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와 카카오의 뉴스 서비스, 좋은 뉴스를 위한 고민이 필요한 때

정연호 hoho@itdonga.com

[IT동아 정연호 기자]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은 일상 속에서 자연스러운 개념이 됐다. 특히 온라인 생활에서 실행되는 대부분의 일이 알고리즘 기반으로 돌아가면서, 알고리즘 대중화의 시대가 열리게 됐다. 알고리즘을 통한 추천 덕에 선택의 고민에서 자유로워진 것은 분명해 보인다. 하지만, ‘알고리즘이 언제까지 대중에게 유익한 형태로 남아 있을까’라는 관점에서 접해보면 얘기가 다르다.

따지고 보면,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아닌 기업에 최선의 이익을 가져다주는 형태로 설계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알고리즘이 편견과 감정의 영향 없이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결론을 내린다’라고 생각하지만 말이다. 이와 반대로, 알고리즘은 사람의 손에 의해서 만들어지므로, 어떻게 구성되는가에 따라서 결과 값이 달라진다.

포털 뉴스를 배치하는 알고리즘

출처=셔터스톡
출처=셔터스톡

대부분의 사람들이 뉴스를 소비하는 방식에도 알고리즘이 개입한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의 '2020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10명 중 7명 이상(75.8%)은 다음과 네이버 등의 포털 사이트에서 뉴스를 보는데, 포털은 자체 알고리즘으로 독자의 뉴스 소비 습관 데이터를 분석해 이용자 맞춤형 뉴스를 제공한다. 이용자가 댓글을 달거나 오래 읽은 글이 무엇인지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이를 분석해 이용자가 좋아할 것 같은 내용의 글을 우선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카카오는 맞춤형 뉴스 추천 알고리즘 '루빅스'(RUBICS)를 도입해서, 이용자 개인별 관심사를 분석한 뒤 이에 최적화된 뉴스 콘텐츠를 우선 노출한다. 네이버도 AI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 '에어스'(AiRS)를 적용해, 개인의 뉴스 소비 패턴을 학습하고 맥락에 따라 뉴스를 추천하고 있다.

필터링을 거친 정보만 받는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필터버블', 출처=셔터스톡
필터링을 거친 정보만 받는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필터버블', 출처=셔터스톡

양대 포털이 AI 추천 알고리즘을 전면 도입했음에도 뉴스 편집권 논란은 끊이지 않았다. AI 추천 알고리즘이 주로 개인에게 맞춤화된 기사를 제공하기 때문에, 필터링을 거친 정보만 받는 이용자가 편향된 정보에 갇히는 ‘필터버블' 현상에 빠진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이다. 자신의 기존 신념에 맞는 정보만 받아들이면서, 사람들이 자신의 판단만 확신하게 되는 '확증편향'이 강화될 거라는 문제 제기가 이어졌다.

포털 뉴스 페이지의 변화

이로 인해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이러한 편향성을 해결하는지를 제 3자가 검증할 수 있도록, 알고리즘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해서 나오고 있다. 최근엔 정치권을 중심으로 포털 뉴스 추천이 정치적으로 편향됐다는 문제가 불거지면서, 알고리즘 공개를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현재 여권은 알고리즘 공개를 강제하는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이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모아볼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카카오 뷰(View)', 출처=카카오톡
이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모아볼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카카오 뷰(View)', 출처=카카오톡

이러한 요구 가운데, 양대 포털이 뉴스 서비스 손질에 나섰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은 뉴스 탭을 없애고, 이용자 취향에 맞는 콘텐츠를 선택해서 모아볼 수 있는 큐레이션 서비스 '카카오 뷰(View)'를 선보였다. 뉴스 소비 방식을 알고리즘 추천에서 이용자가 뉴스 등의 콘텐츠를 제공하는 채널을 직접 구독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알고리즘 추천이 아닌 이용자가 채널을 선택하는 방식으로 개편함에 따라, 개별 이용자의 취향을 더 잘 반영하고 이용자의 뉴스 선택 권리를 강화하기 위해서다.

일각에선 이번 개편에 대해 "특정 언론사를 취사선택하게 하면, 필터버블에 갇혀 획일화된 뉴스만 소비하게 만들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용자가 다양한 뉴스를 볼 수 있도록 서비스를 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용자가 다양한 시각의 뉴스를 접하게 한다는 원칙을 현실에서 구체화하기는 쉽지 않다. 구독형 방식으로 이용자에게 선택권을 주는 게 괜찮은 방향으로 보일 순 있지만, 사람들이 본인의 신념과 맞지 않는 매체를 구독하진 않을 것이란 맥락에 대해선 고민해볼 만 하다.

네이버는 <네이버 뉴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며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왜곡 또는 편향됐다는 의혹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네이버는 <네이버 뉴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며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왜곡 또는 편향됐다는 의혹에 대한 설명에 나섰다

네이버는 <네이버 뉴스 추천 알고리즘에 대해>라는 제목의 게시글을 올리며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왜곡 또는 편향됐다는 의혹에 대해서 직접 설명에 나섰다. 알고리즘 설계 시 고려 사항·뉴스 추천 구조·뉴스 품질 측정 방법 등을 소개한 것이다

네이버에 따르면, 뉴스 추천 알고리즘은 이용자들이 만족스럽게 읽은 기사를 고품질 기사로서 추천한다. 이때, 이용자들의 평균 기사 체류 시간과 클릭 수를 기준으로 기사의 품질을 측정한다. 추천 시스템은 과거 기록을 활용하기 때문에 기존 이슈에 매몰될 수 있으므로, 알고리즘은 다른 이용자들이 많이 클릭한 기사와 언론사가 송고한 기사에서 자주 등장하는 키워드를 확인하도록 설계됐다. 이를 통해 시의성 있는 기사도 함께 추천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알고리즘의 정치적 편향성에 대해 "특정 성향을 위주로 추천하는 것은 기술적으로 불가능하다. 뉴스 추천은 알고리즘, 언론사, 이용자의 상호작용을 통한 결과물"이며 "알고리즘은 이를 가능한 왜곡하지 않고 반영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며, 앞으로도 학계 및 언론계의 다양한 의견을 경청하겠다.”라고 말했다. 이용자가 특정 언론사 편집판에 자주 방문하여 기사를 읽으면, 이는 모두 뉴스 추천을 위한 데이터가 된다는 것이다.

이어 “필터버블 문제는 다른 이용자들이 관심을 두거나, 여러 언론사에서 주로 다루는 이슈를 찾아서 추천하는 방식으로 해결하고 있다. 이용자 선호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이슈를 추천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자가 읽었던 기사는 추천 목록에서 최하위로 순위가 조정되도록 설계해, 관심사 이외의 새로운 기사도 읽을 수 있게 했다.

이용자에게 필요한 좋은 뉴스

네이버가 알고리즘의 큰 원칙을 공개해 투명성을 높인 점은 주목할만하다. 하지만, 네이버 뉴스 추천 알고리즘이 ‘언론사들이 공통으로 다룬 이슈’에 가중치를 두기 때문에, 온라인 이슈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실시간 대응 기사’를 부추길 수 있단 점은 아쉽다. 이러한 기사는 속도에 중점을 두기 때문에, 종종 품질 문제로 지적을 받으며 언론 불신을 심화해 왔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 때, 더 좋은 뉴스를 전달하기 위해서 포털을 좋은 뉴스가 배포되는 공간으로 바꾸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네이버가 지난달 29일부터 모바일 언론 구독 서비스 '언론사 편집판'에 ‘심층 기획’ 영역을 만든 것은 좋은 시도다. 이젠, 네이버 언론사 구독 리스트 화면을 보면 언론사가 직접 배열한 ‘주요 뉴스’와 함께 ‘심층 기획’ 카테고리가 뜬다. 언론사에서 장기간 취재한 심층 기획 기사에 대한 이용자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좋은 기사를 노출할 기회가 늘어난 점은 긍정적인 변화이다. 다만 일부 언론사가 트래픽을 올리기 위해 이를 활용할 수 있으므로, 네이버에서 기사의 최소 분량을 지정하거나 업데이트 시기 및 횟수를 제한하는 방식 등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고려해봄 직하다.

글 / IT동아 정연호 (hoh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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