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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처음에는 인공지능 다음에는 뉴스와 쇼핑... 네이버 모바일 개편 의의는?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지난 8년 동안 유지되었던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가 대폭 개선된다. 핵심 변화는 언론사가 제공했던 뉴스 위주로 제공했던 메인 판을 검색과 인공지능 서비스 위주로 재편하는 것이다. 그동안 네이버 메인 판을 차지했던 국내 언론사의 뉴스는 두 번째 판으로 이동하고, 첫 번째 판에는 '검색창'과 '날씨' 같은 필수 정보, 그리고 인공지능 기반의 추천 서비스 '그린닷'만 남는다. 경쟁사인 구글처럼 첫 페이지를 깔끔하게 비워 여백의 미를 추구했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또한 첫 번째 판의 한축을 차지했던 '실시간 검색어'도 '검색 차트'란 별도의 코너로 개편되어 조금 한적한 곳으로 이동했다. 대신 쇼핑과 N페이(네이버 페이) 같은 커머스의 비중이 급상승했다. 첫 번째 판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뉴스가 뜨지만, 왼쪽으로 이동하면 유행, 랭킹, N페이와 같은 쇼핑 관련 판이 나타난다. 쇼핑의 가치가 뉴스와 동급으로 올라선 셈이다.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개편)
<개편된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첫 번재 화면과 그린닷 메뉴>

오른쪽 두 번째로 이동한 뉴스 판... 구독과 추천으로 구성

네이버가 갑자기 첫 번째 판을 개편한 이유는 뭘까. 올해 초 언론과 정치권 일각에서 많은 비판을 받았기 때문이다. 언론사로부터 뉴스를 공급받아 편집권(뉴스를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하는 권리)을 행사해 여론을 좌지우지했고, 실질적으로 언론사와 같은 역할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언론사로서 부담해야할 사회적 역할과 책임은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한국 사용자들이 가장 많이 뉴스를 접하는 곳은 KBS도 조선일보도 아닌 네이버였고, 가장 영향력있는 언론 순위에서도 3위에 랭크되기까지 했다.

이렇게 비판이 제기되자 네이버는 뉴스와 같은 미디어 사업 분야를 축소하고 검색과 쇼핑 같은 포털 본연의 역할을 강화한다는 개편안을 내놨다. 일단 첫 번째 판에서 오른쪽 두 번째 판으로 밀려난 뉴스의 경우 이제 더 이상 네이버의 편집 인력들이 뉴스를 배치하지 않는다. 개별 언론사의 편집 인력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뉴스를 위로 올리는 등 편집권을 행사한다. 사용자들은 이러한 언론사들 가운데 취향에 맞는 언론사를 구독함으로써 뉴스를 접할 수 있다. 네이버와 제휴한 총 44개의 언론사 가운데 구독을 원하는 곳을 마음대로 선택할 수 있다.

이와 함께 인공지능 알고리즘이 사용자의 관심사를 분석해 사용자가 알고 싶어하는 정보를 추전해주는 'MY 뉴스'를 뉴스 판 안에 신설해 사용자들이 언론사를 구독하지 않아도 뉴스를 볼 수 있게 했다. MY 뉴스에 적용된 알고리즘은 공정성을 담보하기 위해 주기적으로 외부 기관의 검증을 받을 계획이다. 언론사 구독 뉴스와 MY 뉴스는 하나로 뭉쳐진 메뉴이며 둘 중 하나만 볼수는 없고 반드시 함께 봐야만 한다. 뉴스 구독이나 추천은 그 특징상 사용자가 보고 싶어하는 정보만 편집되어서 전달되는 경향이 생길수 밖에 없다. 구독과 추천을 함께 제공하는 것은 이러한 편향성을 최소화하기 위함이다.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개편)
<오른쪽 두 번째로 이동한 뉴스 판, 구독 뉴스와 추천 뉴스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 판에는 검색과 인공지능만 남아... 구글과 유사

그렇다면 첫 번째 판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 사용자가 개편된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에 접속해서 가장 먼저 볼 수 있는 것은 네이버 검색창이다. 두 번째로 만나볼 수 있는 것은 날씨와 같은 생활 밀접형 정보다. 세 번째가 바로 그린닷이다. 그린닷은 이번 개편의 핵심이다. 그린닷을 누르면 이메일, 카페, 블로그와 같은 네이버의 기존 서비스와 함께 음성, 렌즈, 내주변과 같은 인공지능 및 개인 특화 서비스가 나타난다. 음성은 네이버의 인공지능 비서 '클로바'를 활용해 검색과 같은 네이버의 서비스를 음성 명령만으로 이용할 수 있는 대화형 서비스다. 사용자가 말로 명령을 내리면 이에 대한 결과를 음성으로 답해주거나 화면에 띄워준다. 렌즈는 사용자가 스마트폰 카메라로 영어, 일본어 같은 외국어를 촬영하면 이를 한국어로 번역해주는 OCR 기반의 번역 기술이다. 내주변은 스마트폰을 통해 사용자의 위치를 파악해 사용자 주변의 유용한 상점과 서비스를 추천해주는 개인에게 특화된 맞춤형 추천 서비스다.

결국 네이버 모바일 첫 번째 판에는 검색과 인공지능만 남은 셈이다. 검색과 인공지능이 결합된 첫 번째 화면을 보여주는 구글 모바일 앱과 유사한 사용자 환경이다. 이번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 개편의 핵심은 개인화다. 첫 번째와 두 번째 판에 개인의 성향과 상황을 분석해 원하는 서비스와 뉴스를 찾아주는 맞춤형 서비스만 남겼다. 수 많은 정보 가운데에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야 했던 현재 네이버의 사용자 환경을 뷔페라고 한다면, 이제 개편될 네이버의 사용자 환경은 쉐프(인공지능)가 차려주는 정식 코스라고 할 수 있겠다.

또 다른 두 번째 판에는 쇼핑, 전자상거래 업계 지각 변동?

이번 개편으로 쇼핑 판이 뉴스와 동급인 두 번째 판으로 올라섰다. 첫 번째 판에서 오른쪽으로 이동하면 뉴스지만, 왼쪽으로 이동하면 쇼핑 판이 나타난다. 쇼핑 판은 요즘 유행, 랭킹, MY페이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요즘 유행은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핫한 상품과 네이버가 선정한 제품 등이 나온다. 랭킹은 사용자가 실제로 구매한 제품을 카테고리별로 랭킹을 매겨 보여준다. MY페이는 네이버의 핀테크 서비스 N페이를 관리할 수 있는 페이지다.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개편)
<왼쪽 두 번째로 이동한 쇼핑 판, 전자상거래 사업 강화의 포석이다>

네이버가 쇼핑 페이지를 두 번째 판으로 올리며 전자상거래(E-커머스) 서비스를 강화하겠다고 밝히자 업계에는 전운이 감돌고 있다. 옥션(지마켓), 11번가, SSG(신세계), 쿠팡 등 기존 전자상거래 사업자들은 네이버라는 강력한 경쟁자가 등장하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모양새다. 3000만 명이 넘는 월사용자수를 보유한 네이버가 전자상거래 사업을 강화하면 그만큼 자신들이 쌓아온 입지가 흔들리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네이버는 검색, 뉴스에 이어 세 번째 먹거리로 여겼던 동영상 서비스가 예상만큼 성장하지 못한 것에 따른 위기를 전자상거래 강화로 돌파하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N페이와 연동된 다양한 이벤트와 혜택을 제공해 타사를 이용 중인 사용자들을 네이버 쇼핑으로 끌어들일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제품 할인율은 평균적으로 네이버 쇼핑보다 타사가 더 뛰어나지만 마일리지 리워드면에선 N페이를 활용한 네이버 쇼핑이 타사보다 나은 경우가 많다고 분석했다. 네이버의 쇼핑 공세는 이미 시작된 셈이다.

그러나 이번 개편에서 빠진 부분이 하나 있다. 바로 동영상이다. 이번 모바일 사용자 환경 개편 어디에서도 동영상 관련 서비스를 찾아볼 수 없다. 네이버는 최근 경쟁사의 도전에 직면한 상태다. 오랜 경쟁자인 카카오(다음)가 아니다. 구글과 유튜브다. 구글은 유튜브를 앞세워 국내 동영상 시장을 장악했고, 10~20대들을 자사의 주요 고객을 끌어들였다. 실제로 네이버의 주 사용층은 30~40대에 몰려있고, 10~20대는 네이버보다 유튜브를 더 많이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까지는 국내 최대 사용자수를 보유한 서비스라는 타이틀을 지키고 있지만, 이마저도 유튜브에 빼앗길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태다. 네이버 나름대로 '브이'라는 독자적인 동영상 서비스를 선보이며 10~20대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유튜브를 넘어서기엔 역부족이다. 네이버가 유튜브라는 거센 불을 진화하고 싶다면 동영상을 적어도 뉴스, 쇼핑과 동급의 접근성을 갖도록 개편해야 할 것으로 풀이된다.

개편된 모바일 페이지에서 '비즈니스' 같이 사용자가 추가로 선택한 판은 오른쪽에 차례대로 나타난다.

개편된 네이버 모바일 페이지는 일반 사용자들은 아직 이용할 수 없고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사용자들만 베타 테스트에 참여함으로써 경험할 수 있다. 베타 테스트를 통해 사용자들의 피드백을 받아들인 후 올해 말 또는 내년 초에 정식으로 개편된 페이지를 모든 사용자들에게 적용할 계획이다. 정식으로 개편되면 웹 브라우저와 앱 가운데 무엇으로 접속하든 개편된 페이지를 경험할 수 있다. 한편, 네이버는 모바일 페이지 개편을 통해 얻은 정보와 피드백을 바탕으로 근 10년 넘게 답보되어 있던 상태였던 네이버 PC 페이지도 개인화라는 흐름에 맞춰 새롭게 구성할 계획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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