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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산대 없는 AI상점 '아마존 고' 오픈... 무인 슈퍼 시대 열리나

강일용

[IT동아 강일용 기자] 인공지능 기술의 발전이 마침내 오프라인 상점에까지 이르렀다. 계산원(cashier) 없는 무인상점의 상용화가 코 앞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가장 큰 온라인 쇼핑몰이자, 세계 최대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자인 아마존은 22일(현지시간) 내부 직원을 대상으로만 비공개 테스트를 진행 중이던 무인상점 '아마존 고(Amazon GO)'를 일반인에게 공개했다.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에 위치한 아마존 고는 '컴퓨터 비전(보는 능력)', '딥러닝(인공신경망)' 등 인공지능 기술과 첨단 센서 기술을 활용해 오프라인 상점을 혁신한 O2O(Online to Offline) 서비스의 대표적인 사례다. 유통의 미래는 어떤 모습일까.

아마존 고
<지난해 일반에 공개되기 이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되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아마존 고 현장을 방문해 촬영한 사진. 겉으로 보면 어엿한 일반 슈퍼마켓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곳은 첨단 인공지능 기술과 무인 자동화 기술을 적용해 유통의 미래를 보여주는 장소로 전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아마존 고는 무엇?

아마존 고는 세계 최초로 일반인에게 공개된 무인상점이다. 2016년 12월 5일 직원을 대상으로 한 클로즈드 베타테스트(특정인만 참여 가능한 서비스 품질 확인)를 시작하고 1년 1개월만에 정식 서비스를 개시했다. 아마존 고에서 파는 물건은 일반 식료품점(슈퍼마켓)과 동일하다. 일반 식자재와 음료, 술, 살짝 조리된 먹거리, 그외 생필품 등을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아마존 고는 계산원이 없다는 점에서 일반 식료품점과 큰 차이가 있다. 고객은 아마존 고에 입장해 원하는 물건을 고른 후 바로 나가면 된다. 구매한 물건은 아마존 계정을 통해 사용자에게 자동으로 청구된다.

아마존은 이러한 아마존 고의 콘셉트를 'Just Walk Out Shopping(멈춤 없는 쇼핑)'이라고 표현했다.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계산원 앞에서 기다릴 필요없이 원하는 물건을 구매해서 바로 나갈 수 있는 상점을 만드려는 아마존의 야심을 함축한 문장이다.

물건을 집어들고 그냥 나가라, 이게 바로 아마존 고를 이용하는 방법

아마존 고는 현재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시 아마존타워2 1층에 위치해있다. 아마존의 본사는 시애틀 곳곳에 위치해있는데, 그 가운데 가장 큰 건물이다. 아마존타워2는 시애틀에서도 손 꼽히는 마천루이지만, 아마존이 건물 전체를 사옥으로 이용하고 있어서 관광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하지만 아마존 고가 공개됨에 따라 세계 최초의 무인상점을 경험하려는 사람들이 모여들고 있다. 시애틀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파이크플레이스마켓'과 '스타벅스 1호점' 근처에 있어 새로운 관광지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아마존 역시 이점을 노리고 입지 선정을 한 것으로 풀이된다.

아마존 고
<지난해 일반에 공개되기 이전 직원들을 대상으로 시범운영되던 미국 워싱턴주 시애틀 아마존 고 현장을 방문해 촬영>

아마존 고를 이용하려면 먼저 '아마존 고 앱'을 내려받아 회원으로 가입해야 한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또는 아이폰에 아마존 고 앱을 설치한 후 결제용 신용카드 정보를 입력하면 개인식별용 QR코드가 생성된다. 이 QR코드를 아마존 고 입구에 있는 식별기에 가져다대면 문이 열리고 아마존 고를 이용할 수 있다. 입장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지하철 개표기를 통과하는데 걸리는 시간과 거의 동일하다.

아마존 고에서 판매하는 물건을 에코백에 담거나 손에 들면 아마존 고 앱의 결제 서랍에 자동으로 해당 물건이 담긴다. 만약 에코백에서 물건을 꺼내 다시 원래 자리에 두면 아마존 고 앱 결제 서랍에 담겨있던 물건도 자동으로 사라진다.

원하는 물건을 골랐다면 이제 이를 들고 밖으로 나가면 된다. 쇼핑은 끝났다. 물건을 결제하기 위해 번거롭게 결제원 앞에서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아마존 고 밖으로 나오고 10분 정도가 지나면 아마존 고 앱을 통해 물건의 결제가 완료되었다고 메시지가 날아오면서 모든 절차가 마무리된다.

무인상점의 원리와 한계

아마존 고는 인공지능 기술과 센서 기술을 활용해 무인상점을 구현했다. 아마존 고에 입장하면 천장에 부착된 수백대의 카메라를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이 바로 아마존 고를 운영하는 '인공지능의 눈'이다.

고객이 QR코드를 찍고 아마존 고에 입장하면 인공지능의 눈이 고객의 움직임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고객이 누구인지, 집어든 물건이 무엇인지 등을 파악한 후 물건을 아마존 고 밖으로 들고 나가면 아마존 고 계정을 통해 자동으로 비용을 청구하고 있다.

아마존 고의 인공지능은 아직 완성된 것이 아니다. 일단 고객이 어떤 물건을 얼마나 들고 나갔는지 인공지능의 눈만으로 확실히 파악하기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물건의 선반에 무게를 감지하는 센서를 부착해 인공지능이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사용자가 작은 물품을 구매할 경우 몇 가지를 놓치고 이를 누락시키는 문제도 발견되었다.

하지만 데이터를 학습할 수록 성능이 향상되는 인공지능의 특성 상 이러한 문제는 빠른 시일내에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아마존 고의 인공지능은 고객을 20명까지 밖에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를 가지고 있었다. 21명째 인원부터는 사용자 구분 및 동선 추적이 불가능해 해당인에게는 비용청구를 하지 못했다. 사실 지난해 초 일반인에게 공개하려 했던 아마존 고의 서비스 일정이 1년 이상 미뤄진 것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서다. 하지만 아마존의 지속적인 연구와 인공신경망 기술 강화를 통해 지난해말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고, 인공지능이 167제곱미터(약 51평)에 달하는 아마존 고 매장내의 모든 인원을 추적할 수 있게 되었다.

계산원은 이제 무엇을 해야 하나?

계산원 없는 무인상점이 현실화됨에 따라 많은 계산원들이 직업을 잃을 위기에 처했다. 뉴욕타임즈는 아마존 고 방문기를 통해 "2016년 기준 미국 내에서 약 350만 명이 계산원으로 일하고 있는데, 아마존 고 같은 무인상점이 확대되면 이들이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지적에 아마존은 계산원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들의 역할이 변경되는 것이라고 답했다. 아마존 고는 완벽한 무인상점이 아니다. 내부에는 시스템 관리를 위한 많은 직원이 상주하고 있다. 이들은 부족한 물건을 즉시 채우고, 고객의 궁금증을 해결해주며, 다양한 즉석 요리를 만들어 고객에게 제공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아마존 고에는 같은 크기의 상점보다 더 많은 직원이 일하고 있다.


<무인매장서 쇼핑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아마존 고 광고 영상>

아마존 고의 목표는 무인상점이 아니다. 단순히 인건비를 아끼기 위해 무인상점을 만들고자 했다면 10여년전 일본 등지에서 유행한 자판기만 모아 놓은 무인상점 시스템이 훨씬 효율적이었을 것이다.

아마존 고의 진정한 목표는 '끊김없는 쇼핑 경험(Seamless Shopping Experience)'이다. 아마존은 물건을 구매하기 위해 오랜 시간 줄을 서야했던 기존 시스템을 타파해 고객에게 더 나은 쇼핑 경험을 제공하려하고 있다. 고객 만족을 위해 아마존 고 내부에는 많은 직원이 상주하며 고객들의 쇼핑 경험 향상을 위해 힘쓰고 있다. 계산원을 없애 인건비를 아끼는 것이 아니라 그들도 고객 경험을 향상시키는 전문가가 되도록 역할 변경을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 아마존의 설명이다.

아마존 고

아마존의 다음 목표? 무인상점 확대와 스마트상점 솔루션 판매

아마존은 현재 아마존 고의 확장에 대해 말을 아끼고 있다. 미국의 경제지 비즈니스인사이더는 아마존이 향후 2년 동안 미국 전역에 20군데의 아마존 고를 설립할 것이라고 보도했으나, 아마존은 이에 대한 논평을 하지 않은 상태다. 현재로서는 시애틀 외에 다른 곳에 아마존 고를 확장할 계획은 공식적으로 없다.

하지만 아마존이 보유한 유기농 식품 전문 판매점 홀푸드마켓(Whole Foods Market)과 아마존 고의 무인상점 시스템을 결합하면 그 파급력을 결코 작지 않을 것이라는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홀푸드마켓은 미국 전역에 약 480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이러한 매장을 바탕으로 월마트, 타겟 등과는 차별화된 입지를 확보하고 있다.

아마존 고는 아마존의 양대 주력사업인 아마존닷컴, 아마존웹서비스와는 별개의 서비스다. 아마존 고라는 별개의 팀에서 관련 기술을 개발한 후 상용화에 나선 것이다. 지속적인 기술 개발과 오프라인 상점 적용을 통해 무인결제 시스템을 완성한 후 아마존 고 브랜드로 스마트상점 솔루션 판매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을 장악한 아마존이 클라우드와 스마트상점 솔루션을 결합해 판매하면 그 파급력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양판점과 슈퍼마켓의 결제 시스템에 큰 변화가 일어날 시기가 코 앞으로 다가왔다.

글 / IT동아 강일용(zer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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