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in IT] 70달러 돌파한 국제유가, 경제 회복에 찬물

약 3년만에 국제유가 70달러선을 돌파했다. 지난 2018년 4월 26일, 한국석유공사에 따르면 25일(현지시각)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일 대비 배럴당 35센트 오른 68.05달러에 거래됐다. 유럽거래소(ICE)에서는 브렌트유가 전일 대비 0.14달러 오른 74달러를 기록했다.

한동안 50달러 선을 쉽사리 넘지 못하던 국제유가가 작년 말부터 상승세를 보이는데, 배럴당 100달러를 넘던 과거에 비해 여전히 낮은 상황이지만, 갑작스러운 상승세가 반갑지 않은 상황이다.

WTI 변동추이, 출처: 네이버금융, 제공:
핀다
WTI 변동추이, 출처: 네이버금융, 제공: 핀다

< WTI 변동추이, 출처: 네이버금융, 제공: 핀다 >

유가 상승, 인플레이션 압박으로

유가가 상승하면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 유가가 상승하면 기업이 제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생산비용이 높아진다. 석유는 중간재로 반도체나 전자제품, 자동차 등 공산품 생산에 많이 사용되기 때문이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석유 수입 의존도가 높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제유가가 10% 상승하면, 석유제품 제조원가는 7.5% 상승한다고 추정한다. 또한, 유가 상승은 휘발유 가격 상승으로 교통비용도 높아진다.

즉, 고유가 현상이 지속되면 물가 상승과 가계 구매력 하락으로 이어져 소비가 위축된다.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소비가 살아나야 하는데, 이제 막 경기가 회복하려는 글로벌 경제에 유가 상승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만약 이러한 상황에서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도 겹친다면, 인플레이션 압박은 더욱 심해진다.

유가는 왜 오르는 것일까?

제품이나 서비스 가격은 공급과 수요에 의해 결정된다. 유가도 마찬가지다. 원유 생산량이 수요보다 많으면 유가는 하락하고, 반대로 원유 생산량이 수요보다 적으면 유가는 상승한다. 과거에는 원유 매장량의 한계 우려로 유가가 상승했지만, 현재 원유 매장량은 부족하지 않다. 오히려 원유 채굴 기술 발달과 셰일가스와 친환경 에너지 등으로 공급과잉 현상이 나타나 3년 전부터 배럴당 100달러 이하로 떨어지는 추세였다.

최근의 유가 상승은 산유국들이 석유 생산량 감축을 합의하고 중동의 지정학적 불안 정세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비OPEC 산유국들은 2017년 1월부터 일일 원유 생산량을 180만 배럴씩 줄여왔다. 이들 국가 경제는 석유 수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탓에,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경제 상황도 악화됐기 때문이다. 이에 저유가를 탈피하고 수익성을 높이기 위해 원유 생산량 조정에 나선 것이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다음달 이란 핵 협정 탈퇴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이란 발 공급도 불투명해지고 있다. 또한, 시리아 공습 등 중동 정세 불안도 원유 공급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공: 핀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공: 핀다

<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제공: 핀다 >

유가 상승 억제하려는 트럼프, 하지만...

미국 경제지 월스트리트저널은 현재 유가 수준은 인플레이션 압박보다 미국 에너지사업 회복에 도움이 되는 수준으로 평가했지만, 만약 지금보다 유가가 더 상승하면 인플레이션 압박과 소비 위축 등이 우려된다고 전망했다.

다만, 한편으로 유가 상승은 경기 회복 신호로 보는 시각도 있다. 소비 증가로 원유 수요가 늘어난 이유가 유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의견이다. 참고로 유가 상승은 에너지 기업들에 호재로 작용하기도 한다.

하지만, 유가 상승이 지속되어 미국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될까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고유가를 견제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0일(현지시간) OPEC이 감산을 통해 유가 부양하는 상황을 강하게 비판했고, 최근에도 트위터를 통해 “원유량은 모든 곳에서 기록적인 수준으로 넘쳐나는데 유가가 인위적으로 너무 높게 형성돼 있다”라며, “고유가를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오히려 미국이 이란과 핵 합의를 파기할 수 있다는 우려감과 베네수엘라와의 갈등 등으로 국제 분쟁 우려는 상승하고 있으며, 당분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 입장에서는 인플레이션을 유도하는 유가 상승이 반갑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중동 국가들이 정부가 직접 석유 생산량을 조절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해, 미국은 민간기업인 석유 생산 기업을 통제할 수는 없어 트럼프 대통령이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약하다.

OPEC과 비OPEC 산유국들은 내년까지 석유생산 감축을 이어가는 움직임이다. 업계에서는 유가 상승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한 만큼 더욱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지 지켜보자.

이유미 / 핀다 외부 필진
대학 때 컴퓨터공학을 전공했지만, 코딩보다 세상 살아가는 이야기가 궁금해 언론사에 몸을 담았다. 이데일리 입사 후 기업금융, IT, 국제부, 증권부 등을 출입하면서 경제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2016년 카이스트 MBA 과정을 거쳤다. 현재 'DigestICT'에서 핀테크/IT 분야를 담당 중이다.

이혜민 / 핀다 대표
국내 금융상품 비교추천 플랫폼 핀다 대표이자 공동창업자. 2011년부터 연쇄창업가로 활동 중이다. 500 Startup 벤처 어드바이저, Google Campus Seoul 멘토로도 활동 중이다. 전 눔코리아 대표. 베베엔코 대표. 글로시박스 공동창업자 역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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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핀다 이유미 외부필자, 핀다 이혜민 대표
편집 / IT동아 권명관(tornadosn@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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