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몰라봐서 미안하다, '카카오미니' 인공지능 스피커

이문규 munch@itdonga.com

[IT동아]

우리 같이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에게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이란, 영화 '아이언맨'이나 '어벤저스' 주인공 토니 스타크를 돕는 인공지능 컴퓨터 '자비스' 등이 익숙할 뿐이다. 그리고 얼마 전에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을 가볍게 제압한 구글의 (바둑용) 인공지능 '알파고'도 떠오른다.

그래도 인공지능은 '클라우드'나 '빅데이터' 등의 IT시사용어와 마찬가지로, 일반인들에게 아직 그리 살가운 단어는 아니다. 그나마 최근 들어 줄줄이 등장한 '인공지능 스피커'가 일상적 인공지능 기술을 간단하게나마 접할 수 있게 했다.

현재 4~5종의 인공지능 스피커가 출시돼 있는데, 가장 인기가 많은 건 카카오의 '카카오미니'다.

인기 급상승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
인기 급상승 인공지능 스피커, 카카오미니

인공지능? 어렵지 않나?

크기는 500ml 우유팩 정도며, 윗면에 마이크 온/오프, 음량 조절, 기능 버튼 등이 각각 있고(전원 버튼은 따로 없다), 이 버튼을 중심으로 동그란 LED 불빛이 발광되며 작동 상태를 나타낸다.

윗면 볼륨 및 마이크 조작 버튼
윗면 볼륨 및 마이크 조작 버튼

밑바닥에는 USB 단자와 AUX OUT(외부 출력) 단자가 있는데, USB 단자는 스마트폰 등을 충전할 때, AUX OUT 단자는 이어폰이나 헤드폰을 연결할 때 사용된다.

아랫면 각종 입력 단자
아랫면 각종 입력 단자

전원 케이블을 연결하고 스마트폰에 '헤이카카오' 앱을 설치, 실행한 다음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대부분 가지고 있을) 카카오 계정으로 로그인한다.

스마트폰의 블루투스를 켜고 카카오미니 연결 메뉴를 통해 스피커와 연결하고, 와이파이 설정에서 무선 인터넷 연결을 완료하면 된다. 스마트의 와이파이 및 블루투스 연결을 한번이라도 해봤다면 어렵지 않게 카카오미니도 설정할 수 있으리라. 이후 스마트폰과 헤이카카오 앱은 멜론/카카오톡/알람 등을 추가 설정할 때만 필요하다.

헤이카카오 앱 내 와이파이 설정
헤이카카오 앱 내 와이파이 설정

카카오미니는 인터넷에 연결돼 있어야 하며, 카카오톡과 멜론을 이용하고 있으면 가장 좋다. 특히 멜론은 카카오미니의 중심이라 할만하다. (멜론은 카카오의 음악 스트리밍 서비스다.)

이제, "헤이,카카오"라 말하면 '띵~!' 소리 내며 응답한다. ('카카오', '카카오야', '카카오미니' 등으로 호출 이름을 변경할 수도 있다.) 무전기처럼 말을 주고 받는 형태로 대화해야 한다.

얼마나 '인공지능'스러운가?

물론 앞서 언급한 아이언맨의 자비스를 기대하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고, 간단 명료한 명령을 말하면 그에 응답하고 그 결과를 스피커로 들려준다.

이를 테면, "엑소(EXO)의 '피터팬' 들려줘" 같은 식이다. 주로 '주어(보어)+술어' 혹은 '목적어+술어' 등의 2형식 문장 명령 위주다.

처리 가능한 명령어는 음악, 카카오톡, 뉴스, 시간, 날씨, 일정, 알람(타이머), 운세/로또, 팟캐스트, 간단한 인터넷 검색 등으로, 명령어 목록(제품에 포함)을 참고해 정확히 발음하면 된다.

카카오미니 명령어집
카카오미니 명령어집

예상보다 명령 음성을 잘 인식하고 그에 맞는 결과를 들려준다. 다만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스럽다기 보다는 '진화한 자동응답(ARS)'에 가까운 듯하다. 그래도 이후로 다양하고 폭 넓은 기능이 추가될 예정이라 지금보다 좀더 '인공지능'스러워질 것으로 기대한다.

카카오톡, 멜론, 다음 포털사이트 등을 통해 사용자 빅데이터를 차곡차곡 쌓고 있는 카카오라 더욱 그러하다. 인공지능은 빅데이터를 통한 학습이 반드시 필요하니까.

뭘 할 수 있는데?

멜론 이용자로서 '듣고 싶은 음악'을 음성 명령으로 들을 수 있다는 게 가장 유용하다. 멜론으로 자주 듣던 노래, '좋아요'한 노래 등을 스마트폰 조작 없이 음성으로 명령해 들을 수 있으니 더 없이 편리하다.

가수 이름과 노래 제목으로 명령하면 거의 완벽하게 곡을 찾아 내고, 같은 제목의 노래라면 최신 인기순으로 들려준다. (국내 최대의 멜론 음원 서비스라 어지간한 노래는 거의 다 들어 있다. 외국곡이라면 발음에 신경 thㅓ야한다.)

멜론 인기 차트나 가수별 노래, 분야/장르별 음악, 분위기에 따른 음악 등의 연속 재생도 가능하다. 멜론 같은 음원 서비스가 내장되지 않은 인공지능 스피커는, 스마트폰에 저장된 노래 혹은 스마트폰에서 재생(스트리밍)하는 노래를 (블루투스로) 스피커로 출력하는 기능에 머무른다. 반면 카카오미니는 스마트폰 없이도 (멜론을 통해) 자체 재생이 가능하다. 이게 큰 장점이다.

인공지능 스피커라고 신기해하며 처음에는 이것저것 명령 실행해 보다가, 결국에는 멜론을 통한 음악 감상을 주로 사용하게 된다(어쨌든 '스피커'니까).

크기는 500ml 우유팩 정도다
크기는 500ml 우유팩 정도다

뉴스나 날씨 듣기도 좋다. "주요 뉴스 들려줘'나 '지금 날씨 어때?" 등으로 뉴스나 날씨 상황을 들을 수 있다. 아침에 잠에서 깨 침대에 누워 명령하기 딱 좋다.

주요 뉴스는 딱딱하고 어색한 기계음이 아니라, 전문 성우가 뉴스 브리핑 형태로(라디오 뉴스처럼) 매번 녹음한 내용으로 출력된다. 다만 특정 키워드 관련 뉴스는 컴퓨터 조합 음성으로 들려준다(그리 어색하거나 거북하진 않다).

라디오나 팟캐스트도 지원한다. 현재(12월 15일) 라디오는 SBS 라디오(파워FM)만 들을 수 있으며(이후 채널 추가 업데이트 예정), "라디오 들려줘"라 명령하면 된다. 팟캐스트는 방송 제목을 포함해 "김어준의 뉴스공장 들려줘" 형식으로 말하면 최신 방송을 들을 수 있다.

음성으로 카카오톡도 보낼 수 있는데, 아무래도 장문의 메시지를 정확히 전달하기에는 아직 무리다. 카카오톡에 등록된 이름(별명)을 포함해, "XXX에게 전화하라고 카톡 보내줘" 등으로 명령하면 된다. 그럼 카카오톡 대화 창에는 카카오미니를 상징하는 조그만한 아이콘이 대화 앞에 붙어 나타난다. 짤막하고 간단한 메시지는 대부분 제대로 잘 전달된다.

카톡 대화에는 카카오미니 아이콘 붙는다
카톡 대화에는 카카오미니 아이콘 붙는다

또한 새로운 카톡 메시지가 와 있는지는(누가 보냈는지는) 확인할 수 있지만("카톡 새로 온 거 있어? 등), 그 내용을 들을 순 없다. 아마 개인정보 보안 때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이외 알람/타이머를 설정하거나("오후 5시에 알람 맞춰줘", "5분 타이머 시작해줘" 등), 주식이나 환율 확인, 오늘의 운세나 로또 당첨번호 등도 들을 수 있다. 기타 다른 명령어는 명령 목록을 참고하면 된다. 볼륨을 높이거나 줄일 때("볼륨 높여줘"), 전원을 끌 때도 음성으로 명령할 수 있다("전원 꺼").

참고로 "전원 꺼" 명령은 현재 재생 중인 사운드가 꺼질 뿐, 스피커 전원이 아예 꺼지지는 않는다. "헤이,카카오"를 부르면 곧 대답한다. 카카오미니는 늘 대기 상태다.

카카오에 따르면, 이후에는 '카카오T' 서비스를 통한 택시 호출 서비스, 음식 주문/배달 서비스 등도 추가될 예정이다.

나한테 필요할까?

스마트폰 같은 필수 기기가 아닌 이상, 이런 제품은 '있으면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있으면 좀더 편리할 뿐, 없다고 불편하지 않다는 뜻이다. 다만 기자는 그동안 '인공지능'이라는 수식어를 단 여러 기기에 냉소적 입장이어서, 카카오미니도 그런 인식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며칠 간 접한 카카오미니는 기자를 비롯해 가족의 일상에 '소소한' 재미가 됐다. 집에서 음악을 거의 듣지 않는 아내도 빨래 개거나 설거지할 때, 청소할 때 "헤이,카카오"를 자주 부른다. 아이 역시 마찬가지다. '엑소'를 좋아하는 아이는 원하는 엑소 노래만 골라 듣는다. 말로 명령해 들을 수 있다는 간편함 때문이다.

스트리밍 음악 재생 외에도 뉴스나 날씨 듣기에도 요긴한데, 기자는 팟캐스트 방송을 주로 듣곤 했다. 침대 머리맡에 두면 기상 알람으로 사용해도 좋다. 알람음은 '기본음(간단한 멜로디)'이 기본 설정인데, 음성 명령으로 멜론 내 특정 음악으로 설정할 수도 있다. 설정된 알람은 헤이카카오 앱에서 삭제할 수 있다.

타이머도 여러 모로 유용하다. "10분 뒤 알람 맞춰줘"라 말하면 10분 뒤 기본 알람음이 울린다.

스피커 자체의 성능도 나쁘지 않아, 작은 크기임에도 10여 평 남짓의 거실을 충분히 채울 만한 음량과 음질을 들려준다. 양질의 사운드를 듣고자 구매하는 스피커가 아닐 테니 음량과 음질로 제품을 평가할 순 없다.

여기에, 카카오미니를 붙잡고 매달려 있는 카카오 프렌즈 피규어는 여성 사용자에게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이다. (피규어는 라이언이나 어피치 중 하나만 제공되며, 자력이 있어 철재 어디든 부착할 수 있다.)

프렌즈 피규어는 하나만 제공된다
프렌즈 피규어는 하나만 제공된다

스피커에 매달려 있는 프렌즈 캐릭터
스피커에 매달려 있는 프렌즈 캐릭터

참고로, 카카오미니는 지난 9월, 예약판매 시작 40분 만에 3,000대가 모두 매진됐고, 정식판매가 시작된 지난 달에는 판매 시작 10분도 안돼 15,000대가 완판됐다. 2차 정식 판매 때도 26분 만에 2만 5,000대가 모두 동이 났다. 이후 내년 1월 30일에 재판매될 예정이다. (물론 이런 인기는 '인공지능'보다는 '카카오' 브랜드와 '프렌즈' 캐릭터 덕이 크다.)

가격은 11만 9,000원이며, 멜론 정기 결제 이용자는 4만 9,000원에 살 수 있다. 앞서 언급한 대로, 카카오미니는 멜론이 없으면 그 필요성이 급감한다.

기타의 것

카카오미니를 처음 접한 이들은 십중팔구, 카카오미니에 입을 가까이 대며 음성을 입력한다. 시끄럽고 혼잡한 환경이 아니라면, 평소에 사람하고 대화하듯 살짝 불러도 잘 알아듣고 대답한다.

'맥락' 인지 명령이 제법 기특하다. 예를 들어, '엑소 첸의 생일은 언제야?"라고 물은 뒤 대답을 듣고 바로, "그럼 나이는?", "소속은?" 등, 첫 질문의 맥락을 유지하면서 추가 질문을 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니 명령어 인지나 방식은 계속 학습하며 발전될 것이다.

최근 펌웨어 업데이트를 통해 카카오미니를 블루투스 출력 스피커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즉 스마트폰에서 재생하는 사운드를 카카오미니 스피커로 출력할 수 있다. "블루투스 스피커 모드"라고 명령하면 페어링 모드로 들어가고, 스마트폰 블루투스 설정 화면에서 카카오미니를 선택해 연결하면 된다.

블루투스를 통해 다른 외부 스피커로도 연결할 수 있다. 카카오미니의 사운드를 다른 블루투스 지원 스피커로 출력할 수 있다. 카카오미니의 음량이 부족하다면 이를 활용하면 된다. (외부 스피커 연결은 헤이카카오 앱에서 설정할 수 있다.)

끝으로, 카카오미니는 내장 배터리가 없다. 인터넷에 연결돼야 하니 실내 사용 만을 고려했을 테다. 카카오미니는 가정 내 고정 배치 사용이 가장 잘 어울린다.

결론은?

내년 1월 30일 재판매된다면 멜론 (장기)이용자로서 하나 구매할 의사는 충분히 있다. 물론 아직 미흡하고 불안전한 부분도 없지 않지만, 앞으로 추가 기능이 보강되면 활용성은 더욱 넓어지리라 기대한다. (개인적으로 도로교통 상황정보를 들을 수 있기를 고대한다.)

글 / IT동아 이문규 (munch@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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