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코리아] 비주얼캠프 : 눈은 거짓말하지 않는다

비주얼캠프를 기억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스케일업 코리아 팀이 '비주얼캠프: 당신의 시선에 담긴 정보와 가능성을 쫓는다'라는 기사로 소개했었죠. 비주얼캠프가 보유한 기술은 명확했습니다. '사람들이 어디를 보는지 추적할 수 있는 기술'입니다. PC, 스마트폰, 태블릿PC… 어떤 기기에도 적용할 수 있습니다. 심지어 VR HMD까지도 가능했죠. 사람들의 시선이 오래 머무는 정보를 통해 유의미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는 확신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장을 설득하지 못했습니다. '그래. 너희 기술이 상당히 유용하다는 것은 알겠어. 그런데, 그거 어디에 사용하지?'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찾지 못했던 것이죠.

이제 1년이 지났습니다. 그동안 비주얼캠프는 여전히 같은 장소에 머무르며, 뚝심 있게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오랜만에 비주얼캠프의 두 공동창업자, 석윤찬 대표와 박재승 대표를 만났는데요. 어딘가, 뭔가 달라 보였습니다. 작은 자신감을 엿 보았다면, 저희 착각이었을까요.

"길을 찾았습니다"

오랜만에 비주얼캠프를 찾아 두 공동창업자를 만났다. 첫 소개 이후 비즈니스모델 분석과 비주얼캠프가 필요로 하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몇 번 연락했었지만, 직접 만나는 것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그런데 두 공동창업자의 모습이 어딘가 많이 달라졌다. 외형적인 변화가 아니다. 표정은 부드러워지고, 말투와 몸짓에 여유가 생겼다. 전체적으로 조급함이 사라졌다.

비주얼캠프의 두 공동창업자, 박재승 대표(좌)와 석윤찬
대표(우)
비주얼캠프의 두 공동창업자, 박재승 대표(좌)와 석윤찬 대표(우)

첫 만남에서 처음 비주얼캠프를 소개하는 박 대표의 모습은 무언가에 쫓기듯, 우리 기술 정말 좋다고 항변했다. 석 대표 비주얼캠프의 기술적 우위를 증명하고자 애썼다. 하지만, 근 1년만에 만난 두 공동대표는 기자에게 책부터 건네줬다. 박 대표가 집필한 '5060 스타트업으로 날다'를 선물 받았다. 한결 여유가 느껴지는 박 대표가 말문을 열었다.

"최근 교육 업계에서 연락을 많이 받았습니다. 사실 이미 2017년말 국내 교육업체와 협업해 아이의 시선을 추적하고, 눈동자 움직임을 통해 학습 몰입도를 측정하는 교육용 태블릿을 선보였잖아요. 당시 인연을 통해 여러 업체가 문의를 해왔습니다."

이유를 묻자,

"코로나19로 인해 시작된 언택트, 그러니까 비대면 서비스에 우리의 시선 추적 기술을 적용하고자 하는 교육 업계 요구가 늘었기 때문입니다. 사람과의 만남을 최소화해야 하는 지금의 상황은 재택근무, 화상회의, 화상교육 등 많은 변화를 일으켰잖아요. 이제는 심각하게 미래를 고민해야 하는 시기로 접어들었습니다. 시선 추적 기술을 통해 이를 보완하고자 하는 것이죠."

* 교육 적용 사례

교원 Redpen AI수학

[VisualCamp] Learn with Your Eyes_Smart Tablet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이하 코로나19)와 함께 전세계는 지금 '포스트코로나(Post-COVID)' 시대를 준비 중이다. 이미 우리가 영위해왔던 삶의 방식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선진국이라 불리는 전세계 경제규모 상위 20개국을 포함해 GDP 50%에 해당하는 국가들은 여전히 조건부로 이동을 제한 중이다. 소비자 지출은 감소했고, 공장은 폐쇄했으며, 하늘과 바다를 오가는 물류망도 멈췄다. 사회, 경제, 문화를 포함한 일상 자체를 바꾸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예상과 대응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지금까지의 세계와는 다를 것이라고 대부분 동의한다. 긴 겨울방학을 끝낸 초/중/고/대학교는 초유의 '온라인 강의'로 새학기를 시작했고, 출석을 증명하기 위한 과제 제출, 간단한 시험도 온라인-디지털로 대체됐다. 수많은 기업이 재택근무를 시행했고, 떨어진 직원들은 화상회의로 몰려들었다. 개인정보 유출 등의 우려로 재택근무할 수 없을 것이라 평가했던 고객센터도 클라우드 시스템을 도입,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석 대표가 말을 이었다.

"코로나19 이후, 크게 바뀐 것 중 하나가 화상회의와 온라인 강의입니다. 업무와 교육. 인간의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행위에 변화가 생긴 것이죠. 무엇보다 교육계에서 심각하게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선생님이, 부모가, 우리 아이가 제대로 배울 수 있을지 궁금한 것이죠."

"모두가 겪었다시피, 지금의 변화는 급작스럽게, 강제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지인인 숭실대학교 교수가 영상으로 강의를 촬영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하소연하고, 대학생들이 대체 내가 왜 온라인으로 강의를 들어야 하냐고 반문합니다. 그런데, 이제는 서로 공감하기 시작했습니다. 인정하는 것이죠. 서로 어느정도 떨어져야 하는 것을 인정하고,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대학교를 예로 들어보자. 과거 강의 시간에는 일부 학생들이 딴 짓하고 있어도, 교수가 눈치챌 수 있었다. 사실 크게 문제되지 않았다. 중요한 부분에서 한번 더 강조해 주의를 주고 알려주면 됐다. 수업 시간에 졸고 있는 학생에게 다가가 꿀밤 한 대와 함께 "이거라도 외우자"라고 얘기할 수 있었다.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두 마찬가지다.

온라인 수업 만족도 조사, 출처: 코로나19가 IT산업과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양명자 KT 전문위원), 자료:
진학사
온라인 수업 만족도 조사, 출처: 코로나19가 IT산업과 사회/경제에 미치는 영향(양명자 KT 전문위원), 자료: 진학사

하지만, 온라인 강의로는 도무지 파악할 수가 없다. 교수와 학생이 서로 상대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 확인할 길이 없다. 직접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눈을 맞추고, 교감을 나누면, 서로의 감정을 느낄 수라도 있었는데. 온라인 디지털 속 화면만으로 서로 인터랙티브한 반응을 살피는 것은, 도무지 어렵다. 더구나 초등학생이라면? 의자에 앉아 있는 것 조차 거부하는 어린 영유아라면?

화면 주시 예시

박 대표가 설명을 보탰다.

"우리의 시선 추적 기술은 PC 앞에 앉아있는 학생이,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 교수가 어디를 얼마나 보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다. 2017년 이미 증명하기도 했고. 교육 콘텐츠를 제공하는 교육 업체가 찾아오는 이유입니다. 이렇게 묻습니다. '아이가 화면을 보는지 안보는지를 체크해 달라고'. 화면 주시 여부? 쉽습니다. 우리는 이미 (화면의) 어디를 보는지, 얼마나 보는지 추적할 수 있으니까요."

공개할 수 없지만, 비주얼캠프의 시선 추적 기술을 필요로 하는 교육 업체는 10개 사를 넘었다. 왜 시선을 추적해야 하는지, 시선을 얼마나 잘 추적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문, 검증은 끝났다. 이제 다음 단계를 준비할 차례다.

비주얼캠프 석윤찬 대표와 박재승 대표
비주얼캠프 석윤찬 대표와 박재승 대표

"기술 검증은 끝났습니다"

기술을 인정받았다. 비주얼캠프가 원하는만큼 모든 산업 분야에서, 모든 업체가 시선 추적 기술을 찾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길을 찾았다. 비주얼캠프의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곳(업계)이 있고, (업계가) 실생활에서 필요한 서비스로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것. 비주얼캠프 두 공동대표의 여유의 시작은, 여기에 있었다.

석 대표는 "이제 시선 추적 정보를 활용해 무엇을 할 것인가 고민하고 있습니다. 비주얼캠프의 시선 추적 기술은 굉장히 확장성이 높습니다. 기기를 가리지 않고, 소프트웨어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일단 교육 업계와 협력하며, 유의미한 정보를 찾아가려고 합니다"라며, "사실 지금은 교육 업계에 집중하는 것만으로도 벅찹니다. 이를 레퍼런스로 삼아 산업 분야와 어떻게 협력할 수 있을지 찾을 생각입니다. 조금 더 나아가 우리가 기술을 제공하는데 필요한 산업별 표준화 작업을 진행 중입니다" 리고 말했다.

기술 표준화를 위해 준비한 비주얼캠프의 시소
기술 표준화를 위해 준비한 비주얼캠프의 시소

기술 표준화. 비주얼캠프가 그리는 다음 단계다. 각 업계가 필요로 하는 부분에 1:1로 매번 대응할 수 없다. 비주얼캠프와 같은, 아직 작은 규모의 기술 스타트업이 몇몇 대기업의 기술 수주 계약에 휘둘리는 일은 부지기수다. 간혹 좋지 않은 결말로도 이어진다. 규모의 싸움이다. 아직 다윗과 골리앗에서 비주얼캠프는 다윗에 위치하고 있는 상황.

석 대표는 "각 산업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공통적인 기준, 기술 표준화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모듈(하드웨어)와 SDK(소프트웨어)를 세분화하고, 용도에 따라 세분화해 기술 표준을 만들었습니다. 지난 4월, 모바일 시선 추적 SDK '시소(SeeSo)' 플랫폼도 정식으로 선보였습니다" 라고 설명을 덧붙였다.

비주얼캠프의 모바일 시선 추적 SDK 시소 플랫폼 소개 영상

시소는 앱 개발자를 위한 SDK 관리 올인원 플랫폼이다. 시소 라이선스 키 발급부터 SDK 사용량 관리, 결제, 개발 가이드 문서, 고객 지원 등 다양한 서비스를 올인원으로 제공한다. 월 최대 1만 세션 사용량을 기본 제공해 개발자들이 시선 추적 기능을 다양한 앱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낮췄다.

개인 개발자가 초기 부담 없이 시선 추적 기능을 적용한 앱을 개발할 수 있고, 기업이 자사의 정식 서비스에 도입하기 전 프로토타입 또는 베타 앱을 만들어 테스트해볼 수 있다. 별도의 메일 승인 없이 지메일(Gmail), 깃허브(GitHub)로도 손쉽게 계정을 생성할 수 있도록 고안했다.

비주얼캠프 시선 추적 기술 사용 예시, 전자책

시소는 '원격 수업 출석체크', '학생 수업 집중도 확인', '본인이 직접 해야 하는 중요 서류 확인을 위한 시선 모니터링', '원격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 시선 조사',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Attention-Deficit Hyperactivity Disorder) 등 시선 추적을 통한 장애 예측 진단 솔루션', '시선 데이터 기반 맞춤형 상품 추천 서비스'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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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주얼캠프 시선 추적 기술 사용 예시, 이커머스

특히, 시소는 국내 시장을 넘어 해외 시장을 위한 준비 과정이기도 하다. 시소 런칭과 함께 미국 법인도 설립했다. 비주얼캠프의 시선 추적 기술을 활용해 미국 내에서 다양한 앱과 서비스에 적용해볼 수 있도록 길을 연 것. 미국에서 시소를 알리는 온라인 마케팅도 시작했다. 시선 추적 기술을 누가 필요로 하는지, 어디에 적용할 수 있는지 열어두고 고민을 함께할 생각이다.

"같은 곳은 바라보는 팀을 얻었습니다"

현재 비주얼캠프 직원은 총 21명로, 대부분 개발자다. 좋은 소식도 있었다. 지난 2019년 10월말, 병역특례업체로 선정됐다. 결과는 놀라웠다. 카이스트 등에 재학 중인 능력있는 팀원이 합류했다. 이전에는 개발자에게 제발 와달라고 손을 내밀어도 어려웠는데…. 병역특례로 비주얼캠프에 합류한 팀원들의 말에 석 대표는 더욱 자신감을 얻었다. 비주얼캠프를 꼭 찍어서 지원했단다. 시선 추적 기술을 젊은 개발자가 유망있는 기술로 선택한 것이다.

미팅 도중 메시지를 확인하는 두 공동대표의
모습
미팅 도중 메시지를 확인하는 두 공동대표의 모습

지난 5월 15일, 비주얼캠프 직원들과 함께 '미래비전 비주얼캠프'라는 이름으로 전체 모임을 가졌다. 팀원들 모두가 각자가 생각하고 있는 비주얼캠프의 앞날을 생각해 보자는 것. 격식따위는 없앤, 브레인토킹 자리였다.

"우리 모두가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올해 상반기를 결산할 겸 모인 자리였는데, 지금까지 우리가 걸어온 길과 우리가 걸어가야 할 길을 서로가 공감하고 있었어요. 누구 하나 나서서 '이렇게 가야 해!', '이 길이 아니면 안돼!'라고 말하지 않았는데…, '우리 틀리지 않았어. 이렇게 가면 되는 거야'라고 같은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거죠."

박 대표는 당시 놀랐다고 말했다. 자신은 있었다. 언젠가 비주얼캠프의 기술은 인정 받을 것이고, 분명 잘 될 것이라는 확신 만큼은 분명했다. 하지만, 비주얼캠프의 팀원 모두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을 줄은 몰랐다. 그런데, 그렇게 됐다. 두 공동대표는, 그 순간 가슴이 따뜻했다고 덧붙였다.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는 명확해졌고, 생각은 쉬워졌습니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 무엇에 집중해야 하는지, 무엇을 바라봐야 하는지 알았습니다. 비주얼캠프 기술은 명확했어요. 시장에서 증명도 끝냈습니다. 길이 잡혔다고 자신하고 싶습니다. 교육, 의료, VR, 전자책, 광고, 이커머스… 어디에 적용해야 할지 몰랐습니다. 도전해야 하는 영역을 빼는 것이, 덜어내는 것이 어려웠어요. 이제 얘기할 수 있습니다. 뭐를 빼야 하는지 알았어요."

석 대표가 말을 이어갔다.

"스톡데일 패러독스라는 말이 있습니다. 베트남 전쟁 때 1965년부터 1973년까지 동료들과 포로로 잡혔던 미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의 이름에서 유래된 말입니다. 포로 생활 중 냉혹한 현실을 직시하며 대비한 스톡데일은 살아남고, 그저 상황을 낙관한 동료들은 계속되는 상심을 못 이겨 죽은 것을 빗댄 말입니다. 비관적인 현실을 냉정하게 받아들이는 한편, 앞으로 잘될 것이라는 굳은 신념으로 현실을 이겨내는 합리적인 낙관주의를 일컫는 말이죠. 지금 우리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공동대표 아니, 비주얼캠프는 단단해져 있었다. 모든 것에 신경쓰고, 주변에 민감했던 과거의 모습은 사라졌다. 박 대표의 말마따나 무엇을 버리고, 무엇을 내려 놓아야 하는지 파악했다. 그만큼 집중할 곳을 찾았고, 성과도 얻었다.

비주얼캠프는 2019년말 시리즈A를 마무리하며 16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설립 후 지난 5년간 이렇다 할 매출은 없었다. 하지만, 비주얼캠프의 올해 예상 매출액은 60억 원이다. 비주얼캠프는 이렇게 말한다.

'Eyes Don't Lie'

비주얼캠프 홈페이지 첫 화면
비주얼캠프 홈페이지 첫 화면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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