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2018년 새해에는 '페이퍼 프로' 계획을 세우자!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앞선 기사(http://it.donga.com/27196/)에서 리디북스의 새로운 전자책 리더 '페이퍼 프로'를 잠깐 둘러봤다.책읽기를 좋아하는 애독가는 물론, 기자와 같이 책 자체(책읽기, 책수집하기, 책쌓기, 띠지 모으기 등)를 좋아하는 애서가에게도 전자책 리더는 그저 반갑다. 그동안 여러 업체를 통해 대여섯 종의 전자책 리더가 출시돼 활약했지만 큰 반응은 얻지 못하고, 현재는 두어 개 리더 만이 명맥만 유지하고 있다.

전자책 콘텐츠 전문기업인 리디북스의 대표 리더인 '페이퍼'도 2년 전에 출시되어, 바로 얼마 전까지 많은 애독가, 애서가들이 애용하고 있었다. 그래서 2년 만에 새롭게 출시된 '페이퍼 프로'가 더 없이 반갑기만 하다.

리디북스의 새로운 전자책 리더 '페이퍼
프로'
리디북스의 새로운 전자책 리더 '페이퍼 프로'

며칠 간 사용해 본 페이퍼 프로는, 여지껏 살면서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던 '신년 계획'을 다시 떠올리게 했다.

앞서 언급한 대로, 페이퍼 프로는 7.8인치 화면의 전자책 전용 단말기다. 전자책 읽는 용도에 최적화된 기기라, 혹시라도 최신 태블릿PC 등을 기대하거나 예상하면 '절대' 안된다.

외형이나 기본 사양 등은 이전 기사에서 바룬 바와 같이, e잉크 디스플레이 기술에 300 PPI(인치 당 픽셀 수), 1404 x 1872 화소, 정전식 터치스크린과 좌우 '두 개의 페이지 버튼', 저장공간 8GB에 최대 32GB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 지원, 1GB 램, i.MX6 1GHz 프로세서, 안드로이드 4.4 운영체제, 와이파이 지원(802.11b/g/n), 1,200mAh 배터리 등이다.

두께는 8mm가 채 안되며 무게는 250g 정도다. 6인치 스마트폰이 약 170g, 머그컵이 약 290g, 430쪽 양장서적 한 권이 500g 정도다. 7.8인치 크기 기기치고는 제법 가볍다. 페이퍼 프로를 쥐어 본 이들은 하나 같이 '어~ 가볍네!'를 외친다.

전용 북커버도 별도 판매된다
전용 북커버도 별도 판매된다

그렇게 전자책 리더는 가벼운 게 무조건 좋다. 늘 손에 들려 있어야 하고(그것도 '오래'), 더구나 한 손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전철이나 버스에 서서 들고 읽기에 전혀 무리 없고, 외투/자켓 주머니에 넣어도 그리 부담스럽지 않다.

위쪽 모서리에는 전원(대기) 버튼이, 오른쪽 모서리에는 퀵(기능) 버튼이, 왼쪽 모서리에는 마이크로SD 메모리 슬롯이, 아래쪽 모서리에는 마이크로USB 충전 단자가 각각 있다. 메모리 슬롯 옆에는 리셋 버튼 구멍도 있다.

이들 중 퀵 버튼은, 책을 보고 있을 때 누르면 '터치 잠금 모드'가 된다. 화면 터치로 인한 조작이 불가능한 상태다. 책보기에만 집중하라는 의미다. 터치 잠금 모드가 되면 위쪽 전원(대기) 버튼과 좌우측 페이지 버튼만 작동된다. 퀵 버튼을 다시 누르면 터치 잠금 모드가 해제되고, 길게 누르고 있으면 퀵 메뉴 설정이 뜬다.

퀵 메뉴 버튼을 다른 기능으로 설정할 수
있다
퀵 메뉴 버튼을 다른 기능으로 설정할 수 있다

퀵 버튼은 터치 잠금 모드, 새로고침, 프론트라이트 설정, 와이파이 온/오프, 뒤로가기 기능 중 하나를 지정할 수 있다. (아마도 터치 잠금 모드가 가장 유용하리라 본다.)

전원 버튼을 누른다고 전원이 꺼지는 건 아니고, 대기(sleep) 상태로 전환된다. 길게 누르면 전원을 끄고 켤 수 있지만, 그래야 할 기회가 거의 없다. 대기 상태에도 화면은 꺼지지 않고 대기 상태 화면을 보여준다.

자 이제 페이퍼 프로만의 장점인 '좌우 페이지 버튼'을 보자.

페이퍼 프로를 한 손으로 잡았을 때 엄지손가락이 닿을 본체 중간 부분에 길다란 버튼을 좌우 동일하게 배치했다. 버튼의 윗 부분을 누르면 이전 페이지로, 아랫 부분을 누르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누르는 촉감으로 페이지 넘김 회수를 파악할 수 있다.

엄지손가락 위치에 페이지 버튼이 있다
엄지손가락 위치에 페이지 버튼이 있다

말로만 들으면 '그냥 그런가 보다'할 텐데, 실제로 들고 다니며 전자책을 읽다 보니, 이 페이지 버튼은 정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할만하다. 그리 대단한 기술이 필요한 것도 아닌데, 왜 그동안 이런 버튼을 만들지 않았을까. 특히 좌우로 똑같은 기능으로 붙어 있으니, 왼손으로 잡으나 오른손으로 잡으나 마찬가지다. '딸깍딸깍' 누르는 느낌으로 페이지를 이동하니 여러 페이지를 넘길 때 훨씬 요긴하다.

일반적으로 전자책 리더는 책 화면 왼쪽 부분을 터치하면 이전 페이지, 오른쪽 부분은 다음 페이지로 넘어가는 방식이며, 페이퍼 프로 역시 이처럼 화면 터치로도 페이지를 넘길 순 있다.

하나 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읽는 책(일본만화 등)을 고려해 이전/다음 페이지 버튼 순서를 바꿀 수도 있도록 했다. 즉 버튼 윗 부분이 다음 페이지, 아랫 부분이 이전 페이지 넘김이 된다. 특히 가로보기 모드일 때 유용하다. 위 터치 잠금 모드로 설정하고 페이지 버튼을 사용하면 책읽기에 최적의 환경이 된다.

가로보기 모드
가로보기 모드

페이지 넘김 버튼은 페이퍼 프로의 핵심이고 중심이다.

다음으로 독서 화면으로 들어가보자.

초기 화면 상단 메뉴는 '내 서재', '구매 목록', '서점'으로 나뉘고, 내 서재는 기기에 내려받은 전자책 목록이며, 구매 목록은 리디북스 홈페이지를 통해 구매한 전자책 전체 목록이고, 서점은 인터넷으로 전자책을 바로 구매할 수 있는 메뉴다(와이파이 연결 필요).

내 서재에 저장된 전자책을 터치하면 바로 책 본문이 열린다. 직전까지 읽었던 쪽, 혹은 다른 기기(리디북스 앱이 설치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서 읽었던 쪽이 동기화되어 보여진다. 전자책의 장점 중 하나다.

다른 기기에서 읽던 리디북스 페이지를
동기화한다
다른 기기에서 읽던 리디북스 페이지를 동기화한다

앞서 언급한 대로, 페이지 버튼 외에 본문 화면(세로 기준)의 왼쪽 부분을 터치하면 이전 페이지, 오른죽 부분을 터치하면 다음 페이지로 넘어간다. 화면의 중간 부분을 터치하면 화면 위아래로 본문 기본 메뉴가 나타난다.

이 메뉴를 통해 좌우 페이지 버튼의 기능 변경, 가로 보기, 서재 목록 상단 고정, 화면 밝기/색 온도 조절, 본문 검색(이상 위 메뉴), 목차 이동, 독서 노트(본문에 기록한 노트, 형광팬/밑줄 등) 확인, 본문 보기 설정, 뷰어 설정(이상 아래 메뉴) 등을 처리할 수 있다. 이는 페이퍼 프로뿐 아니라 대부분의 e잉크 기반 전자책 리더의 공통 기능이다.

페이퍼 프로는 화면 밝기 및 색온도를 손가락 터치만으로 간단히 조절할 수 있다. 본문 화면에서 손가락 하나를 터치해 위아래로 밀면 밝기가, 손가락 두 개를 터치해 위아래로 밀면 색온도가 변경된다(단 터치 잠금 모드 상태라면 우측 퀵 버튼으로 잠금 모드를 먼저 풀어야 한다.) 화면 밝기나 색온도를 그리 자주 조절하진 않지만, 책 읽는 장소나 환경에 따라 밝기와 색온도를 그때그때 바로 조절할 수 있다는 건 분명 장점이다.

두 손가락으로 터치해 밀어 올리거나 내리면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두 손가락으로 터치해 밀어 올리거나 내리면 색온도를 조절할 수 있다

참고로 색온도는 장시간 독서 시 눈의 피로를 줄이거나, 숙면을 방해하는 '블루라이트'로부터 사용자를 보호하는데 필요한 조명 옵션이다. 자기 전에 머리 맡에 두고 읽을 때 유용한 기능이고, 전자책 리더라면 이제는 응당 갖춰야 할 기능이다.

한편 독서 중 인상적이거나 저장할 문구를 보면, 이 부분을 2초간 터치해 영역을 선택하면 형광팬 표시나 밑줄 표시를 할 수 있다. 혹은 간단한 메모도 기록할 수 있다. 이들 표기나 메모는 화면 하단 메뉴의 '독서노트'에서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 (이 역시 전자책의 장점이다.)

본문에 밑줄이나 형광팬을 표기할 수 있다
본문에 밑줄이나 형광팬을 표기할 수 있다

페이퍼 프로 전자책 본문의 형태와 구성을 종이책과 비교해 보면, 페이퍼 프로의 화면이 훨씬 가독성 높고 읽기 수월하다는 걸 깨닫는다. 빽빽하게 글자로 채워진 종이책과 달리, 페이퍼 프로 전자책은 글꼴과 크기, 문단 너비, 줄 간격, 문단 정렬 등을 원하는 대로 변경할 수 있다(화면 하단 메뉴의 '보기 설정'에서 가능).

종이책(왼)과 전자책(오른)의 본문 화면
비교
종이책(왼)과 전자책(오른)의 본문 화면 비교

글꼴은 글꼴 파일을 복사 저장해 추가할 수도 있다(페이퍼 프로와 PC를 USB케이블로 연결. 단 추가 글꼴에 따라 한자 등이 제대로 표기되지 않을 수도 있다).

글꼴 및 크기, 문단 간격 조정 메뉴
글꼴 및 크기, 문단 간격 조정 메뉴

다만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e잉크 디스플레이의 특성 상, 이전 페이지의 잔상이 다음 페이지에 흐릿하게 남기도 한다. 독서에 불편을 줄 정도는 아니거니와 1분 정도 지나면 잔상이 사라지긴 하지만,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화면을 자동으로 새로 고친다(리프레시).

e잉크 디스플레이는 터치 입력에도 약간의 지연(딜레이)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페이퍼 프로를 접하면서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의 터치 감도와 반응속도를 기대해선 안된다. 물론 이는 e잉크 디스플레이를 적용한 모든 전자책 리더의 공통 이슈다.

글자 입력을 할 때는 터치마다 0.5초 정도의 지연이 있으니, 이를 감안해 한자 한자 천천히 입력해야 한다. 페이퍼 프로는 읽기 위한 기기지 쓰기 위한 기기가 아님을 고려하자.

키보드 입력 화면
키보드 입력 화면

어쨌든 화면 대각선 약 7.8인치 크기로 보는 페이퍼 프로의 전자책은, 종이책에 비해 탁월한 읽기 경험을 안겨준다. 한 손으로 쥐고 한 손으로 페이지 넘기며 읽는 경험은 독서의 새로운 맛을 느끼게 한다.

한편, 초기 화면의 '서점' 메뉴를 통해, 와이파이 연결 후 리디북스 인터넷 서점에 접속해 전자책을 바로 구매해 내려받아 읽을 수 있다. 페이퍼 프로는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를 내장해 (사전 결제한) '리디캐시'를 통해서만 구매 결제할 수 있다. 스마트폰 등의 모바일 결제 기능을 탑재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페이퍼 프로에서 리디캐시로 결제하거나, 스마트폰의 리디북스 앱을 통해 여러 결제 방식으로 구매 결제한 다음, 페이퍼 프로에서 해당 구매 서적을 내려받으면 된다.

페이퍼 프로로는 리디캐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페이퍼 프로로는 리디캐시로만 결제할 수 있다

혹은 매월 일정 금액을 정기 결제해 리디캐시를 충전한 다음 페이퍼 프로에서 곧바로 결제하는 방법도 좋다. 참고로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최소 10% 이상 저렴하며, '구매'가 아닌 '대여' 형태는 종이책 대비 절반 정도로 책정된다.

예를 들어, 기자가 읽고 있는 <삼국지 조조전>은 총 15권 세트이며, 종이책은 각 권 13,000원, 전자책 구매는 9,100원(30% 할인), 10년 대여는 5권 묶음이 15,000원이다. (1권만 7일간 무료 대여)

즉 15권 세트를 종이책으로 사면 19만 5,000원이지만, 전자책으로 10년 대여하면 45,000원이다. 그리고 15권 모두를 하나의 기기에 다 넣어 언제든 볼 수 있다. 물론 실물 책이 없다는 아쉬움은 남지만, 15권 세트를 언제든 간편하게 열어 볼 수 있다는 건 전자책 만의 특징이자 이점이다. 전자책은 외장 SD메모리로도 저장할 수 있으니, 용량 부족해 책 못 읽겠다는 소리는 못할 것이다.

종이책 15권 세트를 하나의 기기로
종이책 15권 세트를 하나의 기기로

전자책 리더인 만큼 배터리도 오래 간다. 태블릿PC나 스마트폰으로 전자책을 읽는다면 배터리 소모가 빠를 수 밖에 없다. 페이퍼 프로는 독서를 위한 최소한의 전력만 사용하기에, 한번 완전충전하면 꽤 오랜 시간 책을 읽을 수가 있다. 하루 두 시간 읽는다면 2주 정도는 능히 버틸 수 있을 듯하다(와이파이 끔). 역시 배터리 부족해 책 못 읽겠다는 말, 할 수 없다.

책 읽는 속도도 종이책보다 훨씬 빠르다. 종이책과 달리 글꼴이나 크기, 문단 간격 등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니 가독성이 좋다. 무엇보다 (몇 번을 얘기하지만) 양쪽 페이지 버튼 덕에 읽기 속도가 한결 빠르다. 가방이든 외투 주머니든 넣고 다니다 언제 어디서든 꺼내서 바로 읽으니 좋다. 출퇴근 지하철 안에서 읽기에 정말 최적이다. 종이책이라면 펼치기조차 쉽지 않을 테니.

여담으로, 기자에게는 본문 아랫쪽 표시되는 시계도 의외로 요긴했다.

기자는 이전부터 리디북스 앱을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로 이용하고 있었다. 스마트폰은 화면이 작아 가독성과 집중도가 떨어지고, 태블릿PC는 읽기는 좋지만 오래 들고 있기에는 아무래도 부담스러웠다. 물론 태블릿PC가 화면도 깨끗하고 컬러도 출력되고(e잉크는 흑백 전용), 태블릿PC용 리디북스 만의 특별 기능도 있기도 하다. 7~8인치 태블릿PC도 리디북스 전자책을 읽기에는 충분히 훌륭하다.

그럼에도 페이퍼 프로만 쥐게 되는 건, 페이퍼 프로는 '독서에 최적화된 기기'라는 점 때문이다. 태블릿PC가 리디북스 전자책도 읽을 수 있는 기기라면, 페이퍼 프로는 '전자책에 집중'할 수 있는 기기다. 어느 것이든 '책을 읽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어떻게 읽느냐'에는 분명한 차이점이 있다. 전자책 리더를 사용해 본 적이 있다면, 전자책이든 종이책이든 독서량이 적지 않다면, 독서의 질을 높이고 싶다면 2018년 새해에 페이퍼 프로를 계획해 보라.

전용 가죽 케이스도 별도 판매된다
전용 가죽 케이스도 별도 판매된다

리디북스 페이퍼 프로의 가격은 24만 9,000원이다.
(참고로 리디북스 전자책 앱은 페이퍼 프로를 비롯해 일반 PC, 안드로이드 기기, iOS 기기, 맥 PC 등 다양한 기기에서 사용할 수 있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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