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 칩 탑재한 스마트폰이 온다

이상우 lswoo@itdonga.com

[IT동아 이상우 기자] 지난해 세상에 모습을 보인 '알파고'가 이세돌 9단을 바둑으로 이기면서, 우리는 인공지능이라는 단어를 더 자주 듣게 됐다. 인공지능이란 인간이 만들어낸 지적 능력이다. 과거의 컴퓨터는 인간이 입력한 내용을 빠르게 처리하는 연산 기능이 전부였지만, 인공지능 컴퓨터는 학습을 통해 정보를 쌓고, 스스로 생각해 결정을 내린다. 지난해 이세돌 9단과 대결한 알파고는 과거 바둑 기사들의 경기 기록을 중심으로 학습해 이기는 방법을 생각했다면, 올해 중국의 커제와 대결할 때는 자신과의 대결을 통해 실력을 쌓았다. 일정 수준의 정보만 있으면 인간이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배우며 진화한다.

우리 일상 생활에서도 인공지능을 만날 수 있다. 포털 사이트는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개별 사용자에게 더 어울리는 콘텐츠와 뉴스를 보여주고, 자동 번역 서비스는 인공지능을 통해 인간의 언어를 배우면서 기존의 어색한 번역 대신 사람이 번역한 듯한 결과물을 내놓는다. 최근에는 많은 서비스 기업이 인공지능 스피커라는 물건을 내놓으며 일상 생활 속에서도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게 됐다. 물론 아직은 서비스 초기 단계인 만큼 미흡한 부분도 많지만, 인공지능이 학습을 거듭하면 우리에게 필요한 정보나 서비스를 적재적소에서 제공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일상 생활의 많은 곳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인공지능은 이미 일상 생활의 많은 곳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물론 아직까지는 인공지능이 기기 자체에 들어있는 것은 아니다. 일반 컴퓨터보다 더 빠르고 뛰어난 연산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컴퓨터를 거대한 데이터 센터에 두고, 우리는 인터넷을 통해 이 데이터 센터에 접속해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형태다. 쉽게 말해 인공지능 스피커에는 인공지능이 없고, 스피커 자체는 데이터 센터의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게 해주는 전화기와 같다.

하지만 조만간 우리 생활 속에서도 실제 인공지능 칩을 탑재한 스마트폰을 만나볼 수 있을 듯하다. 화웨이가 최근 공개한 플래그십 스마트폰 메이트 10은 화웨이 최초의 모바일 인공지능 칩 '기린 970'을 탑재했다. 기린 970은 이른바 신경망 프로세서(Neural Processing Unit)를 적용한 SoC다. 8개의 CPU와 12개의 GPU를 갖춘 10나노 공정 프로세서로 빠른 자체 데이터 처리가 가능하며, 클라우드(데이터 센터) 기반 인공지능과 결합하면 기존의 인공지능과 비교해 더 효율적으로 작동한다.

화웨이가 새롭게 공개한 스마트폰 메이트 10에는 인공지능 칩인 기린 970을
탑재했다
화웨이가 새롭게 공개한 스마트폰 메이트 10에는 인공지능 칩인 기린 970을 탑재했다

화웨이에 따르면 기린 970은 일반적인 CPU와 비교해 성능이 약 25배 높으며, 특히 그래픽 처리 성능이 우수하다. 화웨이가 진행한 벤치마크 결과를 보면 1,000장의 이미지를 처리하는 데 0.19%의 배터리를 소모했으며, 200장의 사진에 담긴 정보를 인식하는 데는 6초밖에 걸리지 않았다.

기린 970 칩은 기본적으로 스마트폰의 전반적인 사용 환경 개선을 지원하는 형태다. 예를 들어 카메라 앱을 작동하면 인공지능을 바탕으로 사람, 사물, 풍경 등의 장면을 인식하고 앱 설정을 최적화하는 지능형 촬영 기능을 지원한다. 특히 어떤 사물인지, 누구를 촬영하는지 등의 세부적인 내용까지 인식할 수 있다. 해외에서는 이와 유사한 기술을 통한 지능형 CCTV를 통해 범죄나 사고를 예방하고 있는데, 이러한 기술을 이제 스마트폰에서도 쓸 수 있는 셈이다.

인공지능 칩을 이용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이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인공지능 칩을 이용해 각종 애플리케이션의 기능이나 성능을 향상시킬 수 있다

특히 화웨이의 기린 970 칩은 인공지능 생태계를 개방했다. 즉 화웨이뿐만 아니라 외부의 앱 개발사도 기린 970의 기능을 이용한 앱을 개발할 수 있다.

인공지능이 주요 화두로 떠오르면서 많은 IT 기업이 이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반도체 시장의 전통적인 강자 인텔은 여러 기업을 인수하며 인공지능 기술을 확보했고, 엔비디아 역시 GPU를 기반으로 하는 데이터 처리 방식으로 인공지능 시장의 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자사의 서비스에 인공지능을 이미 적용하고 있는 구글은 자체적으로 인공지능 전용 칩 TPU를 개발했다.

이처럼 클라우드 기반 인공지능을 위한 칩이 있는가 하면, 화웨이의 기린 970이나 애플의 뉴럴엔진 처럼 모바일 기기를 위한 칩도 있다. 모바일 기기용 인공지능 칩은 우리 삶의 더 가까운 곳에서 인간의 행동을 배우고, 일상 속에서 많은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글 / IT동아 이상우 기자(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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