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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열전: 에머트 시어] 전 세계 게임 스트리밍 장악한 트위치... 성공의 비결은 특화?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그야말로 유튜브 천하다. 한국을 포함해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유튜브에게 경쟁자란 없어 보인다. 푹(pooq)이나 네이버 TV도 감히 유튜브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

트위치
<아마존과 트위치 로고. 출처 각사>

하지만 유튜브가 모든 동영상 시장을 장악한 것은 아니다. 유튜브는 녹화 방송의 강자다. 실시간 방송(생방송)의 왕은 따로 있다. 바로 아마존의 자회사인 '트위치(Twitch)'다.

유튜브도 못 넘보는 실시간 동영상 시장의 강자

트위치는 게임 방송을 중심으로 다양한 실시간 방송 콘텐츠를 송출할 수 있는 서비스다. 예일대 동창인 에머트 시어(Emmett Shear)와 저스틴 칸(Justin Kan)이 2011년 6월 시작한 이 동영상 서비스는 이제 유튜브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영상 업계의 강자로 떠올랐다. 죽의 장막에 가려져 정확한 사용자 집계가 어려운 중국의 동영상 서비스 '유쿠(Youku, 녹화 영상 플랫폼. 알리바바의 자회사)'와 '도유(Douyu, 실시간 게임 영상 플랫폼. 실질적인 주인은 텐센트다)'를 제외하면 전 세계 동영상 시장은 유튜브와 트위치가 양분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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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위치 화면 예시. 게임 방송과 함께 채팅이 가능하다. 출처 트위치 홈페이지>

현재 유튜브의 월간 실사용자(MAU)는 18억 명에 달한다. 트위치가 내세우는 수치도 이에 못지않다. 트위치의 일간 실사용자(DAU)는 1500만 명에 달하며(월간 실사용자는 미공개), 이들이 1인당 평균 95분씩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트위치에서 방송을 송출하는 스트리머의 수도 월 220만 명에 달한다.

구글은 지난 2014년 녹화 방송에 이어 실시간 방송 시장까지 장악하기 위해 트위치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동영상 시장 전체를 장악하게 되는 것이나 다름없어 미국 반독점법에 위반할 소지가 있었고, 때문에 트위치 인수를 포기하고 만다. 결국 트위치는 구글의 경쟁자인 아마존의 품에 안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구글은 트위치를 견제하기 위해 유튜브 게이밍과 유튜브 라이브라는 게임과 실시간 동영상을 송출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트위치의 아성을 꺾는데는 실패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실시간 동영상 시장을 노리고 '믹서'라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했지만, 트위치에 밀려 별다른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성공하려면 트위치와 손잡아라... 유튜브를 넘어서기 위한 세 가지 전략

최근 PC와 비디오 게임 업계는 성공을 위해 트위치와 트위치에서 게임 방송을 진행하는 스트리머와 손잡는 것이 필수라고 여겨지고 있다. 블루홀의 '배틀그라운드'와 최근 배틀그라운드를 제치고 배틀로얄 장르 시장을 장악한 에픽게임즈의 '포트나이트'가 대표적인 사례다. 현재 트위치에서 배틀그라운드와 포트나이트를 시청하는 게이머는 피크타임을 기준으로 약 3만 명, 20만 명 정도로 집계되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신작 게임이 트위치를 통해 게이머들에게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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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틀그라운드(좌)와 포트나이트(우) 출처 블루홀 제공, 포트나이트 공식 인스타그램>

최근 트위치는 아마존의 지원을 바탕으로 유튜브의 자리를 위협하기 위해 공격적인 프로모션을 시행하고 있다. 첫 번째는 전 세계 e스포츠(e-Sports) 방송 시장 장악에 나선 것이다. 트위치는 리그오브레전드, 카운터 스트라이크 등 이미 자리를 잡은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부터 오버워치, 배틀그라운드, 포트나이트, 스트리트 파이터 5 등 이제 막 태동하고 있는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까지 다양한 분야의 e스포츠 경기를 후원하거나, 직접 개최하고 있다. 심지어 한국에서만 인기 있다고 여겨지는 스타크래프트 공식 리그(KSL) 마저 블리자드와 손잡고 유치했다. 때문에 현재 트위치는 전 세계 모든 e스포츠 리그와 토너먼트를 감상할 수 있는 방송국의 역할까지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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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버워치 월드컵 중계 장면. 출처 트위치TV 홈페이지>

두 번째는 고정 후원을 통한 스트리머 확보다. 철저하게 인기에 따라 광고 수익만 배분하는 유튜브와 달리 트위치는 중견 스트리머를 대상으로 한 후원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 유튜브의 방식은 성공하면 큰돈을 벌 수 있지만, 그전까지 별다른 수익 없이 버텨야 하는 문제가 있다. 콘텐츠 분량을 책임질 중견 스트리머들이 버티지 못하고 떠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위치는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중견 스트리머들과 일정 시간 트위치에서 방송을 진행한다는 계약을 맺고 후원금을 지급하고 있다. 사실 월급이나 다름없다. 이러한 후원 덕분에 중견 스트리머들도 돈에 대한 걱정 없이 마음껏 자신만의 방송을 진행할 수 있다.

물론 트위치에서 성공하면 유튜브에서 성공한 것 못지않은 인지도를 쌓고 돈을 벌 수 있다. 인기 스트리머인 '갓닌자'는 최근 트위치에서 진행한 포트나이트 방송을 통해 매달 35만 달러의 고정 수익을 얻고 있다. 연 단위로 환산하면 400만 달러가 넘는 수익이다. 트위치는 게이머들이 자신이 좋아하는 스트리머에게 매달 5달러씩 후원하고 그의 방송을 구독할 수 있는 제도를 시행 중이다. 5달러는 트위치와 스트리머가 5:5로 나눠갖는다. 갓닌자의 구독자수는 14만 명이 넘으며, 이를 통해 고정 수익이 창출되고 있다. 갓닌자의 고정수익은 트위치가 인기 스트리머들에게 제공하는 광고 수익 분배와 구독자들의 개별 후원은 제외하고 집계한 것이다. 당연히 실제 수익은 월 40만 달러가 넘을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최근 트위치는 유튜브의 인기 스트리머를 트위치로 영입하기 위해 물밑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 스타인 지지 고저스, 헐리우드 배우인 윌 스미스 등 다양한 분야의 인기 유튜버와 접촉해 이들에게 연간 수백만 달러의 후원금을 제시하며 영입을 시도했다. 이들 가운데 일부가 주 방송 플랫폼을 유튜브에서 트위치로 옮기기로 했다는 후문이다.

세 번째는 게임 방송 플랫폼에서 벗어나 유튜브와 같은 종합 방송 채널로 개편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과거에는 트위치에서 게임 외에 다른 분야의 방송을 하려면 일상방송(IRL-In Real Life)라는 카테고리로만 송출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트위치는 IRL 채널을 예술, 먹방, 음악, 뷰티, 과학, 여행, 라디오 토크쇼, TRPG 등 다양한 일반 채널로 세분화한다는 개편 계획을 발표했다. 이제 게임 방송뿐만 아니라 일반 방송도 트위치에서 마음껏 송출할 수 있다.

국내 시장에도 뿌리내린 트위치... 아프리카TV의 자리 넘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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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미디어 플랫폼인 아프리카tv. 개인 방송서비스로서 특별한 기술이나 장비 없이도 실시간 생방송이 가능한 1인 미디어 플랫폼이다. 출처 아프리카 tv>

트위치 돌풍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다. 국내에서도 이미 트위치는 자리를 잡고 경쟁사인 아프리카TV를 위협하고 있다. 2015년 한국어 서비스를 개시하며 국내에 진출한 트위치는 2016년 이후 그 세를 급격히 불려 현재는 월간 실사용자수가 약 79만 명이 넘는다(닐슨코리아클릭, 모바일앱 월간 실사용자수 2017년 8월 조사 기준). 푹의 사용자수(약 77만 명)를 추월한 후 아프리카TV(약 146만 명)를 뒤쫓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6년 3월 15만 명에 불과했던 트위치의 국내 월간 실사용자수는 불과 2년 만에 8배 증가한 121만 명에 도달했다. 같은 기간 아프리카TV는 289만 명에서 210만 명으로 줄어들었다. 아프리카TV에서 이탈한 시청자들이 트위치로 흘러들었다는 분석이다.

풍월량, 침착맨(이말년), 김도 등 국내의 인기 스트리머들도 주요 방송 플랫폼으로 트위치를 선택하는 등 보유한 스트리머의 양과 질면에서도 아프리카TV 못지않은 상황이다.

예일대 출신 동갑내기들이 의기투합해서 세운 회사... 더 큰 성공 위해 아마존과 손잡아

트위치를 만들고 키워 오늘날의 실시간 동영상 시장의 강자로 만든 인물이 바로 에머트 시어 트위치 최고경영자다. 1983년 태어난 시어는 예일대학교 컴퓨터과학과를 다니던 도중 철학과를 다니던 동갑내기 한국계 미국인 저스틴 칸을 만났다. 이내 친해진 둘은 학교를 졸업한 후 함께 사업을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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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머트 시어(좌)와 저스틴 칸. 출처 에머트 시어 페이스북>

2005년 예일대학교를 졸업한 후 둘은 키코 소프트웨어라는 스타트업을 창업했다. 구글 지메일과 연동되는 온라인 캘린더를 만드는 소프트웨어 업체였다. 칸이 CEO를 맡고 시어가 CTO(최고기술책임자)를 맡았다. 사업 자금이 필요해진 둘은 당시 막 태동한 벤처캐피탈인 '와이콤비네이터(Y Combinator)'의 문을 두드렸고, 이내 와이콤비네이터로부터 투자를 받은 최초의 회사가 될 수 있었다. 하지만 둘이 진행한 사업은 구글이 직접 온라인 캘린더를 선보이면서 한계에 부딪치고 만다. 둘은 이내 다른 사업 아이템을 찾기 시작했다.

저스틴 칸은 당시 성장하고 있던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주목했다. 유튜브 등 경쟁사가 온라인 만남 서비스를 거쳐 동영상 서비스를 막 시작한 그때였다. 2006년 칸과 시어는 웹캠 등을 통해 자신의 삶을 다른 사람과 실시간으로 공유할 수 있는 동영상 서비스인 저스틴TV(Justin.TV)를 선보였다. 처음 서비스를 개시하고 8개월 동안 칸 본인이 웹캠으로 자신의 삶을 송출하는 등 서비스를 성장시키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시어는 CTO로서 저스틴TV 개발을 직접 진행했다.

저스틴TV는 미국에서 손꼽히는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로 성장했다. 약 3000만 명에 달하는 사용자가 저스틴TV를 거쳐갔다. 하지만 저스틴TV는 압도적으로 시장을 장악한 회사가 될 수는 없었다. 오히려 '유스트림(Ustream)'과 같은 경쟁사의 시장 영향력이 더 컸다.

시어는 이러한 상황을 뒤집고 싶었다. 떠올린 방법은 '특화'였다. 저스틴TV를 게임 방송에 특화된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를 바꿔 당시 태동하고 있던 게임 동영상 시장을 장악하자는 것이었다. 시어는 이러한 생각을 칸에게 들려줬고, 둘은 여기서 의견이 갈리고 만다. 칸은 여전히 다양한 분야의 실시간 영상을 송출하길 원했다. 때문에 둘은 게임 방송에 특화된 플랫폼을 새로 만들기로 결정했다.

2011년 시어와 칸은 비디오 게임을 만들 때 게이머들의 반응을 테스트하는 기법인 '트위치 게임플레이'에서 이름을 따온 트위치TV를 세상에 선보이고, 게임에 특화된 실시간 동영상 시장 개척에 나섰다. 트위치의 최고경영자는 칸이 아닌 시어가 맡았다. 칸은 저스틴TV에 집중하기로 했다.

하지만 트위치가 급격히 성장하면서 사정이 달라졌다. 저스틴TV의 방문자수는 지속적으로 줄어들었고, 결국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2014년 폐쇄를 결정하고 만다. 특화를 선택한 시어가 옳았던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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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에머트 시어 페이스북>

당시 시어가 이끄는 트위치는 유튜브와 동일한 성장통을 겪고 있었다. 들어오는 광고 수익에 비해 트래픽 과다로 인한 지출이 커 적자에 시달리고 있었던 것. 와이콤비네이터의 지속적인 투자가 없었다면 회사가 한참 전에 망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결국 시어는 유튜브의 창업자인 스티브 첸과 채드 헐리처럼 트위치의 새로운 주인을 찾아나섰다. 트위치의 막대한 사용자수와 트래픽을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보유하고 있고, 자체 인터넷 광고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 광고 수입에 기대는 트위치의 비즈니스 모델과의 연계가 수월하며, 인터넷 동영상 시장에 대한 이해가 깊은 회사여야 했다.

적자였던 유튜브를 흑자로 전환시킨 구글이 첫 번째 협상 대상이었다. 하지만 반독점이란 이슈 때문에 구글과 트위치의 통합은 무산되고, 결국 시어는 두 번째 협상 대상이었던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를 찾아가야만 했다. 제프 베조스는 트위치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와 독립적인 운영을 약속했다. 결국 트위치는 9억 7000만 달러에 아마존에 인수되었다. 시어는 제프 베조스, 앤디 제시 등과 함께 아마존 계열사의 네 명뿐인 최고경영자 가운데 한 명이 되었다.

현재 트위치는 실리콘밸리인 미국 마운틴뷰에 본사를 두고 시애틀에 본사를 둔 아마존과는 별도로 운영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프라임 가입자에게 트위치 프라임이라는 이름으로 혜택을 제공하고, 트위치 서비스의 기반을 아마존 클라우드로 옮기는 등 두 회사간의 서비스 결합은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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