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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아날로그 감성을 남긴 노트북, 레노버 요가북 C930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레노버는 독특한 형태의 스마트 기기를 만들기로 유명하다. 그래픽 카드를 추가로 장착할 수 있는 게이밍 노트북, 화면이 완전히 180도로 넘어가는 2-in-1 PC, 손잡이 모양의 배터리팩을 추가해 그립감을 살린 태블릿PC 등 기상천외한 제품을 시장에 꾸준히 내놓고 있다. 레노버는 이처럼 여러 형태의 제품을 시도하면서 소비자의 다양한 업무 환경이나 취향에 맞는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고있다.

최근 선보인 요가북 C930 역시 이러한 맥락의 제품으로 볼 수 있다. 언뜻 보면 노트북 처럼 생겼지만, 태블릿PC의 성질도 지닌 2-in-1 PC의 일종이다. 독특하게도 화면뿐만 아니라 키보드 영역까지 디스플레이로 돼 있다. 게다가 키보드 쪽의 디스플레이는 전자잉크다.

레노버 요가북 C930

일반적으로 노트북 혹은 2-in-1 PC는 태블릿PC와 달리 키보드 등의 입력장치를 기본적으로 갖춰, 데스크톱과 같은 업무 생산성을 갖춘 장치다. 그런데 레노버 요가북 시리즈는 과감하게도 이러한 키보드 대신, 터치 스크린을 하나 더 내장한 제품이다. 아래쪽 화면에 가상 키보드(터치 키보드)를 띄워 키보드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다. 가상 키보드를 터치하면 약간의 진동이 발생하도록 설정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눌렀다'는 느낌을 받는다.

키보드 대신, 터치 스크린을 이용해 가상 키보드를 구현했다

물론 기존 키보드에 익숙해진 사람은 이러한 터치 키보드를 사용하면서 오타도 많이 발생하고, 고속 타이핑도 어렵다. 물리적인 키보드의 경우 'ㄹ'과 'ㅓ' 위치에 볼록한 표시가 있어 눈으로 보지 않고도 키보드의 중앙을 찾을 수 있는 반면, 이러한 터치 키보드는 홈을 별도로 만들기 어려워 키보드를 직접 봐야 한다. 또한 각 글쇠의 물리적인 구분이 없기 때문에 정확한 글쇠를 찾아 누르기 어려운 만큼, 문서 작업이 많은 일반 사무직이 사용하기에는 불편함도 있다.

하지만 터치 스크린과 스타일러스를 제대로 활용 한다면 기존 2-in-1 PC와는 차별화한 사용성을 갖춘 장비가 된다. 앞서 말한 것처럼 아래 화면 역시 터치스크린을 지원하기 때문에 직접 타이핑 하는 대신, 스타일러스를 이용한 필기가 가능하다. 회의 내용을 손으로 기록하는 것은 물론, 간단한 스케치가 필요한 회의에도 사용할 수 있다. 대학생이라면 키보드로는 만들기 어려운 기하학적인 모양의 표나 개념도를 쉽게 그릴 수도 있다.

가상 키보드 대신 필기장과 스타일러스를 이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보통 태블릿PC의 경우 이러한 작업을 하기 위해서는 화면에 필기 앱을 띄워야 하지만, 요가북 C930은 노트북 처럼 화면을 세워두고, 아래쪽에 있는 키보드 영역에 직접 필기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하면 인터넷 강의를 보면서 아래에는 필기장을 열어 공부하는 것도 가능하다.

필기장 레이아웃은 백지, 모눈지, 선, 칸 등 다양한 형태를 기본 제공한다

레노버 요가북 제품군의 이전 모델은 이 아래쪽 터치스크린에 LCD 등의 디스플레이를 사용했지만, 이번에 출시한 C930은 e잉크 디스플레이를 탑재했다. e잉크는 기존의 다른 디스플레이와 달리, 별도의 조명이 필요 없으며, 이 때문에 전력 소모가 적고, 빛에 의한 눈의 피로도 덜하다. 특히 한 번 화면을 표시한 이후에는, 이 화면을 유지하기 위한 추가 전력이 들지 않기 때문에 마치 종이에 펜으로 글을 써놓은 듯한 느낌도 든다. 굳이 표현하자면 디지털 시대에 남은 아날로그 감성이라 할 수 있다.

아래에 있는 e잉크 디스플레이는 필요에 따라 키보드 혹은 필기장으로 사용 가능하다. 특히 필기장으로 사용할 경우 위에 있는 LCD 화면을 그대로 복사해 가져오는 것이 가능하다. 이 위에 손이나 스타일러스를 이용해 직접 필기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표나 그래프를 아래 화면으로 가져와 종이에 기록하듯 추가적인 내용을 넣을 수 있고, 사진이나 그림 등의 파일을 아래로 가져와서 덧그림을 그리거나 따라 그린 뒤 복사해온 원본 이미지를 삭제할 수도 있다.

레노버 요가북 C930

또한, 필기가 끝나면 이 파일을 클립보드에 일시 저장하고, 그림판이나 원노트 등의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붙여넣어 이미지 혹은 PDF 파일로 저장하는 것도 가능하다.

상단에 있는 기본 화면에 스타일러스를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전자잉크가 흑백만 표현할 수 있는 거소가 달리, 상단에 있는 LCD 터치 스크린은 일반 사진이나 이미지 등을 편집하는 데 사용하면 된다. 특히 아래에 있는 e잉크 디스플레이 해상도(풀HD)보다 더 선명한 QHD 해상도를 갖춘 만큼, 고해상도 사진 편집 등에도 어울린다.

e잉크 디스플레이는 전자책 리더로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름(요가북) 처럼 화면을 완전히 360도로 넘기면 디스플레이를 외부에 놓고 사용할 수 있으며, 전자책을 읽을 수도 있다.

전자책 리더 기능

기존 노트북과 달리, 두께 역시 아주 얇다. 배터리 효율이 상대적으로 좋은 만큼 두꺼운 배터리를 탑재할 필요도 없으며, 상대적으로 발열이 적은 인텔 코어 i5 Y 프로세서를 탑재해 냉각팬 등의 부품도 필요 없다. 또한, 충전 및 입출력 단자를 마이크로SD카드, USB C형 등으로 최소화 한 만큼, 전체적인 두께를 여기 10mm 정도로 얇게 하고, 무게도 약 770g으로 줄일 수 있었다.

노트북임에도 10mm 내외의 얇은 두깨로 제작 가능하다

화면을 닫았을 때는 자석으로 고정된다. 화면이 얇고, 홈이 없기 때문에 일반 노트북 처럼 손을 넣어 여는 것이 조금 불편하기도 하다. 이 때문에 요가북 C930은 노크 투 오픈이라는 기능을 추가했다. 닫힌 상태에서 상판을 가볍게 두 번 두드리면 화면을 고정하던 자석이 일시적으로 분리되면서 화면이 조금 떨어지며, 이를 이용해 화면을 쉽게 여닫을 수 있다.

노크 투 오픈 기능

사실 '요가' 처럼 화면이 360도로 넘어가는 제품은 콘텐츠 감상에도 적절하다. 화면을 270도 정도로 뒤집어, 마치 태블릿PC를 거치대에 올려둔 것처럼 동영상을 감상할 수 있고, 화면을 완전히 뒤로 넘기면 태블릿 PC 처럼 손에 쥐고 터치 중심의 윈도우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콘텐츠 감상 시 화면을 뒤집어 거치대 처럼 사용할 수도 있다

상단에는 지문 인식 센서도 있다. 이를 이용해 윈도우 헬로우 같은 생체 인식 보안 기능을 사용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을 꼽자면 e잉크의 특성상 반응 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아래 있는 e잉크 디스플레이는 키보드, 필기장, 전자책 리더 등 다양한 기능으로 사용 가능한데, 이 때 전환에 걸리는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리다. 특히 필기장으로 사용할 경우 여러 이미지를 한 번에 붙여넣거나 손으로 썼던 내용을 지울 때 느리다는 느낌이 강하게 든다. 물론 LCD를 이용한 이전의 요가북과 비교하면 배터리 효율 및 '아날로그적 감성'에서는 우월하지만,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답답한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잉크 디스플레이의 특성상 전환 속도가 느린 점은 아쉽다

제품 가격은 128GB 모델이 119만 원으로, 다른 노트북이나 2-in-1 PC 보다는 비싼 축에 든다. 사실 이러한 제품은 평범한 제품이 필요한 소비자보다는, 특별한 기능을 업무나 일상에 더하고 싶은 사람에게 더 어울린다. 예를 들어 업무 중 스케치가 필요한 사람이라면, 별도의 태블릿을 가지고 다니지 않아도 사용하던 노트북에 손으로 그림을 그릴 수도 있고, 공부하는 학생도 기기 하나만으로 필기와 온라인 강의 수강이 가능하다. 물론 타이핑을 주로 하는 일반 사용자에게는 만족스럽지 못한 느낌을 줄 수도 있겠지만, 독특한 형태의 제품인 만큼, 기존의 라이프 스타일을 바꾸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할 수 있는 기기라 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 리뷰 의뢰는 desk@itdonga.com으로 연락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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