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전 무제한'판 만든 LG유플러스, 끌려나온 SKT/KT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대부분의 휴대전화 이용자들은 음성 통화를 할 때 요금 부담을 거의 느끼지 않는다. 음성 무제한 요금제가 거의 보편화 되었기 때문이다. 수 년 전만 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는데, 이젠 너무 당연한 현실이 되었다.

음성 무제한 요금제의 대중화를 이끄는 데는 LG유플러스의 역할이 컸다. 비교적 적은 부담으로 통신사와 관계없이 무제한 음성통화를 할 수 있는 요금제를 2013년 4월 11일에 이동통신 3사 중 처음으로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전에도 음성 무제한 요금제가 없던 건 아니었지만 매우 비싼 요금을 부담해야 하거나, 같은 이동통신사 가입자끼리 통화를 할 때만 무제한이 적용되곤 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발표 이후에 다른 통신사들도 유사한 음성 무제한 요금제를 출시, 지금에 이르게 된다.

'무늬만' 무제한에서 '진짜' 무제한으로 전환된 2018년

최근 이동통신 업계의 이슈인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 경쟁 국면에서도 LG유플러스의 움직임이 가장 적극적이다. 지난 2월 23일, LG유플러스는 업계 최초로 월 8만 8,000원으로 이용할 수 있는,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해 화제를 모았다. 이전에도 명목상 'LTE 무제한'을 내세운 요금제는 있었지만, 이런 요금제들은 모두 매월 일정 수준의 데이터를 이용하면 속도가 3G 수준으로 제한되는 '무늬만' 무제한 요금제였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는 속도 및 용량 제한이 없는 완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지난 2월, LG유플러스는 속도 및 용량 제한이 없는 완전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를 처음으로 출시했다

하지만 LG유플러스의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요금제는 제공량이나 속도 제한이 없는 '진짜'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였으며, 이 때문에 경쟁사인 SK텔레콤(10만원 대)과 KT(8만원 대) 역시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했다. 이에 대응해 LG유플러스는 지난 21일, 또다시 7만원 대의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를 출시, 주목을 받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 출시한 월 7만 8,000원짜리 '속도 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78' 요금제는 나눠 쓰기 데이터의 용량이 40GB에서 15GB로 줄어든 것 외에는 기존의 월 8만 8,000원 요금제와 마찬가지로 속도 및 용량의 제한 없이 데이터를 자유롭게 쓸 수 있다.

'완전 무제한'이라는 금기, 왜 깨졌나?

이러한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는 그동안 이동통신 업계에서 사실상 금기에 가까웠다. 스마트폰 이용자가 수천만명에 이르는 상황에서, 이들이 속도 제한 없이 데이터를 많이 이용한다면 여기서 발생하는 트래픽을 이동통신사에서 감당하기가 어렵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또한, 이동통신 기반 무선 데이터 전송속도가 점차 향상되면서, LTE 수준의 4G 이동통신은 기존의 유선 기반 초고속 인터넷을 어느정도 대체 할 수 있는 성능을 갖추게 되었다. 이 때문에 각 통신사가 운영하고 있는 유선 인터넷 사업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완전 무제한 데이터 요금제의 도입을 주저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이러한 와중에 이동통신사에서 완전 무제한 요금제를 도입한 것은 예전보다 LTE망이 고도화, 충실화 되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다수의 이용자가 최대 속도로 LTE를 이용하더라도 이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통신 기반이 탄탄해 졌으며, 일부 사용자가 과도한 트래픽을 유발하더라도 이를 분산시켜 다른 사용자들이 피해를 입지 않도록 하는 기술적 진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내년 상반기로 예상되는 5G 상용화 역시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5G는 기존의 LTE와 다른 망을 이용하므로 그만큼 사용자 분산의 효과가 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지난 18일에 마무리된 5G용 주파수 경매에서 비교적 합리적인 가격에 적정 주파수를 확보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LG유플러스가 이번에 확보한 3.5GHz 대역은 확장성 면에서도 이점이 있다.

공격적일 수 밖에 없는 LG유플러스

그리고 LG유플러스는 국내 이동통신 시장에서 SK텔레콤이나 KT에 이은 3위 업체인 만큼, 이전부터 경쟁사에 비해 한층 공격적으로 시장을 공략하곤 했다. 2013년의 음성 무제한 요금제 및 올해에 선보인 LTE 완전 무제한 요금제 첫 출시 외에도 유사한 사례는 많다.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실제로, LG유플러스는 작년 11월에 무약정 이용 고객에게 데이터를 2배로 제공하는 프로그램을, 12월에는 11만원대 요금제를 폐지하고 8만원대에 같은 혜택을 제공하는 것 외에 가족 간에 무제한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출시했다. 그 외에 올해 1월에는 남은 약정 기간에 상관 없이 자사에 재약정하는 고객에게 위약금을 유예하는 제도를 이동통신 3사 중 처음으로 도입하는 등, 상당히 대담한 행보를 이어온 바 있다.

이에 관해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기존 점유율을 지키는 것에 무게를 두고 있는 SKT / KT와 달리, LG유플러스는 세력 확장 의욕이 강하다"며, "다만, LG유플러스의 시장 점유율 역시 경쟁사들을 견제하기엔 충분한 수준이라, LG유플러스의 공격적 행보가 결과적으로 다른 이동통신사들의 움직임을 이끌어내는 모양새"라고 평했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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