 브랜드를 내세우기도 힘들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소기업들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강조해야 했습니다. 결국 제품 자체의 품질과 고객들의 편의를 강조하는 마케팅을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여 하이 파이브 케어 서비스를 실시하게 된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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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 파이브 케어와는 내용이 다소 다르지만, TG삼보는 1997년, 고객의 PC 사양을 2년 후에 업그레이드해주는 ‘체인지업’ 캠페인을 실시해 큰 호응을 얻은바 있다. 이에 힘입어 10여 년이 지난 2009년에 다시 한번 ‘체인지업 시즌2’라는 이름으로 이를 부활시켰지만 고객들의 반응은 예전에 미치지 못했다. 이번에 실시하는 하이 파이브 케어 서비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체인지업 시즌2의 반성 및 응용은 아닌지 궁금했다.

“체인지업 서비스는 데스크탑 제품이 대상이었고, 서비스 품목도 CPU와 메인보드에만 한정되었습니다. 하지만 하이 파이브 케어 서비스는 노트북에 적용되며, CPU와 메인보드 외에도 메모리, 하드디스크, 광디스크 드라이브까지 포함하지요. 그리고 체인지업과 같은 일부 성능 향상 서비스가 아닌, 한번 제품을 구매해서 마음 편하게 오래 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니 성격이 크게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우 이사는 하이 파이브 케어 캠페인에 대한 기대가 매우 큰 듯했다. 1월 10일에 처음 발표하여 아직 많은 시간이 지나진 않았지만, 벌써부터 긍정적인 반응이 오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이 파이브 케어 서비스를 발표한지 10일 정도밖에 되지 않아서 구체적인 성과에 대해서는 뭐라고 말씀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유통 채널 쪽의 반응은 아주 호의적이며, TG삼보 홈페이지의 방문객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그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증거라고 평하고 싶습니다.”

데스크탑 시장은 죽지 않는다

최근에는 PC 시장의 중심이 데스크탑에서 노트북 중심으로 옮겨진 듯한 분위기다. 하지만 TG삼보는 노트북 외에 데스크탑 시장에도 적지 않은 비중을 두고 있으며, 타사에서는 좀처럼 내놓지 않는 최상위급의 데스크탑 제품도 적극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2010년에 출시한 드림시스-P7(코어 i7 980 익스트림 에디션 CPU 탑재)과 같은 모델이 대표적이다. 그 이유에 대해서 우 이사가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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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은 성능 면에서 노트북은 데스크탑을 따라올 수 없지요. 이는 기술을 중시하는 TG삼보의 정체성과도 직결됩니다. 그리고 노트북 시장이 데스크탑 시장을 압도하고 있다는 견해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이는 최근 ‘넷북’과 같은 저가형 노트북이 많이 팔린 탓에 생긴 착시 효과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한국의 경우 게임 시장이 매우 큰데, 노트북의 성능으로는 게임을 원활히 즐기기가 힘들지요. 때문에 고성능 데스크탑의 수요가 꾸준합니다. 그리고 교육용이나 관공서용으로 공급되는 PC도 가격이나 보안의 문제 때문에 데스크탑의 선호도가 훨씬 높습니다. 데스크탑의 비중이 줄어든다 한들, 절대로 전체 PC 시장의 40% 이하로는 내려가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올인원 PC의 한계 극복할 것

TG삼보의 대표적인 제품이라면 모니터와 본체가 일체화된 올인원(All in one) PC인 ‘루온’ 시리즈를 빼 놓을 수 없다. 이는 데스크탑과 노트북의 특징을 모두 갖춘 제품으로, 높은 공간 활용성과 미려한 디자인이 특징이다. 다만, 최근에는 루온의 신제품 소식이 뜸했다. TG삼보에서도 올인원 PC 시장에서 관심이 없어진 것은 아닌지 물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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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G삼보에서 올인원 PC를 처음 내놓은 것이 2003년의 일입니다. 당시에 많은 해외 전문가들이 올인원 PC시장이 전망이 좋다는 예상을 많이 내놓았죠. 하지만 한국 시장은 만만치 않았습니다. 올인원 PC는 디자인이 우수합니다만, 구조적인 문제 때문에 그래픽 성능을 높이기 힘들고 가격도 비슷한 사양의 데스크탑보다 비싸죠. 가격대비 성능, 그리고 게임 구동 능력을 중요시하는 한국 시장에서 판매하기에는 한계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현재 개발 중인 ‘루온 C1 (가칭)’은 그래픽 성능은 강화하고 가격 상승은 최소한으로 억제한 제품입니다. 2월 정도에 출시할 예정이니 많은 기대를 바랍니다.”

모바일 기기는 PC를 대체할 수 없어

최근 IT시장에서 스마트폰와 태블릿 PC로 대표되는 모바일 기기들이 거침 없는 질주를 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IT시장의 중심이 PC에서 모바일 기기로 옮겨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PC 전문기업인 TG삼보는 어떠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까?

“그러한 모바일 기기들은 PC의 대체재라기보다는 보완재에 가깝다고 봅니다. PC는 콘텐츠의 생산과 소비를 동시에 할 수 있지만 모바일 기기들은 단순히 콘텐츠를 소비하는 기능에만 특화되기 때문입니다. 특히 태블릿 PC의 경우는 포지션이 상당히 불안하다고 생각해요. 한 순간의 유행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봅니다. 물론 TG삼보 역시 모바일 기기 시장에 대해 준비를 하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TG삼보도 태블릿 PC를 개발하고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희가 개발하는 제품은 태블릿 ‘PC’라기보다는 모바일 운영체제에 기반한 내비게이션이나 전자사전 등에 더 가까울지도 모릅니다. 다만 이에 대해서는 아직 구체적으로 말씀드릴 단계는 아니니 조금 더 기다려 주십시오.”

오랜 역사와 자부심, 고객에게 널리 알리고파

인터뷰를 마칠 즈음, TG삼보의 우명구 이사는 IT동아의 독자들과 소비자들에게 인사말을 남겼다.

“오랜 세월 동안 TG삼보에 애정을 기울여주신 여러분들에게 항상 감사하고 있습니다. TG삼보는 제품뿐만 아니라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고객 분들의 편의를 최우선으로 생각하여 신뢰를 얻고자 합니다. 올해부터 시작된 ‘하이 파이브 캐어’ 등의 서비스 역시 그러한 일환으로 시작된 것이니 많은 관심을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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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PC 관련 업체 중에서도 TG삼보는 상당히 애매한 위치에 있는 회사다. 중소기업이라고 하기에는 업계에 미치는 영향력이나 회사의 덩치가 상당히 크지만, 대기업처럼 규모의 경제를 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수준이다. 때문에 위기가 닥쳤을 때 외부의 도움 없이도 이를 극복하기 위한 역량을 어느 정도 갖출 필요가 있을 것이다.

우명구 이사를 비롯한 TG삼보의 임원진들은 자사의 오랜 역사와 자부심, 그리고 그에 따른 내부적인 결속력을 TG삼보의 가장 큰 자산이라고 생각하는 듯 하다. 2011년은 이러한 TG삼보의 장점을 고객들에게 널리 알려 신뢰를 쌓는 원년으로 삼고자 한다는 그들의 다짐이 현실화되길 바랄 뿐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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