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택배함에 넣어주세요", 언택트와 만난 무인택배함
[IT동아 권명관 기자] 언택트(Un-tact). 접촉을 뜻하는 영단어 'contact'에 부정 접두사 'un'을 붙인 단어로 '접촉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언택트는 2018년 새로운 문화 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불필요한 대면 소통이나 접촉을 줄이고, 스스로 모든 걸 혼자 해결하길 원하는 젊은 현대인에게 떠오르는 새로운 문화다. 혹자는 소비자가 판매자와 마주하지 않는 언택트 시대의 시작이라고 말한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이 불편한 시대, 전화보다 문자나 메신저를 더 편하게 생각하는 현대인의 특성을 반영한 것이다.
언택트 문화는 상품, 유통, 배송, 마케팅 등 산업 전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배송에서는 지역자치단체나 편의점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무인택배함이 택배기사와 수신인의 대면접촉을 줄이는 언택트 배송 사례로 주목받고 있으며, 점원을 대면하지 않는 키오스크 주문,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챗봇 상담, 무인점포 등도 언택트 서비스의 일종이다. 사물인터넷을 덧입은 무인 자판기도 속속 등장하고 있으며, 식당과 금융권 심지어 공항까지 '무인시대'에 가세하고 있다.
<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킨 아마존 고 >
언택트는 4차 산업혁명 및 인공지능(AI), 증강현실(AR) 등과 맞물려 심화되는 추세다. 올해 초 미국에서 선보인 '아마존 고(Amazon Go)' 매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최소한의 인원으로 운영되는 매장, 아마존 고는 'No lines, no checkouts'라는 문구를 내세운다. 줄도 없고 계산대도 없다는 말이다.
매장에 방문하고자 하는 손님은 아마존 고 앱(응용프로그램)을 내려받아 실행하고, QR코드를 스캔해서 들어가면 끝이다. 매장 천장의 카메라 수십 개와 진열대에 설치된 센서들이 소비자가 물건을 고를 때마다 앱 내 전자 보관함에 추가한다. 계산할 필요도 없다. 구매할 물품만 들고 나가면, 전자영수증이 발급되며 등록된 신용카드로 자동 계산되기 때문이다.
언택트 문화, 택배를 만나다
언택트는 배송 즉, 택배에도 영향을 끼쳤다. 택배 기사와 고객이 서로 마주치지 않고 물건을 주고받는 언택트 택배는, 무인택배함 확산으로 이어지고 있다.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편의점 GS25 앞에 무인택배함 '스마일박스'를 올해 안에 1,500곳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11번가는 올해 말까지 편의점 CU와 연계해 무인택배함 '11픽(11pick)' 30여 개를 수도권 지역 중심으로 추가 설치할 계획이다.
전국 지자체는 택배기사를 사칭한 범죄예방을 위해 전국적으로 여성안심 무인택배함 설치를 확대하고 있다. 경기도는 여성안심 무인택배함을 지난 5월 기준, 수원, 고양, 용인, 성남 등 12개 시·군에서 총 65곳을 운영하고 있으며, 서울시는 시내 190곳에 설치, 작년 이용 건수는 49만 2,000건으로, 올해 20개를 더 설치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대전, 대구, 부산, 울산, 광양, 충주, 구미 등 1인 가구, 여성 인구 밀집 지역에 무인택배함 설치는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 스마트우편함 시스템 개념도, 출처: 우정사업본부 >
정부도 나섰다. 지난 6월 24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우정사업본부는 대면없이 우편물을 주고받을 수 있는 무인택배함 '스마트우편함' 보급 확산을 위한 스마트우편함시스템 구축 지원사업을 공모방식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스마트 우편함은 인터넷으로 연결하는 전자식 우편수취함으로, 소형소포(택배), 등기우편물 등을 실제 수취인과 대면없이 주고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우편물 도착 시 등록해둔 전화번호로 알려주고, 우편물 등을 찾아갈 때에는 비밀번호를 이용해 찾아 분실 위험도 줄여준다. 참고로 우정사업본부는 우체국 서비스뿐만 아니라 민간 택배업체도 스마트우편함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을 덧붙였다.
단순 물품보관함에서 똑똑한 무인택배함으로
무인택배함이 진화하고 있다. 기존 무인택배함은 기능상 물품을 받을 수 있는 단순 사물함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인터넷과 연결되는 IoT(사물인터넷) 기술과 모바일 앱 생태계와 택배를 보내는 것도 가능하며, 클라우드 플랫폼을 적용해 서비스 제공상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할 수 있다.
무인택배함 전문 업체 '위키박스(Wikibox)'는 다양한 생활 편의성을 더한 '생활 물류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물품 찾기, 보관 등 배달 전 과정을 스마트폰으로 확인할 수 있으며, 세탁, 슈퍼마켓, 재래시장, 농산물직거래 등 주변 생활 편의 서비스를 결합한 '생활 서비스 보관함' 기능을 추가했다. 신길동 삼성래미안 에스티움(1,730세대), 구로디지털단지 예성오피스텔(500세대), 일산 CJ홈타운 외 10개 빌라와 오피스텔(1,000세대), 판교테크노밸리 외 5개 빌딩 등 약 3,500세대를 대상으로 설치를 완료, 필드 테스트도 진행 중이다.
< 인터넷과 연결된 위키박스의 IoT 스마트 무인택배함 >
위키박스는 택배 배송뿐만 아니라 웹과 앱을 지원하는 클라우드 플랫폼 제어와 관리 기능을 통해 다양한 서비스로 확장할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주변 상권 및 온라인 마켓 등과 연결해 구매/결제 정보를 취합할 수 있으며, 축적한 데이터를 분석해 활용할 수도 있다.
참고로 위키박스는 ‘클라우드 네트워크 유무선 인터넷 및 통신 기반(LTE, Wifi)’과 ‘스마트폰을 이용한 근거리통신(블루투스, NFC 등)’ 등을 활용한 생활서비스 플랫폼 구축을 완료, 고도화하고 있으며, IoT기술을 활용한 스마트 생활서비스 플랫폼을 구현해 여성안심택배 기능도 지원한다. 또한, 비대면 안정성과 택배 수령자만 확인할 수 있는 일회용 비밀번호도 지원한다. 이 같은 기능을 활용해 여성 등이 외부인에게 노출하기 꺼려하는 40여개 물품(여성전용 생활용품)을 이용 할 수 있다 (2018년 8월부터).
가까운 이웃, 일본의 무인택배함 '택배박스'는 '택배 재배달 방지'에 힘입어 오는 2025년 약 255억 엔(약 2,500억 원) 규모로 급격하게 성장할 전망이다. 2017년 시장규모는 약 115억엔(약 1,100억원)으로 추정된다. 주로 신축건물을 중심으로 택배박스가 설치되었지만, 최근에는 기존 주택에도 보급이 확산되는 추세다. 특히, 설문조사에 따르면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 층이 택배박스를 주로 이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뿐만 아니라 아마존은 지난 2011년부터 무인택배함 '아마존 로커(locker)'를 서비스하고 있다.
언택트 문화와 만난 무인택배함 시장은 지속적으로 성장 중이다. 편의성에 안심을 더한 무인택배함은 업체와 정부, 지자체 등 모두가 주목한다. 무엇보다 발전하고 있는 기술을 접목한, 차세대 무인택배함은 시장 확대 가능성도 내비친다. 어쩌면 "택배함에 넣어주세요"라는 말은 이제 일상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글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