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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화되는 불매운동, 대체제 없는 카메라는 어떻게하나?

남시현

[IT동아 남시현 기자] 일본 정부는 자국 안전에 위협이 되는 국가에 대한 수출을 제한한다. 다만 신뢰할 수 있는 국가는 규제를 면제해왔는데, 이것이 백색 국가(이하 화이트 리스트) 제도다. 하지만 현재 일본 정부는 '화이트 리스트에서 한국을 제외한다'는 시행령까지 공표한 상태고, 이에 맞서 한국 정부도 군사정보보호협정인 지소미아(GSOMIA)를 폐기하겠다며 맞불을 놓고 있다.

화이트 리스트 배제로 삼성전자와 SK 하이닉스, LG 디스플레이 등 첨단 산업을 주도하는 국내 기업이 타격을 입자, 범국민적 차원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일본의 수출 규제에 우리 국민이 맞설 수 있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일본 제품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라는 인식이 크고, 실제로도 일본 제품의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는 통계도 등장하고 있다.

카메라 구매 시, 현실적으로 일본 제품을 제외하면 살 수 있는 물건이 없다.

하지만 일본 제품 이외의 선택지가 없는 디지털카메라는 어떻게 해야 할까? 니혼게이자이(Nikkei) 신문이 집계하는 전 세계 카메라 점유율 추정에 따르면, 캐논과 니콘, 소니, 후지필름 홀딩스, 올림푸스 5개의 점유율이 85.2%, 카메라 센서인 CMOS 점유율도 소니 단독으로 50.1%에 달한다. 카메라 점유율 중 14.8%도 파나소닉, 리코펜탁스, 시그마, 카시오, 산요, JVC 등이 차지하고 있으니 사실상 일본 제품을 피할 길이 없다.

하지만 일본 제품을 피할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일본 이외에도 독일과 미국, 호주, 스웨덴이 카메라를 제조하고 있고, 중고 카메라라도 괜찮다면 삼성전자 제품도 고려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잘 알려지지 않은 일제 카메라 및 렌즈의 대체재를 소개해본다.

35mm 풀프레임 카메라의 시작이자 끝, 독일의 라이카(Leica)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라이카 SL, 가격만 극복하면 일본 미러리스의 대안이 될 수 있다.

라이카(Leica)는 세계 최초로 35mm 필름을 상용화한 제조사로, 현대 카메라 역사의 시초가 되는 기업이다. 현재 라이카 카메라 및 렌즈는 독일 헤센(Land Hessen) 주의 베츨라(Wetzlar)에서 생산되고 있으며, 중형 DSLR인 라이카 S 시스템, 풀프레임 미러리스인 라이카 SL, 디지털 거리계 연동식(레인지파인더) M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풀프레임 콤팩트 카메라인 Q 시리즈와 APS-C 센서를 적용한 라이카 CL, T 시리즈 등 라인업도 출시돼있다.

브랜드 가치나 완성도로만 보자면 일본제 카메라보다 한 수위라는 평가를 받지만, 가격이 문제다. 라이카에서 가장 저렴한 18-56mm f/3.5-5.6 ASPH 렌즈만 하더라도 220만 원대로, 일제 전문가용 24-70mm f/2.8 줌렌즈보다도 비싸다. 다만 카메라에 투자한 비용이 500만 원을 초과하는 프로슈머라면, 모든 일제 카메라 및 렌즈를 정리하고 라이카 한 대로 단출하게 구성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라이카 D-LUX 7(좌)과 파나소닉 LX100M2(우)

한 가지 주의할 점으로는 콤팩트 카메라 라인업 중 V-LUX, D-LUX, C-LUX 시리즈는 일본 파나소닉과 제휴 관계로 만든 자매품이라는 점. 최신 제품인 라이카 V-LUX 5는 파나소닉 루믹스 FZ1000 II, 라이카 D-LUX 7은 파나소닉 LX100M2와 외관만 다른 같은 제품이다. 라이카 C-LUX 역시 ZS200과 같다. 만약 일제 카메라를 대체할 목적으로 구매한다면 서울과 성남, 부산에 위치한 라이카 스토어를 방문해 직접 독일제인지 확인해보길 바란다.

20세기 미국 감성,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

폴라로이드(Polaroid)는 즉석 사진기의 대명사다. 하지만 필름 카메라가 황혼기를 맞이함에 따라, 폴라로이드도 파산했었다. 이후 여러 기업에서 폴라로이드를 인수하고 매각하는 것을 반복해 카메라 및 필름 제조사로의 정체성은 옅어진 상태다. 하지만 2010년 이후 복고풍이 트렌드가 되자 폴라로이드에도 볕이 들기 시작했다.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의 원스텝 플러스

2008년, 네덜란드 정치인 앙드레 보스만이 폴라로이드를 인수했고,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로 새롭게 시작한다. 미국으로 시작했으나, 지금은 네덜란드 회사다. 이후 출시된 제품 대다수는 파격적인 시도는 배제하고, 즉석 사진 고유의 셔터를 눌렀을 때 단 한 장만 존재하는 폴라로이드 특유의 감성에 집중하고 있다.

폴라로이드 SX-70(좌), 시티 시리즈(우)

현재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의 메인 카메라는 가장 대중적인 '원스텝' 모델의 레인보우 버전을 복각한 원스텝2 뷰파인더, 원스텝 플러스다. 600 필름을 사용하는 시티 시리즈, 존 레넌과 앤디 워홀이 사랑한 SX-70 복각 버전도 준비돼있다. 이중 원스텝 플러스는 블루투스로 다양한 효과를 줄 수 있고, 3.5인치 터치스크린이 장착된 폴라로이드 스냅 터치를 선택하면 디지털 겸 필름 카메라로 동작해 사진의 재미를 더한다.

폴라로이드는 필름 카메라인 만큼 디지털카메라의 대체재로 보기는 어렵다. 하지만 사진 자체가 가벼운 취미 활동이라면, 폴라로이드 오리지널스도 좋은 선택이 되리라 본다.

액션캠 카테고리의 원조, 고프로

고프로는 액션캠을 처음으로 만든 기업이다.

렌즈 교환식, 렌즈 비교환식 디지털 카메라, 캠코더 모두 일본이 점유율 1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액션캠은 미국의 고프로(GoPro)가 1위다. 액션캠은 익스트림 스포츠나 스쿠버 다이빙, 자전거 및 바이크 등에서 영상을 촬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했고, 전용 방수 케이스 장착 시 일반 카메라로 촬영하기 어려운 환경도 걱정 없이 촬영할 수 있다.

고프로 히어로7 블랙은 라이브 스트리밍, 하이퍼 스무스 비디오가 지원된다.

고프로가 처음 액션캠 시장을 창조한 이후, 일본의 소니와 중국의 샤오미, DJI가 액션캠을 출시해 시장 점유율을 나누고 있으나, 고프로의 아성에 도전하기엔 역부족이다. 고프로는 현재 4K 영상과 라이브 스트리밍, 하이퍼 스무스 손떨림 보정 및 배터리 탈착 등을 지원하는 히어로(HERO) 7 블랙, 블랙에서 일부 기능을 제외하고 가격을 낮춘 히어로 7 실버, FHD 해상도를 기반으로 하는 히어로 7 화이트가 있다.

디지털 카메라 렌즈라면 삼양옵틱스가 있다.

삼성전자도 디지털 카메라를 출시했었다. 최상급 제품인 삼성 NX1은 경쟁사인 소니 미러리스와 견줘도 부족하지 않을 성능을 지녀 소니와 삼성 제품 중에 갈등하는 사람도 상당수였다. 하지만 2015년 NX500 출시를 마지막으로 카메라 생산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미 카메라 사업부가 재편된 상황이라 재출시할 가능성도 전무하고, 역사 속으로 사라지는 수순에 있다.

국내 최대 사진 행사인 P&I에 참가한 삼양옵틱스

아쉽게도 국산 카메라는 명맥이 끊겼지만, 카메라 렌즈라면 여전히 삼양옵틱스가 자리를 지키고 있다. 창원에 본사를 두고 있는 삼양옵틱스는 캐논 EF 및 니콘 F, 소니 FE, E 마운트, 후지필름 X 마운트, 캐논 M 마운트, 올림푸스 및 파나소닉 마이크로 포서즈 렌즈를 제조하는 기업이다.

삼양옵틱스의 다양한 자동초점 렌즈군

소니 FE 마운트는 14mm / 24mm / 35mm / 45mm / 50mm / 85mm 렌즈가 있고, 캐논 및 니콘 DSLR용으로 14mm / 85mm 렌즈가 출시돼있다. 자동 초점이 없는 영상 촬영용 렌즈와 수동 렌즈까지 포함하면 더 많은 렌즈를 선택할 수 있다. 카메라에 관심이 없다면 생소할 순 있으나, 삼양옵틱스는 전 세계를 상대로 하는 주요 렌즈 제조사 중 하나다.새롭게 단렌즈를 추가할 계획이라면 삼양옵틱스 제품도 탁월한 선택이 될 것이다.

현실적인 대안이 없는 카메라, 본인의 선택을 존중해야

우리 국민 모두는 일본 기업이 생산한 제품을 대체하기 위해 사소한 것부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과 일본 모두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대일 의존도를 낮추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것이다. 하지만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없다면, 고민하지말고 필요한 것을 선택하는 게 현명하다고 본다.

불매운동도 좋지만, 서비스센터에도 수리 부품이 없는 삼성전자 카메라를 선택할 수는 없지 않은가? 마지못해 일본제 카메라를 사더라도, 삼양옵틱스에 맞는 화각이 있으면 해당 렌즈를 선택하자. 필터 역시 일본 켄코나 호야 대신 독일 로덴스톡이나 슈나이더, 프랑스 코킨 제품을 추천한다. 이처럼 사소한 노력이 쌓이면 분명, 괄목할만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글 / IT동아 남시현 (s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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