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원조의 귀환, 엡손 L4150 완성형 정품무한 잉크젯 복합기

김영우 pengo@itdonga.com

[IT동아 김영우 기자] 요즘 프린터/복합기 시장의 대세는 누가 뭐래도 '무한잉크'다. 경제성은 물론, 편의성 면에서도 기존 제품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2011년에 업계 처음으로 제조사 공인의 정품 무한잉크 제품군을 출시한 엡손(Epson)은 이 분야의 사실상 '원조'라 할 수 있다.

허나 원조라 하여 엡손 제품이 무조건 최고였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후, 캐논이나 브라더를 비롯한 타사에서도 정품 무한잉크 제품군을 출시해 본격적인 경쟁이 시작되면서 엡손 제품의 단점도 부각되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시각적으로 깔끔하지 못한 외부형 잉크탱크라던가, 용지 여백 없는 출력 기능을 지원하지 않는 점 등이 아쉬웠다. 이후에 엡손에서 몇 가지 개량 제품이 나오긴 했지만, 기본적인 구조와 특성은 2011년 제품에서 크게 변하지 않았다.

엡손 L4150 무한잉크 복합기
엡손 L4150 무한잉크 복합기

하지만 최근 출시된 엡손의 2018년형 무한잉크 제품군(L4150, L4160, L6160, L6170, L6190 등)은 완전히 달라졌다. 이전 제품에서 지적 받았던 단점을 대부분 개선했으며, 프린터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출력 관련 기능 역시 향상되어 한층 완성도 높은 제품이 되었다. 엡손에선 이 제품들이 '완성형 정품무한'이라 강조하고 있다. 이번 신제품 중에서도 가장 기본형 모델인 L4150 복합기(프린터, 복사기, 스캐너 겸용)를 직접 살펴보며 구매가치를 가늠해보자.

디자인 '환골탈태'

L4150를 비롯한 엡손의 2018년형 무한잉크 제품군은 디자인이 정말 많이 변했다. 일반 보급형 프린터에 잉크탱크만 따로 붙여둔 듯했던 전작과 달리, 본체 내장형 잉크탱크를 적용해 훨씬 깔끔한 느낌을 준다. 좌우 폭이 짧아진 덕분에 공간활용성도 향상되었다. 설치 공간에 제약이 있는 가정이나 소규모 사무실 등에서 환영받을 듯 하다.

상단의 평판 스캐너
상단의 평판 스캐너

복사 및 스캔을 하기 위한 평판 스캐너(A4 사이즈)의 덮개, 그리고 상단 용지 급지대(A4용지 기준 최대 100매 적재 가능)는 평상시엔 본체에 완전히 수납되는 디자인이다. 시각적으로 보기 좋을 뿐 아니라 본체 위에 뭔가 물건을 놓아두기에도 적당하다.

상단 용지 급지대
상단 용지 급지대

그리고 본체 하단의 배출 트레이는 분리되거나 접히는 부분없이 단일 프레임으로 구성된 심플한 구성을 취한 것이 눈에 띈다. 전면 하단에 대용량 용지함까지 갖추고 있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은데 아쉽게도 그건 L6160이나 L6170, L6190과 같은 상위 모델에만 달려있다.

하단 배출 트레이
하단 배출 트레이

본체 후면은 전원 포트 및 PC 연결용 USB 포트만으로 간결하게 구성되었다. 유선랜 포트는 없지만 내부에 와이파이 기능을 갖추고 있어 USB 케이블 연결 없이 와이파이로 PC나 스마트폰, 태블릿 등의 접속이 가능하다. 부가 기능 면에서 다소 아쉽던 전작과 달리, 기본형 모델에도 와이파이 접속 기능이 있는 점이 인상적이다.

후면의 전원 포트 및 USB-B 포트
후면의 전원 포트 및 USB-B 포트

본체 전면의 인터페이스는 핵심적인 기능만 모아둔 심플한 구성이다. 이를 통해 전원 및 와이파이 설정, 네트워크 상태 확인, 흑백 복사, 컬러 복사, 작동 중지 등의 조작을 PC 연결 없이 자체적으로 할 수 있다. 참고로 L4150 본체에 디스플레이 창이 없는 것이 아쉽다면 상위 제품인 L4160 이상의 모델을 선택하도록 하자.

본체 전면 인터페이스
본체 전면 인터페이스

잉크탱크 형태 뿐 아니라 잉크의 성분, 주입 편의성도 크게 향상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L4150를 비롯한 엡손의 신형 무한잉크 제품군은 외부 노출형이 아닌 내장형 잉크탱크를 갖추고 있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단지 잉크탱크의 구성만 바뀐 건 아니다. 잉크 자체도 기존 제품과 다른 것을 쓴다. 전작에선 검정 4,000매, 컬러 6,500매를 출력할 수 있는 엡손 T664 규격 잉크(각 70ml)를 이용했지만, 신형 제품은 검정 7,500매, 컬러 6,000매를 출력할 수 있는 엡손 T03Y 규격 잉크(검정 127ml, 컬러 각 70ml)를 이용한다. 검정 잉크의 용량이 확실히 커졌다.

본체에 동봉된 엡손 T03Y 규격 잉크
본체에 동봉된 엡손 T03Y 규격 잉크

특히 검정 잉크는 용량 뿐 아니라 성분도 바뀌었다. 전작은 검정과 컬러 잉크 모두 염료 잉크를 이용했지만, 신형은 검정 잉크가 안료 성분으로 바뀌었다. 염료 잉크는 다양한 컬러 표현이 가능해 이미지 출력을 할 때 유리하며, 안료 잉크는 보존성이 높고 수분과 접촉해도 잘 번지지 않아 텍스트 출력에 유리하다.

검정 잉크가 안료 성분으로 변경, 수분과 접촉해도 잘 번지지
않는다
검정 잉크가 안료 성분으로 변경, 수분과 접촉해도 잘 번지지 않는다

엡손 T03Y 규격 잉크는 2017년 12월 엡손 공식 몰 기준, 한 통에 검정 11,600원, 컬러 6,800원에 팔리고 있다. 1 장당 1.54원 남짓의 잉크 비용(검정 기준)이 소모되는 셈인데 이는 일반 잉크젯은 물론, 어지간한 레이저 프린터보다도 한층 저렴한 유지비용이다. 참고로 L4150 본체를 사면 시중에서 따로 파는 것과 동일한 용량의 번들잉크(검정+컬러)를 기본 제공하므로 한동안 추가 지출은 없을 것이다.

통을 쥐어 짤 필요 없이 꽂아두기만 하면 적정량이 자동
주입
통을 쥐어 짤 필요 없이 꽂아두기만 하면 적정량이 자동 주입

잉크 주입 구조 역시 개선이 되었다. 전작은 잉크 통을 쥐고 짜듯이 힘을 주어 주입해야 했으나, 신형은 잉크 주입구에 잉크 통을 꽂고 기다리기만 하면 자동으로 주입이 된다. 또한, 주입구에 끼우지 않으면 마개가 열린 통을 뒤집어도 잉크가 새지 않으며, 본체 탱크의 최대 수위 선까지 잉크 높이가 도달하면 자동으로 주입이 중단되므로 잉크가 묻거나 넘칠 걱정도 없다.

각 컬러별로 주입구 형태가 다르다
각 컬러별로 주입구 형태가 다르다

그리고 전작은 모든 잉크가 동일한 용기에 들어있었기 때문에 노란 잉크 통에 파란 잉크를 넣는 등의 실수를 할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신형은 각 컬러별로 탱크와 병에 달린 잉크 주입구의 모양이 달라서 올바른 색의 잉크 통이 아니면 주입구에 꽂을 수 없다. 신제품을 개발하면서 여러모로 신경을 썼음을 알 수 있다.

와이파이 기능 탑재, 집 밖에서도 원격 출력 가능

L4150 모델이 저렴한 기본형 제품이긴 하지만 의외로 고급기능을 몇 가지 갖추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와이파이 관련 기능이다. L4150을 와이파이로 연결하면 PC나 스마트폰을 통해 인쇄가 가능하다. 특히 주목할 만한 것은 클라우드 기능에 대응, 복합기와 네트워크를 공유하는 실내 뿐 아니라 직접 연결이 단절된 외부에서도 원격 출력이나 스캔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와이파이 접속을 통한 원격 출력
와이파이 접속을 통한 원격 출력

L4150가 와이파이에 접속된 상태에서 엡손 커넥트(Epson Connect)를 통해 기기를 등록하면 L4150에 고유의 이메일 주소가 부여된다. 외부의 PC나 스마트폰에서 여기에 이메일을 직접 보내는 방식으로 간단히 문서나 이미지의 원격 출력이 가능하다.

그리고 구글 플레이나 애플 앱스토어에서 다운로드 가능한 Epson iPrint 앱에 해당 이메일을 등록하는 방법으로도 스마트폰에 저장된 사진이나 문서를 3G나 LTE 네트워크를 통해 원격 출력할 수 있다. 그 외에 구글 클라우드 프린트 기능을 통한 원격 출력도 지원하는 등, 사용자의 환경 및 취향에 따라 다양한 방법으로 이용할 수 있다.

출력 속도 및 품질 측정

제품의 대략을 살펴봤으니 이젠 출력 성능을 가늠할 차례다. 참고로 제조사에서 밝힌 엡손 L4150의 사양에 따르면 최대 해상도는 5760 x 1440, 출력 속도는 표준 문서 기준 흑백 10.5 ipm, 컬러 5 ipm 수준이다(잉크절약 모드에선 흑백 33ppm, 컬러 15 ppm). 단순 수치만 봐선 유사한 가격대의 타사 제품과 크게 다르진 않다.

텍스트 문서 출력 테스트
텍스트 문서 출력 테스트

우선 A4 규격의 일반 워드 문서를 출력하며 출력 속도 및 품질을 측정해봤다. 일반 흑백 문서의 경우, 표준 품질에선 최초 1매를 출력하는데 약 12초, 그 다음부터는 약 6초에 1매씩 출력이 된다. 그리고 고품질 모드에선 최초 1매 26초, 이후부터는 22초가 걸렸다. 그리고 잉크 절약 모드에선 최초 9초, 이후부터는 4초가 걸려 가장 빠르게 문서를 출력할 수 있었다. 전반적인 속도는 무난하다.

표준 모드
표준 모드
< 표준 모드>

고품질 모드
고품질 모드
< 고품질 모드>

잉크 절약 모드
잉크 절약 모드
< 잉크 절약 모드>

출력된 문서의 품질을 비교해보면 표준 모드와 고품질 모드 사이의 품질 차이가 분명 존재하긴 하지만, 표준 모드와 잉크 절약 모드 사이의 품질 차이보다는 확실히 적다. 품질 및 출력 속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해보면 역시 표준 모드를 이용하는 것이 가장 나을 듯 하다.

전용지 사진 출력 테스트
전용지 사진 출력 테스트

전용지(4x6 광택용지)를 이용한 사진 출력의 경우, 1매를 출력하는 데 표준 품질 모드에선 1분 32초, 고품질 모드에선 2분 40초가 소요되었다. 참고로 기존의 엡손 무한잉크 제품군은 주변 여백 없이 용지를 꽉 채워 출력하는 기능을 지원하지 않아 아쉬움을 주었는데 L4150를 비롯한 엡손의 신형 무한잉크 제품군은 이를 개선, 여백 없는 출력 기능을 지원한다.

원본 이미지
원본 이미지
< 원본 이미지>

표준 모드
표준 모드
< 표준 모드>

고품질 모드
고품질 모드
< 고품질 모드>

출력된 사진의 품질은 6색 잉크를 이용하는 고급형 프린터에 맞먹을 정도까진 아니지만, 4색 잉크 기반의 프린터 치고는 양호한 편이다. 가정용 앨범 제작 같은 용도로 쓰기에 적절한 수준이다. 언뜻 보기엔 표준 품질과 고품질 모드 사이의 차이가 크지 않기 때문에(물론 자세히 보면 세세한 디테일 묘사에 차이가 느껴진다) 굳이 잉크 소모량이 높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고품질 모드만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여담이지만, 기존의 상당수 엡손 잉크젯 제품은 좀 과장스러울 정도로 화사하게 색감을 보정해서 사진을 출력하곤 했는데, 이번 L4150은 좀 다르다. 화사한 느낌이 억제된 대신, 원본의 색감에 좀 더 가깝다. 간단히 말해, 품질 자체는 나쁘진 않은데 기존의 엡손 제품과는 느낌이 자못 다르다는 의미다. 잉크 성분의 변경 때문이 아닌가 짐작해 볼 따름이다.

'완성형'이라는 타이틀의 의미

사실 무한잉크 제품군은 소비자 입장에선 대단히 매력적인 반면, 프린터/복합기 제조사 입장에선 '계륵' 같은 존재일 수도 있다. 잉크 카트리지를 비싸게 팔아서 수익을 올려야 하는데, 무한잉크 제품군은 이게 불가능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엡손은 2011년에 업계 최초로 제조사 공인의 정품 무한잉크 제품을 출시했다. 당연히 칭찬받을 만한 일이다.

하지만 그 이후로 더 개선된 무한잉크 제품군이 타사를 통해 연달아 출시되면서 엡손 제품 역시 변화가 요구되었는데, 이번에 출시된 엡손 2018년형 제품군은 그 대답이라고 할 수 있다. 단순히 잉크 탱크를 내장형으로 변경한 것 외에 잉크 주입의 편의성도 타사 제품을 능가하며, 여백 없는 출력 기능 미지원과 같은 전작의 소소한 단점들도 상당수 개선했다. 엡손 입장에서 '완성형 정품무한'이라는 타이틀을 붙일 만 하다.

특히 L4150 모델은 2017년 12월 현재 인터넷 최저가 기준 23만 8,000원에 살 수 있는 기본 모델이면서도 와이파이를 통한 원격 출력 및 클라우드 인쇄 기능까지 지원하는 등, 기존의 보급형 제품보다 확실히 상품성이 높다. 최소의 비용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고자 하는 알뜰파 소비자들에게 추천할 만 하다.

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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