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투자 IR 마스터링] 1부 - 투자 프로세스에서 IR자료의 역할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연재순서]
시작하며 - 투자 유치 홍보가 필요한 스타트업을 위한 조언 - http://it.donga.com/29231/
1부 - 투자 프로세스에서 IR자료의 역할
2부 - 투자 IR자료의 목차 구성
3부 - 투자 IR자료의 스타일
4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1) 시장성 및 사업성
5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2) 차별성 및 경쟁력
6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3) 사람 및 팀역량
7부 - 투자 IR자료 스토리라인 구성 – (4) EXIT
8부 - IR피칭(발표)
9부 - 사례 소개: TV드라마를 통해 배우는 IR피칭
10부 - 성공적인 IR을 위한 조언

투자유치 활동 전반에 걸쳐 창업자/대표(이사)가 투자자와 문서로 소통해야 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걸 인지해야 한다. IR 자료는 단연코 그 중에서도 가장 먼저 준비해야 할 문서임에는 이견의 여지가 없다.

IR 자료는 'IR 시점(VC를 찾아가 진행하는 회사소개 및 발표)'에만 쓰이는 게 아니다. 생각보다 생명력이 길고 투자자는 이를 두고두고 확인하는 목적으로 사용한다는 걸 우선 이해해야 한다. 그러면 IR 자료를 만드는 데 고민을 한 번이라도 더 하지 않을 수 없다.

이번 1부는 전체 투자 프로세스에서 IR 자료의 역할을 상기시키는 것부터 시작한다.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4부 – VC의 투자 프로세스 이해하기(https://it.donga.com/27598/)]에서 제시한 투자 프로세스는 3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그림 1-1> VC의 투자 프로세스 및 3단계
구분
<그림 1-1> VC의 투자 프로세스 및 3단계 구분

창업자/대표가 만드는 IR 자료는 하나지만, 투자자가 각 단계에서 받아들이는 IR 자료의 역할과 의미에는 분명 차이가 있다. 창업자/대표는 이 3가지 목적이 모두 반영된 자료를 만들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할 수 밖에 없다.

개인 친분이 있는 모 회사의 대표는 IR 자료를 만드는 데 꼬박 두 달이 걸렸다는데, 시간 여유를 갖고 느긋하게 작성했기 때문에 아니라, 그 만큼 공을 들여 꼼꼼히 만들었다고 밝혔다. 한 번 만든 IR 자료의 수명이 예상보다 상당히 길다는 걸 꼭 기억해야 한다.

1단계 - 투자자 접촉 단계 : 투자자의 관심 유도

각종 기관의 IR 데이나 데모데이를 통해 투자자를 접촉하든, 지인을 통해 소개로 만나거나 언론기사를 보고 투자자가 이메일이나 전화로 먼저 접촉왔든, 어떤 경우에도 첫 대면 자리에서 창업자/대표가 투자자에게 충분한 시간을 두고 완전하게 회사를 소개할 기회를 만들기란 결코 쉽지 않다.

가령, IR 데이나 데모데이에서는 투자자와 창업자/대표가 서로 수 명, 수십 명씩 참여해 상견례 및 네트워킹을 하는데, 그 자리에서는 투자자가 관심있는 기업이 있더라도 궁금한 핵심 내용만 2~3분에 걸쳐 짧게 확인하고서, "대표님, IR 자료 메일로 보내주시면 상세히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고 끝날 가능성이 높다.

그 자리에서 명함 교환하려는 사람도 많은데 오랜 시간 둘만 얘기할 수 있을 상황이 못 되고, 지인 소개를 받아 연락하더라도 분명 만나기 전에 "회사소개 자료를 먼저 보내주시면 확인하고 연락드리겠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것이다. 언론기사 등을 보고서 투자자가 접촉해 온다 해도 "만들어 놓은 자료 보내주시면 방문 전에 먼저 확인하고 가겠습니다"라는 얘기를 듣게 된다.

결국 IR 자료는 창업자/대표가 투자자를 만나기 전에, 그 회사와 창업자/대표를 대변하는 상징물로서 첫 인상에 영향을 미친다. 투자자와 전화나 이메일로 접촉했다 해서, 투자자가 매번 대면(face-to-face) 미팅을 진행하지는 않는다.

왜냐 하면, 투자사 별로 투자철학과 문화가 있으며, 보유한 펀드의 주목적 대상 해당 여부도 고려해야 하고([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2부 - 펀드(투자조합) 결성 과정 알아보기(http://it.donga.com/27545/)] 참고), 또한 심사역 개인의 투자성향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어떤 기업의 IR 자료를 입수하게 되면 좀더 검토할지 말지를, 순간적으로 판단하는 게 일반적인 투자자의 업무 방식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IR 자료의 첫 번째 역할과 임무는, 투자자에게 대면하지 않은 상태에서 문서만으로도 '이 창업자/대표를 만나 회사 사업 내용을 좀더 들어보고 싶다'는 동기를 생기게 하는 것이다. 창업자/대표 입장에서는 자신이 직접 투자자를 만나면 회사의 매력을 제대로 뽐낼 자신이 있겠지만, 일단 투자자를 미팅 자리로 끌어내는 게 우선이다.

그게 안되면 자신의 머리와 마음 속에 아무리 대단한 기술과 원대한 야망이 있더라도, 그저 '장롱 속의 면허증'과 별반 다르지 않다. 따라서 당연하게도 IR 자료에 들어가야 할 내용, 읽는 것만으로도 흥미진진함을 느끼게 하는 구성, 품격과 고급스러움을 깨닫게 하는 스타일 등을 충분히 고민해야 한다.

2단계 - 투자 검토 단계 : 설득을 위한 근거 데이터(backdata)와 증거(evidence) 제공

VC를 찾아가서 해당 투자사의 대표부터 모든 심사역이 참여하는 본격적인 IR(회사소개 및 투자제안), 그리고 투자검토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단계에서, IR 자료는 투자자를 설득하기 위한 논리를 보조하고 지원하는 '근거 데이터(backdata)'이자 '증거(evidence)'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

우선 투자유치 과정이라는 게 어떤 의미인지 이해해야 하겠다. 투자유치 과정이란, 창업자/대표가 회사의 미래가치에 대해 설득하고, 투자자가 이에 공감하면 실무 협상을 통해, 즉 설득→공감→협상의 3단계를 모두 거치면 투자에 성공하는 것이다. 투자란 결국 미래가치에 대한 베팅인데, 그 미래가치를 얼마나 투자자에게 논리적으로 설득하느냐가 핵심이다.

설득(說得): 여러 모로 설명하여 상대방이 납득할 수 있도록 알아듣게 함 (참고: 납득(納得) : 사리(事理)를 분별하여 해석함 - 네이버 한자사전. 단국대학교 동양학연구원 참고)

Persuade: to make someone do or believe something by giving them a good reason to do it or by talking to that person and making them believe it (Cambridge Dictionary 참고)

설득의 핵심은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설득의 핵심은 객관적 근거에 기반해야 한다

<출처=게티이미지뱅크>

설득의 핵심은 객관적 근거(data, evidence)에 기반했는지 여부다. 그래야 상대가 이해하고 동의 또는 공감한다. 객관성을 수반하지 않고서는 설득이 아니라 그냥 '우기는 것'밖에는 되지 않으며, 투자자의 공감을 끌어내지 못한 채 공허하게 들릴 수 밖에 없다. 객관성이 결여된 IR 자료는, 투자자로부터 '작가의 상상력에 바탕을 두고 허구적으로 쓴 소설'로 치부될 가능성이 높다.

IR 자료가 회사의 미래가치와 성장 스토리에 대한 논리를 객관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결국 '디테일'하고 '객관적'이며, 가급적 '정량적인 데이터'로 무장돼야 한다.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7부 - IR자료 작성하기(http://it.donga.com/27686/)]에서는 IR 자료를 컨설팅 보고서 형식으로 작성하길 권장했다. 경험 상 컨설팅 보고서가 객관적 데이터와 근거에 기반해 상대방을 논리적으로 설득하는 가장 좋은 스타일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IR 자료 작성을 위한 내용 구성 및 형식, 스타일 등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자세히 설명하겠다.

3단계 - 투자 후 사후관리 단계 : 모니터링 및 신뢰 판단의 근거

투자 프로세스 전체를 거쳐 최종적으로 투자유치가 된다면, 창업자/대표 입장에서는 기꺼이 즐거워할 만하다. 다만 투자유치 과정은 끝났지만, IR 자료는 여전히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사실 투자가 되든 안되든, IR 자료는 영원히(?) 남아서 '그' 회사의, '그' 창업자/대표가 '그' 당시 시점에서 무슨 얘기를 했는 지를 사후 판단하는 근거가 된다. 아마 많은 창업자/대표가 여기까지는 미처 생각하지 못할 것이다.

기업 A가 투자유치에 성공한 경우를 생각해 보자. 투자자는 창업자/대표가 언급한 내용을 물론 긍정적으로 판단했기에 투자를 진행했겠지만, 투자 후에도 자신의 판단이 정확한 지를 시시때때로 점검한다. IR 자료는 바로 그때 비교와 판단의 대상이 된다.

투자 후 6개월, 1년, 2년이 지나서, 또는 어쩌면 투자 후 1달도 지나지 않아서 창업자/대표가 장밋빛 미래를 얘기한 게 맞지 않다고 드러나면, 회사와 창업자/대표에 대한 신뢰는 당연히 떨어질 것이고, 어쩌면 불신의 관계로 변질될 수도 있다. 그리 되면, 투자계약 후 사후관리 기간 동안 관계가 껄끄러워지고, 해당 투자사가 회사에 여러 가지 간섭을 하려 하는 상황이 충분히 예상된다.

이와 관련해서는, 지난 연재 [스타트업 투자유치 마스터링. 9부 – 계약서 주요 이슈 이해하기(http://it.donga.com/27760/)]에서, 투자계약서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그리고 사후관리 단계에서 VC가 회사에 어떤 내용을 요청하는지 등을 설명했으니 참고하면 된다.

기업 B가 투자유치에 실패한 경우도 살펴보자. 그 시점에서는 투자하기에 확신이 부족해서 투심위(투자심의위원회)에서 부결이 됐다 하더라도, 투자자 자신의 판단이 혹시 틀렸을 지를 이후로도 계속 모니터링하는 경우가 많다. 만일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면, 다음 투자 라운드에서 투자할 기회를 다시 모색하기 때문이다.

또는 VC 업계는 이직이 잦다 보니 심사역 C가 이직한 타 VC에서 투자를 시도할 여지도 상당히 많다. 당연히 예전에 받아놓은 IR 자료가 이때 참고하는 대상인 건 두말할 나위가 없다. '투자는 인연'이라는 말을 자주 하는데, 어느 투자자와 '인연'이 있다면 언젠가는 이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음을 기억하자.

투자유치에 성공하면 성공하는 대로, 실패하면 실패하는 대로, 어느 투자사에게 또는 어느 투자 심사역에게 그 동안 각인된 회사 및 창업자/대표의 인상과 평판은 다른 투자자를 만나는 데에 간접적이나마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투자업계는 '좁은 바닥'이니 투자자 서로 간에 레퍼런스 체크를 하는 경우가 많고, 이때 기업 A가 예전 IR때 언급한 내용 대비 이후 사업진행 과정에서 틀린 부분이 너무 많으면 결국 그 평판이 다른 투자 라운드에서 다른 VC에게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다.

연재 1부를 마무리한다. IR 자료 작성에 대한 원론적인 접근은, 결국 '진솔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데이터 또는 근거에 기반하여 객관적, 논리적으로 회사의 미래가치와 성장 스토리를 언급해야 한다. 당장의 투자유치 과정만이 아니라, '그때' 작성한 IR 자료로 인해 창업자/대표의 평판과 신뢰가 두고두고 오랜 기간에 걸쳐 긍정적으로 또는 부정적으로 형성될 수 있기 때문이다.

IR 자료가 투자유치라는 결과 만이 아니라, 과정, 그 자체만으로도 창업자/대표에 대한 이미지와 평판을 시장에 각인시키는데 분명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인지한다면, IR 자료 작성에 노력을 들여야 할 당위성은 금방 찾게 된다.

다음 2부부터는 IR 자료 작성을 위한 실무 과정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글 / 엔슬파트너스 김민성 이사 (yaacksan@enslpartners.com)

(주)엔슬파트너스는 대기업 CEO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투자 전문 엑셀러레이터로서, 국내외 탄탄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미국, 유럽, 중국 등 국내 스타트업의 글로벌 진출에 특화되어 있으며, 중국 액셀러레이터 '大公坊(대공방)'의 국내 유일 공식 파트너로 '대공방코리아'를 운영 중이다.

정리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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