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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xt Reality Story] "VR의 핵심은 이것" CES 2018 찾은 한국 VR 콘텐츠 개발자들이 보고 느낀 것은?

강형석

[IT동아 강형석 기자]

"가상/증강현실(VR/AR) 관련 하드웨어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다. 문제는 콘텐츠. 소비자들이 다양한 방법으로 VR/AR을 경험할 수 있는 콘텐츠가 필요하다. 이 분야는 우리나라도 노력하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빠르게 발전하는 기술에 콘텐츠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가 열쇠가 될 것이다."

CES 2018 전시장을 둘러본 VR/AR 콘텐츠 개발자들의 생각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드웨어와 액세서리의 질은 좋아졌지만 콘텐츠가 부족하다는 것을 느낀 것이다. 그 안에서 국내 개발사들의 돌파구가 모습을 드러냈으니 바로 세계에서 통할 양질의 '콘텐츠'다. 기자 또한 마찬가지였다. 다양한 하드웨어와 주변기기들이 눈에 띄었지만 정작 이를 즐기는 콘텐츠는 없었다. 아무리 소비자 가전쇼인 CES가 소프트웨어보다 기기와 기술이 중심이라지만 너무 했다는 생각도 들었던 것도 사실.

콘텐츠의 확보는 모든 기기 플랫폼이 갖는 숙제다. 특히 VR/AR은 사람이 직접 체험하는 것으로써 기기의 완성도와 함께 콘텐츠의 질적 요소도 필수적이다. 고가의 기기를 구매했거나 이를 즐길 수 있는 곳을 방문했는데 정작 할게 없다면 문제 아니겠는가? 이를 위해 우리나라는 다양한 방법으로 콘텐츠 개발사를 지원하고 있다. 경기콘텐츠진흥원도 광교경기문화창조허브를 통해 차세대 콘텐츠 산업 중 하나로 부상 중인 VR/AR 개발자들을 지원하는 중이다.

한편, 기자는 경기도와 경기콘텐츠진흥원, 광교경기문화창조허브와 함께 CES 2018 행사장을 찾은 VR/AR 콘텐츠 개발자 4명과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인 더벤처스(The Ventures) 관계자 2명을 만나 현지를 찾은 목적과 성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그들의 눈으로 본 CES 2018의 VR/AR 시장은 어땠을까?

이 자리에는 길창군 더벤처스 이사, 장수이 더벤처스 매니저, 이대원 픽셀핌스 대표이사, 최명균 픽셀핌스 이사, 송승연 브래니(VRANI) 매니저, 김선우 브래니 브랜드 매니저 등이 함께 했다.

CES 2018 현장에서 만난 국내 VR 콘텐츠 개발자 및 투자자들.

IT동아 : CES 2018 전시장을 다들 둘러 봤을 것이다. 우선 각자 느꼈던 부분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싶다.

길창군 : 가상/증강현실 기업들이 CES에 많이 참여한 것 같다. 올해는 이들이 밀집되어 있는 사우스홀을 둘러 봤는데 시대의 흐름은 거스를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반면 하드웨어는 많았지만 이를 접목해 디지털 서비스로 확장한 형태가 나와야 하는데 이것이 부족하다고 느껴졌다. 이건 반대로 창조오디션 참여 팀들은 물론 스타트업들에게도 기회라 생각한다. 가상과 현실이 융합되어 몰입형 디지털 서비스 형태로 확장하고 연결하는 것이 경쟁력이 될 것이다.

장수이 : 직업 특성상 컨퍼런스와 박람회 참여는 많이 하고 있다. 자연스레 관련 기업들도 많이 만나게 된다. 올해 CES를 보면 우리도 충분히 시장을 이끌 수 있는 수준이 되어가고 있다 생각한다. 이전에는 우리나라가 그저 따라가는 입장이라 봤는데 기술 격차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노력하면 세계 시장에서 성공을 일굴 수 있으리라 본다.

이대원 : CES는 처음 와봤다. VR 생태계 관련 기업들과 다양한 하드웨어들을 접할 수 있어 매우 만족스러웠다. 또한 기업과 기업이 서로 성과를 가져가기 위해 열린 마음으로 대한다는 점을 느꼈다. 우리 또한 많은 기업들과 접촉해 여러 논의를 했고 그 과정에서 뿌듯함을 느꼈다.

최명균 : 우리나라에서 VR을 하는 기업들에 시장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안감이 있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을 안고 CES를 찾았다. 이번에 둘러보니 하드웨어 요소는 많이 개선됐음을 느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이런 기업들과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CES 내 VR 행사에 참여한 적 있는데 해외 기업들이 어떤 방향으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지, 우리가 개발하고 있는 것들이 시장 흐름에 부합하는지 여부도 확인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김선우 : 기술 관련 흐름을 확인할 수 있어 좋았다. VR은 하드웨어 개발 부분이 이슈라고 생각했는데 여기에 와서 국내 미출시된 기기를 체험할 수 있었고 우리가 앞으로 어떤 콘텐츠를 만들지 생각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다. 분명 지난해 대비 VR 규모는 줄었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보면 부분적으로 발전된 것도 분명히 있다. 이를 바탕으로 우리의 개발 중인 콘텐츠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송승연 : 우리 브래니(VRANI)는 아동용 VR 콘텐츠를 개발하는 기업이다. 특성상 오프라인 사업도 겸하고 있는데, 이번 CES를 보면 위치기반 시장이 매우 커져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는 우리가 겨냥한 것과 비슷하다. 이번에 바이브 측과 만남을 가졌는데 이야기를 나눠보니 우리와 생각이 비슷했다. 이 외에 우리는 관련 액세서리도 중요하다. 아이들이 쓰기 좋아야 하는데 다양하게 준비되어 있어 놀랐다. 향후 사업 계획을 준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인터뷰에 자리한 송승연 VRANI 매니저(좌)와 김선우 VRANI 브랜드 매니저(우).

IT동아 : 우리나라 VR/AR/MR 등 가상현실 관련 시장은 현재 어떻게 흘러가고 있다 생각하는지 말해달라.

이대원 : 시간이 흐를수록 무늬만 VR로 치장한 곳은 도태되어 가는 중이라 본다. 마케팅 유행에 매달리지 않고 이제 진짜 VR만 하는 사람들만 모여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명균 : VR의 단점은 가격이나 설치 부분에 있다. 이를 구매까지 이어지는 층을 보면 얼리어답터나 기업의 개발 목적이 전부였다면 이제 달라지리라 본다. 올해 보면 바이브가 무선 제품도 선보일 예정이고 단일작동 기기나 기타 가상현실 기기도 성능을 높이고 있다. 체험적인 부분으로 보면 나아지고 있으며, 2019년에는 더 좋아질 것이라 생각한다.

김선우 : 같은 생각이다. 지난해에 보면 대부분 아이디어 단계에 머물렀다면 이제 구체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것 같다. 확실히 VR에 대한 부분이 제품이 아닌 실제 시장에 내놓을지 여부를 놓고 움직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송승연 : 사실 최근 VR 기기들이 출시되고 시장이 형성되면서 일반 소비자들에 대한 희망이 있었다.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아니었다. 오큘러스만 봐도 그렇지 않나? 처음 제품이 혁신적인 이미지를 보였으나 실제로는 가격 장벽이 높아 하드코어한 장비가 되었다. 현재는 거품이 조금 빠진 느낌이다. 기업들도 일반 소비자 지향으로 가려면 선택을 해야 한다고 본다. 실제 어떻게 수익을 낼 것인가에 대한 고민 말이다.

IT동아 : 많은 기업들이 어트랙션(외부에서 단시간 즐기는 콘텐츠) 시장에 주목하고 있다. 일부는 이 시장이 크게 성장하리라 예상하기도 했는데, 이에 대한 견해는?

이대원 : 어트랙션은 그 방향으로 가는 것이라 본다. 상호작용(인터렉션)은 분명히 있어야 한다. 우리는 결국 집안으로 돌아가리라 본다. 시간은 걸리겠지만. 어트랙션 물론 우리에게도 사업 모델의 일부라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소비자를 만나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B2C다.

최명균 : 게임을 만드는 입장에서 보면 어트랙션으로 가는 의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아케이드(게임장)나 가정에서도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것도 의미가 있다. 이 사업은 나름대로 성장하리라 본다. 극장에서 영화 본다고 집에서 영화 안 보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소비자들도 어트랙션을 즐기다 보면 가정 내에서 즐기는 시기가 올 것이다. 이를 미리 준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그들이 기회를 잡을 것이라 본다.

김선우 : CES 기간 중 열린 VR 페스트(FEST)에서 한 연사는 VR 어트랙션은 일반 소비자들이 VR로 오게 만드는 매개가 될 것이라 봤다. 집이든 밖이든 모든 시장은 발전하리라 본다.

이대원 : VR 어트랙션만으로 가지 않을 것이다. 하드코어 시장은 이미 있다. 성장하는 시장 내에는 하드코어 시장과 비 하드코어 시장으로 나뉠 것이다. 처음 즐기거나 가볍게 즐기려는 이들은 어트랙션으로 갈 것이고 그 외에는 직접 구매해 즐길 것이라 본다.

최명균 : 일반적으로 VR/AR이 활성화되려면 성능 및 품질이 좋은 제품이 나와야 한다. 그러나 처음부터 어트랙션이 대세가 될거라고 이야기 한다면 물음표가 붙는 것도 사실이다.

인터뷰에 참여한 최명균 픽셀핌스 이사(좌)와 이대원 픽셀핌스 대표이사(우).

IT동아 : VR/AR 시장이 활성화되려면 무엇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가?

이대원 : 당연히 콘텐츠다. VR 게임들을 보면 게이머들이 좋아하는 게임성이 부족하다. 경험을 극대화하는 것 위주로 구성되어 있고 진짜 게임성을 가진 게임은 몇 없다. 우리는 여기에 기회가 있다고 생각한다. VR/AR 플랫폼은 재미 있는 게임을 보유할 자격이 있다. 또한 게임은 하드웨어의 제한을 풀 수 있어야 한다.

최명균 : 최근 8K를 구현하는 VR 기업을 만났다. 경험해 보니까 기술의 발전이 놀라웠다. 이렇게 보면 가격적인 요소나 사양은 빠르게 발전하는 듯 하다. 문제는 대중화가 되는 시점에서 콘텐츠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에 있다. 사용자 마음에 드느냐, 그렇지 않느냐가 대중화의 열쇠다. 이건 기존의 다른 플랫폼들도 마찬가지였다. 우리는 VR이 충분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대원 : 추가로 정책적으로 잘 지원해 주는 것도 필요하다. VR 페스트에 참여해 보니 기술 발전을 콘텐츠가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만의 VR/AR 기기 플랫폼을 만드는 것보다 경쟁력 있는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나라 시장 자체로 놓고 본다면 이미 기기적 요소는 해외에서 만들어 놓은 판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지난 정부는 기기 개발 또는 아케이드 위주의 지원이 이뤄졌는데 콘텐츠 자체를 활성화하기 위한 지원이 필요하다.

길창군 : 조금 다른 생각이다. 전반적으로 VR/AR/MR(혼합현실) 등 관심이 많다고 본다. 가트너도 인공지능과 함께 몰입형 디지털 콘텐츠가 주목 받을 것이라 내다봤다. 우리나라는 정부도 중요하지만 민간 기업들의 참여가 더 중요하다. 민간이 관련 기업들에게 관심을 갖고 투자하거나 인수합병(M&A) 등을 해야 하는데 오로지 인공지능에만 집중하고 있다. 큰 그림으로만 보면 그것만 할 필요가 없다. 다양하게 접근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큰 기업들이 움직이지 않으니 시장은 계속 겉도는 것이다. 정부 외에도 민간이 적극적으로 관심을 보여야 우리 같은 벤처캐피탈도 투자를 하게 된다.

약 40여 분 진행된 짧은 인터뷰였지만 VR/AR 콘텐츠 개발 최전선에 있는 개발자와 투자사 관계자가 바라보는 시각은 비슷하면서도 조금씩 달랐다. 하지만 모두 대한민국 콘텐츠 산업의 발전을 희망하고 있었다. 이를 위해 CES 2018 행사 기간 동안 많은 VR/AR/MR 관련 기업들과 만남을 갖고 다양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이들의 노력이 앞으로 우리나라의 디지털 콘텐츠 산업에 큰 밑거름이 될 것이라는 믿음을 준 뜻 깊은 시간이기도 했다.

글 / IT동아 강형석 (redbk@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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