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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S2020] 중국 업계의 배끼기 전략… 어디까지 두고볼 것인가?

남시현

CES2020에 대형 부스를 마련한 중국 TCL

[라스베이거스=IT동아 남시현 기자CES2020 (Consumer Electronics Show, 소비자 가전 전시회)는 전세계 가전기업의 동향과 한해 사업 목표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행사다. 세계 유수의 기업들은 화려한 부스에서 주력 제품을 전시하고, 타 기업과 차별화되는 전략과 기술력을 뽐낸다. 지난해 1분기 북미 텔레비전 시장 점유율 26%를 달성해 처음으로 삼성전자를 재친 TCL도 라스베이거스 컨벤션 센터에 대형 부스를 마련했다.

중국 TCL은 한국 시장에 진출한 기업이 아니므로 생소한 기업이지만, 북미 시장에서는 중저가 브랜드로 텔레비전 시장 3위를 차지하는 브랜드다. 이런 TCL이 삼성전자를 제친 것은 미·중 무역 분쟁으로 인해 사전에 쌓아둔 물량을 쏟아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북미 시장을 꽉 잡고 있던 삼성전자가 한 번이라도 1위 자리를 내준 것은 한국 기업 모두에게 경각심을 주기 충분했다. 하지만 점유율을 내어준 것보다도, 중국 기업들의 배끼기 전략을 방관하는 태도를 더욱 조심해야할 것 같다.

한국 물건처럼 보이는 표절 제품으로 미국 시장 공략

TCL의 QLED는 삼성전자의 브랜드와 흡사하다.

TCL은 1981년 일본의 TDK 카세트 위조품을 제조하는 제조 업체로 시작했다. 설립 당시 기업명은 TTK였는데, 대놓고 TDK 제품을 배껴서 팔겠다는 속셈이었다. 지금의 TCL로 이름을 바꾼 것은 1985년, 일본 TDK에게 지적재산권 위반으로 고소를 당하면서부터다. 현재 TCL의 사업부는 텔레비전, 통신, 가전제품, TV용 디스플레이 패널 등 다양한 제품을 다루고 있다.

올해 CES에서는 미니 LED 기술인 '바이드리안(Vidrian)'을 공개하며 기술 개발에도 투자하고 있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TCL 부스를 보면 과연 이 기업이 독자적인 전략과 생존력을 갖춘 기업인지, 아니라면 어떻게 지금까지 별 문제가 없었는지 의문이 든다.

화면을 90도로 꺾는 아이디어는 오래전부터 있었다. 올해 갑자기 제품을 내놓은 것에 의구심이 들 수 밖에 없는 대목.

TCL 부스의 전시 비중 대부분은 디스플레이며, 주력 제품군은 QLED(QD-LED) TV다. 삼성전자, 중국 BOE에게서 QLED 패널을 받아 제품을 만드니 QLED라는 이름을 그대로 쓰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지만, 어디에 눈을 돌려도 표절한 제품이 즐비하다. 사진 상의 제품은 90도 피벗 디스플레이를 지원하는 '더 세로(The Sero)'로, 스마트폰 및 세로 화면 감상에 유리한 텔레비전이다.

디스플레이를 90도로 세우는 피벗 자체는 20년도 더 지난 디자인이지만, 컴퓨터용 모니터가 아닌 텔레비전에 적용한 것이 독창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국내에서는 작년 2분기 중에 출시한 제품이며, 북미 시장에 출시하는 것은 CES2020을 통해서다. 그런 '더 세로'를 TCL은 그대로 배껴서 전시하고 있다.

디자인 뿐만 아니라 배치나 폰트, 형태까지 모조리 따라한다.

TCL의 표절 전략은 디자인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삼성전자의 마이크로 LED 디스플레이인 '더 월(The Wall)'을 표절한 TCL의 '더 시네마 월(The Cinema Wall)'은 제품 배치나 폰트, 설명까지 완전히 따라했다. 앞서 더 세로 역시 완전히 독창적이라라 평가할만한 제품은 아니니 어떤 브랜드에서 비슷한 제품을 내더라도 반드시 표절이라 할 수는 없다. 하지만 더 시네마 월의 이름과 전시 배치는 누가 봐도 표절이다.

펀치홀 디스플레이, 갤럭시 S10과 비슷하게 보인다.

문제는 디스플레이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전시 부스에는 삼성전자의 '더 프레임'과 똑같은 디자인이 적용된 텔레비전, 삼성전자 갤럭시 S10 시리즈처럼 보이는 스마트폰, 폴더블 디스플레이까지 전시돼있었다. 전자제품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이라면 삼성전자와 TCL 제품을 잘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이다.

삼성전자가 방관하는 이유, TCL도 고객사기 때문.

QLED(QD-LCD)제조사는 삼성, 중국 BOE뿐이다. 결국 삼성전자가 이를 방관하기에 표절이 이어지는 것이다.

TCL이 삼성전자 제품을 대거 표절하고 있지만, 정작 삼성전자는 이 부분에 대해 방관하고 있다. TCL 역시 QLED 텔레비전을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 중국 BOE의 QLED(QD-LED) 패널을 구매하고 있으며, 스마트폰을 만들기 위해 삼성전자의 펀치홀 OLED 디스플레이를 구매하니 말이다. 즉, 삼성전자 부풍믈 사용한 생태계를 늘리고 부품 공급으로 인한 수익때문이라도 TCL의 표절을 두고보고 있다는 것.

삼성전자의 방관은 향후 국내 기업의 세계 시장 진출에 나쁜 선례로 기록될 것이다. 중국 기업은 앞으로도 지적재산권을 침해할 것이며, 한국 기업이 조치를 취할 수 없도록 부품 수급을 빌미로 돈줄을 죌 것이다. 눈앞의 수익성과 시장 점유율을 유지할 순 있겠으나, 장기적으로는 악영향의 굴레에 빠질 수 밖에 없다.

이미 일부 소비자는 삼성전자의 QLED 로고와 TCL의 QLED 로고를 구분할 수 없을 것이다. 글자 모양은 물론, 제품 디자인까지 흡사하니 그럴 수 밖에 없다. 끝내 중국 시장에 의해 잠식되지 않기 위해서라도 확실한 조치가 필요할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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