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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통신사가 된 라쿠텐...일본의 제4이통사 실험이 주목받는 이유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제 4의 이통통신사가 되려는 라쿠텐(樂天)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지난 4월 일본 총무성 심의회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업체인 라쿠텐의 이동통신사업(MNO) 참가를 허가했다. 지난 2005년 소프트뱅크가 보다폰 재팬을 인수해 이동통신사업에 뛰어든지 13년 만에 신규 이동통신사 허가가 난 것이다. 현재 일본의 이동통신 시장은 도코모 44.5% KDDI 29.5%, 소프트뱅크 26% 정도 비율로 삼분된 상태다. 한국 이통통신 시장 상황과 대단히 유사하다.

라쿠텐

라쿠텐은 지난 1997년 미키타니 히로시(みきたに ひろし)가 창업한 회사다. '라쿠텐 이치바(楽天市場)'라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서비스를 중심으로 인터넷 전문 은행, 인터넷 전화(VoIP), 블록체인 및 가상화폐 등 다방면으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이렇게 전개하고 있는 사업 가운데 '라쿠텐 모바일'이라는 MVNO(알뜰폰) 사업도 있다. 도코모의 회선을 빌려 제공하는 알뜰폰 서비스로, 라쿠텐 슈퍼포인트나 인터넷 은행(신용카드 포함)과 연동 같은 다양한 부가 서비스를 제공해 약 15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상태였다. 일본 전체 이동통신 가입자 가운데 1% 정도를 확보한 것으로, 알뜰폰치곤 매우 큰 규모로 서비스를 진행 중이었다.

라쿠텐은 공공연히 이동통신 사업 진출에 관한 야심을 드러냈다. 라쿠텐은 원래 2012년 E-Access(현재는 소프트뱅크에 합병)가 매물로 나왔을 때 이동통신 사업 진출을 검토했지만, 여러 제반 사항이 맞지 않아 포기한 바 있다. 이후 알뜰폰 서비스를 제공하며 경험을 쌓았고, 일본 내에서 제 4의 이동통신사에 관한 수요가 생기자 이통통신 사업 참여를 의욕적으로 추진했다. 약 1억 명에 달하는 라쿠텐 서비스 가입자수와 일본 내 최대의 마일리지 프로그램인 슈퍼 포인트를 내세우며 일본 정부를 설득했고, 결국 허가를 받는데 성공했다.

현재 라쿠텐은 큰 위기에 처해 있다. 기업 성장이 정체되었을 뿐만 아니라 주력 사업인 라쿠텐 이치바의 시장점유율도 아마존 재팬에 밀려 2위로 내려 앉았다. 이런 상황에서 이동통신 사업 참여는 회사의 매출 규모를 10배 가까이 성장시킬 수 있는 반등 기회다. 일본 경제지들은 미키타니 사장이 라쿠텐을 전자상거래 기업에서 이동통신 사업이나 가상화폐 사업을 추진하는 플랫폼 기업으로 바꾸려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라쿠텐

일본 정부가 제 4 이동통신사를 허가해준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이동통신 서비스 가격 인하다. 전 세계에서도 손 꼽힐 정도로 비싼 일본내 이동통신 서비스 가격을 내리기 위해 신규 사업자의 참여를 허가해준 것이다. 두 번째는 하나의 이동통신사를 더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주파수 대역이 남아있었기 때문이다. 이에 라쿠텐은 타사 대비 절반 정도의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슈퍼 포인트로 요금을 낼 수 있도록 해서 통신요금 인하 효과를 더욱 크게할 것이라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라쿠텐의 이동통신 사업 참여를 허가하며 네 가지 조건을 걸었다. 1) 자체 네트워크망을 구축할 것 2) 통신 기술인력을 확보할 것 3) 경영 환경 변화에도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 4) 원활한 서비스를 위해 타 이동통신사와 협력할 것 등이다. 여기서 라쿠텐에게 문제가 되는 것은 첫 번째와 세 번째 조건이다. 사실 두 조건은 돈 문제로. 하나로 합칠 수 있다. 자체 네트워크망을 구축하면서 재무건전성을 유지할 것이라는 주문이다. 이동통신 사업 진행을 위한 전국망을 구축하면서 동시에 영업이익을 내야하는 과제가 라쿠텐에게 주어진 것이다.

이동통신 사업은 신규 사업자가 진입하기 대단히 어려운 시장이다. 네트워크 인프라 구축에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기존 사업자들은 과거 구축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하고 매년 꾸준히 네트워크 인프라를 증설하는 사업 방식으로 자본적 지출(CAPEX)을 최소화할 수 있다. 반면 신규 사업자들은 기존 사업자들과 대등한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추기 위해 자본적 지출을 크게 해야만 한다. 대부분의 신규 이동통신 사업자들이 기존 사업자를 인수하는 형태로 시장에 진출하는 이유도 기존 사업자가 깔아둔 네트워크 인프라를 적극 활용해 자본적 지출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반면 라쿠텐은 처음부터 하나씩 쌓아올려야만 한다. 자본적 지출을 최소화하면서 경쟁사들을 따라잡기 위해 라쿠텐이 세운 전략은 LTE(4G)와 5G를 거의 동시에 상용화하는 것이다. 데이터센터부터 소형 기지국까지 모든 네트워크 인프라에 클라우드 네트워크(Cloud SDN)를 도입해 LTE용으로 구축한 인프라를 바로 5G로 전환할 수 있도록 전략을 수립했다. 기존 네트워크 장비는 LTE용과 5G용을 따로 이용해야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도입하면 LTE용 장비를 바로 5G용 장비로 전환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노키아, NEC 등 네트워크 장비사들과 적극 협력해 모든 네트워크 인프라를 처음부터 클라우드 네트워크로 구성 중이다.

구체적인 실행 계획도 내놨다. 2019년 10월 1.7Ghz 대역에서 LTE 서비스를 상용화할 예정이다. 도쿄 23개 구역과 오사카, 나고야 등 대도시를 중심으로 먼저 서비스를 개시한다. 이와 동시에 전국망 구축을 진행해 2020년 경쟁자들과 동일한 시기에 5G를 상용화할 계획이다. 주파수는 먼저 800Mhz 저대역을 이용하고 향후 28Ghz 고대역으로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전화, 문자 등 통화 서비스는 LTE로 제공하고, 데이터 접속은 5G 망으로 제공해 경쟁사와 차이를 좁힌다는 비전을 내놨다.

라쿠텐

물론 불안한 점도 있다. 라쿠텐이 추산한 이동통신 사업 비용은 2025년까지 6000억 엔 정도다. 경쟁사는 매년 3000억~6000억 엔을 투자하는 반면 라쿠텐은 연 1000억 엔 정도를 투자해 사업을 진행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라쿠텐은 3G 관련 시설 유지비가 필요하지 않고 클라우드 네트워크를 도입해 저렴하게 네트워크 인프라를 갖출 수 있기 때문에 가능한 수치라고 밝혔지만, 일각에선 경쟁사보다 더 투자해도 부족한 마당에 너무 안일한 투자 전략을 세운 것 아니냐는 지적을 하고 있다.

일본 이동통신 시장은 한국과 유사한 점이 매우 많다. 시장 구조, 요츰 체계면에서 쌍둥이나 다름없다고 해도 될 정도다. 국내에서도 제 4 이동통신사 설립을 위한 많은 움직임이 있었지만, 지금까지 번번히 고배를 마셔야만 했다.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본이다. 이동통신 3사와 대등한 인프라를 구축하기 위한 자본을 갖춘 희망 사업자가 없었기 때문. LTE에서 5G로 통신의 패러다임이 변하는 지금이 바로 제 4 이동통신사가 등장할 수 있는 적기다. 이동통신비 인하를 위해 제 4 이동통신사를 안착시키려는 라쿠텐과 일본 정부의 실험을 유심히 지켜봐야하는 이유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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