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 카드가 필요 없는 시대, 과연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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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 데스크탑 PC의 전반적인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은 무엇일까?
작년 한 기업이 PC 지식이 거의 없는 20대 여성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 ‘CD 드라이브가 가장 중요하다’라는 황당한 대답도 나오긴 했지만,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CPU가 아닐까 생각한다. 물론 고사양 3D 게임을 즐기거나 그래픽 작업을 전문으로 하는 사용자는 그래픽 카드(그래픽 칩셋, GPU)를 지적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PC 자체의 전반적인 성능을 좌우하는 부품으로는 단연코 CPU가 1순위이다(자동차 성능에 엔진이 가장 큰 영향을 미치듯 PC에서도 CPU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PC용 CPU를 개발, 생산하는 업체로 인텔과 AMD가 있다. 전세계 거의 대부분의 일반용 PC에는 인텔 또는 AMD CPU가 장착되어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그런데 최근 이 두 업체가 내년부터 선보일 CPU가 서로 비슷한 컨셉을 담고 있어 눈길을 끌고 있다(2강 경쟁 구도이니 어찌 보면 그럴 수 밖에 없겠지만).

바로 CPU 안에 그래픽 카드 기능(GPU, 코어)까지 담고 있다는 것. 물론 이미 인텔은 코어 i3/i5 CPU에 그래픽 코어를 내장해 출시한 바 있지만, 이들은 하나의 회로판(다이) 안에 CPU 코어와 GPU 코어를 함께 담아 낸 것일 뿐 정말 하나로 만들어 진 제품이라 하기엔 무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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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새해를 맞아 선보일 양사의 CPU는 기존 CPU 코어와 GPU 코어를 진정 하나의 제품으로 묶어낸 제품이다. 이들 제품을 가리켜 인텔에서는 샌디브릿지(Sandy Bridge)라는 별칭(코드명)으로, AMD는 브라조스(Brazos)로 부르고 있다. 즉, 엄지 손톱만한 크기의 칩 하나에 CPU와 GPU가 모두 들어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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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PU+GPU, 어떤 이득이 있나?

이렇게 하나의 칩에 CPU와 GPU의 성능을 담으면 여러 가지 이점을 얻을 수 있다. 첫째, 데스크탑 또는 노트북의 크기를 줄이고 가볍게 만들 수 있다. 이는 특히 노트북에 더욱 크게 작용한다. 이전 노트북보다 휴대성이 더욱 강화되기 때문이다. 물론 데스크탑도 크기가 작아지면 설치 공간의 제약이 줄어들 수 있다.

둘째, 전체 소비전력이 낮아진다. 기존에는 CPU와 GPU에 필요한 전력을 따로 공급해야 했지만 두 CPU는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소비전력이 낮으면 발열도 낮아지고, 이로 인해 내부 쿨러를 장착할 필요가 없어지게 되면 최종 소비전력은 더욱 낮아질 수 있다. 배터리를 사용하는 노트북에서는 이러한 장점이 더욱 부각된다. 배터리 소비 전력이 낮아질수록 사용시간은 늘어날 테니 말이다.

셋째, 기존의 내장 그래픽 칩셋보다 성능이 더욱 향상되었다. 인텔 샌드브릿지 CPU에 내장된 GPU는 코어 i3/i5에 탑재된 GMA HD보다 나은 그래픽 성능을 발휘하며, (그래픽 칩셋 제조사답게) AMD의 GPU 성능은 그 보다 우수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를 들어, 샌드브릿지 CPU로 ‘월드오브워크래프트’ 정도의 온라인 게임은 큰 무리 없이 즐길 수 있을 것이며, AMD 브라조스의 경우 최소 이와 비슷하거나 조금 더 높은 사양의 게임도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넷째, 완제품 가격이 낮아진다. 부품 단가가 낮아지기 때문이다(물론 PC 제조사가 완제품 가격을 어찌 책정할 지는 아무도 모른다). 단순하게 생각해도, 기존처럼 CPU와 그래픽 카드를 각각 따로 장착할 때보다 CPU 하나만 장착하는 생산 비용이 훨씬 저렴할 것이다. 이로써, 최종 사용자는 이전과 유사하거나 나은 성능의 제품을 기존보다 낮은 가격으로 구매할 수 있게 된다.

그럼 엔비디아(NVIDIA)는?

인텔 샌디브릿지와 AMD 브라조스 출시 이후, GPU 제조사로 업계 선두인 엔비디아(NVIDIA)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PC 제조사 입장에서는 이 두 CPU가 일정 수준 이상의 그래픽 성능을 제공할 수 있다면 굳이 그래픽 카드를 따로 탑재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고사양 그래픽 카드 부분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래픽 시장 전반에 걸쳐 있던 엔비디아 입지가 다소 흔들릴 가능성도 없지 않다. 물론 고사양 3D 게임 매니아 층이나 전문 그래픽 작업자 층은 여전히 고성능 그래픽 카드를 선호하겠지만 전체 사용자에 비해 극히 일부인 것이 현실이다. 두 고래 싸움에 애꿎은 상어 지느러미만 터질 수 있는 판국이다.

더욱이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옵티머스’ 등의 하이브리드 그래픽 기술(내장-외장 그래픽 성능 자동 전환 기능)도 인텔/AMD CPU의 GPU 성능이 향상되면 이 마저 별 의미가 없어질 수 있다. 이에 엔비디아는 3D 비전 기술, 서라운드 기술 등을 내놓았지만, 3D 콘텐츠 산업이 아직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어 큰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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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타사 CPU와 자사 GPU를 연계해 성능을 끌어 올릴 수 있는 ‘쿠다(CUDA)’ 기술 역시 마찬가지다. 엔비디아는 이를 차세대 핵심 기술로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할 뿐이다. 이 밖에 엔비디아가 작년부터 선보이고 있는 테그라(Tegra) 기술은 두 제조사의 새 CPU와 개념이 비슷하다. 테그라는 스마트폰, 태블릿 PC와 같은 모바일 기기용으로 제작된 초소형 CPU+GPU 통합 칩이다. 결국 엔비디아 역시 이전부터 두 CPU 제조사와 같은 생각으로 미래를 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전에는 CPU, 그래픽 카드 각 분야별로 경쟁 관계가 명확히 구분됐지만, 앞으로는 인텔, AMD, 엔비디아 3사가 ‘CPU+GPU’라는 공통의 주제로 치열한 접전을 벌일 것으로 예측된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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