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문턱 낮춘 메시 공유기, 넷기어 오르비 RBK12, RBK13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일상생활에서 쓰는 많은 기기들이 인터넷 접속 기능을 가지는 IoT(사물인터넷) 시대가 열렸다. PC나 스마트폰과 같은 익히 알려진 단말기 외에 냉장고나 세탁기, 에어컨 등의 생활가전기기도 요즘은 와이파이 기능을 달고 나올 정도다.

이러한 상황에서 중요도가 높아진 것이 바로 인터넷 공유기의 접속범위다. 공유기 자체의 와이파이 능력이 떨어진다면 집안 구석구석 신호가 퍼지지 않아 일부 기기는 네트워크 접속을 할 수 없게 된다. 그리고 공유기를 설치하려면 외부 유선 인터넷 접속이 필수인데, 만약 유선 케이블이 중앙 거실이 아닌 구석진 곳 방에 있다면 공유기 역시 구석에 설치해야 하므로 접속범위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넷기어 오르비 RBK12와
RBK13
넷기어 오르비 RBK12와 RBK13

넷기어(Netgear)의 오르비(Orbi) 시리즈는 복수의 유닛을 각지에 배치, 와이파이 범위를 그물망처럼 구석구석까지 넓히는 '메시(Mesh)' 기반 공유기를 지향한다. 기존 공유기를 여러 개 설치하려면 공유기 수만큼의 유선 인터넷이 필요하고 와이파이 SSID(접속목록)도 많아져서 위치를 옮길 때마다 재접속을 해야 하는 불편이 있다. 하지만 오르비 시리즈는 유선 인터넷 1개만으로 전체 시스템을 구성 가능하며 SSID 역시 1개만으로 접속한다. 이번에 소개할 오르비 RBK12, RBK13은 기존 오르비 시리즈의 특성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자인 및 가격을 조정, 가정용으로 최적화한 모델이다.

홈 와이파이 환경에 최적화된 디자인, 구성

넷기어 오르비 시리즈는 공유기 본체 유닛인 라우터(Router), 그리고 범위 확장용 유닛인 새틀라이트(Satellite)로 구성된 것이 특징이다. RBK12는 라우터 1개 + 새틀라이트 1개 구성이며 RBK13은 라우터 1개 + 새틀라이트 2개 구성이라는 점만 다르며 하드웨어 자체는 차이가 없다. 만약 추가적인 범위 확장을 원한다면 새틀라이트 유닛(RBS10)만 따로 구매해 추가할 수도 있다.

라우터 유닛과 새틀라이트 유닛
라우터 유닛과 새틀라이트 유닛

기업용 제품의 성격이 강했던 이전 오르비 시리즈에 비해 가정용임을 강조하는 이번 제품은 유닛 크기가 상당히 작아졌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 모두 10.4 x 10.4 x 6.8cm의 크기다. 성인 주먹 한 개 정도로 아담하다. 제품 상단과 하단에 내부 열을 배출하는 통풍구를 마련했으며 표면에 기하학적인 무늬를 넣어 다듬은 것이 눈에 띈다. 외부 고정용 홀이나 블래킷 같은 건 없기 때문에 벽걸이 설치는 어려울 것 같다.

본체의 크기는 아담하다
본체의 크기는 아담하다

라우터와 새틀라이트의 크기와 디자인이 거의 동일하지만 후면 인터페이스의 구성은 좀 다르다. 라우터 후면에 외부 인터넷 연결용 및 단말기(PC 등) 연결용으로 쓰는 2개의 기가비트(1Gbps) 네트워크 포트가 있는 반면, 새틀라이트 후면에는 그런 게 없다. 전원 포트 및 리셋(초기화) 버튼, 그리고 각 유닛을 무선 연결할 때 쓰는 동기화(Sync) 버튼만 달려있다.

제품 후면
제품 후면

이전에 나온 오르비 시리즈는 새틀라이트에도 단말기 연결용 유선 네트워크 포트가 달려있었는데 이번 제품은 완전히 무선 연결에 특화된 제품이 되었다. 유선 인터넷을 쓰는 기기가 많다면 구매 전에 참고하자. 각 유닛에 전원을 공급하는 전원 어댑터는 라우터와 새틀라이트가 동일한 규격을 이용한다.

속도 보다는 커버리지에 더 주목할 만

제품을 처음 설치할 때 라우터에는 전원 및 유선 인터넷 케이블을 연결하며 새틀라이트는 적당한 위치에 두고 전원만 연결하면 된다. 라우터에서 일단 주변에 와이파이 접속용 AP(액세스포인트)를 생성하고, 새틀라이트에서도 라우터로부터 무선 인터넷 신호를 끌어와 주변에 또다른 와이파이 AP를 생성해 접속 가능 범위를 넓힌다.

새틀라이트 유닛은 전원 어댑터만 연결하면
된다
새틀라이트 유닛은 전원 어댑터만 연결하면 된다

새틀라이트의 수가 많을수록 접속 범위는 점점 넓어진다. 제조사에서 밝힌 바에 의하면 유닛 2개 구성의 RBK12로는 200제곱미터(약 60평), 유닛 3개 구성의 RBK13 300제곱미터(약 90평)의 범위를 커버할 수 있다고 밝히고 있다.

와이파이 속도의 경우, 2.4GHz 밴드에서 최대 400Mbps, 5GHz 밴드에서 최대 866Mbps 모드로 접속이 가능한 AC1200급 사양이다. 가정용 공유기로서는 무난히 쓸 만한 사양이긴 하지만 AC2200급, AC3000급 성능을 자랑하던 기업용 오르비 시리즈에 비하면 좀 떨어지는 것이 사실이다. 속도보다는 넓은 커버리지에 더 주목해야 할 것 같다.

여러 와이파이 넘나들어도 SSID 1개로 끊김 없는 접속 가능

2.4GHz 와이파이는 접속범위가 넓고 장애물에 강하며 구형 기기에도 무난히 호환되는 것이 장점이다. 반면 5GHz 와이파이는 접속범위가 상대적으로 약간 좁은 대신 최대 통신 속도가 높은 것이 장점이다. 기존의 공유기는 2.4GHz와 5GHz 와이파이의 SSID가 각각 따로 생성되어 위치에 따라, 혹은 상황에 따라 접속을 전환해야 하는 불편이 있었다.

메시 와이파이 구성도(출처=넷기어)
메시 와이파이 구성도(출처=넷기어)

반면 오르비 RBK12, RBK13는 여러 와이파이 밴드를 하나의 SSID(접속리스트)로 통합해 접속할 수 있는 스마트 커넥트(Smart Connect) 기술도 갖췄다. 사용자가 공유기와 가까운 곳에 있을 때는 5GHz, 멀리 떨어진 곳에 있을 때는 2.4GHz로 끊김 없이 자동 전환된다. 새틀라이트 여러 대를 이용하더라도 SSID 1개로 접속 가능하고 각 유닛이 메시(그물망) 방식으로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여러 장소를 이동하며 이용하더라도 끊김없이 접속을 이어갈 수 있다.

그 외에도 동시에 여러 장치로 데이터를 스트리밍 하여 접속자 수가 늘어나도 안정적인 통신이 가능한 MU-MIMO(Multi User Multiple Input Multiple Output) 기술을 지원하며, 사용자의 방향으로 전파를 집중시켜 음영지역을 최소화하는 빔포밍+(Beamforming+) 기술도 갖췄다. 기존의 빔포밍 기술과 달리 구형 와이파이4(802.11n) 규격 단말기도 지원하는 것이 특징이다.

전용 모바일 앱 이용한 간편한 설치, 제어

다수의 유닛을 조합해 구동하는 제품이라 초기 설치가 복잡할 것 같지만 실제로 해보면 의외로 쉽다. 넷기어는 제품의 설치와 관리를 돕는 오르비 전용 모바일 앱을 구글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를 통해 제공하고 있다. 스마트폰에 앱을 설치하면 화면에 뜨는 메시지에 따라 제품 배치, 로그인, 암호 설정 등의 과정을 하면 무리 없이 제품 이용이 가능하다.

모바일 앱을 이용한 초기 설치
모바일 앱을 이용한 초기 설치

오르비 모바일 앱은 초기 설치뿐 아니라 제품의 설정 및 제어 기능도 갖췄다. 악성코드의 침입 방지나 네트워크 취약점 검사 등의 보안 기능을 갖춘 넷기어 아머(Netgear Armor), 외부 접근을 막으면서 보안성이 높은 사내망을 구축할 수 있는 VPN 서버 등의 기능도 스마트폰을 통해 제어할 수 있다. 물론 일반 공유기와 같이 PC용 웹브라우저 접속을 통한 내부 설정 메뉴 접근도 가능하지만 오르비 모바일 앱 만으로도 충분하니 PC가 없는 상황에서도 이용 및 관리에 불편을 겪지는 않을 듯하다.

가정용 시장으로 영역 넓힌 넷기어 오르비

2017년에 첫 출시된 넷기어 오르비 시리즈는 메시 기반 공유기라는 참신한 콘셉트를 인정받아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다만 성능 및 기능은 인정하면서도 높은 제품 가격 때문에 기업 및 일부 전문가만 쓰는 제품이라는 인상이 있었다. 이번에 선보인 오르비 RBK12와 RBK13는 기존 오르비 시리즈의 가장 큰 특징인 메시 와이파이 기능을 제공하면서 디자인 및 일부 기능, 그리고 가격을 조정한 가정용 제품이다.

기업용 제품에 비해 전반적인 사양이 다소 낮아지긴 했지만 가정에서 쓰기에는 충분한 수준이다. 일반 가정이라면 2유닛 구성의 RBK12, 이층집 이상이라면 3유닛 구성의 RBK13로 만족할 만한 와이파이 커버리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2020년 4월 인터넷 판매가 기준, 오르비 RPK12는 18만 6,000원, 오르비 RPK13은 27만 1,000원에 팔리고 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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