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DONGA

인터넷 가입하면 주는 노트북의 '함정'

김영우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맨입'에 인터넷 가입을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서비스 업체간 경쟁을 하면서 가입자들에게 각종 사은품 공세를 하기 때문이다. 상품권, TV, 노트북 등 종류도 참 다양하다.

본 이미지는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출처=KT)<본 이미지는 기사의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 없음>

그런데, 몇몇 사은품의 경우는 겉보기에만 그럴싸하고 효용가치가 심히 낮은 경우도 있다. IT동아의 경우 지난 11월, 사무실 이전 후 KT 본사 가입센터를 통해 인터넷 및 IPTV 결합 서비스를 3년 약정으로 신청했다. 사은품으로 노트북이나 32인치 TV, 혹은 백화점상품권 7만 원어치 중 하나를 선택할 것을 제안 받았고, IT동아의 회계담당자는 그 중 노트북이 가장 이득일 것으로 판단해 이를 선택했다고 한다. 다른 일을 하느라 필자는 미처 신경을 쓰지 못했다.

이미 단종된 2년 전의 저가형 모델

얼마간의 시일이 지나고 IT동아 사무실에 사은품으로 신청한 노트북이 도착했다. 필자가 확인해보니 에이서(Acer)사의 아스파이어 원 클라우드북 14 AO1-431-C2TR 모델이다. 중고는 아니지만 이미 약 2년 전인 2016년 초에 출시되어 지금은 단종된 모델이다. 제품 하단에 적힌 제품의 생산일 역시 2016년 2월 23일이다. 당시 소비자가격 29만 9,000원에 팔리던 모델이지만, 출시 1년 지난 모델도 한 물간 취급을 받는 IT 시장에서 2년 전 제품의 소비자가격은 사실상 의미가 없다.

사은품으로 도착한 에이서의 AO1-431-C2TR 노트북

내부 사양 역시 실망스럽다. CPU는 인텔 셀러론 N3050, 메모리는 2GB, 저장장치는 eMMC 32GB를 탑재했다. 현 시점에서 이 사양으로 도대체 뭘 할 수 있을 지가 궁금해진다. 본체 두께가 1.8cm로 얇은 편이라는 건 괜찮지만, 무게가 1.6kg로 묵직해서 휴대성이 마냥 좋다고 하기도 힘들 것 같다. 그나마 윈도우10 정품이 포함된 것이 최대의 장점이라고도 할 수 있는데, 사실 요즘 마이크로소프트는 400달러 이하의 저가형 노트북 및 태블릿에게는 윈도우 운영체제를 사실상 무료로 공급하고 있다. 정품 윈도우 탑재가 이 제품만의 이점은 아니라는 의미다.

기본적인 컴퓨팅도 하기 힘든 낮은 성능, 무의미한 저장공간

물론 단종된 제품이라고, 혹은 저사양 제품이라고 무조건 몹쓸 물건은 아닐 수 있다. 일단 전원을 켜보고 이용해보자. 간이 SSD인 eMMC를 탑재한 제품이라 처음에 소프트웨어가 거의 설치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부팅 속도는 의외로 빠른 편이다. 약 10여 초 만에 윈도우10 바탕화면을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그 뿐이다. 웹 브라우저를 열거나 파일 탐색기를 실행하는 등의 아주 기본적인 작업에서도 짧게는 3~5초, 길게는 10초 이상의 지연 시간이 발생한다. 그리고 각종 소프트웨어를 설치하면 처음에는 그나마 빠른 편이었던 부팅 시간도 대폭 느려진다. 시스템 메모리가 2GB에 불과하기 때문에 다중 작업은 거의 생각할 수 없다. 웹 서핑을 하다가 동영상 감상을 하거나 유튜브를 보면서 문서 작업을 하는 등의 작업도 힘겹다.

무엇보다 뼈 아픈 점은 저장공간이 32GB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나마 그 절반은 윈도우10 및 초기 설치 소프트웨어가 차지하고 있어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초기 공간은 16GB에 불과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쓸 수 있는 공간은 이보다 더 적다. 윈도우 운영체제를 정상적으로 이용하기 위해선 각종 보안패치 및 업데이트 설치가 사실상 필수인데, 이러한 업데이트 파일이 차지하는 공간이 만만치 않다.

윈도우 업데이트 후 남은 저장공간

실제로 이 노트북에서 업데이트 기능을 실행해 20여개 항목의 업데이트 패치를 설치하니 남은 저장공간이 2.35GB로 줄어들었다. 그나마 몇몇 업데이트는 설치하지도 못했다. 이 상태에서 각종 소프트웨어의 추가 설치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업그레이드 가능성도 사실상 전무

기본 사양이 낮은 노트북이라면 나중에 따로 업그레이드 할 수 있는 수단이라도 마련해 두는 것이 미덕이다. 일반적인 노트북은 시스템 메모리나 저장장치 업그레이드 정도는 가능하다. 하지만 이 노트북은 그것조차 되지 않는다.

노트북의 내부. 업그레이드 기능이 전무하다

노트북 하단의 커버를 열고 내부를 보니 메모리 업그레이드를 위한 슬롯, 저장장치(HDD나 SSD) 업그레이드를 할 수 있는 SATA 포트나 M.2 포트도 없다. 메모리나 저장장치가 기판에 온보드(납땜)된 상태로 출고되기 때문이다. 결국 이 상태로 끝까지 써야 한다. 그 밖의 방법으로 용량을 확장하려면 USB 메모리나 외장하드, SD카드 등을 접속하거나 클라우드 저장소 서비스 등을 이용하는 것도 방법 중 하나겠지만 이건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다.  

고객에 대한 최소한의 성의 아쉬워

결론적으로, 이 노트북으로 할 수 있는 건 그다지 없다. 인터넷 서핑 같은 아주 기본적인 컴퓨팅은 간신히 할 수 있겠지만 이 조차도 그다지 쾌적하다고 할 수 없다. 공짜로 주는 제품에 뭘 더 바라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엄밀히 따져봤을 때 이런 사은품을 마냥 '공짜'라고는 할 수 없다. 어떤 사업자건 고객 유치 및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한 비용은 당연히 쓰기 마련이고, 인터넷 사업자들은 그 비용 일부를 떼어서 가입자에게 사은품이라는 명목으로 주는 것 뿐이다. 고객 입장에선 당연히 받아야 할 것을 받은 것이니 이건 공짜가 아니다.

고객에게 합당한 대가를 제공하는 것이라면 최소한의 성의는 필요하다. 겉보기만 그럴 듯 하고 실제로는 활용하기 어려운, 그것도 이미 단종된 2년 전의 제품을 생색내듯 제공하는 건 아무리 봐도 고객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지금 팔리는 30만원 근처의 저가형 노트북 중엔 이보다 훨씬 쓸 만한 제품도 제법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는 사은품을 신청하기 전에 그 자세한 내용을 꼼꼼하게 살펴보지 않은 고객의 책임도 일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일반인들은 CPU가 뭔지, 메모리가 뭔지 들어봐도 잘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그런 이유로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한다면 참 서글픈 일일 것이다.

참고로, 인터넷이나 IPTV, 전화를 신청하고자 할 때는 통신사(SKT, KT, LGU+ 등) 본사보다는 대리점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당장 포탈 검색창에 '인터넷 가입'만 입력해봐도 가입 사은품으로 현금이나 상품권을 수십만 원어치 제공한다는 대리점이 무수히 많다. 물론 이 역시 당연히 고객으로서 받아야 할 것을 받는 것 뿐이지만, 굳이 가입을 한다면 제공되는 사은품의 가치가 어느 정도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자. 소비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꼭 알아두어야 할 사항이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이전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