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은산분리 완화, 인터넷은행 날개 달까

지난 2018년 8월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1년 넘게 금융업계 이슈였던 인터넷전문은행의 은산분리 규제 이슈에 드디어 해결의 실마리가 보이는 발언이다.

2017년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출범했지만, 은산분리 규제 때문에 IT기업의 지분 확대나 자본금 확충 등에 제한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정부 발언으로 보면, 이제 은산분리 완화를 본격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출처: 핀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출처: 핀다

<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출처: 핀다 >

기업의 사금고화를 막는 은산분리 규제

현재 은행법에 따르면, '은산분리' 규제는 산업자본이 보유할 수 있는 은행 지분을 최고 10%(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로 제한하고 있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인 기업이 은행을 보유하게 되면, 기업이 필요할 때마다 은행의 자금을 활용해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로 전락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만들어진 규정이다. 은행이 기업의 사금고가 되면, 기업이 어려워질 경우 은행에도 리스크가 이어지게 된다. 게다가 은행은 소비자와 중소기업, 다른 여러 기업의 자금을 예치하거나 대출 등을 해주기 때문에, 은행이 무너질 경우 그 영향력은 무시할 수 없다. 때문에 은행의 건전성은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이유에서 정부는 은산분리 규정에 손을 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신 인터넷전문은행에만 예외적으로 은산분리를 완화할 수 있는 특례법을 8월 임시국회에서 처리하기로 했다. 기술과 자본을 보유한 IT 기업들의 인터넷전문은행 참여를 확대하기 위해서다. 대신 은산분리 완화로 우려됐던 부분을 방지하기 위해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원 이상 대기업)'은 은산분리 완화 대상에서 배제할 가능성이 높다.

아직 정확히 어떤 규정이 은산분리 규제 완화 문턱을 넘을 수 있을지 모른다.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6개의 은산분리 완화 관련 은행법 개정안과 인터넷전문은행특례법 제정안이 국회 정무위원회에 계류 중이다. 이 중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 제정안이 가장 유력해 보이지만, 이 제정안들도 은산분리 완화대상과 산업자본 한도 지분율이 다르다.

은행권의 혁신으로 기대됐던 인터넷은행

인터넷전문은행은 그동안 혁신이 거의 없었던 은행권에 새로운 바람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출범했다. 카카오가 주도한 '카카오뱅크'와 KT가 주도한 '케이뱅크'가 국내 1세대 인터넷전문은행으로 선정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금융이 아닌 다른 영역권의 사업자가 참여하게 되면, 새로운 혁신과 아이디어가 나올 것으로 예상했던 것이다.

인터넷은행에 혁신을 기대했지만...
인터넷은행에 혁신을 기대했지만...

< 인터넷은행에 혁신을 기대했지만..., 출처: 핀다 >

하지만, 그동안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으로 카카오와 KT는 각 은행에 대한 주도권을 잡기 어려웠다. 주주기업에서는 지분율 소유에 따라 그 권한이 있는데, 카카오와 KT는 최대주주가 아니며 지분율 소유 또한 제한되어 있어 각 기업의 기술과 자본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얼굴마담' 역할밖에 할 수 없었던 셈이다.

이에 이번 은산분리 규정 완화가 시행되면, 카카오와 KT가 보다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해 주도권을 잡고 적극적으로 사업을 영위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렇다고 모든 문제가 해소된 것은 아니다. '총수가 있는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10조 원 이상 대기업)'을 제외하는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대기업의 은행 사금고 문제는 막을 수 있지만, 카카오도 자산 10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은행권의 메기' 역할을 할 것으로 예상되었던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예상보다 큰 혁신을 불러오지 못했다는 지적도 있다.

한 고비는 넘었어도 여전히 다음 고비가 남아있는 인터넷전문은행이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직 시간은 많이 필요하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도 규제가 완화되기만 바라기보다, 좀 더 혁신적인 부분을 보여야 한다. 그래야 금융소비자들이 인터넷전문은행의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금융소비자의 요구사항이 정부도 움직일 수 있다.

이유미 / 핀다 외부 필진
대학교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으며, 이데일리에 입사해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을 담당했다. 2016년 카이스트 MBA 졸업하고, 2017년 여름부터 스타트업에서 콘텐츠 기획 및 편집 등을 담당 중이다.

정은애 / 핀다 마케팅 매니저
핀다 퍼포먼스 및 콘텐츠 마케팅 담당. 서울시립대학교 통계학과 학사.

*본 칼럼은 IT동아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글 / 핀다 이유미 외부필자, 핀다 정은애 마케팅 매니저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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