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케일업 프로젝트] 위키박스 BM 분석 (1) – 치열한 경쟁시장에서 '아재'들은 성공할 것인가?

'아재'들의 도전은 성공할 것인가?

위키박스의 경영진들은 모두 공대 출신에 연령대가 높은 편이다(스타트업 치고는). 누구나 아는 대기업에서 기획자로, 개발자로, 혹은 영업으로 산업계에서 오랜 경험을 가진 이런 분들은 대개 기술 산업재나 솔루션 공급 사업을 하는 경우가 많으며, 업계에서의 연륜과 '남자들의 의리(?)'를 강조하는 끈끈한 네트워크를 통해 사업을 일으킨다. 역시나 위키박스는 무인택배함을 제조하고, 아파트와 건설사에 납품하는 솔루션 제공업이 (아직까지는) 주 사업이다. 산업화, 민주화, 경제위기, 정보화 등 거친 변화의 시대를 살아온 '아재'들이 강점을 발휘하는 사업 영역이다.

출처: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출처: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 출처: TVN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 >

하지만, 그런 통념과 다르게, 조직특성이나 사업내용과도 다르게, 위키박스는 무인택배함 기반의 생활 편의 서비스 플랫폼으로 성장하고 싶어 한다. 택배를 이용하는 전자상거래 이용고객이자 O2O 서비스에 익숙한 젊은 층이 고객이다. 트랜디하며 실용적이어야 하고 재미도 있어야 한다. 실용과 감성을 넘나드는 고도의 기획력이 필요한 영역이다. 과연, 아재들의 도전은 성공할 수 있을까?

꽃중년을 꿈꾸는 아재들, 그러나

위키박스에 대한 분석 의뢰를 받고 가장 먼저 한 일은 네이버 검색이었다. 검색 결과는 업체에 대한 기계적 소개일 뿐, 서비스 내용과 차별성 등 사업 내용을 바로 알 수는 없었다. 다음엔 스마트폰을 들어 이들의 앱을 검색해 보았다. 위키박스를 검색했다. 이상한 게임이 뜬다. 다음 Wikibox, 그 다음 O2OBox를 넣어도 찾을 수 없다. 네 번째로 '오투오박스'라는 한글 검색어를 넣었을 때, 비로소 그들의 앱을 만날 수 있었다. 아무리 하드웨어 기능 보조형 앱이라지만 너무 감춰두셨다. 겸손한 분들이라 그런가 보다.

위키박스 기업 홈페이지를 열었다. 불빛 화려한 도시의 밤을 배경으로 빨간색 위키박스 로고가 뜬다. 외로운 도시의 밤, 질척한 섹소폰 소리가 떠오르는 이 디자인은 무슨 의도일까. 섹소폰의 잔상이 지워지지 않는 가운데 마우스 스크롤을 내리며 소개 내용을 읽어보면, 설명은 형이상학적이며 애매모호하고 어휘 선택은 투박하다.

출처: 위키박스 홈페이지
출처: 위키박스 홈페이지

< 출처: 위키박스 홈페이지 >

위키박스 홈페이지에서 가장 자주, 크게 눈에 띄는 단어는 '서비스'다. 이들의 비전 또한 생활 편의 서비스 플랫폼이다. 하지만, 이들의 앱을 찾는 과정에서, 홈페이지를 통해 보여주는 접근성과 메시지 전달법의 '불편함'은 서비스 회사의 그것이 아니다. 무인택배함이라는 제품을 제조하고 납품하는 제조사의 모습에 가깝다.

다양한 서비스 파트너가 참여하고 고객에게 생활 편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이 되고 싶다면, 그에 맞는 언어와 접근법이 필요하다. 현재 위키박스의 모습은 아쉽게도 '감성적이고 싶은, 하지만 뭔가 어설픈 아재'가 떠오른다. 이들이 세련된 감성이 충만한 진정한 '꽃중년'이 되길 바라며, 본격적인 분석으로 들어가 보자.

근본적 질문 - 왜 생활편의서비스 플랫폼인가?

아재들이라고 서비스플랫폼을 구축하지 못하란 법은 없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처럼, 무인택배함 관련 H/W, S/W 연동 기술과 보안 기술 등이 뛰어나고, 공공시장과 대기업 대상 영업력도 남들에게 뒤지지 않는다면, 왜 이 길을 가려고 하는 걸까. 그냥 무인택배함 제조/납품업을 하면 안되나?

왜 이들이 생활 편의 서비스 플랫폼이 되고 싶은 건지 이해하기 위해서는 갈수록 스마트해지는 이들의 발전 트랜드와 경쟁 관계를 들여다봐야 한다.

물품보관함에서 무인택배함으로, 무인택배함에서 서비스 사업으로

사실 고백하자면 필자도 무인택배함 시장이 이렇게 심오한지 몰랐다. 이런저런 경로를 통해 알아보니, 이 시장 또한 나름의 역사와 전통을 자랑한다. 유사 비즈니스모델 사례 또한 글로벌스럽다.

국내외 무인택배함 트렌드 변화
국내외 무인택배함 트렌드 변화

< 국내외 무인택배함 트렌드 변화 >

사실 약간의 배신감도 느꼈다. 무슨 소리냐면, 필자는 순진하게 위키박스의 무인택배함과 세탁 서비스 결합을 신박하다고 느꼈다. 결론적으로는 아니었다. 국내에도 세탁 서비스와 결합한 업체가 다수 있으며, 외국에는 전자식 무인보관함과 세탁서비스를 결합한 것이 무려 2005년 일이다(Laundry Locker). 무인보관함이 무인택배 서비스로 확장된 개념은 2001년이었으며(Bybox), 심지어 첨단 O2O 서비스와는 살짝 거리가 느껴지는 태국이란 나라에서 Box24라는 업체가 택배, 세탁, 쇼핑 기능까지 결합한 서비스를 2013년부터 실행하고 있었다.

필자가 IOT기술을 접목한 무인택배함의 원조라 착각했던 '아마존 락커(Amazon Locker)'는 2011년 9월에 출시한 것으로, 연배(?)로 따지면 한참 아래다. 다만, 단일 온라인 쇼핑몰이 자신들의 시장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폐쇄형(아마존 주문 물량만 수배송) 택배함 네트워크를 운영한 사례는 최초라고 볼 수 있다. 이 아마존 락커 사례에 착안한 듯 한국에서는 이베이코리아(미국 이베이의 사례는 찾을 수 없었다)가 GS25와 손잡고 자사 온라인 쇼핑몰(옥션, G마켓 등) 물량만 전용 처리하는 '스마일박스' 서비스를 확대하는 중이다. 또한, CU편의점을 기반으로 무인택배함을 운영하는 다수의 온라인 쇼핑몰도 있다.

약간 삼천포로 빠지자면, 아마존이 뉴욕, 시애틀, 런던에서 시작한 아마존 락커는 미국에서만 50여 개 도시, 3,000개소 이상으로 확장했다. 초기에는 대학, 쇼핑몰, 편의점(세븐일레븐) 등을 거점으로 확대했으며, 최근에는 자신들이 인수한 홀푸드마켓까지 확대 설치했다. 별도 비용 없이 아마존에서 구매한 제품을 편리하게 받거나 반송하기 위한 기능만을 제공하는데 이렇게 투자해도 되나 싶다. 역시 '대인배 아마존'이라는 생각과 함께 이들이 이렇게 무료인 상태로 내버려 둘리는 없고, 뭔가를 얹을 텐데 과연 그게 무엇일까 꽤 궁금해진다.

미국 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설치된 아마존 락커, 출처: 아마존 락커
웹사이트
미국 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설치된 아마존 락커, 출처: 아마존 락커 웹사이트

< 미국 내 세븐일레븐 편의점에 설치된 아마존 락커, 출처: 아마존 락커 웹사이트 >

트랜드 변화를 살펴보면 느끼겠지만, 무인택배함은 등장한지도 오래되었고, 택배함이라는 하드웨어나 그에 얹혀진 무인택배, 세탁이라는 서비스 또한 새롭다 말하기 어렵다. 물론 각 업체별로 첨예하게 기술적 차별성을 주장하나, 그들도 사실 알면서 우기는 거다. 고객에게 중요한 것은 기술적 우위가 아닌 그 기술로 인해 체감되는 가치의 차별성인 것을.

정부의 대단지 아파트에 대한 무인택배함 설치 의무화와 지자체 주도의 여성안심 택배함, 심지어 온라인 쇼핑몰 주도의 택배함까지 설치되는 등 무인택배함의 홍수(?) 시대를 맞은 지금, 이 무인택배함 업체들은 도대체 무엇으로 차별화하여 경쟁우위를 확보할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 판에서는 서비스 싸움이 되어 버렸다. 무인택배함이라는 거점을 바탕으로 다양한 생활 서비스를 결합함으로써 이용 고객에 대한 가치를 증가시키고, 더불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하는 서비스 플랫폼 사업이 되었다는 의미다. (아, 어쩌나.. 진짜 비즈니스모델이 중요한 사업을 만나버렸다. 내 알량한 밑천이 드러날 듯하다)

무인택배함 시장의 사업구도

이 무인택배함 시장의 구도를 보면 위키박스가 서비스 플랫폼을 추구해야 할 이유가 더욱 명확해진다. 이 산업에는 다양한 성격의 참여자가 있고, 그들 간에 엮인 관계를 간략히 그려보면 아래와 같다.

무인택배함 업체와 택배함 관련 서비스 제공
업체
무인택배함 업체와 택배함 관련 서비스 제공 업체

< 무인택배함 업체와 택배함 관련 서비스 제공 업체 >

국내 시장의 경쟁자는 업계 1위 ㈜헤드를 비롯해 다수가 포진하고 있으며, 시장은 크게 민간 사업자와 공공시장에 납품하는 'B2B 시장'과 무인택배함 업체가 독자 브랜드로 무인택배함을 직접 설치하고 운영하는 'B2C 시장'으로 나뉜다.

무인택배함은 더 이상 범용재가 아니다

실제 아파트 주민을 상대로 무인택배함 선택을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를 물으면 품질과 A/S라 답한다. 여러분은 이 말을 믿는가? 필자는 믿지 않는다. 믿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그 주민이 경험한 무인택배함이 이전에 만들어진 단순 기능의 제품, 즉 디바이스에 머문 것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소위 범용재라 하는데, 기능이 거기서 거기다 보니 망가지지 않아야 하고(품질), 신속히 고쳐주는 것(A/S)이 중요한 거다. 하지만, 새로운 기능과 서비스를 경험하게 되면 그 선택의 기준은 완전히 바뀌게 된다. 우리가 더 이상 깨끗한 통화음질을 자랑하는 핸드폰 광고를 볼 수 없듯이.

B2B든, B2C든 "Device + Service 1 + Service 2 + Service n"

최근 무인택배함 업체들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택배함이라는 하드웨어보다 그 위에 얹혀진 서비스를 보다 강하게 요구한다. 택배 배송 상태 알림, 비밀번호의 보안성, 결제 편의성 등 App 기능을 강조하고, 세탁과 쇼핑 등 연계 서비스를 강조한다. 선도 업체일수록 이런 경향이 더 강한데, 이는 이미 시장에서 서비스의 다양성을 요구하고 있음을 반증한다.

최종고객인 아파트입주자는 이 부분을 간과할 수 있어도 직접고객(구매결정자)인 아파트/건설사 등은 다양한 서비스 구현 여부를 중요한 변수로 평가한다는 뜻이다. 상상해 보라. 똑같이 올해 완공된 아파트에 사는데 친구 아파트에서는 되고 내 아파트에서는 안되는 서비스가 있다면?

결론적으로 필자가 위에 제기한 '그냥 솔루션 제조/납품업을 하면 안되나?'는 질문 그 자체가 틀렸다. B2B, B2C 구분은 전혀 중요하지 않으며, 그 어느 쪽이든 이제 최종고객이 차별적 가치를 체감할 수 있는 '서비스 경쟁력'이 이 사업의 성패를 가른다.

후발주자 위키박스는 승리할 수 있을까?

차별화되고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하는 업체가 승리할 것이라는 이 시장에서 한~참 후발주자인 위키박스에게 다행인 것을 꼽자면 두가지가 보인다.

첫째, 특별해 보이지 않는 선도업체의 차별성

혹시 이글을 보시는 선도업체 관계자 분들께는 죄송하다. 필자는 기술요소나 세부적인 제품 사양을 보고 하는 말이 아니다. 무식하고 순수한 고객 입장에서, 무인택배함을 기반으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가 무엇인지, 얼마나 다양하지, App은 사용하기 편리한지 등을 보고 판단한 것이다. 해당 측면에서 볼 때, 이 시장의 업체들은 비등비등하다. 서로 사이가 좋은 건지, 남들 하는 만큼만 한다.

이렇게 기능/서비스가 평준화된 시장에서는 주로 가격 싸움이 벌어지고 품질과 A/S, 업력 등 과거의 실적으로 승부하는 경향이 강하다. 구매자로서는 획기적 제품이 없으니 욕먹지 않을 안전한 선택을 하게 만들어, 결론적으로는 어제의 승자가 오늘의 승자가 될 확률이 높아진다.

택배, 세탁, 쇼핑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한방만 때린다면 임팩트 있을 시장이다. (당연할 소릴..)

둘째, 승리까지는 모르겠으나 생존은 가능한 시장성장성

무인택배함 시장이 견고히 성장하고 있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 바닥의 모든 업체가 매우 바쁘다. 발등에 떨어진 불을 꺼야 하는지 대량(?)으로 직원을 채용키도 한다. 참고로 업계 1위 업체는 2016년 매출 106억 원을 기록했고, 2017년에는 약 150억 원으로 성장했다. 2위 업체 또한 2016년 72억 원에서 2017년 90억 원으로 성장했음이 확인된다.

기존 시장에서는 아주 중요한 경쟁요소, 가격에서 장점을 가진 위키박스가 무난히 생존할 수 있을 시장 환경이라고 볼 수 있다. 왜 이렇게 시장이 성장하냐고? 위에 무인택배함의 홍수를 언급한 부분을 보시라.

뻔하지만 결론은 차별화된 공급자 생태계 구축

뻔한 소리를 하게 되서 필자도 아쉽게 생각한다. 하지만 어쩌랴. 그것 밖에 없는데. 죄송한 마음에 첨언을 드린다면, 이 무인택배함이라는 하드웨어를 바탕으로 다양한 서비스를 구현한다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점이다. 왜냐면 추가 서비스에 대한 아이디어가 있다고 하더라도 첫째, H/W, S/W(Locker System, IoT, Mobile App 등)에서 유연한 기술적 대응능력이 있어야 하고 둘째, 서비스를 구현할 매력적 참여자 생태계를 구축해야 하는데 기획, 마케팅, 재무적 측면에서 말처럼 쉽지 않다.

후발주자인 위키박스가 획기적 경쟁력으로 업계의 돌풍을 일으킬 '무서운 꽃중년'이 되고 싶다면, 그 어렵다는 차별화된 서비스, 즉 위키박스만이 가진 Killer Service를 발굴하고, 구현에 참여해 줄 공급자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어떤 수요를 목표로 어떤 서비스를 구현할 것인지, 필자도 아직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가만히 있으면 순위도 가만히 있는다. 힘들지만 획기적이고 파괴적인 한방. 그 한방을 만들어 내는 기업이 우리가 아는 1등 기업들이다.

여러분들도 함께 고민해 주시면 좋겠다. 위키박스가 경쟁에서 이길 수 있는 Killer Service, 도대체 무엇일까?

※ 위키박스에 대한 성장 아이디어, 조언, 따끔한 충고 등 의견을 가지고 계시다면, inter-biz@naver.com 으로 메일을 부탁드립니다.

황현철 / 인사이터스 대표

시장의 판도를 흔드는, 무명의 반란을 응원하는 인사이터스컨설팅그룹의 대표. 무명의 성장을 위해 비즈니스모델 디자인, 시장성검증테스트, 시장수요발굴 등을 지원하고 있다. 비즈니스모델 컨설턴트 겸 소설 '비즈니스모델러' 저자.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인사이터스 황현철 대표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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