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공인인증서 대체한다던 '뱅크사인', 소비자 외면
모바일 또는 PC로 금융을 이용할 때, 누구나 한 번쯤 공인인증서 때문에 짜증 나는 상황을 겪었을 것이다. 공인인증서는 처음 등록할 때 여러 보안프로그램을 설치한 뒤 등록을 거쳐야 한다. 또한, 1년마다 갱신해야 하므로 매년 번거로운 절차를 거쳐야 한다.
우리나라 금융 서비스가 불편하다는 인식의 시작은 공인인증서 때문이라는 지적도 있다. 공인인증서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액티브X' 프로그램을 설치해야 하며, 인터넷 익스플로러 외 다른 인터넷 브라우저의 경우 제대로 호환되지 않는 문제점도 있었다. 외국인이나 해외 거주자의 경우, 공인인증서와 액티브X의 불편함으로 한국 홈페이지에서 온라인 쇼핑을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았다.
< 공인인증서와 뱅크사인, 제공: 핀다 >
공인인증서 대체할 수 있다는 '뱅크사인'
이 같은 불편함 때문에 공인인증서 폐지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금융권에서는 '전자서명법' 개정으로 공인인증서 외에 다른 인증 방식을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했다. 그 중 하나로 최근 신뢰성과 투명성을 높인 블록체인 활용한 방식이 주목을 받았다.
은행연합회는 블록체인 기술을 활용해 전자거래의 보안성과 편의성을 높인 인증 서비스 '뱅크사인'을 지난 2018년 8월 선보였다. KB국민, 신한, 우리, KEB하나, NH농협은행 등 15곳이 뱅크사인을 적용하고 있다.
< 출처: 뱅크사인 홈페이지 >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공인인증서는 금융결제원 등 지정된 인증기관이 운영하는 인증서비스다. 은행권에서 독자적으로 공동 개발했다. 공인인증서와 비슷해 보이지만, 공인인증서는 정부 주도로, 뱅크사인은 은행권 주도로 만들어진 것이 차이점이다.
여전히 불편한 뱅크사인
기존에 불편한 공인인증서를 대체하고자 은행연합회가 여러 은행에서 범용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뱅크사인을 출시한 것. 작년 8월 선보였으니, 어느새 약 4개월이라는 시간도 지났다.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은 멀어만 보인다. 뱅크사인 존재 자체를 여전히 모르는 사용자가 많으며, 이용하기 어렵다는 불편함을 지적하는 경우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뱅크사인은 공인인증서보다 편리하다는 것을 장점으로 내세웠지만, 여전히 발급절차는 공인인증서만큼 불편하다. 실제로 은행 앱을 사용하기 위해 뱅크사인으로 인증하기 위해서는, 뱅크사인 앱을 별도로 설치/실행해야 한다. 그 불편하다는 공인인증서도 은행 앱에서 바로 인증할 수 있고, (공인인증서를 대체할 수 있는) 지문이나 홍채 인식 등을 통해 로그인 과정을 대체할 수 있는 추세와 동떨어진 것. 카카오뱅크의 경우, 공인인증서 대신 자체 인증서를 활용하면서 편의성을 더욱 높였다.
금융 서비스는 돈이 오가는 서비스다. 때문에 보안성과 신뢰성이 가장 중요하다. 애초에 공인인증서 제도를 도입했던 이유다. 다만, 이제는 기술 발전과 함께 공인인증서가 아닌 다른 보안인증 방식으로도 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시대다. 공인인증서 폐지는 이러한 요구에서 시작했다. 각 금융사가 책임질 수 있는 보안 수준의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금융 서비스의 혁신을 높이기 위해 공인인증서 제도를 폐지한 것이다. 결코 이용자들은 이름만 다른 '제2의 공인인증서'를 원하지 않았다.
그런데 뱅크사인이다. 금융 혁신은 중앙에서 주도해야 한다는 인식이 (공인인증서의 불편함을 이어 받은) 뱅크사인 등장으로 이어졌다. 진정 사용자를 위한 편의성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궁금한 상황. '제 2의 공인인증서'라고 불리는 뱅크사인을 원했던 사용자가 있는지 묻고 싶다.
이유미 / 핀다 외부 필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이데일리에 입사해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을 담당했다. 2016년 카이스트 MBA 졸업하고, 2017년 여름부터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 및 편집 등을 담당 중이다.정은애 / 핀다 마케팅 매니저
핀다 퍼포먼스 및 콘텐츠 마케팅 담당.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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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핀다 이유미 외부필자, 핀다 정은애 마케팅 매니저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