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좁쌀은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 한국을 뚫을 수 있을까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한국 시장은 예로부터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이었다. 화웨이, 레노버, 알카텔(TCL) 등 많은 외국 기업이 한국 시장에 자사의 스마트폰을 야심차게 출시했지만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모두 쓴잔을 들이켜야만 했다. 한국 시장에서 의미있는 성적을 거둔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는 애플뿐이다. 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2017년 한해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 56.2%, 애플 17.7%, LG전자 17.4%순이었다.

애플이 외국 기업이라는 패널티에도 불구하고 한국 시장에서 자리잡을 수 있었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첫 번째는 iOS라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추고 있다는 점이다. 안드로이드보다 안정적이라고 평가받는 iOS를 이용하려면 애플 아이폰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두 번째는 충성도 높은 고객층을 확보할 수 있었다는 점이다. 애플 아이폰은 20~30대를 중심으로 높은 선호도를 보여주고 있다. 한국갤럽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국내 20~30대의 아이폰 선호도는 40%에 육박한다. 삼성전자의 갤럭시 브랜드와 대등하거나 오히려 더 높은 수치다. 아이폰의 미려한 디자인과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애플의 브랜드 가치가 합쳐져서 나온 결과다.

애플의 사례에서 우리는 다른 외국 스마트폰 제조사가 왜 한국 시장에서 실패했는지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삼성전자라는 세계 최대의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브랜드의 본거지에 진출하면서 독자적인 플랫폼을 갖추지 못했고, 충성도 높은 고객층도 확보하지 못한 것이다. 결국 이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은 한 가지, '저가 공세'뿐이었다.

샤오미 홍미노트5<샤오미 홍미노트5>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시장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샤오미가 국내 진출을 선언했다. 샤오미 스마트폰의 국내총판인 지모비코리아는 지난 16일 샤오미의 중급(미드레인지) 스마트폰 '홍미노트5(Redmi Note 5)'를 SK텔레콤과 KT를 통해 한국에 정식 출시한다고 밝혔다.

홍미노트5는 5.99인치(6인치) 대화면에 퀄컴 스냅드래곤 636 옥타코어 프로세서, 4GB 메모리(RAM), 64GB의 저장공간을 갖춘 패블릿 스마트폰이다. 화면의 경우 광시야각 IPS 디스플레이를 채택했고, 해상도도 2160 x 1080(403ppi)으로 제법 높은 편. 후면에는 1200만 화소의 일반 카메라와 500만 화소의 망원 카메라(2배줌)를 갖추고 있고, 전면에는 2000만 화소의 카메라를 탑재했다.

홍미노트5의 스펙 가운데 가장 눈여겨볼 점은 대용량 배터리다. 4000mAh 대용량 배터리를 탑재해, 한 번 충전으로 2일 동안 사용할 수 있다. 또한 국내에 출시된 스마트폰에선 찾아보기 힘든 '듀얼 sim 트레이'를 갖추고 있다(유심 카드를 두 개 넣을 수 있다). 때문에 통화 요금제와 데이터 요금제를 따로 유지 중이거나, 해외 출장이 잦은 사용자에게 매우 편리하다.

샤오미 홍미노트5는 한국 시장에서 쓴 잔을 들이킨 선배들의 전철을 밟지 않고,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까. 그 가능성을 점쳐보자.

29만 원대 저가는 매력적... 판매처도 다양

홍미노트5의 가장 큰 강점은 29만 9000원이라는 저렴한 출고가다. 이동통신사를 통해 가입한 후 제품 할인이나 요금 할인을 받으면 실질적으로 10만 원 내외에 구매할 수 있다. 하이마트 등 일반 양판점에서 구매하더라도 70만~100만에 달하는 다른 스마트폰 출고가와 비교하면 많이 저렴하다. 이만한 가격에 갤럭시 A 시리즈와 유사한 성능을 갖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은 분명 매력적이다.

구매할 수 있는 곳도 다양하다. SK텔레콤, KT 대리점(LG 유플러스 제외)과 CJ헬로비전, 하이마트, 11번가 등 온오프라인 쇼핑몰 등에서 구매할 수 있다. 샤오미의 스마트폰이 SK텔레콤, KT 등 국내 이동통신사를 통해 출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출시되었는지 알기도 힘들고 구매처도 찾기 힘들었던 기존 외산 스마트폰과 비교해 많은 준비를 하고 출시를 한 점이 느껴진다.

샤오미 홍미노트5<샤오미 홍미노트5>

낮은 인지도, 부족한 A/S망... 무엇보다 중국제에 대한 편견을 극복해야

샤오미가 중국, 인도, 동남아 등에선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있다지만, 국내에선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밀려 인지도가 많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이점이 IT 정보에 큰 관심이 없는 40대 이상의 중장년층과 여성들에게 다가가는데 패널티로 작용할 수 있다. 홍미노트5는 원래 여성 사용자를 공략하기 위한 제품군이다. 이를 위해 미려한 디자인과 인공지능 기반의 얼굴 이미지 보정 기능 '뷰티파이' 등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브랜드 자체가 여성층에게 어필하기 힘들다는 점은 분명 극복해야할 문제다.

A/S망도 주요 스마트폰 제조사에 비하면 많이 부족하다. 지모비코리아는 내비게이션으로 유명한 아이나비와 손잡고 전국 아이나비 서비스센터에서 제품 사후지원을 받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아이나비 서비스센터는 전국의 주요도시 7군데에만 존재한다. 지방에 거주하는 사용자들이 A/S를 받으려면 불편함을 겪을 수밖에 없다. 전국 방방곡곡에 A/S센터를 두고 서울 가로수길에 직영 A/S 서비스를 운영 중인 애플조차 삼성과 LG에 밀려 A/S 수준이 떨어진다고 평가받는 마당에 현재 샤오미의 A/S 수준은 구설수에 오를 수밖에 없다.

사실 가장 큰 문제는 중국 스마트폰에 대한 국내 사용자들의 불신이다. '싼게 비지떡'이라는 인식은 최근 중국 스마트폰의 약진으로 많이 희석되었지만, 대신 사용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하는 악성 프로그램(이른바 백도어)이 제품에 기본 설치되어 있다는 인식은 여전하다. 실제로 샤오미 역시 홍미노트1에서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해서 저장했던 것이 들통나 홍역을 치룬바 있다.

가격적인 메리트는 충분하지만, 아직 넘어야할 산이 너무 많고 높다. 현재 홍미노트5의 상황에 대해 내릴 수 있는 평가다. 그래도 작년 초 샤오미의 최고급 제품군인 '미 믹스(Mi Mix)'를 79만 9000원에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했던 것에 비하면 접근성이 많이 강화되었다. 사용자들의 선택이 폭을 넓혀준다는 점에서 샤오미 스마트폰의 국내 진출은 분명 환영할 일이다. 외산 스마트폰의 무덤 한국 시장에서 샤오미의 선전을 기대해본다.

정승희 지모비코리아 대표는 "홍미노트5를 시작으로 샤오미의 상위 모델부터 저가 모델까지 다양한 제품을 출시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샤오미라는 브랜드를 사용자들에게 각인시키는데 집중할 것"이라고 향후 판매 전략을 설명했다. 지모비코리아는 샤오미의 사물인터넷 제품군도 전파인증을 마치는대로 국내에 선보일 계획이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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