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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 CEO 열전] 27살에 세계 500대 PC 기업을 일군 천재 사업가, 마이클 델

이상우

[IT동아 이상우 기자] 기업을 주식시장에 상장하는 것은 투자자를 모으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다. 성공적인 기업공개(IPO)는 그 기업의 가치를 높인다. 반대로 주식시장에서 퇴출당하는 '상장폐지'는 기업에게 사형선고와 같다. 대부분의 상장폐지 원인이 자본잠식이나 부도, 파산 등인 만큼 좋지 않은 이미지까지 남겨 기업의 재기를 어렵게 한다.

하지만 일부 상장폐지의 경우 회사가 망한 것과 관계 없이 진행되는 경우가 있다. 부실기업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자진해서 상장폐지하고, 외부 간섭 없이 대표가 경영권을 행사해 회사의 효율적인 운영과 장기적인 성장을 노리는 전략이다. 주주들의 이익을 생각해 단기적인 성과를 내는데 급급한 주식회사와는 달리(물론 그렇지 않은 경우도 제법 있지만), 더 먼 곳을 바라보며 기업의 체질을 개선하고 미래를 대비할 수 있다.

이러한 자신 상장폐지의 대표적인 사례가 글로벌 IT 기업 델(DELL)이다. 지난 2013년, 델(DELL)은 창업자이자 최대주주였던 마이클 델(Michael Saul Dell)은 델의 모든 주식을 인수한 후 상장폐지를 진행했다. 자본금 1,000달러로 시작했던 회사가 주식시장을 거쳐 성장한 후, 다시 창업자의 손에 돌아온 것이다. 마이클 델의 개인회사가 된 델은 PC 중심의 기업에서 서버와 스토리지 등 데이터 센터 및 클라우드 인프라 기업으로 체질을 개선하기 시작했다.

마이클 델<델의 창업자 마이클 델>

사업 수완이 좋은 10대 소년

델의 창업주인 마이클 델은 1965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시에서 태어났다. 그는 어린 시절부터 사업에 관한 안목이 높은 편이었다. 그가 우표를 팔아 큰 돈을 벌었다는 것은 유명한 일화 중 하나다. 평소 우표를 수집하던 아버지의 친구를 통해 오래되거나 특별한 기념 우표의 가치를 알게 됐고, 우표 판매를 원하는 사람에게서 확보한 우표를 구매자에게 대신 판매하는 방법으로 12세란 어린 나이에 2,000달러를 벌었다.

16세에는 신문 정기 구독 영업을 통해 큰 돈을 벌기도 했다. 당시 지역 신문인 휴스턴 포스트는 전화나 방문 등 일반적인 방식으로 신문 구독을 권유했지만, 일반적인 가정은 한 번 구독하던 신문을 큰 이유가 없으면 바꾸지 않는다. 그가 주목한 것은 신혼부부와 새로 집을 장만해 이사한 가정이다. 이들은 새로운 신문을 구독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마이클 델은 법원 기록을 확인할 수 있는 사람을 고용해 새로운 주택 구매자 목록을 확보하고, 이들을 대상으로 영업한 결과 1년 만에 1만 8,000달러 정도를 손에 넣었다. 이는 자신의 역사 교사의 연봉보다도 많은 돈이었다.

컴퓨터 제조업에 뛰어 들다

마이클 델은 곧 컴퓨터 제조 사업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당시 일반적인 IBM 호환 PC를 구성하는 데 필요한 부품 가격은 약 700달러 정도면 충분했지만, 소매업자는 완성된 PC를 2,000달러에 구매해 소비자에게 3,000달러 정도에 판매하고 있었다. 그는 이를 직접 제작하면 소매업자보다 더 저렴한 가격에 물건을 판매하면서도 더 많은 수익을 남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이미 애플 II 컴퓨터를 직접 분해해보고 내부 설계를 파악할 수 있는 수준이었던 만큼 그에게는 이러한 작업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마이클 델
<PC's Limited 시절 선보였던 터보PC>

1년 뒤인 1984년에는 PC's Limited라는 이름으로 회사를 등록했으며, 대학교를 자퇴하고 본격적인 사업에 들어선다. 같은 해 5월에는 1,000달러의 자본금으로 '델 컴퓨터 코퍼레이션(Dell Computer Corporation)'을 정식 설립한다. 델은 1985년 처음으로 자체 제작한 컴퓨터인 '터보PC'를 판매하기 시작했으며, 매년 성능이 개선된 제품을 선보였고, 1986년에는 매출액이 3,400만 달러에 이를 정도였다.

IBM과 경쟁하고 싶어요

델은 인터뷰를 통해 자신의 아버지가 '네 삶에서 하고싶은 것이 뭐냐'는 질문에 'IBM과 경쟁하고 싶다'고 답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마이클 델은 기존 PC 시장의 강자 IBM과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경영 전략을 도입했다. 신생회사인 만큼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택배로 제품을 배송 받는 것을 꺼리는 소비자를 위해 30일 환불 보증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마이클 델
<PC 생산 공장에 있는 마이클 델>

이 프로그램은 현재 델 제품 구매자가 30일 이내에 더 낮은 가격을 발견한다면 그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으로 유지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마이클 델은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부품을 골랐는지 자신이 직접 검수했으며, 고용한 기술자에게는 IBM 등 다른 경쟁사보다 더 성능이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도록 독려했다. 이러한 내용이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서 소비자의 주목을 받았다.

물론 그와 그의 회사가 언제나 완벽한 것은 아니었다. 그는 포브스와의 인터뷰에서 사업 초기, PC의 주요 부품인 CPU를 대량으로 구매했는데, 이후 CPU의 가격이 떨어져 곤란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이런 실수를 통해 새로운 것을 배웠고, 같은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 경험 있는 경영진을 고용해 일상적인 업무를 맡기면서 자신은 장기적인 전략에 집중할 수 있었다.

27살, 세계 500대 기업 가운데 하나를 만들다

1990년대에 들어서 델 컴퓨터 코퍼레이션은 아일랜드 리머릭에 제조공장을 세우고, 유럽, 중동, 아프리카 등의 지역을 커버했다. 이미 해외에서도 델의 PC를 주문하는 만큼, 해외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할 수 있는 곳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1992년, 그의 회사는 미국 포츈지가 선정한 세계 500대 기업에 꼽혔는데, 당시 그의 나이는 불과 27세였다. 이듬해 호주, 일본 등을 시작으로 아시아 지역에 진출하는 등 글로벌 기업으로 발돋움했다. 또한, 제품 역시 기존의 PC뿐만 아니라 네트워크 서버 시장의 가능성을 보고 파워 엣지 서버 제품군을 출시하기도 했다.

마이클 델
<텍사스 오스틴의 PC 생산 공장과 마이클 델>

그는 1998년 그동안 벌어들인 돈으로 마이클 & 수잔 델 캐피털(MSD Capital)이라는 투자전문 회사를 세우고 일상적인 업무에서 물러났으며, 이듬해에는 이 캐피털을 바탕으로 MSD 재단을 세워 자선 사업에 나선다. 2004년에는 자신의 대표 자리까지 전문 경영인에게 넘겼다.

하지만 이사회의 요청으로 2007년 다시 델 컴퓨터의 대표 자리로 돌아오게 된다. 2000년 후반, 미국에서 호황을 누리던 IT 산업의 거품이 빠지면서 많은 기업이 도산했고, 델 역시 주가 하락 등을 면치 못했기 때문이다. 노트북 배터리 불량으로 화재 사고가 발생하면서 제품을 리콜하는 등 여러 악재가 발생한 것도 마이클 델의 대표 복귀를 부추긴 원인이다.

기업의 체질을 바꿔라

다시 경영자로 돌아온 마이클 델은 소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불만을 처리하기 위한 서비스인 '아이디어스톰'을 신설한다. 이와 함께 스토리지(저장장치), 네트워크 장비 등 다양한 분야의 기업을 인수하면서 엔터프라이즈 사업을 본격적으로 준비하기 시작했다. 주력 사업인 PC 제조를 넘어 종합 IT 솔루션 기업으로 체질을 바꾸기 위해서다.

마이클 델
<마이클 델은 PC 제조 기업인 델을 종합 IT 솔루션 기업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실제로 오늘날 모바일 기기가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전체적인 PC 시장은 해를 거듭할 수록 축소되고 있으며, 그나마 수요가 발생하는 곳은 울트라모바일이라 불리는 휴대성 좋은 제품과 기업에서 사용하는 비즈니스 노트북 정도만 작은 규모로 성장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IT 환경은 클라우드, 빅데이터,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등 차세대 기술을 도입하면서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있다.

당시 델 컴퓨터가 PC 제조에만 계속 집중했다면 줄어드는 시장 규모 속에서 저렴한 가격을 앞세운 중국 기업과 경쟁하며 더 어려운 상황에 빠졌을 가능성이 높다. 마이클 델은 이러한 체질 개선에 만족하지 않고, 더 장기적인 전략을 준비한다.

스스로 상장을 폐지하고 세계 최대 규모의 스타트업이 되다

2013년, 마이클 델은 사모펀드인 실버레이크와 손잡고 주식회사 델의 모든 주식을 구매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통해 상장을 폐지하고 비상장 기업으로 돌아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주식 인수작업은 2014년 마무리되었다.

사실 창업자가 주도하는 자진 상장폐지는 매우 드문 사례다. 일반적인 상장폐지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기업 경영이 어려워 퇴출당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자진 상장폐지라 하더라도 사모펀드가 거품이 낀 기업을 인수해 회사를 분할 및 매각한 뒤 알짜배기만 남겨 재상장해 이득을 얻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런 사례와 달리 마이클 델은 주주의 간섭없이 회사를 운영하고, 단기적인 이익이 아닌 미래의 사업을 목표로 기업을 운영하기 위해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이를 통해 델 컴퓨터는 주주총회 같은 번거로운 절차 없이 경영자의 판단만으로 미래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고, PC 제조업에서 IT 솔루션 기업으로 탈바꿈 하기 위한 투자도 더욱 적극적으로 진행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마이클 델의 결정을 IT 매체들은 '세계 최대의 스타트업이 탄생했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최대주주였던 마이클 델은 여전히 최고경영자 자리에 계속 머무르면서 회사를 이끌었다. 특히 그가 델 컴퓨터의 미래 먹거리로 여긴 서버, 스토리지 등 엔터프라이즈 분야의 사업이 성장하면서 델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런 성장에 힘입어 마이클 델은 2015년 글로벌 1위 스토리지 솔루션 기업인 EMC를 670억 달러에 인수한다고 발표했다. 엔터프라이즈 솔루션 분야에서 입지를 확고히하기 위해서다. 잘하는 분야였던 서버 등에는 꾸준히 투자하고, 못하는 분야였던 스토리지는 인수로 점유율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마이클 델이 EMC를 인수한 일은 '역사상 가장 의미있는 기술 인수'라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마이클 델
<마이클 델은 스토리지 기업인 EMC를 인수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이 인수를 통해 EMC의 자회사인 가상화 솔루션 기업 VM웨어의 지분까지 보유하면서 클라우드 솔루션 기업으로 진화할 가능성까지 내비쳤다. 실제로 VM웨어는 클라우드 시스템 관리 소프트웨어 시장과 데이터센터 자동화 소프트웨어 시장의 선두 기업으로, 델의 하드웨어와 만나 더 큰 시너지 효과를 낼 것으로 기대받고 있다.

2017년 현재(1분기 기준) 델은 PC와 서버 시장에서 여전히 선두 기업으로 인정받고 있다. 전 세계 PC 시장의 경우 중국 기업의 가격을 앞세운 공세에 밀려 3위에 머물렀지만, 미국 PC 시장에서는 여전히 HP와 함께 1~2위를 다투고 있다. 전세계 서버 시장의 경우 HP엔터프라이즈 사업부와 매출 및 출하량에서 1~2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10대부터 진행된 마이클 델의 도전은 여전히 현재 진행 형이다.

글 / IT동아 이상우(lswo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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