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에 디즈니+까지... 국내 OTT 서비스 이대로 괜찮을까?

강형석 redbk@itdonga.com

[IT동아 강형석 기자] 네트워크 상에서 영화나 드라마, 예능 등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오티티(OTT - Over The Top) 서비스라 부른다. 유튜브 프리미엄(YouTube Premium), 넷플릭스(Netflix), 왓챠플레이(Watcha Play) 등으로 유명해진 형태로 매월 비용을 지불하고(구독) 서비스를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다. 이런 서비스는 네트워크만 연결되어 있다면 어디서든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최근 주목 받고 있다. 또한 원하는 콘텐츠를 미리 저장해 둔다면 네트워크가 연결되지 않은 상황에서도 감상 가능하다.

국내에도 다양한 OTT 서비스가 있다. SK 텔레콤의 옥수수(OKSUSU)와 KBS·SBS·MBC가 함께 투자해 만든 푹(POOQ)이 합세해 탄생한 웨이브(wavve), 씨제이이엔엠(CJ ENM)의 티빙(TVING), 왓챠의 왓챠플레이, 유플러스 모바일, 올레티비(OllehTV) 모바일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국내 소규모 OTT 서비스 사업자가 연합해 덩치를 키운다는 소식도 곳곳에서 흘러 나오는 중이다. 해외에서 강력한 사업자들이 국내 진출했거나 진출을 타진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이들에 대항 중인 국내 OTT 서비스는 과연 준비가 잘 되고 있을까?

최근 넷플릭스 꺾었다던 웨이브, 현실은?

지난 10월,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기업 아이지에이웍스(IGAWORKS)의 모바일인덱스 자료에 따르면 웨이브가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1개월 만에 약 264만 사용자 유치에 성공하면서 넷플릭스(217만)를 앞질렀다. 그러나 이는 안드로이드 기기 기반에 한정되어 있어 애플 기반의 기기를 합치면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

아무래도 이런 결과가 나타난 것은 초기 출시 이후, 웨이브의 공격적인 프로모션 때문으로 풀이된다. 현재 웨이브에서는 특정 카드로 이용권 결제 시 1년간 무료, 신규 회원에게 3개월간 월 4,000원(기본 월 7,900원)씩 결제하는 등으로 신규 사용자를 유치 중이다.

웨이브는 현재 사용자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웨이브는 현재 사용자 확보를 위한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이 부분을 제외하더라도 옥수수와 푹이 연합해 이뤄지는 서비스이니 사용자가 많아야 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부분이다. 두 서비스의 가입자가 웨이브로 이전되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현재 웨이브로 서비스가 합쳐지면서 옥수수와 푹은 각 앱스토어에서 설치 불가능한 상태다.(옥수수는 오는 12월 서비스 종료 예정)

합병에 따른 이득(가입자 이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출시 초기부터 꾸준히 가입자를 유치한 넷플릭스를 큰 차이로 앞서지 못했다는 것은 반대로 웨이브의 서비스 품질에 의구심을 품어야 한다는 것 아닐까?

웨이브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가(좌)와 애플 앱스토어
평가(우).
웨이브의 구글 플레이스토어 평가(좌)와 애플 앱스토어 평가(우).

실제로 웨이브의 평가는 평균 이하 수준이다.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는 평점 2.3, 애플 앱스토어에서는 평점 1.3을 기록 중이다. 대부분의 의견은 기존 옥수수와 푹 사용자의 불만으로 가득 차 있다. 대부분 기존 서비스가 사라졌다고 토로하는 것부터 불편한 구성과 애플리케이션 자체의 최적화 실패 등으로 채워져 있다. 도약을 위해 합쳤지만 옥수수 혹은 푹을 사용하던 기존 소비자 모두를 크게 만족시키지 못한 셈이다.

특히 기존 옥수수 사용자의 불만이 더 큰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과거 옥수수는 SK 텔레콤이 야심차게 준비했던 서비스로 특정 요금제를 사용하면 대부분의 콘텐츠를 무료로 사용하도록 해주거나 저렴한 비용으로 감상할 수 있었다. 하지만 웨이브가 출범하면서 기존의 장점이던 다양한 채널들이 대거 사라지고 실시간으로 볼 수 없는 채널들이 늘어났으며 무료 혜택들도 제외된 것이다. 그나마 고가 요금제 사용자에게 주어지던 혜택도 화질이 떨어져 의미가 없다는 지적이 많다.

일반인이 선택 가능한 웨이브의 요금제. 넷플릭스나 타 OTT 서비스와 비교해 혜택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일반인이 선택 가능한 웨이브의 요금제. 넷플릭스나 타 OTT 서비스와 비교해 혜택이 우위에 있다고 보기 어렵다.

그렇다면 가격 정책은? 넷플릭스나 타 서비스에 비해서는 나아 보이지만 장점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적으로 베이직(7,900원), 스탠더드(1만 900원), 프리미엄(1만 3,900원) 등 3가지 가격 정책을 제안한다. 여기에 음악 혹은 영화를 추가로 즐길 사용자를 겨냥해 베이직 X PLAYY영화(1만 3,900원), 베이직 X 벅스(Bugs) 듣기(1만 3,750원) 두 가지 요금제를 추가해 두었다.

영화 서비스는 구분이 다소 애매하고, 개별구매 비중이 높게
느껴진다.
영화 서비스는 구분이 다소 애매하고, 개별구매 비중이 높게 느껴진다.

영화는 요금제를 복잡하게 나눈 것이 확연히 드러난다. 웨이브는 영화를 보려면 세 가지 선택지를 골라야 한다. 첫 번째는 일반 요금제를 결제해 보는 것, 두 번째는 베이직 X PLAYY영화 요금제를 선택하는 것, 마지막은 개별구매로 보는 것이다. 개별구매는 말 그대로 비용을 추가 지불해 보는 형태로 어떤 요금제를 선택해 보더라도 피할 수 없는 조건이다.

영화 내에서는 이를 다양하게 표시해 두었다. 아무것도 없으면 어떤 요금제라도 자유롭게 볼 수 있으며, 녹색 PLAYY 라는 뱃지가 있으면 해당 요금제에 포함되는 사용자가 볼 수 있다. 붉은색으로 개별구매라고 표시되어 있다면 무조건 비용을 추가 지불해 보는 식이다. 개별구매 영화는 최근 개봉했거나 인기가 많은 국내외 영화를 중심으로 구성되어 있다.

단순히 비용 자체로 본다면 웨이브가 나아 보일 수 있지만 서비스 질 자체로 본다면 넷플릭스나 왓챠 플레이가 더 나을 수 있다. 한 번 지불한 금액을 추가 요구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등급에 따라 화질이나 동시 감상 기기 수의 제한은 있어도 콘텐츠의 급을 나누지 않는다. 반면, 웨이브는 구독과 함께 추가 구독해야 하는 이중 결제 방식이다. 마치 무료라고 해놓고 제대로 즐기려면 비용을 내라고 말하는 일부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디즈니+라는 강적 등장, 국산 OTT는 버틸 수 있을까?

일단 국산 OTT 서비스는 외산 서비스에 대비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이는 듯한 모습을 보인다. 그러나 서로 다른 생각과 셈법으로 접근하고 있다. 씨제이이엔엠의 자회사인 스튜디오드래곤은 최근 넷플릭스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콘텐츠 제작 및 글로벌 콘텐츠 유통에 나설 예정이다. 이 스튜디오는 로열패밀리(MBC), 드림하이(KBS), 미생(tvN), 나쁜녀석들(OCN), 도깨비(tvN), 시그널(tvN), 호텔델루나(tvN) 외 여러 작품을 기획·제작한 바 있다.

이와 별개로 씨제이이엔엠은 제이티비씨(JTBC)와 손잡고 OTT 서비스를 준비하기 위한 협의를 이어 나가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케이티(KT)도 시즌(seezn)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OTT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규모가 작은 서비스를 포함하면 국내에서 선택 가능한 OTT 서비스는 10여 종 가량이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흥미로운 자체 콘텐츠 확보에
있다.
넷플릭스의 성장은 흥미로운 자체 콘텐츠 확보에 있다.

이렇게 국내 시장이 분산되는 사이, 외산 서비스는 굵직한 한 방을 들고 국내를 공략하고 있다. 국내에 먼저 진출한 넷플릭스가 대표적이다. 타 OTT 서비스와 동일한 국내외 영화를 볼 수 있음과 동시에 자체 제작한 콘텐츠도 즐비하다. 특히 올 상반기에 공개되어 화제였던 킹덤과 페르소나 등의 콘텐츠는 좋은 반응을 얻으며 가입자를 불러모으는 계기가 되었다.

북미에서 서비스가 시작된 디즈니 플러스. 국내에도 상륙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미에서 서비스가 시작된 디즈니 플러스. 국내에도 상륙 예정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등장과 동시에 가입자 1,000만 명을 끌어 모은 디즈니 플러스(Disney+)도 강력한 경쟁자로 손꼽힌다. 서비스 1년 차 내에 7,500여 개 이상의 시리즈물과 100여 개 이상의 영화, 자체 제작한 콘텐츠를 30여 개 이상(드라마 20여 작품 이상, 영화 10여 작품 이상) 제공할 예정. 여기에 국내에서는 오는 2021년 서비스될 예정으로 알려지면서 국내 진출한 OTT 서비스 사업자를 긴장케 만들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해법이라고는 각 OTT 서비스만의 ‘자체 콘텐츠’를 내세우고 있는 상황. 그러나 자체 콘텐츠가 많으면 많을수록 해당 서비스에 있어 유리한 것은 맞지만 절대적인 것이라 볼 수 없다. 대중의 흥미를 이끌 요소가 담겨 있어야 한다. 과연 국산 OTT 서비스는 외세의 공세 속에서 경쟁력을 확보해 나갈 수 있을까?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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