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디지털의 편리함에 붓과 펜의 감각을, 어도비 프레스코
[IT동아 이상우 기자] 오늘날 작가는 다양한 디지털 장비와 소프트웨어를 사용해 독창적인 작품을 만든다. 새로운 기술은 예술이라는 분야를 더 넓혀왔다. 붓이나 펜을 이용해 종이나 캔버스에 직접 그리던 시절을 벗어나 사진으로 작품을 만들기도 하고, PC와 소프트웨어를 통해 3D 그래픽으로 작품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이처럼 다양한 기술이 등장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손으로 그린다는 감각을 고수하는 작가도 많다. 특히 태블릿과 디지타이저 같은 장비를 쓰며 손으로 직접 디지털 작품을 그리는 경우도 있다.
어도비 프레스코는 작가의 이러한 작업을 더 수준 높게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앱이다. 어도비는 지난해 맥스 2018에서 '프로젝트 제미니라'는 이름으로 프레스코를 공개하면서 작가에게 손으로 그린다는 본연의 기능을 돌려주고 싶다고 밝힌 바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작업은 어도비 포토샵의 래스터와 벡터를 기반으로 브러시, 레이어 등의 기능을 이용했다. 프레스코는 포토샵에서 이러한 기능을 가져와 더욱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 어도비 크리에이티브와 서로 호환해, 각각의 소프트웨어에서 제작한 파일을 가져와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어도비가 설명하는 프레스코는 전문가를 만족시킬 성능을 갖췄지만, 그림에 관심 있는 누구나 사용할 수 있도록 사용 환경을 간소화한 것이 특징이다. 기존에도 이러한 드로잉 애플리케이션은 존재했지만, 프레스코는 전문가를 만족시킬 만한 수준의 기능과 성능을 갖췄다. 특히 앱 실행 후 첫 화면에서 앱 사용법이나 주요 기능을 안내하는 튜토리얼도 제공하기 때문에 기존 포토샵 사용자는 물론, 처음 사용하는 사람도 쉽게 배울 수 있을 듯하다.
대표적인 기능은 브러시다. 포토샵의 브러시 기능을 터치 스크린 환경에서, 전자펜을 통해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마우스나 태블릿보다 직관적인 작업이 가능하다. 포토샵으로 드로잉 작업을 하던 사용자라면 자신만의 브러시를 제작해 사용하는 경우가 많다. 프레스코는 어도비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포토샵에서 사용하던 브러시를 그대로 동기화해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만화에서 사용하는 스크린톤을 브러시로 간단하게 구현할 수 있으며, 각종 반복 패턴을 입력할 때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픽셀 브러시나 벡터 브러시 등 기존의 브러시 외에도, 라이브 브러시를 제공하는 것 역시 특징이다. 라이브 브러시는 일반 브러시와 번짐 같은 효과를 실시간으로 적용하는 브러시다. 현실에서 화선지에 수묵화를 그리면 붓으로 그린 먹이 물의 농도나 붓을 움직이는 속도에 따라 획의 굵기나 진하기 혹은 번짐이 다르게 표현된다. 라이브 브러시는 이러한 현실 세계의 물리적인 원리를 인공지능인 어도비 센세이를 통해 앱 내에 구현했다.
현재 구현한 라이브 브러시는 수채화와 유화 두 가지다. 우선 수채화의 경우 붓을 종이에 닿게 하는 면적은 물론, 물의 농도(플로우)를 조절할 수 있다. 물이 많이 섞일 수록 획을 그었을 때 더 넓게 번지며, 다른 색으로 덧칠을 했을 때도 기존의 획을 따라 물감이 번지며 섞이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한 번 그린 획에 물로 덧칠을 할 수도 있어 실제 수채화 처럼 번지게 만드는 효과도 낼 수 있다.
유화 브러시 역시 잘 구현돼 있다. 수채화와 달리 매트한 질감으로 붓질을 할 수 있으며, 다른 색으로 덧칠을 할 경우 우화 물감이 섞여 새로운 색을 만든다. 특히 붓으로 그린 듯한 자국이 남기 때문에 붓질 방향이나 설정한 붓 각도에 따라 유화 느낌을 살릴 수 있다.
포토샵의 주요 기능인 레이어 역시 사용할 수 있다. 포토샵에서 우측 한쪽을 차지하던 레이어 관련 창은 터치 인터페이스에 맞게 레이어만 표시되도록 바꿨으며, 우측 상단의 메뉴 버튼을 누르거나 레이어 아이콘을 길게 눌러 레이어 속성이나 투명도 같은 기능을 사용할 수 있다.
레이어 기능을 이용하면 배경, 전경, 사물 등을 각각의 레이어에 따로 그릴 수 있다. 이런 방식으로 작업을 할 경우 각 레이어를 따로 그리고 수정할 수 있기 때문에 잘못 그린 부분을 지우거나 덧칠을 하거나 색을 바꿀 때 다른 레이어에 영향을 주지 않기 때문에 작업이 한결 더 수월하다.
사진이나 그림을 가져와 레이어로 사용할 수도 있다. 이 때 투명도를 조절하면 배경이나 구도 등을 따라 그리는 트레이싱 작업도 쉽게 할 수 있다. 기기에 저장된 사진을 불러오는 것은 물론,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를 통해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등에서 작업한 내용을 가져올 수도 있다. 또한, 사진 합성 등에서 사용하는 레이어 마스크 기능 역시 구현돼 있다. 마우스를 이용해 합성할 대상을 선택하는 것과 달리, 전자펜을 이용해 조금 더 직관적이고 정교한 작업도 가능하다. 이렇게 작업한 내용을 다시 크리에이티브 클라우드에 저장해 포토샵이나 일러스트레이터에서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간단한 작업은 프레스코에서, 마무리 작업은 데스크톱에서 할 수도 있다.
어도비 프레스코는 디지털의 편의성에 아날로그적 감각을 잘 결합한 소프트웨어다. 특히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같은 데스크톱용 소프트웨어와의 호환성도 뛰어나기 때문에 단순한 취미용이 아닌, 전문적인 작업 프로세스에 포함할 수도 있다. 현재는 애플펜슬을 지원하는 아이패드 버전으로 우선 출시할 계획이며, 향후 마이크로소프트 서피스, 와콤 모바일 스튜디오 등 전자펜을 지원하는 다양한 기기로 플랫폼을 확대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