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먹거리 중 하나인데...' 국내 렌즈 광학 산업이 위협받고 있다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누구나 스마트 기기를 휴대하고 다니고 있으며, 일부는 취미로 드론(원격조종비행장비)을 날리거나 가상현실 혹은 증강현실(VR/AR) 등의 장비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사고가 나면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혹은 블랙박스를 찾아 범인을 찾는다. 굳이 주변을 둘러보지 않아도 차량 곳곳에 장착된 카메라가 전송하는 화면을 보며 주차를 하거나 스스로 주차하는 등 과거에 비하면 편리하고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게 됐다.

렌즈 광학 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최전방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렌즈 광학 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최전방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현재 진행됐거나 진행 중인 우리의 생활 모습이다. 스마트 시대, 4차산업혁명의 핵심은 고도화된 기술의 범람 속에서 사람의 가치를 찾는 일이다. 대부분 기계가 알아서 한다. 우려도 있지만 그만큼 기회도 있다 말한다. 카메라(렌즈+이미지센서)와 측정센서, 데이터 분석 등 떠오르는 산업 분야도 있다.

이 중 렌즈 광학 산업은 4차산업혁명의 최전방에 있다. 고부가가치 산업 중 하나이기에 양질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각 국가의 노력도 치열하다. 우리나라 렌즈 광학 산업은 과거 일본·독일·미국 등에 비하면 부족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산업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러나 그 뒤에는 어두운 면이 있다. 분명 중요한 산업이지만 어찌된 일인지 침체의 늪에 빠진 상황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4차산업혁명 핵심 기술 중 하나인 '광학'

4차산업혁명이 갖는 의미는 다양하지만 그 속에는 '광학'이 중심이라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관련 기술 대부분이 사물(또는 사람)을 인지하고 분석하는 것에서 시작하기 때문이다. 로봇이 만드는 스마트 공장, 주변을 인식해 달리는 자율주행차, 시설을 누비는 로봇과 드론, 첨단 의료·계측장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모두 카메라를 통해 주변을 인식한 뒤 이를 인공지능 및 처리장치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형태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렌즈
광학이다.
4차산업혁명 시대에서 중요한 분야 중 하나가 렌즈 광학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광학 산업은 IT 기술의 뿌리 역할도 맡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을 생산하고자 미세한 부품을 실리콘 원판(웨이퍼) 위에 집적하는 과정에 정밀 가공된 렌즈를 활용한다. 우리나라는 과거 조명기기에 국한되었지만 현재는 IT 기술 외에 광전자와 초정밀 계측, 의료기기 분야 등으로 산업이 확장되고 있다.

단순히 빛을 통과시키는 것이 전부는 아니다. 광학 산업은 기술 발전이 꾸준히 이뤄지기 위해서 여러 분야 기술을 접목해야 하는 복합 산업이다. 렌즈라는 물리적인 도구를 사용하기에 이에 필요한 물리·화학, 전자·기계·재료공학 등 응용기술 분야가 효과적으로 어우러져야 된다. 자연히 어느 하나만 강해서는 성공이 어렵다. 복합 산업으로 육성되어야 한다는 이야기다.

우리나라는 플라스틱 렌즈 분야에서 강점을 보이고 있다. 플라스틱 렌즈는 광물 기반 렌즈에 비해 무게를 크게 줄이면서 빛을 통과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 특성으로 인해 스마트폰은 물론이고, 자동차 및 의료용 광학 장비 등 적용 범위가 빠르게 확산 중이다. 중요한 부품이기에 설계부터 생산, 연마 등 모든 부문에서 높은 실력을 요구한다.

위기의 대한민국 렌즈 광학 산업

이런 우리나라 렌즈 광학 산업이 위기를 맞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모바일용 플라스틱 렌즈를 생산하는 기업들이 하나 둘 어려움을 맞이하면서다. 이유는 다양하다. 전 세계 스마트폰 판매량이 가파르게 하락했고, 중국 기업의 추격과 국내 대기업의 원가절감 정책에 의한 부담, 공급사슬(서플라이 체인) 산업구조에 따른 위험도 상승 등이 이유로 꼽힌다.

국내 렌즈 광학 기업의 최근 3년간 영업실적. 대부분 큰 하락세를
보였다.
국내 렌즈 광학 기업의 최근 3년간 영업실적. 대부분 큰 하락세를 보였다.

실제 플라스틱 렌즈를 생산하고 있는 기업들의 재정적 상황은 매우 좋지 않다. 현재 국내에서는 해성옵틱스, 세코닉스, 코렌, 방주광학, 디지탈옵틱 등이 관련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데, 대부분 2019년 영업이익이 2018년 대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이 때문에 방주광학은 기업 회생절차를 밟고 있으며, 창원옵틱은 법원에 파산 신청을 했을 정도다. 타 관련 기업도 이익률이 크게 줄었거나 적자로 전환된 것으로 알려졌다.

첫 번째 문제는 대기업 납품 구조다. 대표적인 기업은 삼성전자. 상반기 야심작 갤럭시 S20 제품군의 판매량이 기존에 크게 못 미치면서 전반적인 판매량이 떨어졌고, 수요 예측에 따라 덩달아 관련 기업의 부품 주문이 줄었다.

삼성의 갤럭시 S20 제품군은 기대보다 많은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삼성의 갤럭시 S20 제품군은 기대보다 많은 판매고를 올리지 못했다.

여기까지는 현재 시장의 자연스러운 흐름이니 어쩔 수 없겠지만 더 큰 문제는 따로 있다. 스마트폰 제조사의 원가절감 정책이 그것. 한국광학기기산업협회 측 관계자에 따르면 스마트폰 제조사가 카메라 모듈의 가격을 불합리하게 책정해 놓고 협력 기업들에 제안해 어려움을 더욱 가속화시키고 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 제조사가 카메라 모듈 가격을 1,000원에 책정하고 협력 기업들에게 설계도와 함께 제안한다. 협력 기업 입장에서 보면 적정 카메라 모듈 생산 가격은 1,200원 선이지만 어쩔 수 없이 생산에 돌입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기타 부품 기업에 단가 인하를 요구, 최대한 부품 가격을 맞춰 나간다. 이는 마치 과거 자동차 업계에서 논란이 됐던 부당한 부품 단가 인하 행위를 떠올리게 한다.

현재 대부분 렌즈 생산업체는 설비 투자 비용을 직접 부담하고 있다. 단가 인하 요구에 비용 투자가 더해지면서 이중고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 합당한 부품 가격을 책정해 부담을 줄이는 결단이 필요하다.

중국·대만 기업에서 생산한 렌즈도 골칫거리다. 스마트폰 제조사가 원가 절감을 이유로 고화소 렌즈 수입량을 늘리면서 국내 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어서다. 특히 써니(중국)과 라간(대만)은 정부의 막대한 보조금을 받아 렌즈 가격에 반영하고 있다. 국내 기업의 높은 렌즈 제조 능력도 비용 앞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상황인 것이다.

중국·대만 렌즈 제조사는 우선 저렴한 가격을 내세워 국내 시장을 잠식한 이후, 가격을 다시 올리겠다는 의도가 엿보인다. 이는 기업뿐 아니라, 정부에서도 심각하게 봐야 할 문제다.

정부는 4차산업혁명 시대의 주도권을 쥐고자 노력하고 있다. 지난 3월에는 대통령 직속으로 세 번째 '4차산업혁명위원회'를 출범하기도 했다. 하지만 대부분 인공지능이나 블록체인 등 데이터 관련 산업과 바이오·네트워크·반도체 등 특정 산업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기초 및 첨단 기술이 융합해 고도화한 결과물이 4차산업혁명이라는 점을 간과한 듯해 아쉬울 따름이다.

광학 산업의 '균형 발전'에 관심 가져야 할 때

이런 상황에서 기업이 안정적으로 투자하고 기술 발전을 이끌어내려면 기업과 정부의 관심이 절실하다. 코로나-19 사태에 의한 문제도 해결이 필요하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과 공급 과정에서 발생하는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고 나아가 산업을 성장시키기 위한 투자 등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상황은 그렇게 좋아 보이지 않는다. 특히 산업통상자원부가 2021년부터 진행하게 될 스마트특성화 기반구축사업을 보면 예산이 사업 전반에 고루 쓰일지 의문이 든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광주광역시가 진행할 카메라 렌즈용 광학소재 산업화 지원사업에 국비 78억 2,800만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여기에 광주시의 예산을 더하면 총 사업비 163억 원에 달한다. 이 비용으로 2021년부터 23년까지 신규 광학소재산업지원 거점센터를 구축해, '광학소재- 부품-시스템'의 가치사슬을 확립한다는 계획이다. 광학렌즈·카메라 사양별 광학소재를 시험생산하는 지원 허브도 구축한다.

국내 광소재 기업의 지역 분포도.
국내 광소재 기업의 지역 분포도.

문제는 예산이 산업 전체가 아닌 지역 한정으로 쓰일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광산업진흥원이 지난 2017년에 조사한 광소재 기업 지역 분포를 보면 서울 및 수도권이 56%로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이어 광주가 22%, 그 외 지역이 22% 정도였다.

산업 전반의 지원을 위한 산업지원 거점센터라면 어디에 구축되어도 큰 문제는 없다. 그러나 특정 광역시가 기반구축사업을 공모해 진행하는 것이므로 해당 지역 내에 있는 기업 한정으로 사업이 진행될 수 있다. 나머지 78%에 달하는 광학 관련 기업이 외면 당하는 투자 불균형이 우려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광학 관련 산업이 균형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정부와 관련 부처의 대책이 필요하다.

구조적 변화도 필요하다. 한국광학기기산업협회 측 관계자는 "정부 지원을 통한 국내 대기업과 렌즈 업체간 구매조건부 과제 실행 및 대기업의 설비 투자 지원 등의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면서 "렌즈 설계 기술자와 기술 유출에 대한 정부의 규제 및 산업 특성에 맞는 공정관리 시스템 표준화의 법제화도 시급하다"고 말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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