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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의 소재' 그래핀 양산 속에 담긴 홍병희 교수의 꿈과 노력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그래핀(Graphene), 흑연(Graphite)과 탄소이중결합을 가진 분자를 의미하는 접미어인 ‘ene’가 합쳐진 용어다. 탄소 원자가 육각형 벌집 모양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다. 최근 들어 주목받고 있는 신소재 중 하나. 금속은 아니지만 전기가 잘 통하는데 다 열전도성이 높고, 강철보다 수십 배 단단하면서도 투명하고 유연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양한 산업 분야의 집중적인 관심을 받고 있다. ‘꿈의 물질’이라 불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종이보다 백만 배 가깝게 얇은 이 소재를 실제 소비자가 경험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된다는 점이다. 우리나라 벤처기업 ‘그래핀스퀘어(Graphene Square)’가 주목받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핀스퀘어는 화학기상증착(CVD – Chemical Vapor Deposition)법을 이용하여 그래핀을 양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기업이다. 구리와 같은 촉매 기판을 탄소가스와 고온에서 반응시켜 그래핀을 합성한 후 사용할 기판에 전사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상향식(Bottom-up)으로 생산된 그래핀은 반도체, 디스플레이를 포함한 다양한 분야에 쓰이게 된다. 현재 그래핀스퀘어는 자동차와 배터리 외에도 의료와 의류 등 디지털 시대에 필요한 분야 전반에 진출 방법을 모색 중이다.

그래핀의 양산화는 홍병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는 융기원 그래핀연구센터 센터장이자 그래핀스퀘어 설립자이기도 하다. 현재는 경영을 대기업 출신 전문가인 채윤 대표에게 맡기고, 자신은 ‘최고기술책임자(CTO)’로서 그래핀의 미래를 그려나가는 것에 모든 것을 바치고 있다.

2010년부터 준비한 창업

홍병희 교수와 그래핀의 만남은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세계적인 그래핀 연구자인 현 하버드대 물리학과 김필립 교수를 통해서다. 포스텍(포항공과대학교)에서 화학을 전공하던 그에게 지도교수(김광수, 현 UNIST 특훈교수)가 당시 컬럼비아대학교 김필립 교수 연구실 박사후연구원 자리를 추천한 것이 인연이 되었다. 당시 탄소나노튜브 합성 연구에 매진했던 홍 교수에게 그래핀은 친숙하고도 흥미로운 존재로 다가왔다. 이후 2007년부터 성균관대학교에서 그래핀의 화학적 합성에 대한 연구를 시작하면서 그래핀 양산의 발판을 마련하기 시작했다.

"김필립 교수님과 만나 그래핀을 알게 된 것은 저에게 큰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나 당시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을 박리하여 만든 그래핀은 너무 작아서 응용가능성이 전혀 없어 보였습니다. 화학자로서 그래핀을 ‘어떻게 쓸까?’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내가 한 번 크게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홍병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

그래핀 상용화에 노력을 기울이던 홍병희 교수는 2008년 화학증기증착법을 이용해 마침내 그래핀의 대형화에 성공할 수 있었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그래핀을 크게 만들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보니 전세계에서 샘플 요청이 쇄도했고, 곧 공급이 한계에 도달했다. 이 때 그는 "이건 학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판단하여, 2010년 창업을 준비하게 되었다.

창업은 쉽지 않았다. 대량 생산을 위한 시설 및 공간 외에도 성균관대와의 특허 문제도 걸려있었다. 이 때, 서울대학교에서 그래핀의 가능성을 보고 영입을 제안을 해왔다. 서울대 산학협력단과 반도체공동연구소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2012년 그래핀스퀘어를 설립하면서 성균관대 소유의 특허를 모두 이전해왔고, 연구 공간, 장비 관련 어려움 또한 해소할 수 있었다.

이후 그래핀스퀘어는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해 많은 변화를 이뤄냈다. 화학기상증착 합성장치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통해 높은 품질의 그래핀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고, 이를 마치 신문 찍어내듯 연속 생산하는 롤투롤(Roll-to-Roll)방식까지 고안해 그래핀 생산효율을 획기적으로 올리는데 성공했다. 현재 롤투롤 합성부터 에칭, 전사에 이르는 모든 그래핀 제조 과정에 대한 특허기술을 보유한 것은 그래핀스퀘어가 유일하다.

무궁무진한 그래핀의 가능성 ‘시간과의 싸움’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소재 특유의 장점으로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적용범위도 넓다.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전도성 잉크, 스마트 창문(유리) 등이 그 대상이다. 심지어 의료(바이오)와 의류 소재 등에서도 적용 가능하다. 전자 이동이 빠르고 유연하며 안전한 특성이 그래핀의 강점이다.

"그래핀에서 이동하는 전자의 유효질량이 0에 가깝다 보니 전자가 거의 빛의 속도로 이동하게 되어 전도도가 매우 높습니다. 그리고 자연상에서 가장 안정한 벌집 구조를 가져 강하면서도 유연합니다. 게다가 수분과 산소 등에 의해 특성이 변하지도 않습니다. 전에는 그래핀의 가능성이 좀 과장됐다고 생각했었지만 실제 하나하나 증명되는 것을 보니, 이제는 정말 그래핀이 꿈의 물질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특징을 살릴 수 있는 분야는 우선 반도체. 실리콘판(웨이퍼)보다 100배 더 빠르게 전자를 이동시킬 수 있어 프로세서와 메모리 성능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가능성이 있다. 또한 그래핀의 다층구조를 쉽게 뚫을 수 없다는 점을 이용하면 디스플레이용 봉지막이나, 방탄복, 방호복 등에 적극 활용할 수 있다. 유럽에서는 그래핀을 화재시 발화점을 낮추는데 활용하기도 한다. 열 확산 및 전달 능력이 뛰어나서다.

실제 도입 사례는 점점 확대되고 있다. 이미 모 기업과 함께 2차전지 배터리 집전체에 그래핀을 적용, 성능을 높이는데 힘을 쏟고 있다. 또, 모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 앞유리용 투명 히터에 그래핀을 발열체로 활용하는 것에 대한 연구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차세대 반도체 미세공정에 필요한 극자외선(EUV) 마스크에 그래핀을 활용하는 연구 또한 이어지고 있다.

홍병희 서울대 자연과학대학 화학부 교수.

빠르게 커지는 사업으로 인해 가장 중요하게 부각되는 것은 단연 양산과 수율이다. 그래핀 합성 시 크기가 작을 때는 문제가 없지만 대면적에서는 결함이 생길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 홍병희 교수는 "그래핀 연구만 12년을 하다 보니 많은 노하우가 많이 쌓였고, 대면적 그래핀의 결함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찾았다"고 말했다. 투명히터나 방탄복용 그래핀 양산은 문제가 없지만,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용 그래핀의 양산 수율이 수준급으로 도달하는 데에는 3~5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했다.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가 필요한 이유이다. 현 정부는 대부분 일본의 수출규제에 의한 피해 감소와 대체재 확보에 집중하고 있는 양상이다.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그래핀과 같은 신소재에 대한 관심과 투자도 절실하다. 관련 소재-부품-장비 산업 전반에 걸쳐 균형 잡힌 투자가 이뤄지길 희망해 본다.

‘웨어러블’ 분야에 도전하고 싶어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그래핀. 소재의 양산을 이끄는 홍병희 교수는 이를 가지고 앞으로 무엇에 도전하고 싶은지 궁금했다. 잠깐 고민한 그는 ‘웨어러블’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유행이 빠르고 신기술 접목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홍교수는 ‘휴대폰을 이을 차세대 IT플랫폼은 웨어러블이 될 것이라’라며 웨어러블 기술에 그래핀이 접목된다면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획기적인 기능들을 구현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았다. 그래핀스퀘어는 기능성 그래핀 섬유와 웨어러블 센서기술을 적용한 독창적인 의류브랜드를 만드는 것도 계획 중이다.

꿈의 신소재라 불리는 그래핀. 우리가 이것을 마음껏 활용할 수 있는 시기는 언제일까? 그래핀 양산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래핀스퀘어는 그래핀 기술로 우리의 미래를 풍요롭게 하기 위한 노력을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 그래핀스퀘어의 성장과 함께 홍병희 교수가 바라는 ‘그래핀 상용화’의 목표도 그만큼 가까워지는 듯한 느낌이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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